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서自序

 

눈물나는 잠꼬대
-기형도, 그를 읽는다

 

 
육체는 떠나도 영원한 젊은이로 살아있는, 시어들,  독백은 생명의 무수한 촉수로 슬픈 한 생을 더듬어 보는 허우적거림이다. 아니, 그의 손자국, 발자국, 한숨소리다.
쓸쓸히 홀로였던 낯선 바닷가에서 만나는 기형의 소나무다. 그 길 위에 길이 있었다.


아버지의 아버지, 또 그 아버지, 그 아버지들에게서 자신을 발견하고 대물림되는 무형의 재산들이 그를 숨막히게 했을까 어쩌면  천재의 기형성을 존립시키고자 했던 흔적들, 어디선가... 빈집을 막 떠나 온 그의 체온과 숨소리, 영혼의 밑바닥에서 울려나오는 체념의 바람소리가 들린다. 아무도 검은 페이지를 펼쳐보지 않으리라고 낙심하는 고뇌의 마지막 몸부림, 날이 시퍼렇게 서서 빈집을 쩡쩡 울리고 있었다.
 

남루마저도 상실해야 했던 젊음을 안식하고자 새벽닭이 울기 전 시인은 빈집을 찾아갔던 것일까? 지상에 발을 붙이지 못하고 스러지는 진눈깨비의 모습을 본다
 


기형도를 읽고난 새벽 3시 30분,

그의 입 속에서 나는 석탄이었고 이윽고 재가 되었다


감청물이 뚝뚝 돋는 하늘에 청명한 달이 똥그랗게 눈을 치뜨고 있었다

 

 


북악산 자락에서

진 란

 

 

 

 


 

◆ 표사의 글 ◆

 


KISS, 그렇다 시는 당신에게 가고 싶은 것이다. 그래서 말[言]에 날개를 달고 풍선을 달고 새가 되고 나비가 되고 꽃이 되고 꽃구름 같은 그런 여자가 ‘나는 바람으로 날아가고 있어요’ 하는 것이다.

K, 당신에게로 1. 가고 있어요. S, 시는 가고 싶은 데로 S, 가는 것이다. 그,리고 당신이 가슴에 전각(KISS.)되는 것이다.

― 이생진 (시인)

 


“햇살 한 줌 부둥켜안고 하얗게 부풀어 오르고 있을/그 여자, 꽃구름 같은” 화려한 환상의 꿈을 꾸는 그 여자, “폭설의 냉골에서도/ 남보다 먼저 치맛자락을 펼쳤기에/ 철없는 햇살에 자궁을 열고/ 검푸른 마음 한켠에 열매를 가지는” 그 여자, “언어의 새들이/ 붉은 심장 속에 둥지를 트는” 뜨거운 심장의 그 여자, 그 여자, 통 큰 페니니즘의 시인! 진란 시인! 보다시피 그녀는 언어감각이 화려하고 화려한 언어를 거침없이 구사하는 능력이 뛰어난 활달한 시인이다.

내가 아는 진란은 구남매의 맏며느리로서 책임과 의무를 다해가며, 슬하의 두 아들 소홀함 없이 잘 키워 군대까지 마치게 하고 처녀 때부터 시와 시인을 뜨겁게 사랑한 나머지 그동안 자신이 꾸준히 써온 시편들 중에서 그 정수를 모아 ‘희끗한 모발’의 나이에 첫 시집을 상재하는 그녀의 마음은 얼마나 젊은가, 얼마나 가슴 설레랴!

그녀라고 어찌 한과 눈물 좌절과 아픔과 고독이 없었으리. “어찌 살아왔는지, 이마 모서리 내려앉은 희끗한 모발로/ 허전한 가슴에 옷고름을 매어보는 저녁” 나는 바다 같은 그녀의 한량없는 눈물을 본 적이 있다. 소매물도의 밤.

