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어(出漁)

 

국동 얼음 창고 콘베이어 타고 싱싱한 얼음 한껏 배 채우면 기름 먹은 바다

고등어 배 갈라 소금 뿌리듯 물 자락 들추며 중선배 나간다 수제비 같다 남

해 사이 점점이 등대 비춘 섬의 표정 안개 너머 지울 때까지 통통통 길 열린

다 멀미 언제나 붙어 다녀 육지멀미 사람멀미 배 멀미 바다멀미 멀미 따라 다

니는 갈매기 탐욕의 시선 죽지에 감추고 항상 등 노린다 물속은 어군탐지기

로 까볼 수 있어 네 뱃속 시커먼 창자 맴도는 꿈 어지러워 씨팔, 골 때려 멀

미가 출렁거려 일곱 물 오사 해구 문패 잠기듯 부표 대륙붕 떠돌다 투망소리

긴장한 수초 오금 저린다 씨팔, 육지 소식 잊어버려 똥내 나도록 그물 당기

다 항구횟집 쌍과부 허벌나게 박아 조지면 그뿐 뱃놈 신세 신접살림 웬 호사

여 어느 해고 대목 터지는 날 이 바닥 떠나 내 고향 영산강변 복사꽃 흐르는

물길 따라 소 몰고 밭갈이로 저무는 고향 메나리 한 판 멋들어지게 뽑을 거

야 아홉 물 열 물 동지나 막창 해구 갈치 아구 고등어 갑오징어 삼치 데룩거

리는 수조기 와르륵 쏟아진다 화태도 곰보선장 벌어진 입 턱 빠진다 음력 삼

월 봄바다 함박눈 퍼붓는데 눈물 콧물 시린 입김 마구 비벼져 출렁인다 에헤

라, 한 그물에 출어 밑천 뽑아내고 두 그물 세 그물에 모작패 호주머니 풍선

마냥 부풀어간다 화장(火長) 이마 땀 솟는다 살 튀는 병어 접시 소주잔 알싸

하게 돌아가는데 갓 잡은 고등어 뒤끓는 무 간장 속 숨넘어간다 찌리링 찌리

링 닻을 올려라 내일은 욘 단 록 단 참조기 덮칠거라 갑판장 얼음 삽질 신명

나게 돌아가고 동지나해 푸른 갈매기 한 그물 대목 꿈에 힘줄 돋는다

 

[87年 4月 여수선적(麗水船籍) 제65 대창호에서]

 

 

 

아내

 

한여름 물쿤 더위 눅어질 무렵 사흘 멀다 하고 고추밭 나갔다 고추 값 떨어

지기 전 장에 내기로 아내 허리 두드려가며 고랑 기어 다닌다 따도따도 헛물

켜는 듯 매달리는 핏빛 고추 한 짐 지고 이고 나르던 한숨이 더 무겁다 손톱

사이 고춧물 떨어지는 가풀막 돌밭 이젠 지겨워 밤으로 붉은 고추 숨가쁜 입

김 달빛 그늘에 쏟아지는데 고추 물든 손으로 옷 벗는 아내

 

 

 

돼지를 위하여

 

구정물 먹고살았다고 다 더러운 건 아니야 내 평생 각다귀 파리 떼 시달리

고 먹을 것만 탐하는 사나운 팔자 타고났지만 세상 마감하는 날 모든 것 버

리고 훌훌 혼백만 떠나는 걸 나보다 못한 인간들 수두룩해 죽기까지 버리지

못하는 질긴 욕심 고래 등 같은 무덤 치장 똥 빛으로 눈부신 송덕비 우글거

려 살아생전 갖은 허욕 그대로 베껴다 논 걸 난 그래도 족이든 발이든 마지

막 솟구치는 뜨거운 피 한 대접까지 아낌없이 베풀고 가는 걸 오히려 무욕한

뱃속 뒤집어 삶은 내장 그대 소주보다 쓰다는 고역스런 세상살이 훌륭한 위

로 되는 걸 게다가 보살 같은 미소 끝까지 흔들리지 않아 날랜 동작으로 귀

때기 살 베어 가는 너희들 보고도

 

 

좆도 모르는 게

 

질펀한 햇살에 봄눈 녹아나는 어느 날 얼굴 긴 면장 길 가다 오줌 누는 아

이 보았다 봄볕에 반짝이는 고추 금싸라기 같은 오줌발 갈긴다 이놈, 이것이

무엇이냐? 시치미 떼고 생청붙이는데……? 살다 살다 별놈 다보겠단 표정

으로 바지춤 올린 아이 집으로 내달렸다 엄마, 엄마! 거름 내던 아비와 낮거

리 하려던 어미 후다닥 깡동치마로 아랫동네 가리는데 두 볼에 홍매 활짝 피

었다 숨 턱에 찬 아이 고추만한 손가락으로 신작로 가리키며 어떤 말대가리

같은 놈이 내 자지 보고 뭐냐고 물어 모로 누운 아비 빙글빙글 웃는데 좆도

모르는 게 면장질 하고 자빠졌네, 어여 나가 놀아 어미 실웃음 치며 문 걸어

닫는다

 

