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소>와 <아겔다마>는 유다에 관한 소설이다. 같이 읽으면 더 흥미로울 듯하여 한자리에 놓아본다.  <직소>는 유다가 예수를 은 삼십에 팔아넘기는 과정을 그린 것이고 <아겔다마>는 예수를 팔아넘긴 이후의 상황이다. 파렴치한과 배신자의 대명사로 불리는 유다의 심리가 이 두 소설 속에서 변명이라도 하듯이 생생하다.

 <직소>에서 유다는 예수에 대한 애증, 질투, 번민, 욕망 들로 가득하다. 이중적이고 탐욕스럽고 나약하고 비열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인간적일 수밖에 없다. 예수를 위한 또 다른 속죄양인 것이다. 우리 모두 누구나 유다가 될 수 있다는 생각까지 든다.

 <아겔다마>에서는, 예수를 팔아넘기고 돌아온 유다는 막달라 마리아의 아랫도리를 생각하다 자신을 돌봐주는 노파를 추행한다. 유다는 은 삼십을 받으러온 예수에게 노파의 수의값으로 줘버렸다며 억지를 부린다. 그러다 그는 예수에게 은 삼십을 거두어달라며 숨을 거둔다. 은 삼십은 예수의 목숨값이자 유다 자신의 목숨값인 것이다. 


 다자이 오사무(1909~1948)는 일본현대문학의 대표작가로 제1회 아쿠타가와상을 수상했다. 네 번의 자살 시도 끝에 결국 39세에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작품으로 <사양> <인간실격> <만년> <옛이야기>등이 있다.

 박상륭(1940~ )은 1963년 사상계에 <아겔다마>로 등단했다. <열명길> <죽음의 한 연구> <칠조어론> <산해기> 등의 작품집이 있다. 그의 소설은 대부분 삶과 죽음의 근원을 다양한 종교, 철학, 동서고금의 신화 등을 통해 형상화하고 있다.




  직소


  예, 예. 차분히 말씀드리겠습니다. 그 사람을 살려두어서는 안됩니다. 이 세상의 원수입니다. 예, 모든 것을 전부 말씀드리겠습니다. 저는 그 사람이 있는 곳을 알고 있습니다. 지금 당장 안내해드리겠습니다. 산산조각 내어 죽여주십시오. 그 사람은 제 스승입니다. 주인입니다. 하지만 저와 동갑입니다. 서른넷입니다. 저는 그 사람보다 불과 두 달 늦게 태어났을 뿐입니다. 대단한 차이는 없을 것입니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 그런 큰 차별은 없을 것입니다. 그런데도 저를 얼마나 짓궂게 부려먹었는지요, 얼마나 조롱당했는지요. 아아, 이젠 족합니다. 참을 만큼 참아왔습니다. 화를 낼 때에 화를 낼 수 없다면 살아가는 보람도 없습니다. 저는 지금까지 얼마나 남모르게 그 사람을 감싸왔는지 모릅니다. 아니, 그 사람은 알고 있습니다. 분명 모든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더욱 그 사람은 저를 짓궂게 경멸하는 것입니다. 그 사람은 오만합니다. 제게 신세를 많이 졌기에, 그게 스스로 느끼기에 안타까운 것입니다. 그 사람은 멍청할 정도로 자아도취가 심합니다. 저 같은 사람에게 신세를 지고 있다는 사실을, 무슨, 자신의 큰 단점인 것처럼 생각하고 계십니다. 그 사람은 뭐든지 스스로 할 수 있는 것처럼 보이고 싶어 안달입니다. 어리석은 말입니다. 세상은 그런 게 아닙니다. 이 세상에서 살아가기 위해서는 아무래도 누군가에게 굽실굽실해야만 하며, 그렇게 해서 한 걸음 한 걸음 고생해가며 사람들을 밟고 올라갈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그 사람이 대체 무슨 일을 할 수 있을까요. 아무 것도 못합니다. 제 눈에는 새파란 애송이에 불과합니다. 만약 제가 없었다면 그 사람은 벌써 이미 예전에 그 무능하고 멍청한 제자들과 어딘가에서 굶어죽었음이 분명합니다.

 “여우도 굴이 있고 공중의 새도 거처가 있으되 오직 인자는 머리 둘 곳이 없다.”

그래요. 그것 보세요. 제대로 말하고 있습니다. 베드로가 뭘 할 수 있겠습니까? 야고보, 요한, 안드레, 도마, 얼간이들이 모여 어슬렁어슬렁 그 사람을 따라다니며, 소름끼치는 달콤한 아부나 떨면서 천국이 어쨌다는 둥 바보 같은 걸 정말로 믿으며 열광하여, 그 천국이 가까이 왔다면 저놈들은 모두 우의정이나 좌의정이라도 되려는 건지. 멍청한 놈들입니다. 그 날도 역시 빵도 없어 어쩔 줄을 몰라 할 때, 제가 그 사람에게 설교를 시키고는 군중으로부터 몰래 헌금을 받아내어, 또한 동네 부자한테서 물건들을 걷어 들여가며 묵을 곳까지 마련해주고 먹을 것과 입을 것까지 빈틈없이 준비해줬더니, 그 사람은 고사하고 멍청한 제자들마저도 고맙다는 말 한마디 없습니다. 고맙다고 말하기는커녕 그 사람은 저의 이처럼 나날이 계속되는 고생을 모르는 척하고 언제나 말도 안 되는 주문을 하여, 다섯 개의 빵과 두 마리 물고기 밖에 없을 때조차도 눈앞에 있는 군중들에게 음식을 나눠주라는 둥 억지를 부리기에 간신히 사올 수가 있었던 것입니다. 말하자면 저는 그 사람이 하는 기적을 도와주는, 위험한 마술의 조수를 지금까지 몇 번이고 해왔습니다. 저는 이래봬도 절대 인색한 놈이 아닙니다. 아니, 오히려 저는 대단한 호사가입니다. 저는 그 사람을 아름다운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보기에는 어린아이처럼 욕심이 없고, 제가 하루하루 빵을 얻기 위해 돈을 열심히 모아도, 곧 그것들을 한 푼도 안 남기고 헛되게 써버리고 말이죠. 하지만 저는 그것을 억울하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 사람은 아름다운 사람인 것입니다. 저는 본래 가난한 상인이었으나 그래도 '정신적인 인물'이라는 것을 이해하고 있는 사람입니다. 그래서 그 사람이 제가 고생해가며 모아놓은 자그마한 돈들을 아무리 어이없이 낭비해도 저는 아무렇지도 않습니다. 아무렇지도 않습니다만, 그렇다면 제게 가끔 부드러운 말 한마디 건네주어도 될 듯싶은데도 그 사람은 항상 짓궂게 굽니다.


 한 번, 그 사람이 봄날에 해변을 걸으며 문득 제 이름을 부르고는 “네게도 신세를 많이 진다. 너의 쓸쓸함은 나도 알고 있다. 하지만 항상 성난 표정을 짓고 있으면 안 된다. 쓸쓸할 때에 쓸쓸한 표정을 짓는 일은 위선자나 하는 일이다. 쓸쓸함을 사람들이 알아보도록 더욱 어두운 안색을 하고 있을 뿐이다. 진실로 하나님을 믿는다면 너는 쓸쓸할 때에도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을 지으며 깨끗하게 씻고 머리에 기름을 바르고는 미소를 지어야 한다. 모르겠는가. 쓸쓸함을 사람들이 알아주지 않더라도 어딘가 보이지 않는 곳에 있는 네 진실된 아버지만이 알아주시면 그것으로 족하지 않느냐. 안 그런가? 쓸쓸함은 누구에게나 있다.” 라고 말씀해 주셔서, 저는 소리를 내어 엉엉 울어버리고 싶어, 아뇨, 저는 하늘에 계신 아버지가 알아주시지 않더라도 단지 당신 한 사람만이 알아주신다면 그것으로 충분합니다. 저는 당신을 사랑합니다. 다른 제자들이 아무리 깊이 당신을 사랑한다 하더라도 그것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사랑합니다. 누구보다도 사랑합니다. 베드로나 야고보 같은 이들은 그저 당신을 따라 다니며 무언가 좋은 일이라도 있을까 하고, 그런 것만 생각합니다. 그러나 저만은 알고 있습니다. 당신을 따라다녀 봤자 얻을 것도 전혀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당신 곁을 떠날 수가 없습니다. 어떻게 된 일일까요. 당신이 이 세상에서 사라지면 저도 곧바로 죽겠습니다. 살아갈 수가 없습니다. 저는 항상 혼자서 생각하고 있는 것이 있습니다. 그것은 당신이 멍청한 제자들 곁을 떠나, 또한 하늘에 계신 아버지 말씀 같은 것을 가르치지 말고, 소박한 백성의 하나로 어머님이신 마리아님과 저, 이 셋이서 조용히 한 평생 오랫동안 살아가는 일입니다. 제 마을에는 아직 제 작은 집이 남아있습니다. 나이든 아버지와 어머니도 계십니다. 매우 넓은 복숭아밭도 있습니다. 봄, 지금쯤은 복숭아꽃이 펴서 경치가 훌륭합니다. 평생 편히 살아가실 수 있습니다. 제가 항상 곁에 있으면서 모시고자 합니다. 좋은 부인을 맞이하십시오.


