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마터면 말할 뻔 했다





달이 돋았다

황금실로 수놓은 달이 검푸른 하늘에 돋았다

저 병풍 한 폭

그대에게 보내도 좋겠다


꽃이 진다

꽃진 자리가 붉다


바람의 울음은 거세고

우는 소리 천지에 가득한데


누군가 슬픔처럼 노란

달맞이꽃 속으로 가고 있다





















맞장구 치다




머리카락 올올이 일어서고

겉옷이 깃발처럼 나부끼는 날

강바람을 안고 선 나무에 시화(詩畵)를 걸었다

‘꽃이 필 때부터 꽃이 질 때까지’ 란 부제를 단 입간판도 세우고

‘벚꽃 시화전’ 이라 현수막도 걸었다

시화들이 바람에 흔들리며 어깨 춤 들썩인다

흘끔거리며 가는 사람 아예 서서 읽어보는 사람

눈을 동그랗게 뜨고 고개를 끄덕이는 사람

어린 꽃송이 몇 피워 든 가지가 덩달아 몸을 흔든다

벚꽃 피는 때에 벚꽃을 보는 건 벚꽃들의 시화전을 보는 것

한 꿈이 다른 꿈에게 제 꿈을 보여 주는 것

맞장구 치듯 봄이 불어와

머리카락 올올이 일어서게 하고

마음을 펄럭이게 하는 것

오고 가는 것들 다 즐거움으로 펄럭이게 하는 것  

생각느니 저 꽃나무 아래 정자 하나 짓고

‘시와 꽃이 있는 주막’이라 이름하고

밤이 흥건히 젖도록 사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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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재학  jaek5621@hanmail.net 시집 <굴참나무의 사랑이야기><강 저 너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