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움 


 

 모처럼 당신을 본 날, 내 마음속에 심어 놓은 당신의 나무에 단비가 내렸습니다. 한 달은 견딜 자신이 생겼습니다.

 

 

 

 부끄러운 시

 

 

스스로 원해서

나는 흑염소 한 마리를 먹었다

기운 내서

힘찬 생활을 하려고

한 마리 먹었다

아내가 대신

흑염소 한 마리

팩에 담아 데리고 왔다

슈퍼에서 라면 사듯, 아니면

치약 사듯

그렇게 사서

먹었을 뿐인 것을-

나는

흑염소를 죽이지는 않았다!

 

애당초 네 몫까지

살려고 한 것은 아니었지만,

흑염소야,

너를 다 먹고도

무기력하기만 한 나!

달라진 게 없다

미안하다

나 대신

다른 사람이 먹었다면?

정말 미안하다

흑염소야

 

 

 

오형근

1955년 서울 출생. 1978년 《시문학》주최 전국대학문예 시 당선, 1988년《불교문학》과 2004년《불교문예》로 등단. 시집 『나무껍질 속은 따뜻하다』,『환한 빈자리』, 『소가 간다』등이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