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특별 - 봄의 자백  

 

 

까나따라마빠싸아짜카타파하

                          날 선 모국어들 시린 발로 겨울도시를 지나 뛰어갔다

         불면을 베고 누웠던 새벽이 일어나 결국 꽃을 머리에 일 때

                                                                책갈피 넘기듯 아이들이 태어났다 죽어가고

                                      도로표지판은 더 이상 길을 품고 있지 않았지

              태클 없이도 자꾸만 넘어지는 시민들 마음에

                                                       메뉴판 떼어낸 착한식당은 착하지 않은 사람들로 붐비고

                                         하숫물로 커가던 가로수가 머리를 숙이면

           이별 같은 바퀴의 자동차가 구른다

                                           길바닥 버려진 비닐봉지처럼 잠들고 싶어

              비 온다

                     젖지 않는 비닐봉지

                                       그만큼 높아지는 허공 하늘에 가까운 다리 위에서

                   빗물 툭툭 차는 새벽의 소녀

                                             절망을 검산하는 사이

                                                                또 아침을 아무렇게나 던져놓는 허리 꺾인 신문

                                          먼저 일어나는 자 이제부터 불행할지니

           아직 홀몸인 태양이 기웃거리는 아래

                                             꽃샘추위에 멱살 잡힌 봄의 자백

 

 

 

 

사각도시

 

                   둥근 지구는 언제부턴가 사각의 종이 위에

                     그려지고 많은 도시들도 사각의 이념 아래

                     편리하게 을 부여하는 방법을 익혀왔다

 

 

도시는 단지 사각으로 말할 뿐 둥근 산을 깎던 발파음의 기억조차 품지 않는다 조각난 꿈을 줍던 허리 낮은 지붕 위로 갈매기가 날아왔지만 아무도 하늘을 보지 못했고 철 늦은 풀꽃들만 사각사각 상처 난 콘크리트를 비집고 무겁게 일어서 일방통행의 행인들 걸음을 방해했다 다양한 오르가즘을 위해 시민들은 삶의 체위를 매일 바꿔야 했고 밤은 언제나 컬러로 켜지고 남근을 닮은 빌딩들은 앞선 유행의 현수막을 착용하여 현재형의 바람이 불고 있음을 알렸다 뿌리를 포박한 가로수들을 남성명사의 트럭이 어디론가 데려갈 때마다 아무 말도 남기지 않았지만 서 있지 못한 시민들은 손끝으로도 결코 질문하지 않고 가끔씩 급송된 고딕체의 전단이 새벽도시를 덮어 말없음표로 늘어선 창문마다 일찍 불을 켰다 둥글지 못한 지갑을 서둘러 꺼낸 이들은 또 버릇처럼 하루를 셈하고는 역시 오늘도 둥글지 않을 것 같은 예감의 둥지를 향해 걸음을 옮겼다

 

 사각의거푸집사이로살아남은여름강이비상식량으로

 갈                  그   리                 내

 든  매          을           며             리

 려      기  원                              는

 몰                              날          눈

 아            다                            을

 좇                           아             맞

 를                 른      오               으

 새냄은익낯때힐눕을몸운거무해향를류하엿뉘엿뉘며

 

 

 

 

자연은 자산 

                           

 

 

 

 

 

목수 장씨

 

 

교회의 시뻘건 십자가가 하나 둘 셋···.

달궈진 인두처럼 돌아누운 밤하늘의 덤덤한 등짝을 지지는 거룩하지 않고 고요한 밤 그 사이로 조금 멀리 보이는 이단인 양 외롭게 녹십자를 이고 있는 강동성모병원 삼층 입원실엔 공사장 비계에 매달려 못질하다가 실족해 목과 한쪽 다리를 다친 목수 장 씨가 있다

관 뚜껑 닫을 때꺼정은 장담 못 할 게 바로 우리네 인생이여

병문안 온 사람들을 오히려 위로했다는 장 씨 한 달 가까이 닳아빠진 대패처럼 누워 있다 나머지 두 다리는 멀쩡하니 안심하라고 옆에서 눈물 찍는 마누라 손잡으며 다른 손으로는 풍뎅이 등딱지 같은 성경책을 꼭 쥐더라나 그를 만나고 온 사람들은 입을 모아 죽은 나무 깎아먹고 사는 목수라 부자는 못 되어도 제 둥지만큼은 알아서 타고날 줄 알았는데 방세가 밀려 곧 쫓겨날 판이라며 애석해 했다

오늘도 초록빛 십자가 밑에서 물음표로 누운 몸으로 성경책을 읽고 있을 장 씨가 문득 떠오른다 인두자국 같은 달만 퀭한 낯빛으로 떠 있는 이 밤에

 

 

 

 

둥근 것에 대하여  - 감자

 

 

              긴시간온몸으로

          세상의양식이될수있는법

     익히고익혔다모나면칼질더받는다는

   교훈아래동그랗게둥지를마련하는습관을

  들이고간혹튀어나가려는부위몸굴려안으로

 쑤셔넣었다둥근것이편하리오래전부터전수된

   세상살아내기보이지않는지하에서남몰래

     예습했다동글동글맺힌땀처럼여러개

          눈달고지상으로뽑혀나갈

             그날을기다리며

 

