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적 2

-법정 스님의 입적에 부쳐-

                   

            김세형



죽음이 티 없이 맑다

남아 있는 것이라곤 일체 미진도 없다

한 티끌이 온 우주를 머금고 있다고는 하나

그에겐 한 티끌도 남아있질 않다

삶이 티 없이 맑았으니 죽음 또한 티 없이 맑다

청정법구다

아니, 청정 하늘이다

입적을 뒤적거리지 마라

입적은 있었으나 흔적은 없다

흔적이 없는데 사리인들 남아있겠느냐

그의 흔적을 찾지 마라

그는 본래 온 바도 간 바도 없는 卍行이었나니

그를 찾는 자 제 자신을 잃으리라

간 밤 호수에 빠진 달을 보고 컹, 컹, 개처럼 짖지 마라

고개 들어 청정 하늘이나 올려다보라

네가 거기 있지 않느냐









               






 

어느 주례사


              김 세형



피고 두 사람의 죄목은 사랑!

두 사람의 사랑의 죄가 심히 막중하여

두 사람의 자유를 영원히 박탈하지 않을 수 없음!

피고 두 사람을 종신형에 처함!

부디 두 사람은 사랑의 감옥 안에서 

검은 머리가 파뿌리가 되도록

딴 짓 하지 말고 착실히 모범수로 살아갈 것!

때때로 지지고 볶고 살아갈지라도

탈옥은 아예 꿈도 꾸지 말 것!

만약 수형 생활을 착실히 해나가다

서로가 못 견디게 지겨워져

돌이킬 수 없이 서로를 혐오하게 되면

두 사람은 즉각 감옥 안에서 석방된다는 점에 유의할 것!                  

종신토록 함께 살아가려면

두 사람은 사랑의 감옥 안에서 서로

쉼 없이 사랑의 죄악을 저지를 것!






약력-2005년 불교문예봄호로 등단

저서-모래인어』『사라진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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