 제가 그렇게 말씀드리자 그 사람은 살며시 웃으시며, “베드로나 시몬은 어부다. 아름다운 복숭아밭도 없다. 야고보도 요한도 가난한 어부이다. 그들에게는 그런, 평생을 안락하게 지낼만한 땅이 어디에도 없다.” 라고 낮은 목소리로 혼잣말처럼 중얼거리고는 다시 해변을 조용히 걸어가는 것이었습니다만, 전에도 후에도 그 사람과 편안히 말을 나눌 수 있었던 건 그때 한 번 뿐이며, 그 이후에는 절대 제게 마음을 열었던 적이 없었습니다. 저는 그 사람을 사랑합니다. 그 사람이 죽으면 저도 함께 죽을 것입니다. 그 사람은 누구의 것도 아닙니다. 제 것입니다. 그 사람을 다른 사람에게 건네주어야 한다면, 건네주기 전에 제가 그 사람을 죽여 드리겠습니다. 아버지를 버리고 어머니를 버리고, 태어난 땅을 버리고 저는 오늘까지 그 사람을 따라 걸어왔습니다. 저는 천국을 믿지 않습니다. 하나님도 믿지 않습니다. 그 사람의 부활도 믿지 않습니다. 왜 그 사람이 이스라엘의 왕이란 말입니까. 멍청한 제자들은 그 사람을 하나님의 아들이라 믿고, 그리고 하나님 나라의 복음이라는 것을 그 사람으로부터 전해 듣고는 흔희작약(欣喜雀躍)하고 있습니다. 머지않아 실망할 것이라는 사실을 저는 알고 있습니다. 자기를 높이는 자는 낮아지고 자기를 낮추는 자는 높아지리라고 그 사람은 약속했으나 이 세상은 결코 그렇게 호락호락한 것이 아닙니다. 그 사람은 거짓말쟁이입니다. 말하는 것, 하나부터 열까지 엉터리입니다. 저는 전혀 믿지 않습니다. 하지만 저는 그 사람의 아름다움만은 믿고 있습니다. 그토록 아름다운 사람은 이 세상에 없습니다. 그 사람의 아름다움을 순수하게 사랑하고 있습니다. 그 뿐입니다. 저는 아무런 보수도 바라지 않습니다. 그 사람을 따라 걸으며, 천국이 가까웠고, 그 때 가서는 훌륭히 우의정이나 좌의정이 되고자 하는 생각도, 그런 천박한 욕심도 없습니다. 저는 그저 그 사람 곁을 떠나고 싶지 않을 뿐입니다. 그저 그 사람 곁에서, 그 사람의 목소리를 듣고 그 사람의 모습을 바라보고 있으면 그것으로 좋습니다. 그리고 가능하다면 그 사람이 설교하는 것을 멈추고 저와 단둘이서 평생 오랫동안 살아가기를 원하는 것입니다. 아아아, 그렇게만 된다면! 저는 얼마나 행복할까요. 저는 지금 이 현세의 기쁨만을 믿습니다. 다음 세상의 심판 같은 것을 저는 조금도 두려워하지 않습니다. 그 사람은 저의 이 대가를 바라지 않는, 순수한 애정을 왜 받아주시지 않는지요. 아아, 그 사람을 죽여주십시오. 나으리. 저는 그 사람이 있는 곳을 알고 있습니다. 안내해드리지요. 그 사람은 저를 능욕하고 증오하고 있습니다. 저는 미움을 받고 있습니다. 저는 그 사람이나 제자들의 빵을 마련하고 하루하루 굶주림으로부터 견디어내고 있는데도 왜 저를 그토록 짓궂게 경멸하는지요. 들어주십시오. 엿새 전 일이었습니다. 그 사람이 베다니에 있는 시몬 집에서 식사를 하고 계실 때, 그 마을에 사는 마르다 녀석의 누이동생인 마리아가 나드 향유를 가득 채운 석고로 된 통을 그 사람 머리 위에 확 퍼부어 발까지 적시고는, 그래놓고서도 사과하기는커녕 차분히 앉고서 자신의 머리카락으로 그 사람의 젖은 두 발을 정성껏 닦아주었으며, 향유 냄새가 집안에 가득 차고 매우 기이한 분위기였기에 저는 왠지 매우 화가 나서, ‘실례되는 짓을 하지 말라!’ 고 그 계집에게 소리쳤습니다. 이걸 보게, 이처럼 옷이 젖어버리지 않았느냐, 더구나 이렇게 비싼 기름을 퍼붓다니 아깝다고 생각하지 않느냐, 어쩌면 너는 그리도 어리석은가. 이 정도 기름이라면 삼백 데나리온이나 하지 않겠느냐, 이 기름을 삼백 데나리온에 팔아, 그 돈을 가난한 자들에게 주었더라면 얼마나 기뻐했는지 모른다. 아까운 짓을 하면 곤란해, 라며 저는 한참 혼을 내주었습니다. 그러자 그 사람은 저를 노려보며 “이 여자를 괴롭게 하지 말라. 이 여자는 내게 매우 좋은 일을 한 것이다. 가난한 자들에게 돈을 주는 일은, 너희들은 지금부터도 얼마든지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냐. 내게는 더 이상 대접을 할 수 없게 되리라. 그 이유는 말하지 않겠다. 이 여자만은 알고 있다. 이 여자가 내 몸에 이 향유를 부은 것은 내 장사 지낼 준비를 위함이다. 너희들도 잘 기억해두어라. 전 세계 어느 곳에서나 나의 짧은 일생을 전할 곳에서는 반드시 이 여자가 오늘 행한 일도 기념하여 전해지리라.” 라고 말을 맺었을 때에 그 사람의 창백한 볼은 어느 정도 상기되어 붉어져 있었습니다. 저는 그 사람의 말을 믿지 않습니다. 여느 때와 같은 과장된 연극이라 생각하고 태연하게 흘러들을 수 있었으나, 그것보다도 그 때 그 사람 목소리에, 그리고 그 사람 눈빛에 지금까지 없었던 기이한 것이 느껴져, 저는 순간 당황하여, 나아가 그 사람의 살며시 붉어진 볼과 약간 눈물이 고인 눈을 잠시 보고는 문득 알아차린 것이 있었습니다. 아아, 말도 안 됩니다, 입에 담는 것조차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그 사람은, 이런 가난한 시골여자에게 사랑, 은 아니지만, 설마 그런 일은 절대 없겠으나, 하지만 위험한, 그것과 닮은 이상한 감정을 가진 것이 아닐까. 그처럼 위대한 사람이, 한낱 무지한 시골여자에게 한순간이라도 특수한 사랑을 느꼈다면, 그건 일대 실수이자 돌이킬 수 없는 큰 추문. 저는 사람의 치욕적인 감정을 선천적으로 잘 알아차립니다. 스스로 생각하기에도 그런 점을 저질적인 후각이라고 여겨져 싫어합니다만, 한번 슬쩍 보기만 해도 사람의 약점을 남김없이 가려내고 마는 예민한 재능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 사람은 아무리 약간이라고 해도 그 배우지 못한 시골여자에게 특별한 감정을 느꼈다는 것은 역시 틀림없습니다. 제 눈이 잘못 봤을 리가 없습니다. 분명 그렇습니다. 아아, 참을 수가 없습니다. 견딜 수가 없습니다. 저는 그 사람도 이런 꼴을 보이기 시작하면 이제 끝장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추태의 극치라고 여겨졌습니다. 그 사람은 지금까지 여성들이 아무리 사모해도 항상 아름답고 물처럼 고요했습니다. 조금도 흐트러지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이제 끝입니다. 갈 데까지 간 것 같았습니다. 그 사람은 아직 젊은 나이이며, 그 정도는 이상한 일이 아니라고 말할지는 모르지만, 그렇다면 저도 동갑입니다. 더구나 그 사람보다 두 달 늦게 태어났습니다. 젊음에 차이는 없을 것입니다. 그래도 저는 인내하고 있습니다. 그 사람 하나만 바라보고 이토록 어느 여자에게도 마음이 동한 적은 없습니다. 마르다의 동생 마리아는 언니 마르다가 몸집이 좋고 소처럼 크며 성격도 거칠고 성급할 줄밖에 모르는, 전혀 장점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시골여자인데 반해, 그녀는 전혀 달라 몸집도 가냘프고 피부는 투명할 정도로 창백하여 손발도 통통하며 작고, 마치 호수처럼 깊고 맑은 큰 눈이 항상 꿈꾸듯 멍하니 멀리를 바라보는 듯하며, 마을에서는 모두가 이상하게 느낄 정도로 품위 있는 여자였습니다. 저도 생각했습니다. 읍내에 나갔을 때 흰 비단이라도 몰래 사다 주려고 했습니다. 아아, 이제 더 이상 저도 알 수 없습니다. 저는 대체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요. 그렇습니다. 저는 안타까운 겁니다. 왜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발을 동동 구를 정도로 안타깝기 짝이 없습니다. 그 사람이 젊다면 저도 젊습니다. 저는 재능도 있으며 집도, 밭도 있는 훌륭한 청년입니다. 그래도 저는 그 사람을 위해 제 특권을 모두 버려왔습니다. 속았습니다. 그 사람은 거짓말쟁이입니다. 나으리. 그 사람은 제 여자를 빼앗아갔습니다. 아니, 아닙니다! 그 여자가 저로부터 그 사람을 빼앗은 것입니다. 아아, 그것도 아닙니다. 제가 드리는 말씀은 모두 엉터리입니다. 한 마디도 믿지 말아 주십시오. 모르겠습니다. 죄송합니다. 저도 모르게 터무니없는 말씀을 드렸습니다. 그런 경박스러운 사실 같은 건 전혀 없습니다. 추한 말씀을 드렸습니다. 그렇지만 저는 안타깝습니다. 가슴을 쥐어뜯고 싶을 정도로 안타까웠단 말씀입니다. 왜인지는 모르겠습니다. 아아, 질투란 어쩌면 이토록 괴롭고도 사악한 감정일까요. 제가 이토록 목숨을 버릴 정도로 그 사람을 사모하고, 오늘까지 모셔왔는데도 제게는 단 한마디 부드러운 말씀을 건네주지도 않은 채, 오히려 저런 미천한 시골여자에 대해 얼굴을 상기시켜가며 감싸주고 말입니다. 아아, 역시 그 사람은 무기력합니다. 갈 데까지 갔습니다. 이제 그 사람한테는 가망이 없습니다. 평범한 사람입니다. 그냥 사람일뿐입니다. 죽어도 아쉬울 건 없습니다. 그런 생각을 하자 문득 끔찍한 일을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악마가 씌었는지도 모릅니다. 그 때 이후로 그 사람을 아예 제 손으로 죽여 버리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언젠가는 죽임을 당할 분이 틀림없습니다. 또한 그 사람도 억지로 자신이 죽임을 당하려는 것처럼 종종 보일 때도 있습니다. 제 손으로 죽입니다. 다른 사람 손으로 죽임을 당하게 하기 싫습니다. 그 사람을 죽이고 저도 죽습니다. 나으리, 눈물을 보여 대단히 송구스럽습니다. 예, 이제 울지 않겠습니다. 예, 예. 차분히 말씀드리겠습니다. 그 다음 날, 저희들은 드디어 꿈에도 그리던 예루살렘을 향해 출발했습니다. 대군중, 노소를 불문하고 모두가 그 사람을 따랐으며, 이윽고 예루살렘 성이 가까워지자 그 사람은 한 마리 늙은 당나귀를 길가에서 발견하고는 미소를 지으며 그것을 타고서, 이는 바로 “시온 딸아 두려워하지 말라. 보라 너의 왕이 나귀 새끼를 타고 오신다.”라는 예언대로라며 밝은 표정으로 가르쳤으나, 저는 혼자 우울한 표정을 짓고 있었습니다. 어쩌면 그리도 딱한 몰골입니까. 기다리고 기다린 유월절에 예루살렘으로 입성하는, 이것이 그 다윗 자손의 모습이었는가. 그 사람이 평생 동안 염원했던 모습이란, 이 늙은 나귀를 타고 터벅터벅 걸어가는 딱한 모습이었는가. 저는 더 이상 연민 외에 아무 것도 느낄 수 없었습니다. 실로 비참한, 멍청한 삼류연극이라도 보고 있는 듯하여, 아아, 이제 이 사람도 다 살았다. 하루를 살면 하루를 산만큼 경박한 추태를 보일 뿐이다. 꽃은 지기 전이라야 꽃이다. 아름다울 때 잘라야만 한다. 그 사람을 가장 사랑하고 있는 건 나다. 아무리 사람들로부터 미움을 받아도 좋다. 하루라도 빨리 그 사람을 죽여야 한다며, 저는 드디어 이처럼 가슴 아픈 결심을 굳힐 따름이었습니다. 군중은 시시각각 그 수가 늘어나고, 그 사람이 지나가는 길 위에 빨강, 파랑, 노랑, 가지각색으로 그들의 옷을 던졌으며, 어떤 이는 종려가지를 가져와 그 가는 길에 깔고는 환호를 지르며 맞이하는 것이었습니다. 앞에서 가고 뒤에서 따르며 좌우로부터 휘어 감듯이 몰려오더니, 나아가서는 파도처럼 나귀와 그 사람을 붙잡고 흔들며 “호산나 다윗의 자손이여, 찬송하리로다, 주의 이름으로 오시는 이여 가장 높은 곳에서 호산나” 하고 열광하며 노래하는 것이었습니다. 베드로나 요한, 바돌로매, 그밖에 다른 제자들은 멍청하게도 이미 천국을 눈앞에서 본 것처럼, 마치 개선하는 장군 곁을 따르는 것처럼 기뻐 날뛰고 환호성을 지르며 서로 껴안으면서 눈물 젖은 입맞춤을 하고, 고지식한 베드로는 요한을 끌어안으며 큰 소리로 엉엉 울어대는 판입니다. 그런 모습을 보고 있노라니 저도 그 제자들과 함께 여러 난관을 뚫고 포교를 위해 걸어온 고난의 세월이 머리에 떠올라 저도 모르게 눈시울이 뜨거워졌습니다. 그렇게 그 사람은 성전으로 들어가 당나귀에서 내리고는 무슨 생각을 했는지, 끈을 줍고서 그것을 휘두르며 성전에서 돈 바꾸는 자들의 상과 비둘기파는 자들의 의자를 둘러엎고, 소와 양도 그 끈으로 만든 채찍을 들고서 전부 성전에서 쫓아내고는 성전 안에 있는 많은 상인에게 말하기를 “모두 썩 나가라. 내 아버지의 집을 장사하는 집으로 만들지 말라”며 큰 소리로 외치는 것이었습니다. 그 온화한 분이 이처럼 술주정뱅이처럼 부질없이 난리를 피운다는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정신이 나갔다고 밖에는 생각되지 않았습니다. 곁에 있는 사람들도 모두 놀라 어떻게 된 영문인지 그에게 묻자, 그는 거친 숨을 내쉬며 “너희들, 이 성전을 헐어버려라. 내가 사흘 안에 다시 세워 주리라”고 하기에, 과연 우직한 제자들도 너무나도 어이없는 말을 듣고서 믿어지지 않는 표정으로 멍하니 서 있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알고 있었습니다. 어차피 그 사람의 유치한 허세임이 분명하다. 그 사람의 신앙으로써 안 되는 일이 없다는 것을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었음이 분명합니다. 그래도 그렇지, 끈으로 된 채찍을 휘두르며 힘없는 상인들을 쫓아내다니, 참으로 딱한 허세입니다. 기껏 해서 당신이 할 수 있는 저항이란 이 정도 뿐입니까. 비둘기파는 이의 의자를 걷어찰 정도입니까, 하며 저는 비웃으며 물어보려고까지 했습니다. 이미 이 사람은 안 됩니다. 자포자기인 상태입니다. 자중자애(自重自愛)를 잊어버렸습니다. 자신의 힘으로는 더 이상 아무 것도 할 수 없다는 사실을 서서히 깨우치기 시작한 듯하여, 더 이상 체면이 깎이기 전에 일부러 제사장에게 잡혀 이 세상과 작별을 고하고 싶었겠지요. 저는 그것을 떠올렸을 때 분명 그 사람을 포기할 수 있었습니다. 또한 그런 허영심에 가득 찬 도련님을 지금까지 일편단심 사랑해온 제 어리석음도 쉽사리 웃어버릴 수 있었습니다. 이윽고 그 사람은 성전에 모인 군중들을 앞에 두고 지금까지 했던 말 중 가장 심하고, 오만무례한 폭언을 닥치는 대로 소리쳤습니다. 그렇습니다. 분명 자포자기입니다. 저는 그 모습이 추잡하게까지 비쳐졌습니다. 죽고 싶어 안달입니다. “화 있을진저. 외식(外飾)하는 서기관들과 바리새인들이여 잔과 대접의 겉은 깨끗이 하되 그 안에는 탐욕과 방탕으로 가득하게 하는도다. 화 있을진저. 외식(外飾)하는 서기관들과 바리새인들이여 회칠한 무덤 같으니, 겉으로는 아름답게 보이나 그 안에는 죽은 사람의 뼈와 모든 더러운 것이 가득하도다. 이와 같이 너희도 겉으로는 사람에게 옳게 보이되 안으로는 외식과 불법이 가득하도다. 뱀들아, 독사의 새끼들아. 너희가 어떻게 지옥의 판결을 피하겠느냐. 예루살렘아, 예루살렘아 선지자들을 죽이고 네게 파송된 자들을 돌로 치는 자여. 암탉이 그 새끼를 날개 아래 모음같이 내가 네 자녀를 모으려 한 일이 몇 번이더냐. 그러나 너희가 원치 아니하였도다.” 어리석은 일입니다. 웃음을 참을 수가 없었습니다. 흉내 내는 것조차 불결합니다. 큰일 날 소리를 하는 놈이다. 그 사람은 돌았습니다. 또한 그 외에도 기근이 있다는 둥, 지진이 일어난다는 둥, 별들이 하늘에서 떨어지며 달이 빛을 내지 아니하고, 땅에는 사람 시체가 넘쳐나며 그것을 쪼아 먹는 독수리가 모인다는 둥, 사람들은 그 때 통곡하며 이를 갈 것이라는 둥, 실로 터무니없는 폭언을 서슴지 않는 것입니다. 어쩌면 저렇게도 사려 깊지 않은 말들을 늘어놓는 것일까요. 잘난 척 하는 것도 한도가 있습니다. 자기 주제도 모르고 말입니다. 속 편한 소리를 합니다. 이미 그 사람 죄는 피할 수 없습니다. 분명 십자가. 이제 확실합니다.


