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소발전기

 


 전국을 괴롭히는 미세먼지 이제 그만, 넓지 않은 거실에 산소발전기를 설치했다 “외출할 땐 마스크 잊지 마셔요” 직장에 다니는 세 아이가 힘 합친 어버이날 선물이다 “공기청정기는 뭐 하러 사”말끝 흐리는 아내 눈이 밖을 향했다 집 주변 소나무 대나무가 진을 치고 있는데 왜 샀느냐는 말이겠지 마당가 감나무 배롱나무도 산소발전을 위해 몸 바치고 있는데 왜 샀느냐는 뜻이겠지

 

 

그믐달

 

 새벽하늘에 짧디 짧은 시 한 편 써 놓았다 첫 줄을 쓰고는 더 이상 시어가 떠오르지 않아 단 한 줄로 끝맺은 시, 밤새워 썼다 지웠다 반복한 흔적이 역력하다 좋은 시 쓰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시를 써본 사람은 알지 시상(詩想)이 잡혀도 쉬이 시로 녹아들지 않는다는 것 알지 잠 덜 자고 일찍 일어난 사람만이 읽을 수 있는 좋은 시, 하늘 원고지에 쓴 한 줄 시가 이리 깊게 읽힌다 자식이 쓴 시도 읽지 않고 떠난 어머니에게 들려주고 싶은 시로 읽힌다

 

 

 권숙월 / 김천시 감문면에서 출생. 1979년 『시문학』통해 문단 등단. 한국문인협회 김천지부장, 한국문인협회 경상북도지회장 등 역임. 현재 한국문인협회 이사. 김천문화원과 백수문학관에서 시 창작 강의. 김천신문 편집국장. 시집 『하늘 입』『가둔 말』『민들레 방점』 등 13권 발간. 시문학상, 경상북도문화상, 경북예술상, 김천시문화상 등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