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백에게 



시린 바람의 숫돌은 거칠었다.

뿌리 하나하나 날카롭게 다듬으며

무딘 허공을 베고 벨

삶이 그러하듯 날 것인 생생한 언어

허공 가지에 얹혀두고

다시 불을 피우겠다며

붉은 피를 삼켰다.

봄으로

낮은 봄으로 들어서는 입구

치열함 곁에 두겠다고 다짐하는

동백의 문안 편지 다시 열 때

겨울 시린 바람은 시들어 가고

이월의 하늘로 눈은 녹으며

동백꽃

그 끝없는 핏물을 닦고 있다.



안개 늪


영하 십도 이상의 한파에

수도는 동파하지 않았는지 걱정하며

앞을 가리는 안개를 헤치며 시골로 가는 길에

청주 공항에 착륙할 베트남 다낭발 비행기가

일기불순으로 인천공항에 내렸다는 문자를 받았다.

짙은 안개 때문이라고 했다.

그날 난 청주에서

세상에서 처음으로 해외로 편지를 썼던

베트남으로

다낭에 갈 궁리를 하고 있었다.

방전된 것 같은 오래 된 문자를

씹고 씹을 때

삼촌들이 총을 들고

목숨을 담보로 갔던 베트남은 가까웠다.

비뚤비뚤 당시 썼던 위문편지

그 나라에 도착했을지 궁금했다.

귀신도 잡는다는 무용담에 써늘했던

안개는 늪처럼 겨울을 등에 업고

며칠 추위를 견딜 다낭으로

나는 나를 전송하고 있었다.



하재영

1990년 매일신문 신춘문예 시 당선

작품집 ‘별빛의 길을 닦는 나무들’ 등

7feeling@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