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의 말

 

감각에서 영혼까지

 

내 마음이 흘러 흘러 도달한 곳은 글쓰기와 강의다. 글쓰기를 통해 ‘세상의 깊이’에 도달하려 하고, 강의를 통해 ‘세상과 소통’하려 한다.

이제 道를 향해 나아가고 싶다. 쾌락주의자 에피쿠로스는 끝없이 쾌락을 추구하라고 한다. 지금까지의 내 마음도 끝없이 쾌락의 길을 걸은 것 같다.

하지만 내 마음 속에 온갖 오물이 켜켜이 쌓여 있어 제대로 흐르지 못했다. 그래서 감각적 쾌락의 촉수들이 상처투성이가 되었다.

이제 마음의 오물들이 희미하게나마 보인다. 오물들만 잘 걷어내면 내 마음은 흘러갈 곳으로 흘러갈 것이다.

이렇게 마음이 흘러 흘러 도달할 곳은 어디일까. 나는 ‘영혼의 세계’라고 생각한다.

한평생 쾌락을 끈질기게 추구했던 에피쿠로스는 신장병 특유의 살을 찢는 듯한 고통 속에 죽어가면서도 ‘영혼의 만족을 통해 이 모든 고통을 잊을 수 있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내 안에 영혼이 있다는 걸 선명히 깨달은 내가 참으로 다행스럽다. 그토록 힘겨웠던 지난날들, 내 영혼을 깨닫지 못했기 때문이다.

인생의 여정은 ‘감각에서 영혼까지’인데, 나는 감각을 제대로 깨우지 못했다. 감각이 원하는 것을 제대로 해보지 못했기에 영혼은 내 마음 깊은 곳에 묻혀 있었다.

눈물로 젖어있는 내가 지나온 길들, 그러나 이제 내 앞 길은 청량한 숲이 있는 길임을 안다.

하지만 숲에도 온갖 무서운 짐승들이 있고 구렁텅이가 있다는 걸 안다. 그것들과 잘 화해하며 숲길을 가련다.

그러다 어느 나무 아래 쉴 때 쯤, 어느 성자가 그랬듯 별빛과 눈빛이 마주쳐 혼연일체가 되고 싶다.

씨앗처럼 단단한 자아과잉의 나, 펑 터지고 싶다.

만발한 삼라만상의 꽃 더미 속에서 나도 자그마한 꽃 한 송이가 되고 싶다.

 

약력

 

경북 상주 출생충북대 사회교육과 졸업제6회 민들레 문학상 수상현재 문화센터에서 인문학을 강의하고 있다.저서로는 시집『나무』, 산문집『명시인문학』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