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해야 한다는 것

 

 

 

먼저 살아있음을 확인해야 한다

창조 이후에 지금처럼 무엇인가를 끊임없이 소비해야만 유지되는

참으로 이상스러운, 두발로 걷는 짐승들의 반문명(反文明), 비문화(非文化)의

시대는 없었다.

경계와 경계, 그 음침한 균열의 틈사이에 숨어, 볼 수 없는 독가스를 흘리는

저들을 보라

 

오직 소비할 수 있는 자유만이 인간들에게 허락된 유일한 자유이며

소비할 수 있는 능력이 상실된 인간들은 호모 사케르가 된다.

보다 더 심각한 것은

허락된 유일한 자유, 소비할 수 있는 자유의 길은 그 종착점이

소비능력의 상실이라는 호모 사케르의 집단 수용소로 통해있다는 것이다

 

자본은 인류가 지향하여야 할 유일한 선(善)이며

문화적, 정치적 이데올로기가 되었다

가난은 전혀 쓸모가 없어졌고 이 시대의 한가지 범죄형태가 되었다

소비할 수 없는 계층은 재판이나 경고 없이 사살될 수 있는

고압전류가 흐르는 철망으로 격리된 사막으로 운반된다, 화물처럼

 

얼마 남지 않은, 짐승이 될 수 없는 사람들은 공포와 분노 사이를

불안에 사로잡혀 우왕좌왕한다.

나와 당신처럼.

그러한 연유로 우선 내가 살아있음을 확인해야 한다.

모든 것은 내가 살아있음이 확인된 후에 시작될 일이다.

수용소라도 확인작업은 필요하다.

 

만약에,

그렇지, 맞는 말이다. 만약에 말이지 살아있다면

다음으로 단순하고 쉬어져야 한다

단순하고 평이해 질 수 있다면 나와 당신은 은유(隱喩)로 감추어진

길, 집단 수용소를 탈출할 수 있는

빠삐용의 시체넣는 자루같은

은밀하고 가능성있는 탈출의 길을 찿을 수 있을지 모른다

 

운이 좋아야 하고, 무엇보다 절실해야 한다.

억울함이 농익어 눈물처럼,콧물처럼, 오래된 목구멍 속 가래침처럼

흐르고 막을 수 없고 또한 반드시 냄새가 나야한다,아주 더럽게.

더러운 냄새가 날 정도로 단순하고 쉬어져야 한다.

저 친구는 쉬운 인간이야, 人間末子.

정말 더럽게 억울한가, 당신은.

 

그렇다면 춤을 출 준비가 된 것이다.

궁핍한 환상과 꿈만으로도 할 수 있는

유일한 은유의 춤을 출 준비가 된 것이다.

이 겨울 맨발로 산을 넘고 강을 건너

저 푸른 바다 위에서 둥글게 둥글게 춤출 준비가 된 것이다.

 

춤을 추면서 말하는 것은 어렵다

격렬한 몸짓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가쁜 호흡이 필요할 지 모른다

(나는 단 한 번도 격렬한 몸짓의 경험이 없다, 숫총각같이 순결한 나)

혹시 몹시도 가파르고 위험한 가쁜 호흡의 춤을 추면서도

노래할 수 있을지 모른다, 당신은 무슨 노래를 할 수 있을까.

 

글을 쓴다는 것은 위험한 인간이 된다는 것이다

이미 가진 자들과 더 가지려하는 자들에게 위험하다는 것이다

글을 쓴다는 것은 말해야 한다는 것이다

학대받는 풀과 나무, 흐르는 강물과 눈물방울이 되어버린 바다에 대해

가슴 속 딱딱하게 굳어버린 눈물을 너무도 무겁게 지니고 사는

너와 나에 대해서, 길거리 遺棄犬에 대해서.

황금의 식탁위 황금의 포도주는 결코 마실 수 없음을

귀두확대수술을 갈망하는 거대한 시대에 대해

아주 위험하게 말해야한다는 것이다

가난하게 사는 것에 대해 당신은 행복하다고 말해야 한다는 것이다.

 

1960년8월15일 생 

 

한양대학교 정치외교 졸

한양대학교 동 대학원 중퇴

중앙일보사 19기

LG화학 

 

현 노무인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