― 정대구 (시인)

 


꼬기오, 라고 닭이 우는 소리를 ‘꽃-피-요 꽃-피-요’라고 들을 수 있는 귀를 가진 시인이 얼마나 될까? 진란 시인이 그런 귀를 가졌다. ‘꽃을 꽃답게 쓰면 이미 꽃이 아니라’는 것을 알기에 시인은 닭의 울음소리를 통해 꽃을 본다. 그때 시인의 꽃은 닭의 볏처럼 꼭두서니 빛이다. 그래서 시인의 꽃은 ‘붉은 혀 쏘옥 내밀’기도 하고 눈 속에서 ‘하나씩 비집고 나오는 매화 꽃잎’이 된다. 한 10년 반갑게 인사하며 지냈는데 이제 첫 시집을 내는 시인의 진중한 걸음이 반갑다. 지금 진란 시인은 ‘혼자 노는 숲’에서 잘 익었다.

― 정일근(시인. 경남대 교수)

 


10년 삶의 흔적이 하나하나 고스란히 녹아든 시어 
진란 ‘혼자 노는 숲’
 
 2011년 10월 05일 (수)  박아론 기자  ahron317@sjbnews.com 
 

 


가을을 흔히 시의 계절이라고 말을 한다. 감상적이고, 감정에 젖어들기 쉬운 계절이라는 말로도 대신해 볼 수 있겠지만, 사색과 사랑이 꽃 피는 시기로도 생각해 볼 수 있겠다.

 

진란 작가는 사색을 택하고, ‘혼자 노는 숲(나무 아래서)’을 꺼내 놓았다. 그의 첫 시집이기도 한 이번 작품은 처음이라는 말이 무색하게 시어 하나 하나에 노련미와 예리한 감각들이 담겨 있다.

 

첫 시집이지만 10년 동안 한 차례도 쉼 없이 시작 활동을 해왔다. 시란 그에게 있어 ‘일상에서 부딪히고 깨어지는 경험과 고뇌의 불협화음 같은 것으로 자신에게 숨을 쉴 수 있는 통로를 열어주는 것’과 같은 일이었다. 때로는 감정에 솔직해 지게 했고, 폭발하는 감정을 억눌러 평안을 찾게 해 줬다. 작가는 일기 대신 시를 썼다. 따라서 작가의 10년간의 삶의 흔적이 고스란히 녹아 있는 작품집이기도 하다.

 

일상 속에서 개인의 감정을 솔직하게 열어 둘 수 있게 하는 이번 작품집을 통해 나비도, 새도, 꽃과 구름도 돼 보면서 감정을 발산하는 계기를 만나보길 바란다. 그의 자유분방하면서도 거침없는 시어들은 그 감정의 통로로 독자들을 안내한다.


ⓒ 새전북신문(http://www.sjbnews.com)

 

 

 

 

 


 

 

처음이라는 것은 누구에게는 소중한 의미를 지닌다.

 

시인에게 첫 시집이란 더할 나위 없는 벅찬 감동일터. 진란 시인의 첫번째 시집 ‘혼자 노는 숲’이 출간됐다.

진란 시인은 지난 2002년 시 전문 계간지 ‘주변인과 시’의 편집동인으로 시에 입문해 다년간 편집장과 편집위원을 역임하고

지금까지 월간 ‘우리 시(詩)’ 편집교정의원과 ‘시(詩)하늘’ 속의 동인 ‘시(詩)몰이’에서 시 합평회를 이끌고 있다.

활동만큼이나 첫 시집이지만 농익은 시심이 눈에 띈다. ‘혼자 노는 숲’에서는 예리한 감각으로

화려한 시적 어휘와 거침없는 언어를 통해 시세계를 보여주고 있다.

 

시작활동 10년만에 내놓은 시집. 자유분방함 속에서도 절제의 미를 시어를 통해 만날 수 있는 이번 시집은

읽는 동안 새가 되기도 하고 나비가 되기도 하고, 꽃과 구름이 되기도 하는 생동감 넘치는 시어를 풀어내고 있다.

진 시인은 “좋은 시를 써도 좋겠지만 좋은 시인이 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고 첫 시집 출간의 소감을 전했다.

