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일시적으로 관료가 되며 언제까지나 관료가 될 수 없는,

천지에 가득찬
꼬믠




대가리



국가는 계산적이었다
냉정하게 분류하고 머리숫자를 중요시했다
명단에 오른 자와 체포된 자
체포된 자와 도라꾸에 실린 자
골에 도착한 자와 구뎅이에 엎드린 자
사살된 자와 사진에 찍혀 미군 보고서에 첨부된 자
<하나 예외, 함께 사살한 젖먹이 아이와 미취학 연령대 소녀>
이들은 오직 대가리 숫자였다

그가 3대 독자이든
그녀가 만삭이든
내일 혼례식을 앞둔 약혼녀이든
억울하게 명단에 오른 자이든
그가 독립운동을 하던 자이던 애국자이든
그를 죽여 되려 전쟁에 패배하는 한이 있더라도
오로지 명단에 있고 숫자만 맞으면
그자는 사살되고
생명은 대가리 숫자가 되어
오로지 전쟁에서의 승리를 위해
그 골짝 우렁찬 살생의 함성 울릴 때
나무와 숲의 푸른 눈물에
짝짓기에 겨운 여름 귀뚜리조차 감히 울지 못했다

그렇게 전쟁이 끝나고도
사람들은 대가리를 갖고 놀았다
대가리는 오직,
1960년 대구매일신문
군경에 신병이 인계된 대구형무소 수감자 명단 1402명,
구슬치기처럼 숫자로만 의미를 가졌다
여전히
몸이 가진 삼라만상의 가치 중
오로지, 대가리 숫자만 취급하는
그 버르장머리를 숭상했다



붉은 신호등


사후에도
그 존재가 확실한 용도의
돼지나 소 막창 같이 질긴
저 붉은 신호등의 붉음 앞에서
멈추고 멈추어 온 나는 지금도 멈춘다

저 붉은 신호등의 붉은 색은 다만
나를 잠깐 멈추게 하는 가식인가

내가 진짜 멈추는 이유는
신호등의 저 붉은 색이
질서를 아름답게 만든다는 환상 때문인가






견인에서 말소까지

 

전화 한통으로 달려와
사고난 차의 앞니에 코를 꿰어 끌고 갈 때
끌려가고 있는 차를 옆차선의 차에 앉아 흘깃 바라본다
견인에서 말소까지 라고 쓰여진 견인차가 끌고가는 차는
힘 없이 흔들리고 비틀린다
회전목마를 타면서 마치 옆의 회전목마를 바라보는 것처럼
서로가 그렇다

너덜너덜한 신세가 되어 말소 당하러 가는 저 차는
전화 한통화로 견인에서 말소가 되어가고 있는 중이다
혹은 생명이 붙어 있는 한 다시 망치로 두들겨 맞고
도색을 해서 뾰샵한 얼굴로 짠 하고 나타날 수도 있겠고
결국 전화 한통으로 띵똥 처리되는
이 시대의 암묵적 편리를 생각하면
나의 회전 목마는 목적점도 없고 내리고 싶으나
어디서 내려야 할까

단번에 인간을 해방할듯한 붉은 이론도
우리는 혁명한다 국가를 말소한다는
말의 기표로 나부낄 때
전화 한통화로 우리의 식탁도 해결해 주나 그럼
견인에서 말소까지 인생을 맡겨달라는거야 그럼
띵똥 입금 처리되는 기본소득이라도 챙겨주던지 그럼
요람에서 무덤까지 라는 말을 믿어볼까 그럼

그래서 고립된 사람들,
이 모든 기표를 재생산하는 기표주의자들의 손에도
오랜 꿈 속에서 얻은 아이들을 키워
그림자 없는 허공이 있노라 믿어 의심치 않는 사람의 손에도
망할 놈의 너덜한 차를 고쳐 새차라고 여기고 우기며
망각에 빠지는 억울한 병이 든 사람들 손에도 늘
전화기를 쥐어주는가




사랑의 미래

 

