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미술가의 그림을 경매하다


 

 

 

죽은 유명 미술가들의 그림이 미술관 전시실에 걸렸다

죽은 미술가는 옥황상제의 허락을 받고 전시실에 와서

손님을 맞고 그림을 사려는 사람과 흥정 했다

이승에 좋은 작품을 남겼던 미술가의 작품들이 인기가

여전히 좋아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미술가는 죽어서도 돈 벌어 저승으로 가져갔다

저승 왕실의 재정은 죽은 미술가처럼 그림을 경매하거나

죽은 작가의 문학관 입장료와 묘지의 입장료,

죽어서도 계속 팔리는 책의 인세로 충당하였다

 

죽어서도 저승에서 돈을 버는 미술가와 작가들은

옥황상제의 배려로 창작 활동을 이어 갔다

저승에서도 미술가들은 그림 전시회를 열거나

시인과 작가는 책을 발간하거나 시화전을 열었다

이승에서 배가 고팠던 시인들은 배고프지 않고

마음껏 쓰고 싶은 시를 썼다

 

그대, 미술관의 경매에 있는 날엔 그곳에 가 보라

수많이 죽은 화가들이 그림 경매를 핑계로

이승에 소풍을 와 저승엔 없는 밥과 술 먹고

나중에는 퍼질러 앉아 노래도 부르다가

경매가 끝나면 돈 가방을 들고 유유히 사라짐을 보라

 

 

 

 

교도소와 봄꽃들

 

 

 

교도소 밖 들녘에 매화꽃들 피었다

매화는 겨우내 교도소 안의 교화 수업을 엿들어

진리와 정의의 의미를 담은 꽃을 피워 냈다

주위 산에서 산목련도 교도소의 기운을 받아

희디 흰 죄수복 입은 소년범처럼 활짝 웃으며 피었다

이름 없는 꽃들은 죄수들 이름을 하나씩 받아

꽃이 질 때까지 가슴에 달고 살다가 땅속에 묻혔다

 

봄꽃들은 일제 강점기에 교도소가 세워 진 후

독립운동과 노동운동 하다 입소한 사람들,

해방 후 좌익운동 하던 사람들에게 희망과 기대를 전했다

4.19 혁명 때와 유신시대의 봄에도 정치범들 위해

봄의 기운과 향기를 전해주었다

민주화 위해 애쓰고 노동운동을 하다 붙잡힌 일들에게

진달래는 붉은 희망을, 매화는 삭인 미소를 전했다

학원의 민주화를 위해 애쓰다 투옥된 학생들에게는

개나리는 싱그러운 젊음과 패기를 보여주었다

 

지금, 봄꽃들은 교도소에 사상범이나 정치범이 없어지고

생계 위해 죄를 짓거나 경쟁에서 낙오한 소년범 없어

교도소가 허물어질 날을 셈했다

대신 그 자리에 뿌리 내릴 꿈꾸며 향기를 세상에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