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수레국화

   

                                      

 연두빛 커튼을 열지 않고는

견딜 수 없는 창 너머 잎,

잎들의 환호성이 생명의 경배를 배우는 봄날

 

너는 화단에 앉을 자리 잘못 찾아 앉아

울고 있는 연분홍빛 수레국화

 

깨지고 상처 받기 쉬운 이 세상과는

어울리지 않는 톱니바퀴를 가진거야

햇살이 일정한 보폭을 들고 지나가는

네 곁에

 

나도 앉을 자리 잘못 찾아 앉아 울고 있는

또 다른 한 송이의 보랏빛 수레국화

 

나를 알 순 있지만 나를 버릴 순 없는

동병상련의 봄밤

쑥쑥 자라나는,






천 개의 사랑학 개론

 

                                         

 

사랑 밖에서 사랑이 한마디 했네

사랑은 참을성이 부족한

참치 캔 통조림 같은 표정으로 자지러지게 웃거나

비상구가 없는 폭파된 거울처럼 난폭하게 울거나

말이 없고

바람이 없는 연인들이 아는 척, 모르는 척,

기다림과 그리움을 꺼내먹고 물 한 모금 마시며

고양이 생애주기를 흉내 내는 저녁나절

금이 간 담벼락 위에서 사랑은 허리를 꺽고

고장 난 적막을 어깨에 두르며 야옹,

환하게 웃음 짓네

처음처럼 너무 낯선 인사는 입 안 가득 가두고

유일하게 망가진 고독을 끌고 천 개의

사랑 안으로 걸어 들어가네, 나는

사랑은 너무 위험한 우아함과 동침한 고단함

여전히 참을성은 잃어버린 창문을 넘어 달아나고

빛없이 비추는 얇은 거울은 깨진 채로

빈손으로 돌아오는 우리를 변함없이

절친한 반어법으로 맞아주네

 

사랑 밖에서 만난 숨이 커다란 구멍들은 금세

어두워지거나

깊어지거나

바퀴를 갖지.



전북 남원출생. 1991<시와 의식> 여름호에 <, 여자> 2편을 발표

작품활동 시작. 시집으로 < 다시 꽃으로 태어나는 너에게> <신림동 연가>

< 아름다운 비밀> <굿바이, 자화상>(2014년 세종 우수도서 선정) 외 다수의

공저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