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웹진]문학마실~...112호...
   2019년 10월

  1. 내일을 여는 창
  2. 소설
  3. 수필
  4. 권서각의 변방서사
  5. 이달의 작가
  6. 동인지를 엿보다
  7. 작품집에 스며들다
  8. 시와 거닐다
  9. 사진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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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임술랑 시인)길 위에 있는 詩와 人生 file
편집자
1858 2012-01-10
 길 위에 있는 詩와 人生 세상 모든 것은 길 위에 있다. 그 길은 조금도 이탈을 허용하지 않는다. 마치 기차가 궤도가 없는 곳에선 달리지 못하는 것과 같다. 그 길은 이미 정해져 있으니 우리가 알든지 모르든지 길 따라 생명은 가게 마련이다. 그 길은 새로 만들어지기도 하고 묵정밭처럼 황폐하여 없어지기도 한다. 물 따라 가면 물의 길이 되고 산 따라 돌면 산길이 된다. 나는 많은 길 위를 서성거렸다. 시를 찾는 사람으로 당연한 방황일지도 모른다. 두 갈래 길이 있다면 한 길을 가다말고 돌아와서 다른 길도 가 보곤 했다. 자연 그 길은 고단한 길이다. 최치원은 속리산 詩에서 “道不遠人人不道”라고 했다. 길은 사람들 가까이 있는데 사람들 그 길과 멀어져 있다는 말이다. 가까운 길, 먼 길, 편한 길, 험한 길, 이 길, 저 길들. 수만 가지 길이 세상에 존재하므로 그 사람에게 맞는 길을 찾기 어려움도 있으리라. 길은 소통이고 화합이다. 사람들과 멀어져 있는 길은 길이 아니다. 사람은 늘 길 위에 있고 그 길에서 다른 사람을 만나게 된다. 길 위에 가능성은 늘 있으되 가능하지 않은 것도 길에 있다. 노자는 “道可道 非常道”라고 하여 늘 그러한 길은 항상 그 길이 아님을 이야기한다. 세상은 변화하고 끊임없이 움직이며 머무르지 않는 이치를 알려준다. 변하지 않는 것은 없다. 우리는 이 길에서 영원한 어떤 것을 구하지 못한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것은 어느 때나 남의 것이 되고 만다. 내 것이라는 게 있을 수 있는가. 우리는 이 길 위에 다 놓고 가야한다. 다시 걸어오고 있는 행인에게 그 길을 내줘야 한다. 그러고 보면 장자는 내 길을 좀 평탄하게끔 생각하게 한 지혜를 준 것 같다. 齊物論에서 이야기한 상대적 절대는 세상사 험난한 파도를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게 한 지혜를 제시한 것이 아닌가 싶다. 참과 거짓, 옳고 그름이 소용이 없다는 사실을 알아야 했다. 길이란 사방으로 통하며 또 사방으로 열려 있는 것이다. 길은 도처에 내재되어 있으므로 가지 않은 길이 없는 길은 아니다. 여기에 또 한 길이 있다. 大學에서 말한 格物致知가 그것이다. 앎의 완성을 격물로 본 것인데 사물의 품격을 가리고 그 지위랄지 본질을 헤아릴 수 있음을 말함이리라. 여기에서 물은 사물을 포함한 타자로 해석할 수 있을 것 같다. 그야말로 나에 대한 상대인 것이다. 삶이란 타자와 끊임없는 소통에 있으므로 그것이 나 밖의 또 한 길이리라. 그러나 본질적으로 우울한 것이 내 본성이므로 타자와의 거래는 늘 부자연스러울 뿐이었다. 정신은 육체를 매개로 존재한다. 육체(物)가 없으면 정신도 없는 것이다. 귀신은 없다. 귀신은 육체가 없기 때문이다. 육체는 現物이며 現在이고 現象이다. 