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상 6

-기억하라



당신은 지옥에 가 보았는가

남자들은 전쟁터가 지옥이었다고 전했다

소녀들은 지옥보다 더 견딜 수 없는

일본군 위안소에 끌려갔다


소녀들은

친구 집에 가다가 납치당했다

어머니와 장에서 생선 팔다가 강제연행되었다

공장에 취직시켜준다고 속여서 데려갔다


소녀는 어린 여자아이였다

초경도 치르지 않은 소녀였다

얼굴에 솜털이 보송한 어린아이였다

열세 살, 열네 살 여자 아동들이었다.


소녀상을 치우라고?

왜?


너희들이 저지른 범죄가 떠오르는가

소녀상을 볼 때마다

군위안소가 떠오르는가


전쟁터마다 위안소를 설치하고

조선의 딸들

소녀들을 끌고 간 기억이 떠오르는가?


소녀상을 치우라고?

초경도 치르지 못한 소녀들을 잡아다가

지옥의 고통보다 더한 고통을

하루에도 수십 번 고통에 처 녛은

일본군.


역사를 지우고 싶다고

역사가 지워지는건가?


보아라!

이 나라 방방곡곡에 여자들이 태어나고

남자의 딸들이 태어나고

남자의 손녀들이 태어나는데

어찌 역사를 지울 수 있으리


거리마다 노랑노랑 소녀들이 걸어가고

초록초록 소녀들이 뛰노는데


감출수록 냄새나는 너희들의 범죄를

어찌 지울 수 있으리.


얼음보다 차가운 사실을,

먹물보다 선명한 역사적 사실을

어찌 지울 수 있으리


위안소의 성범죄는

너무나 명백하여 가릴 수 없으리라


기억하라 나를 기억하라

기억하라 어린 소녀들을 기억하라


지옥보다 더 고통스런 위안소의

어리고 어린 소녀들의 비명을 기억하라

노랑 소녀들을 기억하라

초록빛 열네 살 소녀들이 겪은

폭력을 기억하라



권순자/경주출생. 경북대학교 사범대학 영어교육학과와 국민대학교 교육대학원 영어교육학과 졸업. 1986년 <포항문학>에 「사루비아」외 2편으로 작품활동 시작. 시집으로 『우목횟집』『검은 늪』』『낭만적인 악수』『붉은 꽃에 대한 명상』『순례자』『천개의 눈물』『Mother's Dawn』(『검은 늪』의 영역시집) 등이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