 제사장이나 장로들이 대제사장 가야바의 관정(官廷)에 몰래 모여 그 사람을 죽이는 일에 대해 결의했다고 하더군요. 저는 그것을 어제 동네 장사꾼으로부터 들었습니다. 만약 군중들 눈앞에서 그 사람을 사로잡으면, 어쩌면 군중이 폭동을 일으킬지도 모르므로 그 사람과 제자들만이 있는 곳을 발견하여 신고한 자에게는 은 삼십을 준다는 것을 들었습니다. 이제 시간이 없습니다. 그 사람은 어차피 죽습니다. 다른 사람들의 손에 의해 잡히기 전에 내가 하자. 이것이 오늘까지 저의, 그 사람에게 바친 일편단심 애정에 대한 마지막 인사말입니다. 제 의무입니다. 내가 그 사람을 팔아버리자. 가슴 아픈 처지입니다. 누가 제 꾸준한 사랑의 행위를 정당하게 이해해 줄까요. 아니, 아무도 이해해주지 않아도 상관없습니다. 제 사랑은 순수한 사랑입니다. 사람들이 이해해주기를 바라는 사랑이 아닙니다. 그런 천박한 사랑이 결코 아닙니다. 저는 영원히 그 사람으로부터 증오를 받겠지요. 하지만 이 순수한 사랑 앞에서는 어떠한 형벌도, 어떠한 지옥의 노여움도 문제되지 않습니다. 저는 저의 사는 방식대로 일관성 있게 살아가렵니다. 소름이 끼칠 정도로 굳게 결심했습니다. 저는 몰래 기회를 엿보고 있었습니다. 드디어 유월절 당일이었습니다. 저희들 스승과 제자 열 세 명은 동산 위 낡은 요릿집의 침침한 이층을 빌려 명절 연회를 열기로 하였습니다. 모두 식탁에 앉아 막 잔치를 시작하려던 참에 그 사람이 겉옷을 벗었습니다. 저희들은 대체 무엇을 하려는가 하고 지켜보고 있었는데, 그 사람은 탁상 위에 있던 물통을 들고서는, 그 물통 안에 든 물을 구석에 있던 작은 대야에 붓고서, 흰 수건을 가져다가 자신의 허리에 두르고 대야의 물로 제자들의 발을 차례차례 씻어주셨습니다. 제자들은 그 이유를 알 수 없어 넋을 잃고는 우왕좌왕할 뿐이었으나, 저는 왠지 그 사람의 숨겨진 마음을 알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그 사람은 쓸쓸했던 것입니다. 극도로 마음이 쇠약해져서 이제는 완고하고 무지한 제자들에게까지 의지하고 싶은 심정이었음이 분명합니다. 불쌍하게도 그 사람은 자신의 피할 수 없는 운명을 알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 모습을 보고 있노라니 저는 갑자기 강력한 오열이 목구멍을 뚫고 올라오는 것을 느꼈습니다. 갑자기 그를 끌어안고 함께 울고 싶어졌습니다. 아아, 불쌍하게도, 당신이 죄를 지은 건 하나도 없습니다. 당신은 항상 좋은 사람이었습니다. 당신은 항상 옳았습니다. 당신은 항상 가난한 자의 편이었습니다. 그리고 당신은 언제나 빛을 발할 정도로 아름다웠습니다. 당신은 분명 하나님의 아들입니다. 저는 그것을 알고 있습니다. 용서하십시오. 저는 당신을 팔려고 근래 이삼일 동안 기회를 노리고 있었습니다. 이제는 싫습니다. 당신을 팔다니, 무슨 그런 당치도 않은 생각을 했던지요. 안심해주세요. 지금부터는 오백의 관리, 천의 군대가 온다 해도 당신의 몸에 손가락 하나 대지 못합니다. 놈들은 당신을 노리고 있습니다. 위험합니다. 지금 당장 여기서 도망칩시다. 베드로도 오라, 야고보도 오라, 요한도 오라, 모두 오라, 우리의 선한 주를 지키고 평생 오래도록 살자며, 마음속으로부터 사랑의 말이, 말로는 하지 못했으나 가슴속에서부터 끓어올라왔습니다. 그날 그때까지 느껴보지 못했던 일종의 숭고한 영감에 감명을 받아 뜨거운 회개의 눈물이 은혜롭게 볼을 따라 흘러, 이윽고 그 사람은 제 발도 조용히 정성껏 씻어주고, 허리에 둘렀던 수건으로 부드럽게 닦아주어, 아아, 그 때의 촉감이란. 그렇습니다. 저는 그 때 천국을 보았는지도 모릅니다. 저 다음에 빌립의 발을, 그 다음에 안드레의 발을, 그리고 다음에 베드로의 발을 씻어주는 차례였으나, 베드로는 그처럼 우직한 자였으므로 수상한 마음을 숨겨둘 수가 없어, 주여, 당신은 왜 제 발 같은 것을 씻으려 하십니까, 하고 다소 불만스럽게 입술을 내밀며 물었습니다. 그 사람은, “나의 하는 것을 네가 지금은 알지 못하나 이 후에는 알리라.” 하고 은유적으로 말한 뒤에 베드로 발밑에 앉았으나 베드로는 기꺼이 거절하며, 아뇨, 안됩니다. 영원히 제 발 같은 것을 씻으시면 안 됩니다. 너무도 황송합니다, 라며 그 발을 오므렸습니다. 그러자 그 사람은 조금 큰 목소리로 “내가 너를 씻어 주지 아니하면 네가 나와 상관이 없느니라.” 하며, 매우 강하게 말씀을 하시기에, 베드로는 허둥지둥 대며 아아, 잘못했습니다, 그렇다면 제 발만이 아니라 손과 머리도 마음껏 씻어 주십시오, 하고 머리를 깊이 숙여가며 부탁을 드리기에 저도 모르게 웃음이 터져 나왔으며, 다른 제자들도 몰래 미소를 지어, 어딘지 모르게 방안이 밝아진 듯했습니다.


