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함께 살아가면서 서로 닮는 것일까?

  남편과 결혼해서 시댁 마을에 살 때, 그 마을 사람들은 우리 내외를 보며 모습은 물론 목소리까지 닮았다고 입버릇처럼 말했다. 만난 지 스물다섯 해가 흐른 지금도 풍기는 이미지가 너무 똑같다는 말을 주위로부터 듣는다. 그 말이 그다지 싫지는 않다. 그러나 닮긴 닮았다고 말하며 꼭 덧붙이는 말은 ‘알고 보면 너무나 대조적인 사람들’이라고 우리 두 사람의 취미나 특기를 거론하곤 한다.

  결혼 전에는 남편이 나와 비슷한 사람이라고 생각했었다. 조용하고 차분한 말투나 행동을 보며 은연중에 우리는 오누이처럼 닮았다고 느꼈다. 그러나 취미만큼은 서로가 많이 달랐다. 남편이 학교를 졸업하고 직장 갖기 바쁘게 직장의 축구팀에 가입 할 때까지만 해도 단순히 ‘축구를 좋아하나 보다’고 가볍게 넘겼었다. 그런데 주말은 물론 평일에도 시간만 되면 남편은 축구장으로 향했다. 텔레비전에서 스포츠 장면이 나오면 채널을 다른 곳으로 돌릴 정도로 스포츠엔 관심조차 없던 나는 그저 신기하게 바라보았다. 축구장을 찾는 것도 젊어서 한 때일 것이라고 스스로를 위안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취미가 아니라 그것에 완전히 빠져서 주말마다 나를 게임 치르는 경기장으로 데리고 다녔다.

  갈수록 운동장에 가는 것이 귀찮아졌다. 시원한 나무 그늘에 앉아 시도 때도 없이 가져다주는 음식을 먹기만 하면 되는데도 때로 짜증스러웠다. 여행을 좋아하던 나는 경기장을 따라 다니며 짜증스러울 때마다 '여행'을 하는 것이라고 마음을 달랬다. 축구경기도 내 마음 내키는 대로, 보고 싶을 때만 쳐다보고 먼 산 바라보기를 즐겼다.

  어느 때 부터인가 공을 차지한 남편이 보이기 시작했다. 남편이 상대팀에게 공을 빼앗길 때에는 나도 모르게 애가 탔다. 때로 골을 넣은 남편이 자랑스러운 듯 내 쪽을 바라보면, 손을 크게 흔들어 나 역시 기쁘다고 표시하였다. 텔레비전에서 스포츠 중계 해 주는 것을 편안히 앉아 보게 되면서부터 시간 되면 응원하러 오라는 남편의 말 한마디에 혼자서라도 운동장의 관중석에 앉아 응원을 하였다.

  태어나서 지금껏 육지의 한가운데에 살아 멀게만 느껴지던 바다. 나는 슬며시 바다가 보고파지기 시작하였다. 친선 게임하러 울진에 갈 적마다 맛보기로 살짝 들렀다 오는 바다는 늘 나를 갈증 나게 하였다. 우연히 가보게 된 통영의 남망산에서 바라 본 새파란 바닷물과 평화롭기 그지없어 보이는 한산섬은 나를 황홀경에 몰아넣었다. 그 후로는 근처를 지날 때마다 그곳에 들렀다.

  바람이 세차게 불어 우리 가족이 다 날아갈 것만 같았던 울산의 '대왕암'도 잊을 수 없는 곳이며, 그 근처에 있는 강동 방파제는 물이 깨끗하고 물고기도 잘 잡히며 아늑해서 틈날 때마다 우리 가족이 낚싯대 들고 찾는 곳이 되었다.

  바다로 향하기 시작하면서 남편도 축구 뿐 아니라 낚시와 여행을 즐기고 있었다. 나와 큰아이가 '먼 산 바라보기'가 취미라면 남편과 둘째 그리고 막내는 조개를 캐고, 게 잡고, 낚시하는 것이 취미였다. 서로간의 취미는 달라도 바다로의 여행은 함께 즐길 수 있기에 몇 년 동안 운동장과 바다만 찾았다.

  서로에게 익숙해진다는 것, 서로에게 길들여진다는 것은 더없는 불행이라 여겼었다. 끌려가지 않으려고 발버둥 쳤음에도 어느새 가까이 다가섰음을 알았을 때에는 심한 자책으로 며칠이고 밤잠을 설치기도 했다. 그러나 나는 안다. 좋은 사람과는 끝없이 비슷해지고 싶고, 같아지고 싶은 것이 순수한 인간의 본능인 것을.

  남편은 요즘, 전에 내가 그랬듯이 전망 좋은 우리 집 앞 베란다에 자주 나간다.

  "뭘 그렇게 바라보는데?" 전처럼 묻지 않는다. 내가 그랬던 것처럼 그도 창밖 먼 곳을 응시하기도 하고, 먹으려고 떠 온 지하수를 화분에 골고루 부어 주기도 한다.

  뒤쪽으로는 폭 넓은 냇가가 휘돌아 흐르니 여유로워 좋고, 앞쪽으로는 아득히 바라다 보이는 곳에 크고 작은 산이 빙 둘러 앉은 우리 집. 바로 앞의 마을을 감싸 안은 평온한 모습이 한눈에 들어와서 좋다고 모두가 한목소리를 내는 우리 집의 앞 베란다. 큰 소리로 싸우고 나서도 함께 앞 베란다에 서면 어느새 한 마음이 되고 마는 우리 내외. 서로에게 상처를 주고, 상처 받으면서도 같은 빛깔로 물들어 가는 것이 부부인가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