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한 겨울

 

 

내 조상은 아마도 사냥꾼이었다고 생각해본다

호피 한 장이면 온 가족이 한해를 살 것이고

멧돼지라면 쌀 열 되는 될 것이다

 

아비의 이승이나 시어미의 이승도 그러했듯이

내다 팔 산삼은 없어도 손주먹일 산삼만은 구했을 것이고

시린 손발을 가진 부엌떼기 아낙은 왕겨에 피죽을 먹었을 것이었다

 

인제 땅에 없는 조상의 묫자리나

인제 땅에 없을 자식들을 생각하노라니,

나는 참으로 가난하다

나는 이미 가난하다

 

내 조상들은 백년 전후前後를 곱으며 살았는데,

 

  


 축령산 순례기


정말로,
시인 한 번 되고 싶어
지훈 선생의 태胎를 묻은 곳,
지훈 선생의 뼈를 묻은 곳을 
순례하였다

걷다보면,
당신이 네발로 기던 곳,
두발로 걷던 곳,
지팡이에 기대며 걷던 곳,
울던 곳,
웃던 곳,
취하던 곳들을 짐작한다.

읽다보면,
유불선이 하나 되고
대차고 각진 것도 하나 되고
님의 괘적도 흔들림 없는 
하나였음을 깨친다


영양돌이나, 마석돌이나,
축령산의 돌들이 
다, 한 권에서 나온 것도
읽었다

선생의 걸음을 가늠하는
내 눈동자는 
여전히 둘 곳을 잃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