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픔아 놀자

 

 

 

슬픔아 놀자

불 꺼진 외딴방에서

슬픔아 손잡고 놀자

 

슬픔아 놀자

별도 달도 들지 않는 연옥에서

슬픔아 얼싸안고 놀자

 

슬픔아 놀자

이토록 눈물주고 가슴 쓰리게 하는

슬픔아 동무하며 놀자

 

슬픔아 놀자

파랗게 점멸하는 묵시의 침실에서

슬픔아 신랑각시 되어 놀자

 

 

 

꽃불

 

눈 한 줌

난로에 놓으면

치르 치르 치르르

금방 녹아 없어지지

 

오징어도

난로에 구우면

지르 지르 지르르

금방 굽혀 구수해지지

 

아픔도 슬픔도

여기에 놓으면

피르 피르 피르르

 

금방 녹아 없어질까

 

도시락도

노릇노릇 익어가는

여기 꽃불에 쪼이면

너도나도 피어나서 붉어지는 것일까

 

 

 

최기종 1992년 교육문예창작회 작품 발표, 『나무위의 여자』, 『만다라화』, 『어머니 나라』, 『나쁜 사과』,『학교에는 고래가 산다』 목포작가회의 회원, 전남민예총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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