-1960년,
메카나기*가 헬리콥터를 타고 청와대에 들어간 지 한 시간만에
이승만은 하와이 망명을 선언한다-

그 해 뜨거운 윤달,
화산과도 같고 깊고 어두운 우주의 빛 사이로
엄마와 아빠의 나뭇잎이 나부꼈다
밤이슬 데구르는 소리
마구 흔들리던 빛그림자
나는 엄마의 바다에 적을 두고
빛나는 들풀 땅굴토끼 질주하는 낙타 늑대여우 회오리 바람같은
육지에 몸을 던졌다
창문 너머 지붕을 타고 하늘을 날듯이


--1987년,
지워도 지워도 지워지지 않는,
눈물도 모른 채 서둘러
한 아이를 품었다
창문 너머 지붕을 타고 하늘을 날듯이
아이는 행복했을까
나는 울었고
너를 보물단지라고 했으니
그 긴 싸움의 과정을 한꺼번에 뱃속에서 마친
너를 나의 바다에서 건져 올렸다
 

--2014년,
'엄마 아빠가 사는 세상은 무척 힘겨워 보였어요
우리나라는 남과 북으로 갈라져 제 못된 성질을 서로 부려요
그러셨듯,
빛나는 들풀 땅굴토끼 질주하는 낙타 늑대여우 회오리 바람같은
아이를 갖고 싶었어요
태어나기도 전에 애인의 자궁 속으로 사라진
21세기 저의 아이는
미래의 존재인 세상의 유령이 되어 떠돌아 다닙니다‘
사랑의 미래에 대해 이제 말해 주세요
 

--나는 나의 아이에게 젖통같이 푹신한 두부를 목젖으로 넘겨주며
‘죄가 많다’라는 말을 했다
아이도 두부처럼 값싸고 고소한 엄마의 눈물에 젖었다
현실의 식탁엔
나도 엄마젖처럼 늙어 땀 흘린다

집 밖에는 새로운 태양이라고 뭐 특별한 게 없었다
 

*미국대사 매카나기의 이승만 하야 촉구 성명: 오늘은 한국과 한국민에 대하여 해외에 있는 많은 나라 사람들도 오래도록 기억하여야 할 날이다. 나는 당국자들이 국민의 불만에 대해 정당화할 수 있는 길로 임할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그러므로 국민들의 법과 권위에 대한 존엄성을 보여줄 것을 믿으며 조속히 국민들의 유용한 과업이, 일상 직무가 이 위대한 국민의 안전과 안녕을 그리고 번영을 촉진하는 방향으로 향하여 나아갈 것을 믿는 바이다. 이것은 이 날을 영예롭게 하는 길인 것이다. 미국은 한국에 대하여 전폭적인 후원을 계속할 것이다(fork you!)

 




지하철에서

 

한때 난 희망을
인간의 지배를 벗은
깨끗한 죽음 그 후로 읽었다

길을 나설 때마다 어딘가에서 툭 튀어나올
희망이란
새로운 희망이란
세상 가득한 절창처럼
최후의 노예처럼 끝없이 기다리며
정월에도 오뉴월 개처럼 아니 지하철에서조차 침을 흘린다

옆자리 여사는 눈을 내리 깔고 있다
팔짱을 끼고 좌우를 두리번 거리는 성냥개비같은 얼굴의 맞은편 사내
상의를 추스르며 不歸의 말을 내뱉는 남편을 외등처럼 올려다보는 저 젊은 만삭

그러나 사람을 바라보지 않는 사람들
커튼을 치고 이불 속에 제왕처럼 누워
입 속 제 사탕 한 알 빨아먹듯
액정을 쩌억쩍 긋는 사람들
달면 삼키듯 쓰면 뱉듯
지하인의 목 조으는듯한 공명을 내며 열리고 닫힐 때마다
막차를 탄 기분이다

이런 사람들,
희망의 정신병자 라 생각한
지하를 벗어나지 못한 난장이들은 불가능하게
매일 살아나
'새로운 희망 운운' 을 붙인 채 개꼬리처럼 흔들거리며
출발을 거듭하는 지하철
꽁무니를 보내고
국가가 보낸
다음 차가 오기를 기다린다



 

밤 늦게 헤어진 너는 집에 잘 들어 갔겠지
 

향기도 없는 히말라야시다잎이 애물로 자리한 도시, 가로수 끝에 매달린 뜬 구름같은 소문을 따라가면 제 혀를 맘껏 늘인 구호가 혈통 오래된 땅 밑, 너무 깊게 뻗어버린 어두운 줄을 간신히 끊어 들어 올릴 기셉니다

