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대 먹는 여자  

 

아이에게 사탕 물리고 풍선 하나 들리고


가슴이 토굴 같아 토막 낸 순대를 먹다가


노을도 소금으로 찍어 산마루에 걸어본다.


어둠이 쑥쑥 자라나 목을 빼는 가로등          


손마다 휘저어보면 핏기 없는 달로 뜬다.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배웅한 그 사람일까.


어떤 길이라도 밟아보면 힘이 되던 것이


집 가까이 다가오면 어깨 짚어주는 전신주


잡아본 아이 손목만 빠져나가는 바람 한 채.



만월 


십이월 달 속으로 여자가 누워있다


양수가 다 부풀어 산달이 된 만삭으로


핏줄이 아기 핏줄이 나뭇가지로 어린다.


이 산골 산동네에 얼마 만에 경사이랴


산자락마다 깔아놓은 곱고 고운 보료를


사내가 숨도 가쁘게 방문을 열고 있다.


 

권형하  시집 「새는 날면서도 노래한다(1990)」, 「바다집(1997)」,「꿈꾸는 섬(2005)」. 경북문학상 수상(20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