한편 진란 시인은 전주 출생으로 대학에서 유아교육과를 전공하고 유치원 교사로 재직하다

신학대학원에서 신학을 공부한 후 교회에서 교구장과 선교사로 봉사하기도 했다.

 

/송근영기자·ssong@

 

 

 

http://jeollailbo.com/news/general_view.php?An=361509&code4=CL0100006&page=1

 

 

 

 

 

 

 

 


 

 

 

 

 

 

<가을, 누가 지나갔다> 시 감상

 

 

 숲의 가슴은 자연생태의 허파다. 거대한 들숨날숨을 쉬는 ‘온전한 숨’이다. 우리가 들이마시는 숨 또한 이곳에서 발원된다. 그러므로 ‘익숙한 냄새’다. 그런데 시인은 ‘킁킁거리며 한참 누구였을까’를 생각한다. 따지지도 묻지도 더 생각할 겨를도 없이 ‘그대 품에서 나던 나뭇잎 냄새’를 떠올렸다. 이 숲이 품어내는 냄새가 곧 사람의 향기였고, 머리보다 몸이 먼저 기억해내고 반응하는 태초의 그리움이었던 것이다.

 

 숲은 본관과 문중을 따지지 않는 나무들의 집성촌이고, 가을 숲은 태고의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는 전통마을과도 같다. ‘숲을 열고 들어’가거나 ‘숲을 밀고 걸어’가거나 금세 표시가 날것도 같지만 그 어떤 소문을 허락하지도 않는다. ‘개똥지빠귀 한 마리 찌이익 울며 숲 위로 하늘을 물고 날아’오르는 돌출이 가을 숲의 품위와 고요를 더 짙게 은유한다. 각론으로는 햇빛을 받아 잎사귀를 반짝거리는 나무, 그늘 밑에서 웅크리고 있는 나무, 그리고 바닥의 바스락거리는 것들도 존재하겠으나 근본의 적요에는 아무런 동요가 없다.

 

 시인만이 ‘어떤 손이 저리도 뜨겁게 흔드는지’ 누군가의 목소리를 들으려 한다. 숲에 칩거하는 은수자라도 불러내고 싶었던 걸까. 그러나 그 ‘누군가’는 도무지 사람의 연모에는 관심이 없다는 듯 신분을 드러내려하지 않고 여전히 익명으로 남아 있다. 환상으로만 ‘붉은 것들이 함성을 지르며 화르륵 번져’감을 본다. 아무리 ‘혼자 노는 숲’이었다 하더라도 신이 허락한 고요의 방에 혼자 있기가 여간 버거운 게 아니었을 것이다.

 

 그리고 숲은 사람을 꿈꾸게 한다. 좌절보다는 희망을, 의심하기보다는 믿음을, 반목보다는 화해를, 미움보다는 사랑을 평화를. 시인은 그러한 모든 꿈과 소망을 ‘누군가’에게 다걸기하였다. 숲은 모든 이에게 위로가 되어주는 넉넉한 가슴이란 걸 잘 알기 때문이다. 더욱 지금은 저 멀리서 누가 대포를 쏜다 해도 꿈쩍 않을 가을 숲이 아니랴. - 권순진(시인)

 

 

 


 

 

 

<사막을 건너는 이유> 시 감상

 

길다. 그리고 참 숨가쁘다. 그러나 시원하다.

나는 이 시를 스무번도 더 읽었다. 읽을 수록 더 좋다.

인생의 길이 보인다. 사람의 길이 보인다. 시의 길이 보인다. -설명은 필요없다-

 

 

시공을 드나드는 장쾌하고 웅장한 서사

깊고 심오한 사유 그러나 쉬운 이해

 

고비가 사막인지 사막이 고비인지

도입부의 긴장미

 

명분과 갈증과 슬픔의 절묘한 밸런스

 

"우리는 유목의 자유로움과 떠남과 비움에 대하여, 긴 밤과 지루한 낮과 하루치의 하루에 대하여는 말하지 않아야 한다"

"황금의 전갈들이 떼지어 걸어온 걸음의 모든 길을 에울지라도 독이 온 몸을 스스로 번졌다고는 말하지 말까요?"

