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나에게

 

혹시

삶 속의 모든 관계

고리부분에서

잘못된 자리

그 모세의 의자를

거지처럼 갈망하지 않으세요

 

길가의 거지처럼

지나가는

모세들의

화려한 휘광을 배고파하지 않으세요

 

모세의 자리에 앉은

거지를

꿈꾸고 있지 않으신가요

 

 

 

天地不仁

 

사랑함으로 내버려진

들에 버려진 풀강아지는

혼자서 자주로 호숫가에 갑니다

모닥불 가에 있는

흰 옷 입은 사람을 찿고 있습니다

 

가짜로 사는 것은 참 지겹습니다.

 

 

 

옛날 옛적에

 

가난한 과부가

마지막 남은 감자 열 몇 개

앞마당 샘물로 푹푹 쪄서 먹고

이 세상 하직하려 했던 날

 

길고 긴 가난에 지쳐

열흘 굶은 개처럼 사나와졌고

말린 무말랭이처럼 비틀어져버린

여위고 구부정한 마음으로

길가의 어린 거지에게

떨리는 손길로

때묻은 소반에 찐감자 열 몇 개

전부 먹으라고 건네주게 되었는데

 

어찌어찌하여

그렇게되었는지는

가난했던 과부와

길가의 거지만이 아는 일이라

 

그렇게 늙은 과부는 굶어서 죽고

길가의 어린 거지도 몇일 못가서

따라서 굶어 죽었다던데

감자밭 어귀에서 죽었다던데

 

그 과부

뭔 생각으로

전부 다 주었을까나

죽을 때 무척이나 주렸을텐데

 

 

 

20세기 묘비명

 

돼지머리를 조각한 비석을 세운

이십세기의 무덤에는

검은 烏石위에 선명한 황금색으로

그의 화려했던 일생이 새겨져있다

 

두려움의 우리에서

배부름을 바라며

살찐 돼지처럼 식욕에 반응했다

 

세줄로 새겨진

찬란했던 그의 백년이

사랑스런 후손들을 굽어보며

양지바른 명당자리에서

못다한 식욕을 아쉬워한다

 

비만했던 선조를 그리워하는

21세기의 한층 더 肥滿해진 후손들은

하루에 세 번씩

이십세기가 남겼던 유언을 생각한다

 

瑕疵있는 식욕을 補修하라

 

 

 

아 처인성

 

오백칠십걸음 둘레 열걸음 구릉을 가지고

맞서 싸웠다

 

산 채로 껍질을 벗긴다는

뱃속의 내 아이들을 끄집어내고

내 누이의 가슴살을 도려내 먹는다는

 

제국의 공포에

나는 도리어 웃어버렸다

 

내가 지킨 것은

내년 봄 저 아래 들판에 뿌릴

볍씨 한움큼

 

이 한움큼의 볍씨에서

또다시

천년의 생명이 시작될 것이어서

 

아비와 어미가 찢겨져 죽고

누이의 배가 갈리우는 모습을

한줌 씨앗과 바꾸어 버렸다

 

오백칠십걸음의 둘레를

제국은 넘을 수 없었고

또다시 천년이 시작되었다

 

 

 

가난한 사람들7

 

 

 

한강다리 건너가다 만난

물에 빠져죽은 그 애는

해맑은 모습으로 조용히 내게 말해주었다

 

답답했어요

항상 가슴이 답답했어요

나는 열아홉살이었어요

 

다섯 살 고아

일찌감치 철이 들었고

얹혀사는 것이 눈치가 보여

그놈의 알바

하루에 열두시간 꼬박서서 일해서

팔십만원으로 살아왔는데

 

답답했어요 답답해서

퇴근길 걸어서 한강다리 건너다가

물살이 참 시원해보였어요

 

한강다리 걸어가다 만난

물에 빠져죽은 그 애는

해맑은 모습으로 조용히 내게 말해주었다

 

답답했어요

항상 가슴이 답답했어요

나는 열아홉살이었어요

내 동생은 열일곱살이에요

 

 

 

감추어진 별이야기

 

오늘 밤 내리는 눈 속에

베들레헴의 별이 감추어져 있다

그 별은

모든 이들이 보기를 원하지는 않아

가난하고 남루한 표적을 지닌

이 겨울 밤에 추워떠는 사람들에게만

아주 잘게 나뉘어져서

조용히 감추어진다

그 때 그 목동들처럼

바깥에서

추운 겨울 밤을 지키고있는 사람들만이

베들레헴의 별,그의 소리를 들을 수 있다

그 별은

작고 완전한 순백의 소리로

방금 태어난 아기의

힘겹고 가난한 울음소리같은

웅크린 사람들의 신음소리를

비추인다

 

 

 

보리고개

 

세상에서 제일 높은 보리고개 꼭대기에

하늘같은 거울이 있다

거울 속에는

하늘의 마음을 닮아버린

예쁜 소냐가 웃고 있다

 

세상에서 제일 깊은 보리고개 밑바닥에

거울같은 하늘이 있다

하늘 속에는

하늘의 마음을 닮아버린

예쁜 소냐가 울고 있다

 

소냐는 나를 닮았다

나도 소냐를 조금 닮았다

 

 

 

지렁이2

 

물지게를 지고 언덕을 오르신다

 

물지게는 늘 흔들렸다

등허리 포대기에 업힌 애기

손 잡고 아장아장

단발머리 세 살 가시내

처음 기억나는 시간은

해가 넘어가는 소리

어둑한 저녁이었다

예배당 종소리에 빨려가는

처음 기억나는 모습은

항상 뒷모습이었다

겨울은 추웠고

얼어터진 손으로 걸레질하는

엎드린 등허리

타고노는

처음 기억나는 모습은

항상

기억하기 싫은

잘못이었다

 

지렁이 지렁이

지렁이가 꿈틀인다

인생의 모습으로

꿈틀인다

 

 

 

출발

 

신기하지

죽음의 모습이 지나면

맑은 초록빛

그 생명들이

어디서부터 나타나는지

분노와 두려움

탐욕과 시기

위선과 교만

저주와 달군 쇠꼬챙이

살이 타는 냄새 속에서도

맑은 생명

그 초록들이

어디서부터 깨어나는지

깊숙히 품고있는

죽음의 알

너희들의 익숙한 자리

밑에서

어째서

생명이 나타나는지

사랑하지도 않고

미워하지도 않는

스스로 그러한 것이

참말로

신기하지

아주 조금만

두려워하지

거의

태워버렸으니

대부분

지나왔으니

지금부터는

같이가는거야

신기한 출발이 시작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