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공에서

 

 

탯줄이 어디 있는 줄도 모르는 잎 하나가

끊어진 거미줄 한 올을 잡고 달랑거린다

 

공중이다

사방이 바람이다

 

어느 틈 기척만으로도 움츠러지는

바싹 오그린 몸이 매달려 있긴 땅이 멀다

하늘도

구름도 아득히 멀다

 

삶 한 장이

보일 듯 말 듯 한 오라기를 부여잡고

몸부림치면 칠수록

깊이 흔들리는 허공

 

저 허공을 할퀴는 것이

내 놓지 못한 목숨일까

가느다란 숨을 죄는 바람일까

 

언제 녹아내릴지 모르는

한 생이

  



바람의 특성

 

 

날개를 가진 것들은

바람이 가득 찬 것들이야

 

팽팽한 것들의 껍데기는 얄팍해

터지기 전

양을 줄이려면 날개를 저어야해

 

날갯짓은

부풀어 오른 몸이 어쩔 줄 몰라 하는 거야

 

바람이 날개 등을 타고 훠이훠이 길을 나서는데

길에는 아롱아롱 빛나는 것들이 많아

유흥시설처럼 꽃들이 열려있어

어딜 가도 오락 같은 시간이야

 

날개를 저을수록

탱글탱글한 바람이 수그러드는 것 같아도

사실은 새 바람이 자꾸자꾸 생성되고 있어

멀리 날아가려는 속성이 더 키를 세웠는지

하늘 높이 허공을 젖더니

느닷없이 풀들이 살아있는 땅 쪽으로 내려오는 거야

 

바람의 본능은 방향을 바꾸는 일이야

 

 

 

김설희

2014 리토피아로 등단. 시집 『산이 건너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