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박데기 밥상

 

최기종

 

어깨 아픈 아내를 대신해 밥상을 내었다.

아내의 웃음 한 줌 받아낸다고

깐에는 큰 맘 먹고 밥상을 차렸다.

밥은 밥통 속에 있었고

국은 가스렌지에다 데우면 되었고

찬거리도 줄줄이 냉장고에서 기다린다.

하나씩 꺼내어 덮개만 벗기고 밥상에 올렸다.

하! 이렇게도 수월한 걸 몰랐네.

1식8찬에다 국물까지 보탰으니

상다리가 휘었다고 자찬하면서

아내를 깨워서 밥상머리 앉혔는데 이제

아내의 칭찬이 눈처럼 내릴 거라고 '룰루랄라'하고 있는데

뜻밖에도 아내는 눈도 주지 않고 푸념일색이다.

이거 구박데기 밥상이구만.

어제 먹던 걸 그대로 내면 어떠케에?

이거야 칭찬은 고사하고 돌무더기만 와르르 무너져내린다.

 



밥상을 차리면서

 

최 기 종

 

간장 한 종지 내는 데도

피와 땀과 눈물이 들어간다.

생선 발라 드시던 어머니의 웃음이며

무시밥 팍팍 비벼 먹던 사랑님이며

입 삐척거리며 콩조림 뱉어내던 아들내미며

깨소금내 풀풀 핑기던 딸내미 모습이 어른거린다.

 

삼색나물 묻혀 내는 데도

빛과 소리와 향이 스며든다.

조물조물 바삐 움직이는 손놀림 따라

데쳐낸 음표들이 소리를 내고

금이 되고 은이 되는 색깔이며

향내가 소복소복 봄산을 이룬다.

 

뒷모습 그대로 종종거리면서

손을 놀리고 도마를 치고 불을

댕기면서 일용할 양식을 준비하는 데

기본 찬거리만으로도 세상은 광활했고

호화판 잔치상 상다리가 휘어도

세상은 초근목피, 보리고개처럼 빈약했다.

 

된장찌개 한 뚝배기 끓이는 데도

행주치마 저고리 다 젖는다.

세상에서 가장 귀한 자리를 만든다고

세상에서 가장 질긴 끈을 잇는다고

손으로 발로 가슴으로 차려 놓은 밥상 위에

복숭아꽃, 살구꽃 활짝 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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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경강> 동인, <목포작가회의> 활동.

교문창 회원시집『대통령 얼굴이 또 바뀌면』에 작품 발표<1992년>

시집『나무 위의 여자』, 『만다라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