 그 사람도 조금 웃으며 “베드로야, 발만 씻으면 이제 그것으로 네 온몸은 깨끗해졌다. 아아, 너뿐 아니라 야고보도 요한도 모두 흠 없는 깨끗한 몸이 된 것이다. 그러나,” 라고 말을 하려다가 문득 허리를 펴고 순간 고통을 참는 듯이 매우 슬픈 눈을 하시고는, 곧 그 눈을 세게 감더니, 감은 채로 말했습니다. “모두가 깨끗하면 좋으련만.” 저는 놀랐습니다. 당했다! 나에 대해 말하고 있는 것이다. 내가 그 사람을 팔려던, 불과 몇 분전까지의 어두운 마음을 꿰뚫어보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 때는 아니었습니다. 절대 나는 아니었어! 나는 깨끗했었습니다. 내 마음은 변해있었습니다. 아아, 그 사람은 그걸 모릅니다. 그걸 몰라! 아니, 아닙니다! 하고 목구멍까지 나오려던 절규를 저는 침을 삼키는 약하고 비굴한 마음을 삼켜버렸습니다. 말할 수 없습니다.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습니다. 그 사람으로부터 그런 말을 들으니, 저는 역시 깨끗해지지 않았는지도 모른다는, 나약하게 긍정하는 마음이 고개를 들더니 점점 그 비굴한 반성이 추악하고 흑암처럼 부풀어 올라 저의 오장육부를 휘몰아쳐, 반대로 점차 분노의 불길이 타오르기 시작했습니다. 에이, 안되겠다. 나는 안 된다. 그 사람에게 철저히 경멸당하고 있다. 팔자. 팔자. 그 사람을 죽이자. 그리고 나도 함께 죽는 것이다, 하고 전부터 마음먹었던 결의가 다시금 눈을 떠, 완전히 복수의 악귀가 되었습니다. 그 사람은 내 마음이 두 세 번이나 뒤집히며 변화한 대동란은 모르는 듯, 이윽고 윗도리를 입고 복장을 바로 하여 편안히 자리에 앉으시며 실로 창백한 얼굴로 “내가 너희에게 행한 것을 너희가 아느냐. 너희가 나를 주라 또는 선생이라 하니 너희 말이 옳다. 나는 너희들의 주 또는 선생임에도 너희 발을 씻겼으니 너희도 서로 사이좋게 발을 씻도록 해야 한다. 내가 너희들과 언제까지나 함께 있을 수가 없으므로 이번 기회에 본을 보인 것이다. 내가 너희에게 행한 것같이 너희도 행하여야 한다. 스승은 반드시 제자보다 크니 내가 하는 말을 잘 듣고 잊지 않도록 하라.” 매우 우울한 말투로 소리 없이 식사를 시작하고, 문득 “너희들 중 한 명이 나를 판다.”며 고개를 숙여 신음하는 듯 흐느끼는 것과도 같은 괴로운 목소리로 말했기에 제자들 모두 크게 놀라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그 사람 주변에 모여 각각 주여, 저입니까, 주여, 그건 저를 말씀하십니까, 하고 난리를 치고, 그 사람은 죽는 사람처럼 슬며시 고개를 흔들고는 “내가 지금 그 사람에게 한 조각 빵을 주노라. 그 사람은 매우 불행한 사람이로다. 그 사람은 차라리 나지 아니하였더면 제게 좋을 뻔하였느니라.” 하고 의외로 분명한 어투로 말한 다음 한 조각 빵을 들고 팔을 뻗은 후, 망설임 없이 제 입에 갖다 댔습니다. 저는 이미 마음을 정한 상태였습니다. 수치스러워하기 보다는 증오했습니다. 이제 와서 하는 그의 행동을 증오했습니다. 이처럼 모든 제자들 앞에서 공연히 모욕을 주는 것이 그 사람이 하는 지금까지의 복수입니다. 영원히 함께 할 수 없는 불과 물의 숙명이 나와 저놈 사이에 있는 것입니다. 개가 고양이에게 주듯 한 조각의 빵을 내 입에 갖다 대고는, 그것은 그 놈이 할 수 있는 최대한의 복수였던가요. 흥. 어리석은 놈 같으니라고. 나으리, 녀석은 지금 제게, 네 하는 일을 속히 하라고 했습니다. 저는 곧바로 식당에서 뛰쳐나와 어둠 속을 그저 달리고는 지금 이곳에 왔습니다. 그리고 서둘러 이처럼 말씀드리고 있는 것입니다. 자, 그 사람을 벌하여 주십시오. 어떻게 하든 마음대로 벌하여 주십시오. 잡아 몽둥이로 쳐서 벌거벗겨 죽이시죠. 이제, 이제 더 이상 저는 참을 수가 없습니다. 저건, 나쁜 놈입니다. 못된 사람입니다. 저를 지금까지 그토록 괴롭혔습니다. 하하하하, 젠장할. 그 사람은 지금 기드론 시내 끝 겟세마네 동산에 있습니다. 이제 그 이층에서 있었던 만찬도 끝났으며 제자들과 함께 겟세마네 동산에 가서, 지금쯤은 분명 하늘에 기도를 드리고 있을 시간입니다. 제자들 외에는 아무도 없습니다. 지금 가시면 아무런 어려움 없이 그를 잡을 수 있습니다. 아아, 새들이 울어 시끄럽군요. 오늘밤은 왜 이토록 새들의 울음소리가 귀에 거슬리는지 모르겠습니다. 제가 이리로 달려오는 도중에도 숲 속에서 새들이 지저귀고 있었습니다. 밤에 지저귀는 새는 보기 드뭅니다. 저는 어린아이와 같은 호기심으로 그 새들의 정체를 한 번 보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 멈추어 서서 고개를 기울이고는 나뭇가지 사이를 보았습니다. 아아, 저는 지금 쓸데없는 소리를 하고 있습니다. 죄송합니다. 나으리, 준비는 되셨습니까. 아아, 즐겁습니다. 기분이 좋군요. 오늘밤은 제게도 마지막 밤입니다. 나으리, 나으리, 오늘밤 이제부터 저와 그 사람이 훌륭히 어깨를 나란히 선 광경을 잘 보아두십시오. 저는 오늘밤 보라는 듯이 어깨를 나란히 하고 서겠습니다. 그 사람을 두려워할 필요는 없습니다. 비하할 필요는 없습니다. 저는 그 사람과 동갑입니다. 같은, 훌륭한 젊은이입니다. 아아, 새 소리가 시끄럽군요. 너무도 귀에 거슬려 시끄럽습니다. 왜 이토록 새들이 소란을 피우는 것일까요. 지지배배, 지지배배 무슨 소란을 떠는 것일까요. 아니, 그 돈은? 제게 주시는 건가요? 저, 제게 은 삼십. 그렇군요, 하하하하. 아니, 사양하겠습니다. 얻어맞기 전에 그 손을 치우십시오. 돈이 좋아 고소한 것이 아닙니다. 손 치워! 아니, 죄송합니다. 받겠습니다. 그렇습니다, 저는 상인이었습니다. 돈 때문에 저는 우아한 그 사람으로부터 항상 경멸을 당해왔었지요. 받겠습니다. 저는 어차피 상인입니다. 미움을 받고 있는 금전으로써 그 사람에게 훌륭히 복수를 하는 것입니다. 이것이 제게 가장 어울리는 복수 수단입니다. 꼴좋다! 은 삼십으로 녀석은 팔립니다. 저는 전혀 울지 않습니다. 저는 그 사람을 사랑하지 않습니다. 처음부터 조금도 사랑하지 않았습니다. 예, 나으리. 저는 거짓말만 말씀드렸습니다. 저는 돈이 갖고 싶어 그 사람을 따라다녔습니다. 오오, 분명 그렇습니다. 그 사람은 제게 전혀 돈을 벌게 해주지 않는다고 오늘 확신했기에 상인답게 재빨리 돌아선 것입니다. 돈. 세상은 돈뿐입니다. 은 삼십. 매우 훌륭합니다. 받겠습니다. 저는 그저 상인일 따름입니다. 갖고 싶어 어쩔 줄을 모르겠습니다. 예, 감사합니다. 예, 예. 늦었군요. 제 이름은 상인인 유다. 헷헤. 가룟 유다라고 합니다.