 

 

 

둥근 것에 대하여  - 동그란 손거울

 

 

마누라 손거울 들여다보니

그 속에 내 얼굴이

,

 

매일 아침 출근하면서

얼마나 슬펐을까

 

 

 

 

(    )

 

 

비워두어야비로소충만해지고

좁히지말아야뭐라도품어주는

선택란이란이름하에디룩디룩

살쪄가는자유같았던이속에서

이제는그만튀어나가고싶구나

 

 

 

 

대한민국 목차

 

 

1장  광화문, 펜과 칼

1. 북악산 후광으로 점잖이 앉아

2. 훈민정음 해례본을 펼친 세종

3. 한손 들어 무어라 연신 일러주는데

4. 칼 움켜쥐고 선 결의의 충무공

5. 높은 데서 한곳만 노려보며

6. 도무지 대꾸하지 않는다

7. 멀찍이 떨어져 등 돌린 채로

8. 여태

 

2장  국가관

1. 내가 잘 살아야 하는데 걱정입니다

2. 내가 잘 돼야할 텐데 자신 없습니다

3. 내가 행복해야 되는데 모호합니다

4. 내가 걱정 끊어야하는데 복잡합니다

5. 내가 언제 고꾸라질지 몰라 불안합니다

6. 너에게 미안합니다

7. 내가 앞으론 더 너그러워지겠습니다

 

3장  돌  섬

1. 마음속 강에

2. 잦은 신경질이 쌓은

3. 돌섬 하나

4. , 불쌍한 내 여의도!

 

4장  공통 레시피

1. 밥 먹다 더부룩하면 왼손으로 배를 오른쪽으로 쓰다듬지 대부분

2. 똥 누다 변비다 싶으면 오른손으로 배를 왼쪽으로 쓰다듬고

3. 잘 먹고 잘 싸기 인간 숙원에 필요한 양손

4. 작은 몸의 나라 한데 어우러지고 소통되도록

5. 오른손으로 비비고 왼손으로 비비고

6. 팔도!

 

 

 

 

신발 두 켤레

 

 

두 아들 신발이 현관에서 나를 본다

집 나갈 때 편하게 신발코 밖으로 두렴

어릴 때부터 일러줘도 생활로 만들지 못한

주인들 닮은 얼굴이지만 습관처럼

드나들다 길 되면 떠날 성년의 두 아들

물잔 찻잔 술잔까지 투명하게 바꾼 채

언제나 지켜보려는 미련과 마주쳤다

각질로 남은 추억만 긁적거리는 나를

혼자 거실에 헛헛해진 지천명 깔고 앉아

불면과 싸우다 허공 같은 밥 먹는 아비를

깻잎 눌러줄 사람 없는 쉰내의 남자를

데면데면 구경하고 있다 내 눈에는

훗날 제 식구 거느리고 어느 겨울 지날 때

보일러 켜려던 며느리 가운데 하나라도 

여보 아버님 댁에 과부 놓아드려야겠 

언감생심 공상마저 조그맣게 열다 틀어막고

댁이 귀로 과부가 보청기로 바뀌자

어깨 킬킬대는 어수선한 새벽이 차다

동가이몽에서 일어나 난방온도 높이려는데  

잠들지 않고 어둔 현관 바닥에 나란히 누워

뭐 하세요 또 안 주무세요 아휴

허연 입김의 하품하는 아들 두 켤레

 

 

 

 

소리를 위하여

 

 

꽃잎 떨어지는 소리 들어야겠다 낙엽 썩는 소리와 인적 끊긴 산길 야윈 풀들이 몸 비며 만드는 노래, 올무를 의심치 않은 고라니 발목 죽어가는 소리, 바퀴벌레로 오인 받은 귀뚜라미 일생 터지는 소리도, 이별 뒤 어둠에도 눈부신 눈꺼풀의 절규, 취객 타넘는 찰나 바퀴가 토한 신음, 의사봉이 내려지며 지르는 비명과 집 짓다 죽은 바둑알 쌓이는 소리 들어야겠다 입양 가는 아이 공갈젖꼭지 감빠는 소리, 사람의 무게 알아내고 0점으로 복귀하는 체중계의 한숨, 불면을 밟는 새벽 첫 발소리, 사식으로 넣어지는 햇살이 막 창틀 넘어오는, 무료급식소 콩나물국이 뜨겁게 아침을 연주하는, 전방생활 전해준 나라사랑카드 닳아가는 소리도, 하수구로 등 떠밀리는 다시 못 볼 날 씻긴 물소리, 망설임의 주머니에서 꺼낸 손등에 울컥하는 피, 밤하늘의 오래된 서랍 열리는 소리, 추억의 가지마다 매달리는 떠난 것들의 뒤척임, 성급히 넘긴 책장이 제자리로 돌아가려는 떨림까지 앞으론 꼭 들어야겠다

 

나 이제 귀를 열기 위해

귀를 닫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