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의자

 

 

  상주풍물시장 좁은 골목길에

  노인 몇 분 모여 이바구를 하신다

 

  유모차를 앞세운 공검댁, 지팡이에 몸을 기댄 용이 할매, 폐지 줍다 쉬러 온 원골 아지매

  모두 팔십 평생 걸어온 길이 휘청하다

 

  왕년엔 나도 한가락 했지 꼭두새벽부터 오밤중까지 부지런 떨어 돈도 벌 만큼 벌어봤고 내가 쫙 빼입고 나서면 이 시장통이 다 환하다 캤다 자네들도 알지?

 

  펑퍼짐히 앉아있던 이안댁 한마디하자

  이제는 가야 한다며 바람도 끄덕끄덕  

 

  몸 뒤틀어지고 닳고 으스러지도록

  안간힘을 다하여 받쳐주고 들어올린

  일가(一家)의 안락

 

  종아리 꺾여 빈병에 꽂힌 건어물집 진달래가

  멀거니 바라보고 있다

 



큰아버지

 

 

청리집 떠나 요양병원에 드신

치매걸린 아흔의 큰아버지

 

갓 모내기 끝낸 들길 끝

외딴 섬 조가비로 누워 계셨다

 

작은아버지 내외분 형님 손 애틋이 잡고

건너온 세월 울먹울먹 펴고 계시는데

큰아버지 딴청피우시며 동문서답이시다

 

그 모자 좋아보이는데 나 도가

 

동생모자 뺏아 쓰신 큰아버지 얼굴에

고향집 복사꽃 활활 피어난다

 

소싯적 소설 쓰신다고

논판 돈 안고 서울 가셨다가 삼년만에

빈손으로 되돌아오시고

포대쌀 몇 번씩이나 스리슬쩍 팔아넘기고

동생들에게 뒤집어 씌우셨다는 한량

 

속은 칠남매 자식들에게 내어주고

푸석푸석 빈 껍데기로 남아

숨찬 이승 조금씩 발끝으로 밀어내는 중이다

 

  

 

-약력; 경북 상주 출생. 2014 시집 <>으로 등단.

-메일 : ryeong1233@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