아겔다마

 

 

(힌놈의 골짜기의 동남 예루살렘과 골짜기 맞은편 후미지고 나그네의 발걸음이 여간해선 머물지 않는 한곳에 오래되고 볼품없는 움막집이 한 채 있었는데, 그 움막집의 사립문 한쪽 기둥에 ‘가롯 유다’라는 문패가 걸려 있었다. 그 문패도 그 움막의 운명과 마찬가지로 영고와 성쇠, 봄바람 가을비에 시달리고 또 썩고 곰팡이가 피어 있어, 관심을 가지고 자세히 들여다보아야 겨우 알아볼 수 있을 정도였다. 그런데 그것은 그리스 문자로 씌어져 있었다.)

 그날 밤엔-서력 기원 삼십년 니산달 열닷새 금요일-가롯 유다는 전에 없이 지치고 쇠약해져서 비틀 쓰러질 듯이 하고 돌아왔다. 길은 그날 오후에 억수로 쏟아진 소나기로 진구렁창이었다. 그러나 유다는 그런 건 개의치도 않은 듯이 그의 바짓가랑이는 흙투성이었다. 그는쫓긴 토끼마냥 불안스러워했고, 서두르는 것 같았다. 게다가 이전의 상냥스러움은 찾아볼 수도 없이 퉁명스럽고 변태적인 침울한 사람으로 변해져 있었다. 광포와, 신음과, 이빨 부딪치는 소리는 앓는 수고양이를 연상시켰다.

그에게는 다만 예순다섯이나 되는 노파가 한 사람 있었을 뿐이었는데, 그녀가 촛불을 켜들고 유다 방으로 들어갔을 때도 유다는 진정되지 않은 듯이 맨바닥에 엎드려 기묘한 신음을 쥐어짜대고 있었다. 책상 위엔 언제나처럼 선지자 스가랴의 팸플릿이 반만쯤 펼쳐진 채 먼지를 덮어쓰고 있었고, 그 펼쳐진 갈피 위엔 펜이 녹슬은 펜대가 여전히 놓여져 있었다. 유다가 들어오고 하나 달라진 것은, 한번도 다음 장은 넘겨보지도 않은 것 같은 그 갈피 위에 함부로 던져놓은 듯한 한 꾸러미가 독사처럼 도사리고 있는 그것이었다.

 노파는 조심해서 책상 위에다 촛불을 세워놓고 유다의 흙묻은 바지를 벗겨주려 했으나, 발길질을 해서 실패했다. 하는 수 없이 흙투성이 위에다 이불을 덮어주었다. 그래도 이빨을 덜덜 떠는 걸 그치지 않았고, 신음도 더욱 심해졌다.

 노파는 촛불 빛을 통해 한동안이나 유다를 지켜보고 서 있다가 슬며시 문을 열고 나와 버렸다. 무언지 자기로서는 이해할 수도, 그렇다고 같이 걱정해줄 수도 없는 것 같은 어떤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었다. 그녀는, 습기 섞인 어둠 저쪽 하늘에서 몇 별이 고향의 이야기를 속삭여주고 있다는 외에 그날 낮에 어떤 물결이 어떻게 격류지어갔는지에 대해선 조금도 모르고 있었다. 그러나 무언지 어제 저녁의 이맘때쯤의 느낌과 오늘은 약간 달라진 듯하다는 생각을 갖고 있기는 했다. 뭐 그것은 제 육시쯤으로부 갑자기 하늘이 흐려지고, 제 구시쯤엔 천둥과 지진이 일어났다는 그런 변괴 때문이기도 했지만, 그것보다도 마음 밑바닥으로부 이전에는 가져보지 못했던 어떤 것들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것 같은 느낌을 가졌기 때문이었다. 그것은 그녀가 젊은 날에 지녔던 소박하고도 서러운 꿈같은 것이기도 했고 또 어떻게는 이보다도 더 나이 많은 날에 느끼게 되리라고 짐작되는 그러한 것이었다. 그런 것은 나이 서른을 넘으면서부터는 모르고 살아왔다. 막연하고 멍하게, 그리고 소박하게만 살았다. 행복도 몰랐고 불행도 몰랐다. 세월은 그녀에게 젖이 샘솟는 유방을 주었고, 또 그것을 빼앗았다.

