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물 부근(石物 附近) 

                                                                                                                               

어두워서야 밝은

모두가 움직이는 돌이네.

 

오랜 세월 동안 그냥 잠자코 있는 것이 아닐세.

불덩이로 용암처럼 부글부글 끓다가 주저앉기도 하고

극지의 얼음장처럼 꽁꽁 얼어붙었다가 깊이 잠들기도 하네.

 

무엇이 되고 싶었네.

나무나 물고기나 별이 되고 싶기도 하고

죽어서도 못 잊는 사랑의 얼굴이 되고 싶었네.

 

뜨거운 여름이 식는 밤에는 수런거리는 소리가 들렸네.

망가지고 깨지고 귀가 떨어지고 몸체를 잃은 것들이

자기가 있을 자리를 찾느라 뒤뚱거리며 배회하고 있네.

사라진 어느 절터 적막한 공간을 서성거리기도 하고

땅 속 깊숙이 묻힌 옛 고을의 금당을 기웃거리기도 하네.

 

나래를 잃은 새는 밤하늘의 별자리만 헤아리고

머리 없는 좌상은 흥건히 염불에 젖어 번뇌를 삭이고 있네.

떨어져 나온 서러운 파편

어디엔가 있을 짝을 그리워하며 굳어지고 있네.

 

밤이 깊을수록 새소리는 가깝고

떨어져 있으면서도 함께하는 그리움

 

아린 이야기가 별떨기로 쏟아지는

여름밤의 석물부근

   

 

      다락방

 

깊은 바다에는 심해어가 산다.

 

수산시장의 어물좌판이나 수족관에서도 좀처럼 볼 수 없는 고기. 그는 어둠속에서 더욱 빛이 났다. ()와 대()의 헤아림과 촌수를 넘어서 대문중의 어른 마냥 예우를 받았다. 천문의 괘를 보면서 소요하며 때를 기다렸다.

 

 

온돌이 달아올라 불붙은 모포를 끌고 뛰는 코 큰 군인의 여름이며, 부상당한 어린 병사의 신음소리며, 불 꺼진 등대로 예측 불허의 여름이 길었다. 바다에는 먹다가 말라붙은 깡통과 입 벌린 군화 짝과 영문자가 새겨진 푸른 군복이 떠다녔다.

 

돌담구멍으로 본 흑인병사의 몸짓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어름푸시 알 즈음 심해어는 보이지 않았다. 바다는 요동치고 밝을수록 어두웠다. 석고처럼 굳어져서 수심 깊은 곳에 수장水葬되었다. 그물 없는 구름 속에서 동요가 흘러나왔다.

 

이제 심해어는 하늘에 산다.

                       

 

                     

약력

경북 상주 출생. 1976년 『현대시학』추천. 시집 『돌담쌓기』 『상주』 『우리도 사람입니다.』외

sunk631@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