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안개

 


 

묽은 미음만 드시던 형은 이제 나를 알아보지도 못하고

풀어진 미음처럼 누군가 또 짖는다

 

그와 새끼손가락 걸었던 무언의 약속은 밤에 더 뚜렷해지고

무더기로 모인 저 울창한 소리, 참 어이없는 방류다

 

잔뜩 웅크린 귀는 안다

소리 없는 생애가 더 슬프게 짖는다는 걸

그건 이름 없는 별들이 전해주는 말이다

 

묶어둘 수 없는 삽살개처럼 언뜻언뜻 아득해지는,

눈을 반쯤 뜨고 보아도

네 허물보다 내 허물이 더 캄캄하잖아

막막한 나는 언제 철이 들지

 

안아줄 수도,

밀어낼 수도 없는 저 지극한 컹컹컹

 

소리가 없다

 

 

  

물의 마을

 


 

 구름의 지느러미도 강의 치마폭에서는 잠시 쉬어간다

 

 등 뒤의 햇살처럼 뭔가 풀리기 좋은 날, 양팔 벌려 반겨주는 오어사 원효교에서 물푸레나무 가지처럼 늘어져 한 바가지의 나를 놓아 준다 잉크처럼 풀어지며 달리는 미꾸라지, 젖은 가슴 속으로 더 적시는 나도 저렇게 풀릴 때 있을까? 물 속 마을이 출렁한다 관절 풀리는 저 마을에도 사계절이 자라는지, 동네 어귀 당나무 그늘이 있는 집에서는 닭이 알을 품고 종아리 드러낸 채 아장아장 걷는 햇살 순해진다 이리 와! 걱정 많은 엄마 같은 물이랑이 저 혼자 부푼다 먼데 종소리 달려온다 완창이다 강물이 젖은 허리 접었다 편다 산그림자도 욜랑욜랑 없는 꼬리를 흔든다 차르르 날 밝는 게 두려워 밤마다 가슴에 돌을 안고 잠 들었다는 당신 엉덩이 털며 일어서는 구름 이야기 다 알아듣지 못하지만

 

 젖지도 않은 그림자는 처음처럼 새것이다

 

 

서 하(徐 河) 

 

♧경북 영천 출생

1999년 계간『시안』신인상 수상

2010년 시집 『아주 작은 아침』시안 출판

2015년 시집 『저 환한 어둠』시와표현

2015년 『대구문학상』수상

♧한국 시인협회 회원, 대구시협 이사, 대구문협 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