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문학관>

 

 

즐길 수 없으면 피하라!

 

마음 높이 엇비슷한 이들과 비워내던 막걸리 주전자들이 스친다. 술상에 이마 박은 채 한국문학사 새로 쓰자며 취기와 객기로 외쳐대던 날들. 서로에게 소설 잘 쓰는 잡놈이 되고 시로도 먹고 살 수 있는 팔놈이 되자며 창작욕을 어깨동무로 나눠주던 시간들. 지나고 보니 값진 자산이다.

무엇보다 소중했던 시간은 아득하고 고통스럽지만 포기할 수 없었던 자신과의 싸움이 아니었을까. 나를 문초하고 실험하는 시간이었다. 인도 철학자 오쇼 라즈니쉬가 그랬던가, ‘인간이 탐험하지 않고 내버려두는 유일한 것은 자신의 내면세계’라고. 진정한 보물은 그곳에 있다는 그의 말이 내 생각과 닮았다.  

시인이 되고자 소 팔아 가방끈까지 늘렸던 동기는 등단 후 재야시인으로 살겠다고 입버릇처럼 떠들었다. 15년 만에 첫 시집을 출간하더니 그동안 참았던 숨을 토하듯 놀랍게도 다음해 두 번째 시집을 묶었다. 시인은 한평생 시집 한 권이면 족하다던 선배는 그새 죽었다 살았는지 새로운 시집을 냈다. 시집을 내지 못하고 있는 나는 여전히 약력에 시인이라고 꼬박꼬박 적는다. 그리고 술상에 이마를 박는다.

내 안에서 탐험중인 나는 아직은 즐겁다.

 

 

 

 

 

 

 

이원준

서울 출생. 1991년 《현대시세계》로 등단한 시인, 소설가.

저서 《흔들림 또한 우리가 살아가는 한 모습이다》, 《권정생》, 《김오랑》, 《이상》, 《김구》, 《노먼 베순》, 《넬슨 만델라》, 《정약용의 편지》, 야사로 읽는 조선 왕들의 속마음》 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