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넓은 귀


 

 

 

모두가 죽어가는 들판에서

 

하늘만 바라보고 사는 꽃들이 수런거리는 가을이다

 

슬픔보다 어둠이 깊어

 

새벽은 더 멀리 물러나 뉘를 사랑하고 무엇이 문제인지

 

사는 게 저리 힘들어…

 

시시콜콜 꽃들이 던지는 말 혀 꼬리 돌돌 말려 흐려질 때

 

지상의 주파수만큼 간절한 귀들이 울고 있다

 

하늘은

 

파랗고 드넓은 접시안테나

 

천지에 없는 귀 있는 귀 다 열고

 

가만가만 들어주고 있다

 

 

 


 

 

호프집


 

 

 

소소한 저녁

 

서둘러 레이더를 수리하는 거미 한 마리

 

찬거리 마련하려고 푸른 나뭇잎 사이로 내려와 가게 문을 열고 있다

 

비를 뿌리며 다가오는 덩치 큰 먹잇감

 

먹구름이 무사히 통과했다

 

회오리도 한입에 삼키는 바람 집

 

끈적거리는 여름밤

 

내 발에 감지되는

 

몇 사람

 

거미줄에 걸려 허둥거린다.

 

  

 

 

 

 

최순섭 시인. 1978<시밭>동인으로 작품 활동. 환경신문 에코데일리 문화부장, 한국가톨릭독서아카데미 상임위원, 동국대 경기대 평생교육원 출강, 시집 『말똥,말똥』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