그녀의 고향은 사마리아였는데, 그녀의 남편은 본 지방(예루살렘)사람으로, 힌놈의 골짜기 동남 예루살렘과 골짜기 맞은편의 한 구릉을 등진 곳에서 질그릇 굽는 것에 종사하던 사람이었다. 그 사람은 나이가 육십이 넘었으면서도 충직한 열심당이었으며, 또한 자기의 일에 싫증을 내지 않고 열심스럽고 조용하게 해치우던 늙은이였다. 열심당의 당원으로서 그를 아는 사람치고 그를 좋아하지 않은 사람은 없었지만 특히 유다는 누구보다 그를 따랐다. 그도 유다를 특별히 다정히 생각한 듯 했었다. 서로가 그렇게 생각한 데는 같은 노선 같은 운명에 처해 있다는 그런 이유뿐만은 아니었다. 당수 바라바를 통해서 처음 알게 되었을 때부터 두 사람은 동지 이상의 친애의 정을 느꼈던 것이다. 사실 유다 쪽에선 아버지나 어머니의 얼굴도 기억할 수도 없는 채 가롯 땅으로부터 각 곳을 쓸쓸한 심정으로 진전하던 차에 갈릴리 포구에서 자기 또래의 한 푸른 눈의 사내를 만나 그로부터 위로를 얻고 또 그를 추종하였으나, 그 사람은 유다의 지상적인 갈증을 흡족히 해갈시켜주지 못하였으므로 유다의 가슴 밑바닥엔 언제나 외로움이 깊게 자리잡고 있었는데, -바라바를 알게 된 것은 이 당시였다-그것도 이 늙은 부부들에 의해 잊을 수 있는 것을 감사하였고, 또 노인 부부들 쪽에서도 옛날에 아들이 하나 있었으나, 집시패들이 스쳐지나간 뒤 종적이 묘연해 시름겹고 적적함이 더욱 뼈저리던 참이라, 자연히 서로들 가까워질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런데 바라바들이 이 집을 드나들기 시작한 것도 오 년째나 되고 있었다. 삼 년 전에는 그렇게 충직하던 토기장이 영감도 로마 병사의 화살에 죽임을 당하긴 했지만, 그 후에도 여전히 바라바들은 필요할 때면 이곳을 이용하곤 했었다. 그리고 이들에 의해서 불행한 토기장이 미망인의 생활은 최저나마 보장되었다. 주로 유다의 노력이 컸다. 유다의 생활도 물론 그녀를 기반으로 하고 있었다. 유다는 적어도 그녀 한 사람에게만이라고 하더라고 상냥스럽고 인정이 많고 믿음직스러운 사람이었다. 그렇던 유다가 오늘밤엔 사람이 여간 달라져 보이는 것이 아니었다. 그것도 반달 가량이나 밖에서 지나다가 돌아온 날에 그렇다는 것은 그녀로서는 이해할 수가 없었다. 이전엔 언제나 몇 푼의 돈 꾸러미를 마루에다 던지곤 자기 이마에 가벼운 입맞춤을 했던 것이 아닌가. 그녀는 그렇게 훌륭하던 젊은이가 변해져 돌아온 것을 슬프게 생각했다.

 그때 유다의 방으로부터 그녀를 부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때까지도 그녀는 어중간한 모습을 하곤 습기 속에서 점점 더 적막해가는 밤을 지켜보고 서 있었다. 계속해서 다시 한번 노파를 부르는 날카로운 음성이 들여왔다. 그 소리는 흐느낌에 섞여 목구멍이 찢어지면서 나오는 소리 같았다. 그리고 그것은 흡사 저 이탈리아식 주테가의 무한의 깊이로부터 울려와 닿는 것처럼 가라앉고 가련한 목소리였다. 그러나 그 억양에는 짙은 증오가 내포되어, 붉은 목소리로 느껴졌다.

 “여, 여요요, 할멈” 이전의 호칭과는 달랐다. 그전엔 어머니라고 불렀었다.

 그녀는 잠깐 복잡한 생각에 잠겼던 것으로부터 깨어나서, 언제나처럼 머뭇거리면서. 그러면서도 아들 방에라도 들어가는 어머니같이 문을 열고 들어갔다. 문이 찌그덕 소리를 냈다.

“제발 좀 소리를 내지 않고 열 수는 없소? 고막이 찢어질 듯해. 제기랄.” 유다는 아까의 태도를 고침이 없이 신경질을 부렸다. 그러나 유다 자신도 문을 여닫을 때는 언제나 그런 소리가 난다는 것을 모르는 것은 아니었다.

 “아무도 안 왔었소?” 유다는 희미한 목소리로 그러나 퉁명스러이 물었다.

 “참, 어떤 이가 왔다 갔지유. 저쪽 창턱에 추녀 그늘이 닿을 때 쯤이었어유.” 저쪽 창턱이란 동편쪽 벽의 중간쯤에 구멍처럼 뚫어놓은 곳을 가리켜서 하는 말이었다. 아마도 오전 열시쯤 되었을 때를 염두에 두고 하는 말 같았다.

 “거 왜. 눈이 갈색인 사람 말이유. 꼭 씨름판에나 찾아다니는 것 같은…….” 그제야 유다는 싸안았던 팔을 풀고 무서운 눈으로 노파를 쳐다보면서,

 “그래? 그럴 줄 알았어. 바라바였어. 바라바. 예수 바라바” 유다는 몇 번이고 반복했다. 그 이름을 음미하듯 했다. 그러나 어떤 의미가 있어 되뇌이는 것 같지는 않았고, 군것질하는 따위로 들렸다. 유다의 주먹엔 자기의 머리칼이 한움큼이나 쥐어져 있었다. 유다의 가슴속에 의미가 표출된 희생들이었다.

 유다는 다시 또 발광하기 시작했다. 머리칼은 무언의 공모로서 그의 발광에 헌신적인 동조를 했고, 목구멍은 개구쟁이 녀석이 긁는 하프 소리로 유다를 고무했다.

 사마리아 여인은 유다의 충혈된 사팔뜨기 눈이 자기를 무섭게 노려보면서 말하던 얼굴을 상기하곤 몸서리쳤다. 그래도 그냥 서서 유다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

 유다의 눈은, 오른쪽은 갈색으로 똑바로 보는데, 왼쪽이 사시였다. 그런데 유다의 왼쪽 눈은 보통의 사팔뜨기와는 달라서 참으로 이상했다. 오른쪽이 갈색인 데 비해 왼쪽은 하늘색 바탕이라는 인상을 받는다. 그리고 이것은 위를 향해 시선을 보내는 눈이었다. 좀 문학적인 소질이 있다는 마태가 그 눈을 ‘기도하는 사튀로스’라고 표현한 뒤부터는 짓궂은 사람들은 유다를 부를 때면 흔히 마태의 ‘그럴듯한 표현’을 애써 사용했다.

 얼마 동안인가가 그 방의 희미한 촛불 그늘 밑으로 흘러가고 난 뒤, 유다의 목구멍에선 흐느낌이 가래 끓지도 않았고, 더 발광하지도 않았다. 유다는 그렇다고 해서 잠이 든 것도 아니고, 생각을 그만둔 것도 아니었다. 엉뚱하게도 그는, 구레네 사람 시몬이 얼떨결에 고역을 당하게 된 것이라든가, 또는 처참한 표정으로 몸매에는 관심도 없이 십자가를 뒤쫓아가던 막달라 마리아의 치맛자락을, 한 로마 병정이 창 끝으로 들쳐보면서 게걸거리던 것 같은 작은 사건들을 눈을 감고 그렸다.

 “너의 샛서방하곤 며칠 밤이나 잤누? 나하곤 어때? 히히힛”

 유다는 그 모든 광경을 가까운 언덕에서 보았는데, 로마 병정이 말한 ‘샛서방’이란, 기진해서 걸어가는 예수를 가리켰던 것이다. 사실을 말하면, 그때 유다는 예수를 얼마나 경멸했는지 모른다. 자기의 십자가도 감당치 못하는 사내가 ‘무거운 짐 진 자는 다 내게로 오라’는 것은 우스운 말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또 한편으론 막달라 마리아의 아랫도리가 얼마나 욕심이 났는지 모른다. 팽팽하고 물큰해 보이는 두 가랑이가 창 끝에 의해 들쳐나 보였을 때, 유다는 참을 수 없어 숨을 헐떡이었던 것이다. 그전에도 욕심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지만 항상 체모가 단정하였으므로, 얼굴의 아름다움밖에는 별달리 생각지 않았었다. 그 얼굴의 아름다움도, 예수와 가까이 하고부턴 범할 수 없는 고요함을 지니고 있어서 오히려 식을 정도라고 단념하고 있던 터였다. 그런데 그 병사의 야유는, 먼 곳의 여인을, 피부가 좋고, 매캐한 자취가 있고, 따스하고 물큰한, 자기 마을 샘각의 아낙으로 느끼게 해준 것이다. 사실 그녀로 말하면, 왕년엔 이름난 무희로, 총독의 시의 요셉의 사랑을 받았는가 하면 총독의 조카인 진위대 대장 가이우스 풀라커스 짝사랑의 여인이었다.

 노파는 그제서야 깡마른 손을 뻗쳐 문을 밀고 나오려 했다. 그녀는 유다가 잠든 줄로 알았던 것이다. 그런데 그때 유다는 무슨 생각에선지 광포한 짐승보다도 더 날쌔게 뛰쳐 일어나 노파를 쓰러뜨렸다. 참으로 민첩하고 사나운 동작이었다.

 유다의 신음은 아까와는 달리 발정된 짐승 우는 소리로 변했다. 눈은 찌푸러져 동공은 거의 보이지도 않았고, 헤벌린 입술 사이론 이빨 갈아대는 소리가 으드득 으드득하고 새어나왔다.

 노파가 정신을 차릴 수도 없는 빠른 사이에 노파의 치마가 찢겼다. 다음엔 속옷 찢기는 소리가 그 방의 벽에 살점처럼 튀겼다. 노파는 있는 힘을 다해 발을 구르고 꼬집고 고함을 질러 반항해보았지만, 끝내는 오른편 팔을 분질려 기절하고 말았다.

 유다는 이번엔 자기의 바짓가락을 찢었다. 가랑이에 붙었던 흙이 부스스 떨어졌다.

 그리하여 그는 짐승의 한계에서도 더 아래쪽 길을 처벅처벅 걸어댔다. 그 거리에서는 누구나 몽유병자가 되는 것이다. 촛불은 켜둔 그대로 타고 있었다.


