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울에 산에 오르다

 

 

 

 

 

국내 휴가를 받아 고국에 가서 산에 올랐네

한겨울에 바다로부터 불어오는 세찬 바람을

산은 막아 시내에 들어가지 않게 했네

모든 생물은 지상과 지하에서 동면을 했네

 

사계절 구분이 없는 적도 지방에는 겨울 또한 없네

거의 모든 산에는 밀림이 있으며 사나운 짐승이 많아

아무도 들어갈 엄두도 내지 못하네

12월에도 온 산과 들녘은 파란 물결로 넘실댔으며

내 피도 온통 녹색으로 바뀌었네

 

산에 이국에서 만들어진 내 푸른 피를 흩뿌리자

몇 개의 개나리와 진달래 줄기에 꽃 피었네

산을 내려오다 산사로 향했네

내 푸른 혈관을 따라 가야만 그곳에 도착할 수 있네

석가모니도 보리수나무 아래에서 수도를 끝낼 즈음엔

몸속의 피가 푸른색으로 바뀌었다는 일화가 있었네

 

산사는 여러 채의 신축 건물이 이미 들어섰으며

다시 얼마나 더 건물이 지어질지 모를 일이었네

목어를 때리는 바람은 등뼈가 시려 울어댔으며

부처에게 절하는 신도들의 기도는 하늘로 올랐네

 

내 혈관에선 푸른색 피가 붉은색으로 바뀌어갔고

 

 

 

 

 

 

 

 

수빅시 해변을 달리다.

 

 

 

휴일 저녁에 수빅시 해변을 달렸네

해변을 달린다는 것은 바다 위를 달린다는 것,

일년내내 열리는 야자수 나무를 따라

노을을 바라보며 식사하는 사람들 지나고

호텔 수영장에서의 사람들 지나 달렸네

 

해변을 달린다는 것은 우주를 항해하는 것,

무수한 별들을 지나고 우주의 길을 달린 후

지구에 돌아 온 내 나이는 지금과 같았네

아내는 이미 고향의 별로 돌아갔으며

아이들은 노인 되어 바닷가를 걸었네

 

다시 달리던 내가 백발인 아들을 지나쳤으나

쳐다보지 않고 자식들과 야외식당으로 들어갔네

머리를 검게 염색했지만 주름이 많은 딸은

달리는 나를 한참 바라보다 눈물을 훔치고는

자식들에게 무슨 이야기를 들려주며 걸었네

 

해변을 달린다는 것은 철저하게 고독하다는 것,

이국에서 혼자이며 우주에서는 미아가 된 내가

습관적으로 매주 해변을 달렸네

바다 위 달리며 섬들을 곳곳에 만들었고

사라지질 않을 땀을 길 위에 뿌려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