육체가 해체된 상태인 무기물이 어떤 형태로던 다시 결합하여 유기체가 되기 전에는 그 自性은 아직 없다. 정신은 육체의 운전자다. 한때 아름다움이란 무었인가 하고 천착한 적이 있었다. 왜 아름다움에 이끌리는가. 그건 존재의 허기가 아닐까 여겨 본적이 있다. 존재란 불완전한 형태다. 그리고 무로 돌아가는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늘 배고픔이리라. 아름다움은 이상이며 기쁨이며 전부인 것이다. 여기에 시의 길이 있다 시는 은유가 많아서 불가사의한 세상의 진리를 표현할 수 있는 좋은 도구이다. 옛날 성인은 비유로서 시대를 예언했듯이 시인은 은유로 시대를 표현하고 비판한다. 시의 표현은 음각일 수도 있고 양각일 수도 있다. 자연법칙은 논리적인데 비해, 인간의 운명은 논리적이지 못하다. 그러므로 자연법칙에 빗대어 인간의 운명을 논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인간도 자연의 한 일부이므로 그 육체적인 삶은 자연법칙이 적용되게끔 되어 있다 할 수 있다. 그러나 그 육신을 이끄는 운명이란 별개의 것이니, 자연법칙을 배경으로 이해하려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노자의 "天地不仁"이 그것이다. 이 말로부터 자연의 법과 인간의 법이 다름을 알려주고 있다. 인간운명의 可變性이야말로 자연법의 불변(不仁)과 배치되는 것이다. 길과 인생과 그 운명 앞에서 잡설이 길었다. 별로 시작에 도움 되지 못하는 음울한 생각일 뿐이다. 아래 간단한 詩歷을 밝히고 이 글을 마무리 한다. 1959년 경북 상주시 사벌면 목가리 출생 1982년 제2회 상주 학도문화제 漢詩백일장 장려상 1989년 3월호 샘터 시조 "두타산" 발표(朴在森 選) 1989년 4월 13일 중앙일보 시조 "甑山에서" 발표 1989년 7월 27일 중앙일보 시조 "시계" 발표 (金濟鉉 選) 1989년 7월호 샘터 시조 "푸른 동산"발표(尹今初 選) 1992년 9월 28일 중앙일보 시조 "장미와 돌탑" 발표 1997년 <매일신문> 신춘문예 시조 "희양산봉암사" 당선(이근배 選) 2003년 계간 《불교문예》여름호 시 "메리야스를 갈아입으며"외 4편 신인상(나태주 選) 등단 2006년 시집『상 지키기』 발간(모아드림) 1990년 젊은숲,그들同人 참여 『내 몸 가누기도 힘든 세상에』 발간 1996년 들문학회 동인지 3집 『들, 그 가운데』부터 ~ 2011년 18집 까지 참여 2002년 경북작가회의 참여 《작가정신》3호 ~ 12호 현재 참여 2003년부터 현대불교문인협회 본회 및 대구경북지회 참여 2012년 상주작가회의 참여(고창근,김철희,김재순,임술랑)  
1 (임술랑 시인)자선 대표작 10편
편집자
1846 2012-01-10
 길 명아주 길을 간다 쑥부쟁이 길을 간다 내가 팔 흔들며 옷깃 날리며 갈 때 보도블록 틈새를 비집고 나온 풀들 나와 같이 길을 간다 머리 위에는 또 길가는 달 둥글게 잘도 굴러가는데 구르다 빙글 번쩍 먼 빛을 쏘는데 명아주 길을 간다 쑥부쟁이 길을 간다 그 길로 나도 가고 달도 간다 《작가정신》 2004 먼 길 屛城川 온전히 제 몸 갖다 바치는 合水口 낙동강 언저리에 火葬場 있다 그 옆 하천부지 금보리 익고 앞산 뒷산 밤꽃 노랗다 먼 길 가려고 씀바귀 밭둑 돌아 온 사람 국구구 멧비둘기 울 때 물길은 굽이치며 江倉 저 멀리 하늘로 간다 《작가정신》 2007 울진 가는 길 산등선 껑충껑충 잘도 뛰 넘는 송전탑 은빛 찬란한 그 길고 늘씬한 다리를 보니 옛날 친구 莊子만 같은데 동해 蔚珍 가는 구불구불 36번 국도에서 울그락 붉그락 시름에 꼼짝 못하는 작고 구차한 맘이여 불영계곡 따라서 깨어지고 팽개친 몸돌은 아 望洋亭 바다에 