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탑의 이력

 


 

 

팔공산 갓바위 오르는 길

돌무더기 여럿 서 있다

 

산에 오르다 볼 일 급해

길섶에 숨어 해결하고 돌 몇 개 덮어 두었는데

몇 달 후 그 자리에

커다란 돌탑 하나 서 있고

주변에 크고 작은 돌탑 여럿 더 서 있더라는 말

자꾸 생각나

돌탑 향해 합장한 사람들 쳐다보며 속으로 웃다가

그 간절함 비웃은 내 마음 꾸짖는다

 

돌덩이 하나 올릴 때 마다

누군가의 기도와 염원 쌓이고

돌탑의 뼈 더 굳건해졌을 것인데

누가 감히 이 돌탑의 이력

비웃을 수 있을까

 

흰나비 한 마리 날아 와 앉았다가  

탑을 물고 날아간다

 

 

 

신혼부부


 

 

구순 아버지

팔순 엄마 깨 볶는다

 

엄마가

~ 여봉~

하고 콧소리 빵빵 넣어 부르면

아버지가

~ 왜 불러~

하고 장단 맞춰 대답하고

 

어찌나

죽이 척척 잘 맞는지

그 모습 보고 있던 딸들

배꼽이 달아난다

 

육십 년 세월 함께 산다는 건

오장육보 다 꺼내어 놓고

서로에게 스며들어 둘이 하나 되는 일

 

서로를 오래오래 고소하게 볶아

감칠맛 나는 참기름으로

한 병에 담기는




곽도경/

계간 시선으로 등단

시집/ 풍금있는 풍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