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로 가는 길

            

너저분한 회색빛 오늘이 안쓰러웠나 보다
꽃 하나 홀로 빨개져 어스름한 발걸음 위로 핀다
피어난 자리에 마른 오늘의 부스러기가 떨어지면
보슬보슬 비가 저녁을 짓고
물먹은 바람은 밤으로 익을 준비를 한다
밥솥 알람 같은 소리가 하룻길 두통을 날리고
더 깊은 오늘을 아구아구 먹어갈 테지
먹힌 오늘이 깊은 안식같이 소화된다
하루 동안 수고한 눈 밑으로 밤이 쏟아진다
포식의 나른한 시선 끝에 매달린 꽃 하나
회색빛이 두려워 후다닥 사라져 간 저 문은
그대로 있으라는 건지 들어오라는 건지
삐걱거리는 여닫이의 선택으로 흔들리고 있다

문 너머 빨간 꽃,
물음표였다가 느낌표였다가 매혹의 점 찍고서
내일이 오기 전까지 나를 유혹할 기세다

 

 

, 내리다

         

 

낯익은 비가 내리면

모든 것 다 뿌리치고

커피 내릴 준비를 한다

 

세상 소리 모두 숨을 죽이고

투닥투닥 터지는 빗소리만 남으면

새액쌕 물 온도 높여가는 커피포트에

흥얼흥얼 빼쭉한 입반주를 얹어

똑똑 마음을 내린다

 

찰나의 행복일지라도

나를 내리고 너를 높여

세상 가장 작은 평상심이

안으로 욕심껏 스며들게 한다

 

, 내리는 날이면

세상 것 모두 내치고서라도

커피 한 잔에 깊게 내려진

마음 한톨 휘휘 저어 마신다


약력 :

   2017. 1 격월간 문학광장 부문 등단

   2017 황금찬 문학제 오이도 시화전 참여

   2017 문학광장 하계 백일장 은상, 즉석시제 은상 수상

   2017 상주동학농민 기념문집 참여

   2017 문학광장 한국문학 대표시선(5) 참여

   2017 계간 문장21 겨울호(39) 참여

   2017 국민예술협회 인천미술전람회 시화 부문 특선, 입선 수상

   2018. 2 (봉놋방 엔솔로지) “씨앗, 꽃이 되어 바람이 되어” 공저

   2018. 5 6 황금찬문학제 시화경진대회 우수상 수상

   2018. 5 13 빛창공모전(한줄시) 최우수상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