되짚어보면 글은 이름 석 자 겨우 알고 손수건 가슴에 달고 입학하던 그때부터 언제나 좋은 벗이었다. 덜 외롭게 덜 아프게 견디게 하는 힘이었다. 길을 가다 번번이 멈춰 섰고 자주 울었고 언제든 어디서든 어떤 글이든 썼다. 그냥 좋았고 편했고 잘 할 수 있었고 당연한 듯 교만해졌다 뒷통수도 맞았고, 공들여 채운 것들이 순간 텅 빈 듯 강한 충격을 받기도 했고 그래서 고마웠고 행복했다.

 

이런 글과 어느 순간부터 소통이 힘들어졌다. 핑계가 많아졌고 욕심이 늘어났고 게을러졌다. 그래도 놓아버릴 수 없어서 붙들고 시를 썼고 시집을 냈다. 이따금 스스로에게 묻는다. 너는 하루 중 얼마를, 일 년 중 얼마를 시인으로 살고 있느냐고. 어쭙잖은 핑계들은 차치하더라도 쉬 뻥끗할 수 없으면서 문학관이라니, 감히 할 말이 없다. 다만 경계를 잘 넘나들 수 있기를, 부끄러운 시간을 줄여갈 수 있기를 소망한다.

 

 

   

경북 상주 출생. 1998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