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숙자를 연대하다 


모란역 2번 출구 앞 
인도를 점령한 무허가 가옥 
어느 생의 행각일까 
낡은 매트리스에는 세상과 단절된 
유배 자의 고독이 흐른다 
금싸라기 땅을 점령 제약 없이 경계 없이 
새삼 부러울 것 없는 풍요의 행적에도 
화해할 수 없는 빈곤한 희망 
허무한 절망이 옆구리 터진 베옷을 입고 누워있다 

어느 누군들 
절망의 허파를 이식하고 싶었을까 마는 
고독한 유배 자의 새우등에서 
야윈 기억들이 거침없이 쏟아져 내린다 
가끔은 곰팡이 핀 절망을 씻고 
밤하늘의 별을 세며 
별빛에 누운 기록 하나쯤은 훔쳐내 보기도 
했음 직한 남루한 홈리스니스* 

기울어지는 나의 모습이었다가 
너의 모습이었다가 
무언의 공허를 유발하는 처연한 자화상에 
시린 통증의 바람 몰아 친다 
이 순간은 노을빛마저 섧다 
늦더위가 남았다지만 이불을 끌어다 당기는 잠결의 반사적 행동 양식[行動樣式] 
차디 찬 냉소의 시선을 쪼개어 온기를 포갠다 
재활의 압박붕대를 칭칭 동여매어
곧추세우고픈 모호한 연민이다

대나무는 세찬 비바람에도 탄성을 유지하려 속통을 비우고 죽순은 퍼붓는 장맛비에도 
파란 순을 내민다 는데
곰팡이 핀 운명의 지팡이에 선뜻 길을
내어 주지만 않았던 들 한 뼘 높이도 안 되는 낮은 세상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가치 없는 무형의 존재로 전락하진 않았을 터 
그의 이력이 담긴 내용물이 빵빵한 
검정 비닐봉지 
먹다 남긴 소주 반병 
그리고 이미 바닥을 비운 빈 병들이 
세상 속에 널브러져 두런두런 
아찔할 정도로 소란하다 

                                       
액자를 바꾸다 


허울 좋은 하눌타리
포용과 관용의 유연한 허세는
이미 신앙이 되었는데
사각 틀에 갇힌 묵화 향 잔상은
애닳게도 빛 좋은 개살구 
빛 좋은 개살구를 읊조린다

고립된 환각의 늪에 빠져 
얼마나 오랜 날
공인된 부정 합격으로 의기양양 춤추었을까 
낯 가리지 않은 포옹 
편견 없는 연민,오지랖
불치병인 오만이었구나

마르지 않은 안구의 습기
이슬을 먹고 산 세월이
거무튀튀하게 박제되어 거실을 맴돈다 
무른 습성으로 한발 두발 뒷걸음질 친 
여리디여린 나약함의 잔해

예리한 칼끝으로 도려내야만 
옳은 혜안이라 단죄한다면 
식별 가능한 나의 통찰력은 이미 
집을 비운 지 오래다 
초인종을 눌러도 여전히 부재중으로 
굳게 닫힌 문 

새벽을 달리는 요란한 자명 종소리에 
현관문을 열고 집을 나서다 
문득 낭떠러지 앞에 서 있듯
조바심 나는 순간을 본다 
아직은 날개 꺾인 새가 아니길 염원하는 
이 지독한 이기는 
자위인가 
너그러운 방생의 작태인가 
자신을 위무하며 헛웃음 짓다가 ,
헛웃음 웃다가 

검은 고양이 기웃거리다 할퀴고 간 
할인 행사로 전락한 액자에서 
홰치는 소리 들려온다 
재빨리 분주한 손놀림으로 
빛바랜 사진을 교정한다 
분첩을 두드리지 않아도 뽀잇뽀잇 
사각 틀 안의 얼굴이 환하다 
이윽고 
수북한 깃털이 겨드랑이를 뚫고 
홰를 치는 저 뜨거운 날갯짓 
분명한 유체이탈이다.


◆임소형 (58년 경북 상주출생 서울 거주)

문학광장 시부문 신인 문학상 /
전북대 사범대 졸업 / 중등교사 역임 
2018,2,25 시집 씨앗 꽃이 되어 바람이 되어 공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