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크무늬
                     

평생 그 속에 갇혀 있었다
잔잔한 떨림으로 번져오던 칸 칸
이어지는 직선 무늬를 타고  
계단들이 자라 올랐고
그 직선을 타고 떠나왔다 때로는 
찌그러지는 체크무늬를 만들고 껴입기도 하면서
세상의 빈칸에 파고들곤 했다

따스하기도 하고 
꽉 찬 칸에서 튕겨나
세상의 끝자리에 매달려 대롱거리기도 하면서
젖은 현수막으로 걸려있기도 했다
늑골에 소복한 보푸라기들을 찌르며 
마분지 같은 칸들이 밀려와 매달렸다

저녁 새들이 물고 오던 칸들이 있었다
구름 경전이 칸 가득 쌓이기도 하고
다시 그 질긴 교직交織에 갇히고 
풀리기도 하면서 
헐거덩거리며 왔다




정물 혹은 자화상

            


자주 창 안에 걸려 있었다

설핏 남은 햇살이 펴는 길을 가고 싶었다
턱을 조금 당기고 걷다가 멈춰 선다
오래 기억하지 못하는 일들이
조금씩 끌어당기는 거라 생각하며 나를 당겨본다
창 안이다
주전자는 늘 왼쪽에 있고
오른쪽 치마 단이 좀 더 길게 주름져 내린 
여자가 주전자와 나란히 앉아 있다
가끔 사랑하는 일의 힘겨움으로 하여
그 의자에서 내려앉기도 하지만
격렬한 고요 속 
그냥 갇혀있는 것이라 생각하고 있다
아침 치자꽃잎이 고양이를 보고 있는 동안
아무도 창밖으로 나가지 않았다
흔들리지 않는 의자와 종소리와 덮어놓은 경전이 
여전히 창 안에 있고 가만히
입 다물고 걸린 벽
문틈 기어드는 바람의 끝이 
잠시 곁에 머물다 지난다



약력) 김만수: 포항생. 1987년 실천문학으로 작품활동 시작. 한국작가회의 회원. 포항문학회원
                   해양문학상. 장시 <송정리의 봄>
                   시집<소리내기>.<햇빛은 굴절되어도 따뜻하다>.<오래 휘어진 기억>.<종이눈썹>
                         <산내통신>.<메아리 학교>.<바닷가 부족들>.<풀의 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