동장군이 휘몰아치는 거리에 서서 사랑하고 존경하는 당원 여러분?을 만나고 기다리며 ‘보세요 우리가 남입니까!’ 온갗 풍을 떨며 자신 구호에 박차를 가할 땐 우리의 소원이 뭔지 잃어버렸습니다

2012년 겨울이었습니다
고향이 미우니까 엄마도 미운 기억처럼 눈발은 날리고
각자는 각자의 생각 안과 밖을 넘나들며
만원씩 제 밥값을 내며 따스한 용서처럼 부벼대며
밤늦게까지 앉아 서로의 약속을 주고 받았습니다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 부지런히 살아야 할
천개의 얼굴을 가진 거리 만개의 희망인 척 하던
우리의 정부같은 다가올 정부를 위해 안녕! 하며
끝끝내 돌아올듯 어둔 골목을 돌아 사라졌습니다

밤 늦게 헤어진 너는 집에 잘 들어 갔겠지?

 



서기

 
하느님,
쟁반 밑바닥 하얀 재 소북한 초승을 열어 보세요

날이면 날마다 경조사와 희로애락 줄어
씨 마르는 소리 찬 살갗으로 애도는 쭈그렁 호박 같은 집들 지나 
문전옥답이었을 빈 들 끝 무렵
푸른빛 교회당 양쪽의 십자가 두개는
내세와 외계의 입맞춤 주홍글씨로 떨고 있어요

휠체어 하나와 경운기 두 대 할머니뻘 두 분
어스럼 달빛 농로를 따라 새의 깃털처럼 방문한 수요일 저녁,
어김없이 하느님 말씀을 차리는 풍금소리
저녁 설거지같은 村老의 기도소리는
새가 장차 죽으려 할 때 그 우는 소리처럼
사람이 장차 죽으려 할 때 그 말처럼*
슬프고 착합니다.

고개 숙여 밥 떠 넣듯 하늘 아래 상 차린 저녁들,
겨울나무 눈꺼풀, 까마귀의 알, 어디선가 번득였을 무당의 칼끝,
타닥 타닥 타들어가는 아궁이같은 식솔,
그것은 두두물물이겠지만

흰빛 싸늘한 밤 들판 농로를 따라 걸으며
목도리 속에 파묻혀 딸국질하는 저는
누군가는 읽고, 누군가는 영영 읽을 수 있게**
영락없는 소복 입은 서기書記같지 않나요

*논어에서
**고영민의 시에서 변용





지평선에서의 하룻밤
 

들은 텅 비었으나 경운기 소리로 꽉 차 있었다
냇물은 불었으나 갈길을 막는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내가 나를 붙드는 것일까 이런 생각 뿐이었을 때

들판에 꽉 찬 신기루가 말했다

나는 사람들보다 소리가 더 가까운, 외딴 풀밭이다
설계 없는 집, 비닐하우스다
개울이 커튼처럼 흘러내리는 농로다
이제나 저제나 기다리던 배역이다
제목은 ‘철새공화국’이다

나는 물 아래 소리와 물 위 소리 사이에 누워 있다
나는 저 모든 지상의 것들을 위한 희생자다
뼈처럼 산처럼 쌓여 있는 길고 예리한 뿌리들이다
나는 땅 밑에서 올라와 땅 위를 미친 듯 돌며
깊고 뜨거운 그 많은 길을 견뎌온,
늙은 왕자의 달을 잉태 하였다

어쩌랴 어쩌랴
내일 아침이면 그 실루엣의 배가 지평선 위로 불룩 솟아 오를 것이다
우리가 태어나기 전부터 시작하여 우리가 죽고 난 다음에도 생산일 것이다
생산이 끝난 벌판에 바람이 일듯

 




고장난 물
 

위에서 아래로 흐르는 물길도 속곳을 다 차려입고 흐른다지요 활에서 튕겨나간 힘찬 화살도 마지막까지 과녁을 노려봅니다 아파트 천정에서 물이 새고 있는 것을 보자니 흐르는 저 아래가 아무래도 빤스 끈을 놓쳤나 봐요