처얼썩 처얼썩 《시와 문화》 2008 여름호 具常 구상문학관 앞 길, 볼펜 한 자루 내 주머니에서 흘러 나왔다 나는 가고 길에 볼펜만 남았다 오늘도 강물은 흐르고 햇볕 좋은데 몰래 흘러나온 볼펜 그 뱃속에 까만창자 있다 강물 속 강피리처럼 길 헤메고 다닌다 검은 눈동자 골똘한 생각을 뿌리고 다닌다 오늘도 강물은 흐르고 내 볼펜 이리 저리 길 위에 있다 《시와 문화》 2008 여름호 어처구니로 앉아 새가 나는 것은 바람이 새의 날개를 새가 나는 속도로 와서 부딪치거나 바람 고요할 땐 새가 바람의 속도로 나래치는, 그런 일인데 우리 집 앞뜰과 뒤뜰 사이 멧새며 텃새가 쌩쌩 날아가고 또 날아온다 바람이 마구 부는 것을 보며 그 중간에 집은 우두커니 있는 것이다 우두망찰 집이여 오도카니 창살에 갇힌 나를 지키고 난 거기 어처구니로 앉아 어디로 흐르는 것인가. 《유심》 2009년 7/8월호 무논의 꿈 무논은 평평하다 삶아 놓은 무논은 마당이다 운동장이다 거기 한 그루 두 그루 잘 자라는 벼여! 뜨거운 태양 따끈한 물 개구리밥 잎줄기 깔리고 올미, 고랭이, 너도방동사니, 나도방동사니 어울려 자라고 논둑이 있는 저만치까지 물은 기울지 않고 찰랑인다 그 벼는 그렇게 사이좋게 자라서 평평한 床을 차리는 것인데 찬밥, 더운밥, 진밥, 식은밥, 마른밥, 고두밥 차별이란 무언가 따끈한 물 평평한 무논에서 자란 벼의 꿈 이 가없는 세상에 우리들 밥상처럼 평등한 꿈이여 《작가정신》 2004 속리산휴게소 밤새 달려 온 그대는 바퀴를 멈춘다 아- 가득한 산바람 잠시 마시더니 詩가 가득한 지갑을 꺼낸다 그 중 낡은 것 한 수 집어서 커피 자판기에 주르르 밀어 넣더니 향기로운 차 한 잔 탁 앉힌다 딸깍딸깍 쇳덩어리 利子처럼 떨어진다 九屛山 꼭대기에 눈발이 희끗한 풍경 속에서 한 모금 한 모금 행간을 새기며 가슴 속에 뭉친 긴 숨을 내쉰다 2010 경북작가 시선집 『귀싸대기 한 대』 黃澗에서 봄이 오는 駕鶴樓에 올라 나는 훨훨 나르는 꿈꾸며 서성거렸고 당신은 봄나물 캐고 있었었지 아이는 "가자" "가자" "집에 가자" 노래를 불렀고. 초강천 흐르고 바람이 분다 아이가 자라서 집을 나갈 때까지 나는 날지 못했고 아내는 나물만 캤다 오늘 다시 이 누각에 올라서 절벽 아래를 바라보는데 집 나간 그 아이가 생각 나 눈물 흘린다 《불교문예》 2010 가을호 다이아몬드 사람들 틈을 걷다가 유리 진열장 열고 다이아몬드 하나 산다 큼지막하고 비싸다 집은 망해도 당신은 살아 남으라고 흰 목에 빛나는 목걸이 걸어준다 어디 있어도 찬란한 빛 간직하라고 《불교문예》 2009 봄호 꽃은 피고 내가 아파트 저 밑 계단을 걸어서 올라 올 때 그 깨끗한 세멘 바닥에 지친 구두 뒷굽이 닿는 소리를 안다 우리 집 강아지도 침대에 누웠던 아내도 안다 그 첫 음이 들릴 때 강아지는 왕왕왕 짖기 시작하고 아내는 설거지통에 수돗물 튼다 나는 세상 끝에 갔다가도 이 발자국 소리로 돌아와야 한다 꽃은 피고 카나리아 노래 부른다 《들문학》 2010 시계 사는 동안 매인 手匣 이 예물 은색 시계 죽어 누워 멈추려나 하염없이 가고 있네 흠집이 긋고 그여도 바꿀 마음 없어라 <중앙일보> 1989.7.27 아름다움에 이끌리는 이 약속 내가 당신을 사랑하는 것은 그대가 아름답기 때문이다 아름다움은 어디에서 오는가 내 맘에 딱 맞는 맵시로 웃으면서 다가오는 아름다움은 분명 그 옛날 어디에 약속해 둔 기다림 이었던가 처음 볼 때부터 당신을 알아보게 되는 그 신통력 아름다움으로 약속하여 둔 기다림이여 그대 그 아름다운 모습에 이끌리는 것은 그 옛날 표시해 둔 그 시절의 약속을 지키는 것인가 《우리詩》 2011.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