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마당

  

열세살 난 백구가 언 새벽 눈을 감은 날

이백년 된 감나무는 말벌집을 매달고

홍시를 마구 내 준다

직박구리떼 새벽부터 성찬이다

 

백구 뛰놀던 마당에 분주하게 나들던

참새떼 멧비둘기떼

주인 잃은 밥통

얼씬 않는다

 

눈부라리며 마당을 지키던 백구

마당을 빙빙 돌던 날

한사코 밥통을 넘보던

멧비둘기떼 참새떼

좀체 얼씬 않는다

 

사흘을 곡기를 마다하고

선한 눈빛으로 집 주인을 이슥토록

마당 한 켠 웅크리고 앉아

그윽하게 눈 맞추던

백구 기어코 이튿날 새벽 언 날

눈을 감던 날

 

멧비둘기 참새떼 배롱나무 가지에 앉아

좀체 자릴 뜨지 않고

웅성거린다

 

백구는 제 주인따라 나서던 징게골 뒷밭에 묻혔다

아침나절과 해거름녘

 

계란노른자만큼 노오란 햇살이

모이는 곳이다

 

백구 묻힌 지 열흘

숱한 날아다니던 것들이

틈만 나면 성찬을 즐기던

밥통, 백구 눈 감던 날

그대로 제 자리 지키고 있다

 

주인 없는 밥통 곁

얼씬도 없이 배롱나무 가지에 올라

한사코 웅성거린다.

 



 

죽변항


 

나이롱 목도리로 얼굴을 싸맨 몸빼 아낙이

리어카를 끌고 눈발을 간다

 

수북수북 쌓이는 포구 물양장에

어지런 리어카 바퀴 자국

뫼비우스띠처럼 뱀처럼

엉킨다

 

바다에 떨어지는 눈발은 아리다

금세 물방울로 번진다

괭이갈매기 한 마리

잽싸게 눈발을 쫀다

 

눈만 겨우 내민 몸빼 아낙이 남긴 자욱

바닷바람에 잘 마른

쥐치 냄새가 난다

 

눈발을 받은 포구는

죽변항 선술집 골목을 흐릿하게

비취는 가로등처럼 발갛게

몸을 뒤챈다

 

괭이갈매기가 쪼은

눈발이 다시 바다로 떨어진다

쿨럭쿨럭 일흔 해를 몸에 붙어

좀체 떨어지지 않는 해소

어린 홍합처럼 갯바위를 꽉 잡고 있다

 

포구 뒷골목

 

웅크린 쪽문 너머 안방은

따습다

 

몸빼 아낙 끌던 리어카

눈발에 묻힌다

 

몸빼 아낙

쪽문 너머 안방 캐시미론 빛바랜

담요 속으로 눕는다

 

구들은 따습다

 

  

경북 울진 생. 동국대학교에서 국어국문학을 전공하고 안동대학교 대학원에서 민속학을 공부했다. 1989년『문학사상』신인상을 수상하며 등단했다. 시집 『둘게삼』『꽈리를 불다』를 상재하고 사화집 『네 목소리를 들으면 마음이 놓인다』등 다수를 펴냈다. 민속지 공저로 『도리께질 끝나면 점심은 없다』『남자는 그물치고 여자는 모을 심고』『온정면 사람들의 삶과 민속』『북면사람들의 삶과 민속』 『울진 민속총서 Ⅰ..Ⅲ』외 다수가 있다.

경북도.울진군『울진의 문화재』민속문화 편을 공동 집필하고 울진군.울진문화원『울진군지』민속 편을 집필했다. 한국국학진흥원 『유교넷』울진 편을 집필하고 한국해양문화재단, 울진군 『해양문화지도』울진 편을 공동 집필했다. 지역문화네트워크 이사, 한국작가회의와 대구경북작가회의 이사, 울진군축제발전위원회 위원장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아시아뉴스통신 기자로 일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