 

잠 좀 자라

 

강줄기 막은 자리 시멘트 기둥 세우더니 갈겨니 고단한 숨통마저 끊을 기

세다 애기똥풀 흐벅진 작벼리마당 갈아부치고 탈탈탈 고고씽 자전거길이라

니 달 뜬 밤도와 관광보지 뱃놀이 하잔다고 똥물 가두고 빠찡꼬 카지노 한 탕

대박 꿈에 논밭 쓸려가고 하다하다 하던 지랄도 제풀 지친다는데 오사리잡

놈 삽질 끝날 줄 모르네 반만년 찬란한 역사 이래 간신의 활갯짓 멈춘 적 없

었고 시난고난 백성 시름 그친 적 없었다만 오늘날 우리네 시퍼렇게 살아 있

는 세상 째진 눈깔 흡뜨고 삼천리 금수강산 말아먹는 천상천하 유아잡종들

의 저지레 이제 그만 신물이 나 내 가만가만 귀엣말로 그대들 부단한 노고 허

벌나게 치하하노니 씨발놈덜아, 그만 잠 좀 자라

 

 

 

이장

 

이장 놈 하나 잘못 뽑아 놨더니 동네 말아먹게 생겼네 그랴 날도둑도 그런

날도둑놈인줄 어찌 알았겠나 한데 어울려 장거리 오뎅 처묵고 목도리 벗어

줄 땐 본 데 없이 자랐어도 사람 싸가지 하난 진국인줄 알았는데 이장 완장

꿰차고 나니 동네 살림 뒷전이고 툭하면 이장협의회니 뭐니 개다리 흔뎅이

며 마을기금 곶감 빼먹듯 줄줄이 거덜내고 할 줄 아는 거라곤 주둥이 열면 거

짓뿌렁이요 뒷구녕 호박씨 까는 뻥타령이고 제 뱃구레 들어가는 거라면 알

라 보지 붙은 밥풀도 홀라당 떼먹을 인간이다 그 말이야 꼴에 겁은 알아가지

고 아래윗집 쏘개질로 싸움 붙여놓고 야밤중 구십씨씨 과부틀 타고 읍내 소

백다방 미쓰 홍 허벅지나 주무르고 앉았으니 어두컴한 조명 아래 째진 눈 핼

금거리는 거 보면 영락없는 생쥐의 본능 타고났다니까 아, 엊그제 못자리 내

기로 가을 부지깽이 덩달아 춤추는 판국에 리어카 표 라이방 홰홰 돌리며 어

디서 굴러먹던 논다니 옆에 차고 논틀밭틀 휘파람 불며 재랄떠는 꼬락서니

봤나 꼭지 화악 돌아 들고 있던 조선낫으로 그놈의 밀알진 상판때기 콱 찍을

뻔 했다니까 게다가 해토머리 봄바람 불자마자 수리조합장이랑 쑥덕거리더

니 애먼 농수로 파헤쳐 모래 팔아 처묵고 맑은 물길 다 조져놓고 자전거 타

고 강변유람 떠벌이는 꼴이라니 내사 말이 났으니 말이지 이참에 장마 돌아

와 똥물 지린내 진동하기 전 듣잘것없이 마을총회 열어 그놈의 개다리 쇠좆

매로 쪼인트 까서 댕겅 날려버리고 시거에 물길이나 매조지해야 쓰겄다 이

말이야 그런 놈 감빵 사정 잘 알아 한 천 년 썩고 나면 혹시 아나 쥐 잡아먹

는 족제비로 둔갑해 튀어나올지 내참, 드러워서 여보게, 이 사람아 그놈도 믿

는 구석 하나 있단 건 모른단 말이지 아래 공일날 빨간 책 끼고 예배당 가는

이장 놈 뭐라 지껄인 줄 아나 하도 궁금해서 따라가 귀담아 보았더니 글쎄, 날

사랑한 예수 성경에 쓰셨네 찰떡 같이 믿더란 말이지 씨발, 어연간해야 말이

 

 

몽유사설(夢遊辭說)

 