 

"사막에서는 목말라 죽는게 아니라 갈증을 덮치는 거대한 폭우에 빠져 죽습니다.

문순을 건너기 위해서는 입 속에 침을 가두어야 합니다. 침을 가두어 보세요."

 

"날아가십시오

파고드십시오

녹아버리세요

이유는없어요

살아야한다는"

 

저 육음절 5행의 격자

그 엄격이 말하는 무엇은 무엇일까요?

 

사막을 배후로 사는 모든 숨막히는 삶.

그 속에서 가볍게 혹은 묵직하게 지나는 당신은

그림자라고.

저 5행 육음절의 격자라고 눈 부라리는

긴 여정의 스팩타클을 본 적 있나요.

 

이렇게 시공간을 잘 배분하고 이야기를 잘 이끌어 가는 시는 좀처럼 본 적이 없다.

 

낙타가 사막을 건너는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요?

아직 천 번을 채워 읽으려면 980번이 남았습니다.

그 때쯤이면 그 이유를 알 수 있을까요?

시는 잘 읽히지만 시가 말하고자하는 인생에 대해서는

참으로 어려운 답이 되기 때문입니다.

 

이 시 한편으로 백장의 이이야기를 풀어도 모자랄 것 같습니다.

더 구체적인 감상을 언젠간 꼭 한 번 써 보고싶네요.

 

시를 쓰신 시인께 감사드리며.

 

*닝샤, 실크로드, 카라호토, 칭키스칸은 검색을 통해서 찾으시면 이해에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다만 이 지명과 인명의 시어가 가지는 뉘앙스는 번영과 몰락이라는 공통점이 있는 것 같습니다.

 묘음새의 이미지는 이 시의 전체를 끌고가는 주제의식과도 상통해 보이며 시의 결에서 보이는 그림자의 주체 일 수 도 있다는 생각입니다. - 노창재(시인)

 

 

 

 


 

 

<시월의 풍경> 시 감상

 

어느 계절이나 그 계절의 느낌이 있을 것이다. 특히나 시월은 풍성함이 가득한 계절이다. 이것이 사람이 마음을 더욱 풍족하게 할 것이지만, 때로는 더 더욱 깊은 절망을 줄 수가 있다. 풍요를 가득 담은 사람의 마음이야 행복을 갖겠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은 외로움을 갖을 것이다. 진란 시인은 그 시월이 풍경을 "나비이거나 꽃잎으로 팔랑팔랑 흩날리는 / 귀울림 깊어지는 늦봄 뻐꾸기같이"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누군가를 기다려 왔다는 것, 무엇인가를 기다려 왔다는 것, 그러나 돌아서야 할 시간이 되었다는 것, 아쉬움과 그리움의 마음이 가득할 것이다. 그 시월이 가슴 한 곳에 내리는 햇살 한 줌이라도 더 따뜻이 느끼고 싶은 게 삶의 느낌이리라 생각된다. -임영석(시인) 

 

<혼자노는 숲> 시 감상

 

우리가 살아가는 것에 대한 마음이 무엇인가를 생각한다면, 늘 혼자이다. 그 혼자인 것이 모여 숲이 되고, 산이되고, 바다가 되고, 사막이 된다. 진란 시인의 시집 『 혼자 노는 숲 』은 막막한 세상을 살아가고 있다고 생각하는 나의 몸 속 깊이 함께하고 있다는 의식의 눈뜸이다. 하루 종일 혼자 서 있기만 할 것 같은 금천길 숲속에 은초롱꽃이 피어 있고, 찌르르기가 울고, 새가 울고, 바람이 고요와 섞이는, 이것은 이미 눈에 보이는 것이지만, 눈으로 바라보지 못하고 살아가는 세상 사람이 일상이다.  시인은 이렇게 잊고 사는 것 속에 내가 무엇을 의미하며 무엇을 찾아 헤메이는가를 생각한다. 지금까지 세상의 삶은 경쟁과 대결의 구도였다면, 금천길 숲속은 대결과 구도 위에 잘 지어진 생명의 조화가 얼마나 아름다운가를 바라보는 삶의 의식이 바람처럼 스치고 있다는 것이다. 진란 시인과는 아직 만남의 기억이 없다. 오랜 시간 서로의 시를 알고 지내는 사이로, 그의 첫 시집을 무릎위에 놓고 그 무게에 대한 의식을 저울질하며 그 균형이 삶이라는 추와 세상이라는 무게를 적정히 잘, 귓속말처럼 소근거리는 힘이 무궁하다. 그 무궁함이 빛난는 시집이다. 진란 시인의 『 혼자 노는 숲 』에 나도 들어가 놀아 본다. -임영석(시인)

