지금까지 그랬듯 앞으로도 잘나가는 인생을 살 수 없으리라는 사실을 깨달으면서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이 몇 가지 있다. 개중 하나가 이른바 소수자로 산다는 것, 그들이 처한 삶이다. 

어딜 가나 ‘일반’에 소속되는 이들도 대강 감은 잡을 수 있으실 거다. 소수자로 산다는 게 어떤 건지. 이른바 동성애자, 장애자, 불법체류자, 외모가 너무 받쳐주지 않는 여자 혹은 키가 너무 작은 남자로 산다는 것에 대해. 그 삶의 이면이 어떨지.

「시골뜨기 부처」는  인도 이민2세인 영국 청년의 성장소설인데 소수자의 삶을 밀도 있게 다루고 있다. 이 책을 낸 출판사(열음사)에서 근무했던 모씨는, ‘참 재미있고 괜찮은 책인데 너무 안 팔려서 창고에 한가득 쌓여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출판편집부에서 거론하는 참으로 아까운 책이라는 게 바로 이런 책을 두고 하는 말이겠다.

작가 하니프 쿠레이시(Hanif Kureishi)도 이민2세다. 1954년 파키스탄 이주민을 부모로 영국에서 태어나 런던의 킹스 칼리지에서 철학을 전공했다. 동성 간의 사랑을 통해 이민족 간의 벽을 허무는 장면을 연출했던 영화, <나의 아름다운 세탁소>(1984)의 시나리오 작가이다.「시골뜨기 부처」가 전하는 메시지 역시 영화와 크게 다르지 않다.

주인공 이름은 카림 아미르. 아버지는 인도 귀족이고 어머니는 영국 중산층 출신이다. 계층과 문화가 다른 두 사람을 부모로 태어난 카림의 시점으로 소설은 진행된다. 귀족 출신인 아버지는 현실적으로 지극히 무능한데, 에바라는 여자와 사랑에 빠진다. 에바에겐 찰리라는 아들이 있으며 카림은 잘생긴 찰리와의 관계에서 미묘한 감정을 느끼며 인간관계가 복잡하게 얽힌다.

성적인 관계를 중심으로 사람과 사회를 접하면서 혼란을 느끼던 카림이 어떻게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는지 보여주는 소설인데, 읽다보면 스스로의 정체성을 되짚어보게 될 거라 본다. 결혼과 취업으로 이주민이 늘어나는 이 시대를 비추고 있다는 점에서 일독을 권한다.




<책 속 밑줄 긋기>


나는 재미있는 사람과 착한 사람의 차이는 무엇일까, 왜 그런 요소를 동시에 가지고 있을 수는 없을까 생각해 보았다. 사람들이 같이 있고 싶어 하는 재미있는 부류의 사람들은 남들과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어서, 그들과 같이 있으면 무미건조하거나 반복적인 상태에서 벗어나 모든 사물을 새로운 시각으로 볼 수 있게 된다.


나는 에바가 사물을 어떻게 바라보는지, 즉 자밀라를 어떻게 생각하고, 그녀가 샹제와 결혼한 것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고 싶었다. 나는 에바의 의견을 듣고 싶었다. 에바는 분명히 속물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무엇을 보거나 어떤 음악을 듣거나 어떤 장소에 가게 되면, 에바가 어떤 방식으로 그 대상을 보아야 하는지 가르쳐 주기 전까지는 만족할 수가 없었다. 그녀는 하나의 관점에서 사물을 인식하고, 그 사이의 상관관계를 찾아냈다.


착하기는 하지만 재미없는 사람에게 어떤 문제에 대한 의견을 묻고 싶지는 않을 것이다. 우리 어머니처럼 착하고 유순한 사람들은 사랑 받을 자격이 있다. 그러나 종국에 가서 모든 을 차지하는 사람들은 에바처럼 재미있는 사람이다. 아버지를 차지한 것처럼 말이다.(본문 159쪽) (안지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