저기 철마(鐵馬) 들어온다 꿈이야 생시야 반공 보안 철통같은 사슬 묶여 판

문(板門) 통문(通門) 열릴 날 개구리 보지 꽃물 들 날인줄 알았는데 언감 꿈

도 꾸지 못했는데 우르릉 쿵쾅 땅거죽 흔들며 치달리는 쇳덩이 자태 꿈결로

만나는 고운 내 님 오이씨 버선발 달려오는 반가운 모습이라 꿈속이라면 거

칠 것 무어 있어 오마니 아바이도 만나고 내 고향 원산 앞바다 철이면 철마

다 물물이 산태 나는 북어 노가리 북북 찢어 웬수 같은 잡놈 아가리 박박 찢

어 막소주 낫게 받아 어깨동무 묵은 안부 설운 이바구 안주 삼아 얼큰하게 취

하고 나니 니기미 씨발놈, 총칼로 막아선 두억시니 같은 놈덜 자손대대 간신

밉보지 같은 놈덜 쥐좆만하게 보이더라는 거다

아침 이슬만도 못한 우리네 한뉘 길다 해도 억실억실하던 젊은 시절도 가고

이마빼기 주름 들고 굽은 삭신 펴지 못해 중얼중얼 비 맞은 중놈처럼 처마 아

래 해바라기 썩어 문드러져 추깃물 줄줄 새는 그리움 속앓이 산송장 만도 못

한 신세라 밤이면 밤마다 술항아리 짊어지고 대동강 을밀대 갈대밭으로 푸

른 달빛 마시며 고래고래 고함지르며 속풀이 하는 꿈 나들이가 나는 좋아 철

마 다녀가고 굳은 간덩이 추슬러 불콰하게 고향 노래 젖은 밤 지나가고 희번

한 동살 비치는데 아서라, 이게 꿈이어도 좋아 죽기까지 깨지 말고 고향 산

천 구석구석 쏘다니며 마실 다니는 소풍 같은 몽유(夢遊) 가슴에 품고 이대

로 고이 잠들었으면

 

 

칼국수

 

한밤중 칼 갈아 국수 썬다 밀어낼수록 퍼지는 반죽 안반 타고 달아나지만

날선 검 이내 끊어 머리칼처럼 쌓인다 쌓이는 건 국수뿐 아니라 내 속의 몽

유(夢遊) 덩달아 쌓인다 멸치 몇 마리 뜨거운 물에 몸 씻고 엉클어진 국숫가

락 사이 수초 누비듯 헤엄친다 서로 다른 얼굴들 한데 어울려 흥덩흥덩한 삶

우려내고 사나운 물살 헤쳐 온 사람 젖은 얼굴 털고 들어서는 달빛 따라 축

축한 대화 피어 오르고 뜨거운 김 묻어 오르는 밤참 새벽 언 땅 염려하지만

내일 아침 잠 설친 꿈길이 먼저 녹아내릴 것이다

 

 

순대국밥

 

언젠가 말했잖아 후미진 장 골목 어딘가 그대 시린 가슴 덥혀 줄 무엇 있다

고 고된 삶의 무게에 휘어버린 등뼈 우려낸 뽀오얀 국물 날 선 무쇠칼로 마

음속까지 뒤집어 도려낸 내장에다 온갖 사연 버무려 쪄낸 순대 몇 점 죽기까

지 보살 같은 미소 흔들리지 않았던 머리고기 오소리감투 듬뿍 썰어 들깨가

루 고명 얹어 떨리는 수저 들어보게 매운 양념 풀어 얼큰한 국물 훌쩍훌쩍 마

셔보게 그대 뼛속까지 아려올 걸 아무 생각 없을 걸 거기에다 고슬밥 한 공

기 뚝딱 말아 훌훌 뜨다 보면 생각나는 게 있어 휘휘 숟가락 저어 먹음직한

안주감 건져 올려 고래 싸움에 등 터진 새우젓 적셔 얼음같이 차가운 소주 한

잔 곁들이게 아마도 잠시 잠깐 세상 시름 잊을 걸

 

 

논물 보는 법

 

망초 꽃 땀 젖은 이마 도란도란 훔칠 무렵 산책길이다 그녀 성큼 자란 벼 종

아리까지 차오른 논물 보며 내게 논물 보는 법 가르쳐 준다 찰방찰방 들어가

는 물 나가는 물 마치 맞게 부룩 심은 논두렁 넘치지도 말고 모자라지도 않

게 잘 봐야 윗 논 물 차고 아랫 논으로 흘러간다고 자칫 인생 무넘이 한눈팔

다간 삶의 바닥 논바닥처럼 쩍쩍 갈라진다고 나란 놈 음음 거리며 받아 적는

데 아, 그때 늙은 소 할아범 데리고 가는지 할아범 소의 등 밀어주는지 달구

지 덜커덩덜커덩 논물 보듯 살아온 길 되짚어 앞뒤 말 주고받으며 느릿느릿

집으로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