 


 

 첫 시집 『혼자노는 숲을 읽고 보내주신 메일

 

 마음이 어지러웠던 9월과 10월 사이에 받은 진란 님의 시집은 하나의 각성과도 같이 메마른 가을을 적셔 주었습니다. 잠시 정열의 숲에서 벗어나 속세에 있다 보니 꿈결 같은 한 시절이 그리워집니다.

 

 시집을 읽으면서 느낀 점은 '진란 님은 참 욕심이 많은 분이구나' 하는 생각이었습니다. 물론 다른 욕심이 아니고 시에 대한 욕심입니다. '성형미인이 대세'인 이 시대에 온전히 자신의 맨 얼굴을 보여주려고 하시는 열정 때문인지 자연산 시집을 오래 읽었습니다.

 

 근래에 이름만 대면 다 아는 분들의 시집을 구해서 읽은 적이 있었는데, 무슨 내용인지 무슨 느낌인지 알 수도 없는 고결한 정신 세계를 담아 구름 한 조각들이 흘러간 듯 하였습니다. 시가 독자에게서 멀어진다는 것이 허언은 아니었습니다.

 

 진란님의 시집 중에서 저는 개인적으로 2,3부를 즐겁게 읽었습니다. 집중하고 정성을 들인 1부도 좋았지만 살짝 긴장을 풀고 이야기를 풀어가는 이 부분들이 마음에 더 남았습니다. 그 중에서 <가을, 누가 지나갔다>, < Kiss>, <사랑법>, <그리운 귀>, <성형미인이 대세> 등을 외람되게도 시 제목에 붉은색 밑줄을 그으면서 읽었습니다.

 

 <가을, 누가 지나갔다>에서는 마치 프로스트의 시가 그러한 것처럼 자연과의 교감을 통해서 개인이 느낀 그 어떤 느낌을 전달받았습니다. 말하여 질 수 없는 그 어떤 교감은 한참을 읽으면서 문자가 아니라 영감과 같은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Kiss>도 잘 읽었습니다. 말하는 시라서 그런지 무겁지 않게 읽었습니다. 다만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1연을 산문형으로 처리를 해 보았더라면 1연의 빠른 속도를 좀 줄일 수 있지도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잠시 들었습니다.

 <사랑법>, <그리운 귀>, <성형미인이 대세>는 시창작에 관한 시이고, 시인이 평소에 가지고 있었던 생각을 들을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사랑법>을 읽으면서는 잠시 가슴이 아려왔고, <그리운 귀>, <성형미인이 대세>에서는 공감의 끄덕임을 할 수 있었습니다. 특히, <성형미인이 대세>에서는 흐름을 타고 비슷비슷한 얼굴과 목소리를 내는 시류에 대한 일침이 있는 것 같아서 가슴이 후련했습니다.

 

 앞으로 조금 더 시집을 두고 읽으면서 몇 개의 밑줄을 더 그어도 너그럽게 용서해 주실 것이라 믿습니다.^^

 

 삶에서도 문학에서도 저는 전형적인 슬로우스타터형이라서 아직 한참을 출발지점을 맴돌고 있습니다. 진란 님의 시집은 아침 일찍 숲에서 지저귀는 그 참새떼처럼 창문 하나를 열게 만드는 느낌입니다.

