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계절의 사내 2

 

 

 

나 기쁨을 원하거늘

언제든

 

잠시 울음이 그친 언덕 위에서

갖가지 음률로 뒤섞인 새들의 노랫소리 다시 들려오리니

내가 어떤 세대나 시대에 속하든 한 생명체로서

기쁨에 젖게 하는 음악을 듣고 있으면

 

지난 노동이 온전히 나를 한 인간으로 만들려 했다면

하루 종일 해안가의 작은 숲과 모래사장과 수수한 마을길을 걸으며

나는 또 다른 기쁨을 맛보려고

 

그러나 광인들의 맥박은 불덩이를 던지며 나를 향해 울려오느니

바다여, 내 기쁨과 두려움 가운데 우뚝한 자여

 

오늘은 너의 대지 위로 비가 쏟아지는구나!

네 광활함 뒤에 숨어있는 어떤 의지가

저 붉은 빗줄기들을 다 감싸 안으려는 것처럼.

 

  

도로아미타불

 

 

 

 

그날 밤도 큰스님 옆에서 잠을 자다

새어나오는 웃음을 어찌할 수 없어

아뿔싸, 웃음보가 터지고 말았다

 

이 알대가리 중놈이 이리 마음이 넓은가

무량수전 한 채는 너끈히 짓겠구나

큰스님은 제자의 행각이 늘 미더웠지만

세상을 떠돌다 오너라고 내쫓았다

 

어린 스님은 돌투성이 산길을 내려오다

쏟아져 나오는 웃음을 참을 수 없었다

 

큰스님,

세상에 이보다 더 재밌는 말이 어디 있어요

보름 전쯤 저잣거리로 탁발을 나갔다가

‘털보지물’ 앞에 이르렀는데

거기서부터 시작한 웃음이 산중까지 따라와

문득 문득 그러나 질긴 웃음이 고약하게

도로아미타불!

 

 

 

이승호

춘천 출생. 2003년 『창작21』등단. 시집『어느 겨울을 지나며』『행복에게 바친 숱한 거짓말』외. 이메일 nacham1@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