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수수에게 

 

칠월 초이레 의성 장날

전통시장을 돌다 김이 무럭무럭 나는

막 찐 옥수수를 보았다.

손바닥만한 시장 한 바퀴 돌고

마늘을 파는 난전으로 걸음을 옮기고서야

옥수수 몇 개 살 걸

아득하지 않은 어린 시절이었다.

마늘 세 접 남짓 캔 텃밭 주변으로 옥수수는 무성해

이웃집으로 가는 길과 경계 지으며

날개 달린 풀벌레들의 안식처가 되었다.

옥수수 대는 아기 업은 모습으로 땀 흘리다

여름 중턱에 옥수수를 내려놓았다.

마당에 내건 무쇠 솥에서 옥수수는 익어가고

울타리를 타고 오른 호박꽃, 나팔꽃은

하오 햇살에 시들시들했다.

점심과 저녁 매미 울음 자지러지는 사이

가족의 맛있는 참이 되었던 옥수수

올 한 해 먹을 머드러기 마늘 두 접

전통 시장 난전에 잠시 두고

옥수수를 사러 시장을 다시 한 바퀴 돌다

식당 한 곳 들러 춘산 막걸리 몇 통 쓰러뜨리며

정치에 열을 올리는 노인 이야기에 귀 기울이다가

한 봉지 산 따근 따근한 옥수수가

시계를 거꾸로 돌리다 멈춘 것 같은 고향으로

처마 밑 씨 옥수수는 내년 봄을 바라보며 말라 있고

뻥튀기도 한 자리 했던 시골 집 주변으로

옥수수 줄기들이 쑥쑥 자라

슬며시 나를 당기고 당긴다.

쇠죽에 썰어 넣은 옥수수 대에서 군내도 풍겼던

사라져 더 그리운 고향 마을 옥수수

십 년 후에도

또 다른 장터에서 쑥쑥 자랐으면 좋겠다.  



 

파리

 

여름 오후 의자에 앉아 잠을 청한다.

달콤한 낮잠이 스스로

바퀴달린 의자 미끄러지듯 잠에 떨어진다.

윙윙윙

파리 한 마리 잠결 날갯짓으로

얼굴 한 곳 앉았다가

무심한 손사래에 다른 곳으로 날아갔다가 되돌아온다.

낮잠에 날개를 펴고 착륙과 이륙을 시도한 파리는

활공으로 낮잠을 끌어내린다.

대낮의 파리 한 마리

무의식의 영토에서

전원 버튼을 진동으로 누르고

낮잠을 갈퀴질 한다.

이놈 새끼, 저리 꺼져!

 

 

 

하재영 : 1990년 《매일신문》 신춘문예 시 당선, 시집 『별빛의 길을 닦는 나무들』, 『바다는 넓은 귀를 가졌다』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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