 노파가 깨어났을 땐 날이 희끄무레 밝아올 무렵이었다. 유다는 책상 위에 엎드려 무엇을 열심히 쓰고 있었는데 두 개 째의 초도 반이나 더 닳았다. 노파는 팔이 쑤시는 통증으로 깨어나선 자기가 어떻게 하여 이렇게 되었던 것인가를 한참이나 생각했다.

 유다가, 노파가 깨어났다는 것을 알고 게다가 그녀가 흐느끼고 있다는 것을 안 것은 자기가 썼던 모두를 다시 불태워버리고 난 뒤에 그리고도 조금 더 지나서였다.

 노파는 흐느낌 이상으론 더 달리 표현할 수 없는 것을 흐느낌으로나 풀어보려는 듯이 집요하게 흐느낌에 매달리고만 있었다.

 “할멈, 제발 어서 집을 나가시오. 죽여놓기 전에, 죽여버리기 전에 말야.” 유다는 밤 사이에 귀신같이 변해진 핼쑥하고 기력없는 얼굴로 희미한 미소까지 띠면서 ‘죽이기 전에’만을 반복했다. 노파는 너무도 어처구니가 없고, 또 견딜 수 없는 분노와 치욕으로 목이 막혀 아무 말도 할 수가 없는 것 같았다. 그저 흐느끼면서 이를 가는 것이 고작이었다.

 “날이 밝기 전에, 자 어서 나가주시오. 제발 나 혼자 두어주시오. 우라질, 빨리 나가지 못해.?” 하고 괴롭게 외쳐댔다.

 “자, 받아라. 은 삼십 세겔이다 몸값이다. 몸값이야.” 유다는 스가랴의 팸플릿 위에 있던 꾸러미를 노파의 가슴팍에다 거칠게 던졌다. 그리고 유다가 다 탄 초 동강이의 불을 끄려 할 때, 그 사마리아 여인은 유다가 보는 앞에서 자기의 혀를 콱 깨물었다. 촛불도 꺼졌다. 새벽빛이 방안에 넘쳤다

 그리고 잠시 후, 초 동강이의 심지가 굳어질 때쯤엔 그 노파도 운명했다. 눈은 뜬 채였다. 그 뜬눈 속에도 새벽의 어슴푸레함은 사양없이 파고들었다.


2


유다는 사흘을 두 번씩이나 보내기까지도 자리에서 한 번도 일어나질 않았다. 그 동안은 먹지도 마시지도 않았던 것이다. 몸부림도 그렇게 심하게는 하지 않았던 모양이었다. 하기야 처음 자리에 들었을 땐 노파를 등진 쪽으로 누웠었는데, 나중엔 죽은 노파 쪽을 향해 누워 있었던 걸로 보아서 몸을 두 번쯤 뒤쳤으리란 건 추측할 수 있었다. 그 외에 그 방안의 풍경은 조금도 변하지 않았던 것이다.

 그러니까 유다가 눈을 뜬 것은, 예수가 십자가형을 당한 날로부터 엿새가 지난 두 번째 안식일 새벽, 닭이 세 홰를 울고 목을 움츠릴 때쯤이었다 .유다는 누군가 자기를 깨우는 사람이 있다는 느낌을 가지고 잠으로부터 서서히 깨어나던 참이었다. 그러나 그 깊은 수면 속을 헤엄치고 건너온 피로로 해서 어떤 것을 인식하기에는 얼마쯤의 시간을 필요로 했다. 점차, 흐릿하게라고는 하여도 의식이 돌아오자, 그는 누군가가 자기의 이마를 짚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눈을 감고라도 그 손은 희고 가냘프며 그리고 부드럽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러나 왠지 얼음장처럼 차고, 바닥에 가시라도 찔렸던 흔적이라도 있는 손처럼 느껴졌다. 그 느낌은 오관에 의한 것이라기보다 그의 깊숙한 곳에 잠자고 있던 혼의 촉수로써 닿아진 것이었다.

 유다는 그순간 무의식적으로 외쳤다.

 “랍비여, 당신의 손이니다.”

 그러나 말이 혀끝에서 방울져 떨어지지는 못했고, 그저 탄 입술만 두어 번 움직였을 뿐이었다.

 큰 나무 꼭대기의 마른 잎이 떨어져 땅에 와 닿을 만큼은 어느 쪽에서도 말이 없었다. 그 시간은 천년의 적막이 한 마른 잎에 축적되었다가 날라져내리는 것이라고 생각되었다. 그런 무던히도 긴 시간을 유다의 이마 위의 손은 한결같이 부드러웠다.

 “랍비여, 당신은 아버지 같으니이다.”

 결국은 유다가 참을 수 없어 진실되게 그러면서도 분노를 섞어 이렇게 외쳤다.

 “…….”

 그러나 대답은 들리지 않았다.

“도대체 당신은 무엇 때문에 나에게 오셨습니까?”

 유다는 깊은 사념에 잠기면서 꺼질 듯이 뇌까렸다.

 “…….”

 “무엇을 나에게 더 원하십니까?”

 “…….”

 “나는 당신의 아버지가 내 몫으로 지워준 십자가를 훌륭히 졌습니다. 그리고 당신도 약간의 비겁만을 제외하면 훌륭했습니다. 그것으로 당신과 나와의 일은 끝난 것입니다. 무엇 때문에 이제 또 나를 괴롭히려 하시오?”

 이 말이 끝나자마자 자기 이마를 어루만지던 손이 잠깐 동안 바르르 떠는 것을 유다는 느꼈다. 그래서 유다는 눈을 번쩍 뜨고 자기 앞을 똑똑히 쳐다보았다. 유다의 눈은 승리에 넘쳐 있었다.

 눈앞에는 하늘보다도 넓게 보이는 두 개의 파란 눈이 유다를 지켜보고 있었다. 웃음도 없고, 다정스럽지도 않고, 그렇다고 미워하는 눈도 아닌, 의미가 바래지고 빛이 없는 눈이었다. 그 눈 속에서는 아무리 훌륭한 포도주 담그는 사람이라고 해도 한 방울의 즙도 짜낼 수 없는 듯했다. 그 눈속엔 무(無)가 있었고, 휴지(休止)가 있었고, 그리고 그것은 불멸 자체이기도 했다. 그러나 유다는 그런 눈을 원하진 않았다. 증오든, 사랑이든, 그 어느 쪽의 의미를 담은 눈을 원했다. 유다로서는 그 눈을 견딜 수가 없었다. 유다는 다시 한번 패배했다.

 유다는 있는 힘을 다해 발악적으로 일어나려고 했다. 유다의 손은 가냘프게 떨리고, 얼굴은 진땀으로 번뜩이고 있었다. 그리고 유다의 몸은 똥과 오줌으로 뭉개져 있었다. 유다는 그러나 몸을 꼼짝도 할 수가 없었다. 다만 쌕쌕거리는 목구멍으로 몇 마디의 말을 각혈할 수 있을 정도였다.

 “대체 무엇 때문에 다시 나를 찾느냐 말이오. 대체 무엇 때문에?”

 “…….”

 “당신은 저주받아 마땅합니다. 쌍십자가라도 당신에겐 오히려 부족했을 정도였소. 그래요. 부족했고 말고요. 로마 율법이란 건 엉뚱한 판결을 좋아한단 말야. 당신 같은 이는 십자가 대신 지하 감옥이 더 적당했을 것인데, 당신의 그 푸른 눈이 멀고 고름이 나고, 그 희디흰 손에 문둥병이 돋고, 그리고 당신의 그 냉정이 광란으로 변하고, 그리하여 골고다 언덕에 던져버려졌더라면, 당신이 참으로 메시야인지 아닌지가 판명되었을 것이오. 메시아라고 했더라도 지상적인 것에 굴복하였을 것인데…….”

 “…….”

 “아마도 당신은 배고픈 거지 계집애처럼 ‘엘리 엘리’나 찾다가 말았을 거요. 대체 무엇 때문에 나에게 왔습니까?”

 그러나 대답은 없었다. 유다는 더욱 지쳐서 거의 죽어가고 있었다. 땀도, 오줌도, 똥도 더는 분비되지 않았다. 커다랗게 뜬 사팔뜨기 눈만이 분노와 번민으로 이글거리며 많은 의미를 담고 위를 쳐다보며 숨가쁜 발음을 했다.

 “도대체 무엇 때문에?”

 그때에야 저 아스라한 높이로부터.

 “서른 세 개의 은을 받아가기 위해서니라.”

 하는 말소리가 들려왔다.

 “그, 그것이라면, 저…….”

 유다는 더듬거렸다. 그러다간 갑자기 빠른 말씨로,

 “저 사마리아 노파의 속치마 값으로 지불되어버렸소.”

 “그러나 나는 그것을 받아야만 하느니라.”

다시 저 아스라이 높은 곳으로부터 건조하기만한 음성이 들려왔다.

 “제기랄, 이제 와서 당신은 노예가 아니었다는 것을 증명할 셈인가? 아니면 나를 유대인의 왕을 삼을 생각인가?”

 유다가 ‘노예’라고 말한 것은 출애굽기 이십일장 삼십이절을 염두에 두고 하는 말이었는데, 은 삼십은 노예의 대가였던 것이다. 그리고 ‘유대인의 왕’이라고 한 의미는 왕의 백성에 대한 절대권을 강조하자는 의미도 되지만, 그보다 예수 당신이 노예가 아닌 이상 어떻게 유다 자기가 사고 팔 수 있겠냐는 것이었다.

 유다는 빙그레 웃기까지 했다. 물론 비웃음이었다.