허구한 날 새 날개에 매달린 편지처럼 이리저리 날아다니던 내 시도 가령, 어떤 분노이거나 따뜻함이라 해도 괜찮을 팽창이 네게로, 네 것은 내게로, 옆구리에서 시린 옆구리로, 穴을 메웠다가 穴을 벌어지게도 하는, 나눠 먹는 삶, 지구통이 순배순배 뜨거워지는 이유 말입니다

일언도 없이 물이 새는 것을 보자니 요 말썽들을 나누어야겠다고 나는 관리실 소장을 찾아 갑니다 소장은 보일라실 실장을 부릅니다 실장은 보일라실 보조를 부릅니다 말이 입구에서 옆구리로 갔다가 시린 아랫도리로 내려갑니다 중심 잃은 구멍에선 물에다 빤스 입혀! 빤스 입혀! 라고 외치는 데 말입니다

 




----종로에서
 

거미줄처럼 얽힌 종로의 뒷골목, 밑도 끝도 없는 간판을 줄줄이 끌고 살아낸 공원의 앞뜰에 백일홍 짙은 꽃잎이 선듯선듯하다 이 길
과 저 길, 갈림길 생각과 애끓음이 교차하고 그런 만큼 살아 있음을 느낀다

원래의 곳으로 향한 눈길은 서럽다 건전지 인형처럼 복고풍 나레이션이 스피커에서 울려 퍼진다 백년 전 이 거리는 흘러 어디로 닿았는지 허위 장진홍 이육사 정칠성...유리 안치된 근대의 꽃 벙어리 입에선 진자리 보시라보시라 한다

일성으로 짠 역사의 관을 지나 긴 도시의 아득한 간극 사이로 오래된 녹양 카네기 홀 성인 카바레를 밝히는 네온이 콩 볶듯 더욱 터진다 처서 밑에 어정대던 제비아저씨 대가리 벗겨진 채 지루박이나 추러 가고 종일 배 불리 주워먹던 새들은 이리저리 여러번 똥을 산다

 


층간소음

 
윗 층 사내가 변기에 오줌을 뿌리고 물을 내린다
소리에 깬 나는 이제 화도 나지 않는다
어젯밤에는 심지어 한 시간 가까이나 침대를 덜썩이며
사랑을 나누는 소리를 들어야했다

좀 더 가까이 같이 있는 시간이 많은 부부 혹은 연인은
이미 나의 타자화의 그물인 것이다
밉기도 하고 짜릿하기도 하고
내 생활의 동심원에서 뛰어노는 영양 한 쌍 같기도 하고
나도 저랬을 순간에 저의 나에 대한 생각을 더듬어 보기도 하면서
우리는 피차 한 배를 타고 끌려가는
어지러운 국가의 거수꾼 이기도 한 주제를 생각했다

아 내일 새벽에도 저 남자의 오줌소리와 변기 물 내리는 소리와
침대를 뒤흔들듯 여자의 음부에 존재를 과시하는 소리를 들어야 한다
그러니 나는 위선자다
아 들어야 한다, 괴롭다가 아니라 우리는 다 같은 인류니까
이웃이니까 나도 너와 다르지 않으니까
에 또 뭐가 있을까 나도 하고 싶으니까 그만 좀 해라
외치고 싶기도 하다

남자랑 같이 사는 것도 힘든데
윗층 남자와도 같이 살아야 하다니
이 층간소음이 날로 번창해서
나는 나의 윗층남자와 사랑을 나누는듯한 착각에 빠지기도 한다
나는 윗층같은 남자를 싫어할 뿐더러
자신의 아름다움에 사로잡혀 있는 나의 남자를 좋아해서
현실은 푸른 나무인데 잿빛 이론*을 가진 남자를 좋아해서
꿈으로 임신한 아이를 제 아이로 여기는 남자를 좋아해서
나의 층에서 이렇듯 관음하고만 있어야 하는 나는
대체 왜 여기에 계속 사는 것일까
 

*괘테가 쓰고 레닌이 인용 한 말




생각과 물음
----구미 스타케미칼 해고복직 투쟁위원회가 주최하는 문화제에 가서---

나는 오늘 10월문학회 송광근 시인과 차를 타고 오면서
이 차는 누가 만들었을까 생각했습니다
나는 오늘 경부고속도로 오면서
이 고속도로는 누가 만들었을까 생각했습니다
나는 굴뚝 광호님과 해복투 동지들을 바라보면서
이 굴뚝과 이 공장과 이 구미는
이 스타케미칼은 누가 만들었을까 생각합니다

