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박 앞에서>

 

올해도 어김없이

말복은 왔다.

때가 다 영글도록 아직 난,

한조각의 수박도 입에 대어 본 적이 없다.

텔레비전 영상에 비친 수박 빨리 먹기 시합에

경기驚氣들린 듯 움츠려드는 미간眉間

그 틈새로 거꾸로 매달려 돌아가는 시계

시계 속엔 진땀보다 더 끈적거리는 시대時代가

허우적거리다

허우적거리다

윤간輪姦으로 실신해 가는 강물처럼 파닥인다.

마침내 수박에선 붉은 피 흐르고

노을 닮은 선홍빛 영혼들이

상념想念의 강江에 나와 바람을 쐰다.

수박이 꼭지부터 말라간다.

2천 십년의 말복은

또 그렇게

속절없이 지나가나 보다.

 

<流星처럼 遊星이 되어>

 

초저녁

서녘 끝자락

붙박이 별 하나

개밥바라기

그대가 아니어도

아니 그대가 아니길

천번만번 빌고 또 빌어

마침내 서럽지 않을

流星으로

遊星처럼

흐르다 떠다니고

떠다니다 또 흐른다.

올 때도 흘러들어 왔으니

실컷 떠다니며 노닐다가

흘러나 가버린들 또 어떨까

바랑이나 지팡이만 있으면

그뿐

무얼 또 바랄까

流星처럼 遊星이 되어

무수한 붙박이들

按酒삼아

安否나 물어나 보며 살면

될 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