 

-조재영(시인)

 

 

 

 

 

 

 

 

 

 

 

 

 

 

 

 


 

 

진란 시인의 첫시집 '혼자 노는 숲'

 

작성시간 : 2011-10-31

 

 

 

 

분기 2011년 4분기
장르
도서 혼자 노는 숲 (첫작품집)
저자 진란 지음
출판사 나무아래서 (서울)
출간일 2011년 9월 30일 출간

 

 

진란 시인의 시편들은 화려한 언어감각에 화려한 언어를 거침없는 구사를 통해 생명이 꿈틀거리며 일상으로 걸어나와 자연과 인간이 맞닿는 지점을 확대, 확장하고 있다. 활달한 시어들이 시편을 넘나들며 자유자재로 구사되면서 시인이 바라본 세상은 때로 꽃이 되고 때로 사람이 되고 때로 사물이 된다. 시를 쓰는 작업은 일상을 살아내는 일이다. 끊임없는 고뇌의 작업을 거치는 가운데 갈고 닦이는 삶의 윤기처럼 일상의 언어들을 몸 안과 몸 밖으로 끌려나와 유기적 관계로 서로 결합한다. 살면서 부딪히고 깨어지는 경험과 불협화음이 시편 곳곳에서 강렬한 파장을 일으키며 ‘숲’으로 명명되는 생명에 옷을 입힌다.
시시각각 조여드는 오라를 풀고 숨통을 열어주며 통로를 열어가는 시어들의 달리기는 때때로 시인의 가족사를 거치고 숱한 계절의 반복 속에서 어디론가 끊임없이 떠나고 돌아오는 기차역을 거치기도 한다. 자신에게 질문과 답을 반복하며 삶의 향기를 꿈꾸는 지극히 인간적인 냄새를 그리워하는 주제들이 시집 전편에 골고루 편재되어 있다. 경험된 슬픔과 기쁨의 기억들의 시어들이 혼자, 또는 더불어 이 세상에서 조화롭게 살아간다면 더없이 좋을 희망으로 가득 차 있다.
아무렇지 않은 시선들이 아무렇지 않은 삶에 머무를 때 문득 상처가 엿보이기도 하고, 슬픔이 감지되기도 한다. 굳이 깊이 오래 들여다보려 하지 않아도 ‘시선’이 닿은 곳이면 잊고 있던 것들이 생명을 입고 달려 나오는 것이다. 존재와 삶의 가치를 끊임없이 탐구하는 식물로 명명된 시들의 외침이 서로 밀착되어 생명의 꽃을 피우고 있다. - (문학나눔)에 실린 책 소개

 

 

 

 


 

 

<작품집 깊이 읽기> 진란 시집 <혼자 노는 숲> 계간 <시하늘> 2011년 겨울호

 


경이로운 숲 - 권순진 엮음

 


 인류 최초의 여성 시인 사포는 기원전 600년 무렵 ‘예쁘면 다 착하고 다 통한다’란 도발적인 말을 남겼다. 예나 지금이나 아름다운 여성에 대한 프리미엄은 있어왔다. 예쁜 종업원은 팁을 더 많이 받으며, 매력적인 여자는 접촉사고를 내고도 욕을 덜 먹는 게 현실이다. 지식정보화시대라는 금세기에 들어서도 고매한 정신 못지않게 아름다운 육신은 여전히 대접을 받으며 세상을 움직이고 있다. 아니 어느 시대보다 몸의 중요성이 더 부각되고 있다.

 그러나 이제 몸에 대한 인식은 단순히 외모지상주의나 미모라는 관점에서 벗어나 전체적인 건강과 균형을 중요시하는 방향으로 변했다. 나아가 진선미라는 총체적 아름다움에 대한 추구로 발전되고 있는 것이다. 자존감을 높이고 자기실현의 욕구가 강하게 반영된 형태로, 이는 ‘머슬로우’가 정리한 욕구단계의 정점이기도 하다. 내 보기에 진란 시인이야말로 그런 의미에서 시를 읽고 써 왔던 대표적인 여성 시인이 아닐까 생각한다.