 “나는 한 노예를 판 돈으로 한 나그네 여인의 수의 값을 장만했어. 그것은 나그네의 것이다.”

 ‘나그네’란 유대인, 또는 개종자로서 예루살렘에 와 있는 자를 말하며, 이방인을 포함시켜 말한 것은 아니었다.

 “그래도 나는 받아가야만 하느니라.”

 “랍비여, 더 이상 나를 괴롭히지 마십시오. 내가 당신에게 행한 일이 무엇입니까? 당신이 나를 번뇌케 합니다. 당신은 병자를 돌보는 의사가 아닙니까. 제발 혼자 있도록 해주십쇼. 혼자 있도록 두어달란 말이오.”

 “나는 서른 세겔의 은을 받아야만 하느니라.”

 “제기랄, 이제 와서 당신은 유대인의 왕이라는 걸 증명할 셈인가? 이 지상의 왕이라고? 그리하여 이 몸뚱이 하나 누일 곳마저 빼앗을 셈이오? 은 삼십은 저 노파의 수의 값으로 지불되었다는 말이오. 물론 이 집까지도 내 것이 된 거요. 당신은 이것까지도 뺏지 못해 안달이 났구려. 나에게 당신이 어떻게 했지요? 어떻게 했느냐 말요.”

 유다는 피골이 상접한 손을 모아 쥐었지만, 엿새나 굶은 몸뚱이에선 힘이 나질 않았다. 그러니까 성만찬 때-그 달 열나흘 목요일-빵 한 조각과 포도주 한 모금을 맛본 뒤, 아직껏 아무것도 목구멍에 넘기질 않았던 것이다.

 “당신은 나를 배반했었소. 그리곤 나로 하여금 당신을 배반하도록 충동시켰소. 당신은 ‘나와 함께 그릇에 손을 넣는 그가 나를 팔리라’하고 말하였소. 그러나 내가 어떻게 가장 존경했었던 당신을 배반할 생각을 꿈엔들 가져볼 수 있었겠습니까? 존경하지도 않으면서 덩달아 추종하는 그런 사내도 있을 줄 알았습니까? 하기야 존경과 ‘미혹’은 거리가 멀지요. 나도 그 미혹된 사람들 중의 하나였을 테니까요. 나는 결국 당신에게서 실망하고 말았습니다. 하여튼 당신은 왕이 아니고, 미혹자라는 걸 맨 처음으로 안 것은 나였소. 그것도 당신이 일깨워준 덕분이었지만, 하필 당신은 왜 나를 택했는지 지금도 그것이 의문이오. 하기야, 당신은 언제까지나 당신을 지속하기에는 너무도 벅참을 느꼈을지도 모르지요. 서른셋의 나이로서는 너무나 피곤을 잘 느꼈고, 침묵이 많았습니다. 자, 이제는 제발 떠나주시오. 난 신경이 이상해졌습니다. 배반자들끼리만의 회합이란 언제나 숨막힐 듯하다는 것을 알겠지요? 이제 우리의 거래는 끝났습니다. 당신의 시인적인 기질이 당신을 비극적인 인물로 만들긴 했지만, 하여튼 선지자 이사야에 의한 당신의 자기 도취는 만족되고도 남았을 것입니다. 언젠가는 당신을 두른 두터운 껍질이 벗겨지고, 가난하고 비참한 한 알몸뚱이가 나타나긴 할 거요만……. 어찌 되었든 내 수중엔 서른 세겔의 은이 굴러 왔습니다. 그것은 이제 내 것도 당신 것도 아니게 되었습니다만.”

 “나는 내 것을 받으려 하느니라.”

 유다는 더 이상 말하지 않았다. 너무 많이 말했고, 너무 지쳤고, 굶주렸다. 뿐만이 아니라, 그와 이야기하는 중에 자기의 영혼이 저장해두었던 기름을 모두 빼앗긴 듯했기 때문이었다. 그래 견딜 수 없게 되어 눈을 감아버렸다.

 그때 동창이 훤히 밝아오고 있었다.

 유다가 기력을 다해 다시 눈을 떠보았을 땐, 자기를 바라보던 눈도, 이마 위의 손도, 목소리라고 느꼈던 어떤 음향도 어느 사이엔지 없어진 때였다. 유다는 그것을 알곤 미미하게 웃었다. 승리나 패배를 초월한 것이었다.

 “아깐 확실히 신경이 이상했었어. 신경과 나와의 사이엔 상당한 거리가 있는지도 몰라.”

 그땐 유다의 눈도 서서히 변해가던 중이었다. 의미가 하나씩 하나씩 바래버렸던 것이다.

 유다는 불현듯 생각난 듯이 기력을 다해 노파의 몸뚱이를 살펴보았다. 피가 그녀의 옷과 살을 온통 뒤덮고 있었다. 다음 순간 유다는 약간 경련을 일으켰다. 그녀에게서 아까 보았던 것과 흡사한 두 눈을 발견했기 때문이었다. 몇 올이 머리칼이 눈자위로 늘어져 있었다.

 그 눈은 아무 의미도 기력도 없는 죽음의 강 건너편 저쪽 마을 사람의 눈-그것은 투명하긴 했지만 끝간데 모를 심연을 가진 눈, 그러면서도 폐쇄되어버린 눈, 유다는 또 한번 웃는 것 같지도 않게 웃었다. 그리곤 고개를 돌려, 동쪽 창턱에 아침이 감빛으로 밝아져오는 것을, 그 창의 찢어진 구멍을 통해서 푸른 하늘이 엿보이는 것을 무슨 구원이나처럼 바라보았다. 밖에선 참새들의 지저귀는 소리가 니산달-사월-의 명랑한 아침을 찬양하는 듯했다. 유다는 그 모든 것을 즐거운 마음으로 보고, 듣고, 느끼고, 상상했다.

 “참 즐거운 아침이 시작되는가본데. 숨쉬고, 느낀다는 것은 참 즐거워.”

 유다는 빙그레 웃었다. 어떤 승리감 같은 것을 느낀 때문이었다.

 “정말이지 얼마나 즐거운가, 이 지상의 이 고요한 아침은…….”

 하지만 형언할 수 없는 오뇌와 갈등과 피로, 그리고 엿새 동안이나 굶은 그로서는 더 이상 버티어낼 수가 없었다. 점점 의식이 희미해져가는 것을 스스로도 느꼈다.

 “참으로 견디기 어려운 지옥이었어. 그래도 나는 회피하지는 않았었던 것 같다. 단념도 하지 않았어……. 나는 이 지옥을 제법 잘 영위했던 사람이란 걸 자부할 수 있을 것 같다. 암, 그렇고말고.”

 유다는 희미해져 가는 의식으로 상념에 잠기면서 자기가 모아온 ‘꿀과 의미’에서 몇 방울의 정수를 걸러내려는 모양이었다.

 “나는 무엇이든 똑똑히 보아두었어. 나는 이제 비방을 받아도 좋고 욕지거리를 받아도 좋다는 생각이 든다. 이젠 나의 지옥도 끝이 났을 거야. 나는 지금 물밀 듯한 행복 속에 누워 있는 것 같다. 하여튼 무엇이든 끝까지 똑똑히 보아두어야지. 물론이지.”

날이 완전히 밝아졌다. 힌놈의 골짜기의 등성이로 아침 햇살이 춤추며 찾아들었다.

 “랍비여, 진정으로 원하신다면, 삼십 세겔의 은을 거두어주십쇼. 이제는 거두어주십쇼.”


 그로부터 스무닷새나 지난 해질녘에, 욥바 항에 살고 있는 한 구두쇠 장사치가 예루살렘까지 행상왔다. 그곳에서 하룻밤쯤 묵을 생각으로 들렀었는데, 거기서 그는 끔찍한 광경을 보게 되었다. 그는 마을을 찾아 고갯길을 어슬렁어슬렁 넘다가 우연히 그 집을 발견하고 들렀던 것이다. 거기서 그는 한 노파가 옷이 갈기갈기 찢겨 하반신을 전부 드러내고 죽어 있는 것을 보았고, 또 한 사내가 죽어져 있는 것을 보았다. 그 사내 역시 바짓가랑이가 짖겨 하반신을 노출하고 있었는데, 웃옷의 단추가 모두 열려 거의 알몸뚱이나 같았다고 한다.

 “처음엔 큰 구데기인지 몸뚱이인지 구별할 수가 없을 정도였어요. 하여튼 구데기 뭉치가 그 사내의 배때기에서 술에라도 취한 듯이 꾸물거렸으니까요. 그런데도 그 사내는 웃는 얼굴을 하고 있었어요. 물론 바짓가랑이가 찢어진 그 사이로 그 해괴스러운 고깃덩이가 나와 있었는데, 그놈이 그 노파의 가랑이를 보고 뭐라고 이야길 했던 게지요? 하기야 노파의 가랑이는 피투성이였지만 말예요. 그렇지 않다면 무엇이 우스워서 숨이 넘어가게 웃겠어요. 그 사람 웃다가 숨을 못 돌린 거 같습네다. ……창잔지 그건지 구별이 잘 되진 않았지만……. 나는 그냥 쏜살같이 도망쳐 나온 걸요. 무서워서 견딜 수가 없었어요.”

 ‘이 일이 예루살렘에 사는 모든 사람에게 알려지게 되어 본 방언에 그곳을 이르되 아겔다마라 하니 이는 피밭이라는 뜻이었다.’

 (그리고 어느 때 누구의 손으로 된 것인지는 몰라도 그 움막집 사립문 한쪽 기둥에 ‘가롯 유다’라는 문패가 걸리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