그때 나는 무엇을 했던가,
나는 어디에 서 있었던가 생각했습니다
집에서 20분 30분 한시간 약 하루도 채 안 걸려
다 갈 수 있는 우리나라 곳곳인데
나는, 우리는 무엇을 했는지 생각했습니다
그래도 되었는건지 생각했습니다

그렇지요
노동자를 좀 봐 달라는 거지요
노동자의 이야기를 좀 들어달라는 거지요
그러면 되는 건가요?
 
인간 대접 받고 싶다는 것이죠
일하고 싶다는 것이죠
일 터로 돌아가고 싶다는 겁니다
그러면 다 되는 거지요?

수많은 노동자들이 이렇게 말하고 있었지만
내 일이 아니었으므로
나는 비계급이므로
마음만 그저 굴뚝같았습니다 아팠습니다
스타케미칼 해고노동자 광호님이 굴뚝에 섰을 때
하늘등대인줄만 알았습니다
5월 29일부터였으니까 오늘이 200일째!
45m 높이의 공장 굴뚝 위에서 이렇게 말했더랬죠

그냥 내려갈 수 없습니다
공장에 나가 일하고 싶습니다
노동자가 살아야 세상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해복투 동지들과 함께
착취와 억압이 없는 누구나 평등한
눈물보다는 웃음이 있는 공장에서 일하고 싶습니다
노동해방, 인간해방의 세상으로 가고 싶습니다
살기 위해 굴뚝에 올랐습니다 라고 말입니다

보세요 지금 세상은 죽어가고 있습니다
길 위에선 코마스크를 끼워야 합니다
이웃들은 가난을 비정규직을 덮어두려 합니다
혓바닥 내밀고 웃는 행인을 봅니다
공원 앞마당으로 줄 선 무료급식들의 행렬을 봅니다
자연으로부터 폭발음이 계속 들려오고
철근과 콘크리트로 뒤덮힌 고가송전탑들의 얽히고 섥힘
빌딩의 모가지를 친친 감고 있는 자본이 모래비로 쏟아지고
이상한 시위를 계속하는 대명천지 서북노인들의 나라입니다
힘 주어 줄서는 경찰,
불현듯 나타나서 나 그대를 비선하노라 외치는 무한정 뻗어가는 저 어둠 속의 회의들을 봅니다
상상하기조차 힘든 건달처럼 구는 나라입니다

아아 푸른 하늘 푸른 노동 푸른 등대를 이제 더는 볼 수 없는 건가요
하얀구름 비구름의 하늘가에 피어나는
굴뚝광호님의 눈물을
이 지상의 땅에서 그치게 할 순 없는 건가요
해복투 풀잎같은 동지들이 온나라의 노동의 정의로 물결 칠 순
정녕 없는 건가요




불가능한 말

길을 바라보네 차를 바라보네 지나가는 사람 저기 저 낮은 가로등 가로등 밑의 과일가게 과일가게를 끼고 돌기 시작하는 일련의 현생

바라본다는 것, 그 그것, 그 그것, 그저 바라보는 것 아니네 내 살아 뜬 눈 꼭 감아보는 것이네 등나무가지 한 개가 꼬이고 있는 이 시각엔 울음도 가짜같이 말랑말랑한 이 시간엔 시도 쓰지 않을 것이네, 남의 창도 들여다보지 않을 것이네, 앵벌이 총각도 그 앞의 가련한 돈통도 껌도 사주지 않을 것이네 오직 聖者마음 새겨진 불가능한 말을 섬기겠네

거리로 내동뎅이 처졌다는 말, 진리가 여러 개라는 말, 해가 산을 넘지만 실은 산이 해를 넘는다는 말, 들판에 꽃이 피었지만 꽃 주위에 들판이 가득하단 말, 원래 저 하늘은 먼지처럼 작은 존재였다는 말, 네 곁에 겨우 붙어 떠돌았다는 말, 너를 감싸고는 너를 핵심으로 만들었다는 말, 넌 여전히 작지만 크다는 말, 하늘은 크지만 작다는 말, 네가 움찔 할 때 가끔 하늘이 움찔함을 느끼면 사뿐히 조심하여 걷는다는 말, 결핍, 결핍이라는 당신의 말

