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치 위에 잠든 꽃

 

 

누가 버리고 갔을까

 

멀리서 보면 죽어 있는 듯

투명 비닐 관 속에 붉은 장미 한 송이

 

햇살 드는 공원 벤치에 쪼그려 앉아 자고 있다

 

처음엔 대가 굵고 푸르렀을

도심의 골바람이 스치고 간 뒤

목 줄기부터 거뭇해져 햇살 앞에 눈 들지 못하는 꽃

덥석 안아다 수반 위에 뉘이고 물을 주었다

 

다시 얼굴에 붉은빛이 돌아오고

슬픈 향기 때문일까

멀리서 보면 울고 있는 꽃

가까이 가면 지나온 길도 잊고 우는 듯 웃는 꽃

 

콧잔등에 이슬 송송 샹들리에 불빛 켜고

방 안이 온통 환하다

 

 

  

 

Me Too


 

 비에 젖어,

 

여기저기 환하던 봄 동네 누구나 걸터앉아 쉬어가는 꽃그늘 목련 아파트 방마다 벼락이 떨어져 합선인가 불이 번쩍하더니 눈앞이 캄캄해 옵니다. 목련 하얀 얼굴이 시퍼렇게 질려 Me Too, 밑동 넓은 엉덩이에 검은 뱀이 스멀스멀 기어올라 밤이면 무서운 꿈에 가슴 쓸며 눈을 뜹니다. 스쳐 지나가는 바람에도 화들짝 놀라 Me Too, 벼랑 끝에 매달린 꽃들이 높은 가지에서 뛰어내립니다. 바닥에 떨어져 파닥거리는 하얀 속살, 속살들 울음을 들추며 아무렇지도 않게 짓밟고 살았습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환호하는 갈채 소리에 절벽을 뛰어내리는 하얀 목련

 

거뭇거뭇 타들어가는 가슴을 보면 미안하기 그지없습니다.

 


 

 

최순섭_대전광역시출생. 1978년『시밭』 동인으로 작품활동 시작. 시집으로『말똥,말똥』등이 있음. ()환경신문 에코데일리 문화부장, 경기대, 동국대, 이화여대 평생교육원 출강, 한국가톨릭독서아카데미 상임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