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의 경전

 

애당초 출발은 위대했다

오늘을 넘기면

달력 한 장 또 찢는다

 

지난 해 역시 내 몸속에

제대로 된 경전 하나

마음 비워 모셨는데

뜻을 이루지 못했다

 

해마다 거룩한 해맞이의

상투적인 인파에

굽이쳐 돌고 돌아

신의 뜻과 인간의 바램이

피라미드를 만들면

 

비로소 현실로 다가 올 듯

늘 긴장하는 각오는 새로우나  

그저 쓸데없이 빈 가슴으로

또 한해를 넘긴다

 

마냥 그럴 수도 없는 노릇

이런 젠장 몸 따로 마음 따로

 

 

  

계절의 경계

 

붉게 물든 계절의 몸부림은

마지막 시월의 밤을 보내는

아름다운 이별일 것이다

 

겨울로 가는 파리한 길목

하얀 세상 계절의 변신

좁은 문을 관통한 삭풍이

색동 옷 무늬를 깔고

투명한 자국을 새긴다

 

빛 고운 그들이 가면

자작나무 회초리가 운다

알몸으로 문지방을 넘을 때 마다

나목의 목을 어루만지며

월색을 몰고 간다

 

계절의 저편에서

유혹의 손길이 뉘우침으로

몰캉한 그들을 달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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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남기:경북 영천 출생

       2014<문장21>등단/<문학광장>신인상

       한국문협 경북 지회 회원/영천문협 편집국장

       격월간<문학광장>시분과 심사위원.편집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