돌아갈 수도 돌아가지도 못한 시간이 꿈이 된다는 말, 새벽하늘 겁 주려는 밤의 미래, 죽음같은 희망이라는, 불가능한 말,





이 모오든 감옥

 어젠 10월유족회 정기총회 준비를 위한 모임을 이조명가 사무실에서
했었죠 10월유족과 이용수할머니와 지하철 세월호 유족까지 모두모두
손 잡고 유족의 나라 굿판을 벌리자는 의견이 있었어요 물론 춤 추는 박정희샘이
그들 모두의 손을 서로 잡게 해주었으면 좋겠다고요 마침 채영희 회장님 생신이라
노래도 부르고 케익도 자르구요 특별법 제정 서명을 열렬히 하자며 마음을 모았어요
오늘은 신매광장 아이쿱 생협 주최로 7시반에 다이빙 벨을 상영한다고 해요
지식과 세상에는 김상봉교수의 호모에티쿠스 에 대한 강연이 있었죠
본색 소사이어티 이시훈은 왔다가 돌아갔다고 하네요
숨쉬는 밥상 협동조합 대표 송광근 시인도 오늘 10월문학회 번개를 때렸고
방천시장 카페 플로체 한지영 박진명씨도 열심히 추억의 도시락을 만들구요
서부시장 콩국집에선 박정희샘도 아름다운 경영에 종사하고 있구요
교육공간 와에선 레닌의 국가와 혁명에 대해 공부를 한다구요
노동사화과학 연구소의 보육교사 김영숙씨는 아무도 우리를 대신할 수 없다
우리도 말 좀 하고 살자고 이교희 노동당 친구가 페북에 알렸어요
현대사상연구소 홍승룡선생님은 문학과 혁명 이란 트로츠키의 발제를 하신다구요
우리 몇몇 중 맋스 연구소를 차리자 는 의견이 있었어요
그런데 뉴스 민 기자 천용길이 3개월 육아휴직을 한다네요
같이 공부할 시간이 좀 늘었어요
경대 북문 어디에선 김사열 총장님이 왜 총장이 못되는가 를 가지고 경대 민동들이
열나 모여서들 있구요
만경관 옆 오오극장에선 55석의 의자로 독립전용 영화관을 개관하여 그 첫 날
블랙 엔 화이트 란 독립영화를 상영했어요 미생의 이성민씨 데븨작이더군요
그 옆 ymca가 5월15일 둥지를 틀어야 할 빌딩엔 정태경화백의 그림을 전시할려고
준비 중입니다 덕분에 10월문학회 시화전도 함께 열까 생각중이고요
아휴 내일은 민예총 총회가 오오극장에서 열리네요
밤 12시반엔 팽목항 출발 버스가 동아쇼핑 앞에서 기다리고 있을 거구요
모래는 해인 스님이 몽골의 페미니스트 왕비들이란 북 콘서트를 하는데
그 전에 돌아올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다음 주엔 설날이 있네요 등산도 가고 싶고 책도 읽어야 하지만
장 보러 가야 되요 법주도 사야 되고 표고버섯 사과 부추 미나리 달걀 두부 밀가루
돼지고기 문어 감자를 사야되요 어디 그것 뿐이겠어요 제삿장을 보려면 메모지에 적어서
몇 번이나 확인해야 하는걸요...드디어 한 해를 넘기는군요 56살이란 끔찍한 나이를 기억해야 해요
아들 과 딸 둘 다 결혼도 안했구요 직장도 없어요 먹고 놀아요
논다기보다 자유의지로 자아실현에 돌입했다고 주장들 합니다 ㅎㅎㅎ
그런데 친정엄마가 전화를 안받아요 나도 전화를 잘 안하지만 그만큼 섭섭해 하시고
그만큼 외로운신 분이죠 결혼 안한 여동생과 같이 살아요 두여자가 함께 살아서
든든하기도 하고 불안하기도 하고 부럽기도 해요 같이 살고 싶은데 쉽지가 않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