 시인은 <시하늘>과의 인연 이후 십여 년간 ‘혼자 노는 숲’이란 거대한 밀실에서 놀아왔다. 그곳에는 풍경에 대한 사랑, 세계에 대한 연애편지, 폭포를 닮은 격정, 삶의 폐곡선, 통과의례 같은 흔들림, 홍역과도 같은 문학적 좌절, 시대를 향한 우울과 분노, 무의식의 몽롱 따위의 흔적들로 빼곡하다. 더불어 인간 존재의 근원을 골똘히 들여다보려고 애쓴 흔적과 자의식의 문고리를 꽉 쥐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시란 사물에 대한 투사이고 응시이다. 나의 욕망을 투영시키고 환상을 전이하는 것이다. 내가 시를 바라볼 때라야 시가 나를 쳐다봐준다. 시에 대한 욕망과 환상이 없으면 시는 나를 향해 아무런 말도 걸어오지 않는다. 욕망은 응시를 낳고 응시는 필연적으로 정신적 우울과 고뇌를 수반한다. 시인은 그런 마음의 고통을 기꺼이 수용하려는 사람이다. 그 과정을 거쳐야 평범한 일상적 시각을 비일상적인 시각으로 바꿔놓을 수 있는 것이다.

 때로는 가족과 이웃, 사회와 직업 그리고 자본과의 관계와 가치들이 흔들리거나 의미가 없어지는 불안에 휩싸일 때도 있다. 시에 스며들고 빠질 때 더러 있을 수 있는 현상이다. 시를 쓰는 일에 매우 진지해지고 시와 한 몸이 되기 위한 진통이다. 하지만 시가 사회의 상식과 격리하여 존재한다는 뜻은 물론 아니다.

 시의 대상은 사물이건 사람이건 현상이건 사건이건 모두 우리가 살아가는 데서 만나고 부딪히고 사랑하는 가운데 생기는 체험의 산물이다. 시적 경험은 자잘한 일상사에서부터 도저한 정신적 사유에까지 다양하다. 총체적 삶 자체가 시적 소재라 할 수 있다. 그리고 인간은 사회의 규범과 가치 안에서 타인과의 관계로 삶을 꾸려가야 한다. 다만 시는 좀 더 나은 세상, 진정한 삶으로 가는 길을 모색하고 꿈꾸면서 더불어 자아를 실현시켜갈 따름이다.

 이제 진란 시인은 혼자 노는 숲에서 ‘혼자 노는 숲’을 들고 잠시 광장으로 걸어 나왔다. 숲의 일부를 개방한 것이다. 좀 울퉁불퉁할 줄 알았는데 의외로 서정적 자아가 가지런하여 숲이 잘 정돈된 느낌이고 경이롭다. 여성시인 특유의 섬세함과 따스함이 느껴지고, 직관력과 짙은 감수성도 엿보인다. 시대의 방황과 고독을 노래하면서 내면의 성찰도 깊다. 시름조차 기꺼이 긍정적으로 수용하면서 생의 깨달음을 열어 보여주기도 한다.

 그동안 치열하게 시를 사유하면서 얻은 상처와 속병도 다 풀려 치유되었으리라 짐작되지만 시인은 또 다른 시살이의 막막한 방랑 속으로 걸음을 옮겨야하는 숙명 또한 알고 있으리라. 이번의 첫 시집이 진란 시인에게 성취든 자극이든 앞으로의 시작활동에 큰 거름이 되리라 믿는다. 그가 부글부글 속으로 앓았던 문학적 고뇌, 그의 넓은 사유의 세계와 관심의 폭에 비하면 시집에 담고 있는 작품만으로는 시인 스스로가 성에 차지 않았을 것이다.

 시인은 반듯한 용모와 미모만큼이나 자기 완결성과 시적 자아의 자기염결성이 뛰어난 시인으로 알고 있다. 따라서 문학적 욕심도 그에 못지않으리라 짐작된다. 앞으로도 ‘혼자 노는 숲’에서 더욱 폭넓은 사물들과 조응하면서 더 많이 전율하고 더 자주 명치끝이 아릴 수 있기를 바란다. 그 결과로 독자들에게 다시 한 번 눈부시고 경이로운 숲을 보여줄 것을 주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