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웹진]문학마실~...111호...
   2019년 09월

  1. 내일을 여는 창
  2. 소설
  3. 수필
  4. 권서각의 변방서사
  5. 이달의 작가
  6. 동인지를 엿보다
  7. 작품집에 스며들다
  8. 시와 거닐다
  9. 사진속으로
  • 오늘방문자 : 
    538
  • 어제방문자 : 
    524
  • 전체방문자 : 
    410,136
번호 제목 닉네임 조회 등록일
6 J 수평선 외1편/차영호 file
편집자
56 2019-09-02
J 수평선 니 가슴 속 여*에 얼마나 깊은 시추공을 뚫어야 마그마가 쏟아져 나오겠니? 포항 지열발전소 4.5km 구녁 깊이 정도로는 변죽만 울리지 한 열 배쯤 후벼야 풀떡 풀떡이는 시뻘건 짐승 입김으로 보일러를 달구면 수평선 너머로 되밀려가는 세월역주행열차를 전속력으로 운행할 수 있을 거야 내가 거기에 훌쩍 올라타면 앳된 얼굴로 J 별안개 자욱한 차창 밖을 내다보며 객실에 외따로 앉아 있겠지? * 물속에 잠겨 보이지 않는 바위 학꽁치 수평선 양포 방파제 테트라포드에 올라 곤쟁이 몇 주걱 흩뿌리니 굼질굼질 울트라마린 블루 캔버스 가득 빗금을 그으며 부상하는 학꽁치 떼 작은 미끼를 물고 파드닥 꼬리치는 학 날개 없는 것들이 날아오르려면 눈 질끈 감고 미끼를 물어야 하나? 패스워드를 누르면 펼쳐지는 둥근 물침대 바다는 브래지어 끈 끌러 던지고 너울 너울 자지러지고…… 살근살근 수평선 위로 잠망경처럼 떠오르는 살구색 부표 한 기 차영호 (車榮浩) 1986년 《내륙문학》으로 작품 활동. 시집 『어제 내린 비를 오늘 맞는다』, 『애기앉은부채』, 『바람과 똥』 등 youngghc@hanmail.net  
5 노래를 불렀어 외1편/강미정 file
편집자
40 2019-09-02
노래를 불렀어 하얀 꽃이 피고 지고 피고 지는 꽃밭이었지 처음엔 콧노래로 시작했어 중간쯤에서 콧날이 시큰거렸지 이 대목에선 같이 불러야 하는 거야 어깨에 손을 얹는 바람 꽃 진 그림자는 내 울음을 자꾸 덮어주었지 하염없이 밀려와서 하염없이 밀려가는 노래였어 여럿이 부른 노래였지만 혼자만의 노래였어 하얀색의 노래 큰 목소리로 부르다가 꽃이 피는 것을 지켜보았지 꽃이 피는 것은 왜 그리 아픈지 꽃이 지는 것은 왜 그리도 아픈지 부르던 노랫소리는 점점 작아지고 점점 더 작아졌어 아무도 모르게 노래 부른다는 것이 왜 그리도 아픈지 마침내 울음으로 변하는 노래였어 그대가 내 이마를 깊게 짚었다가 슬며시 손을 떼는 노래였어 내일 지병이 도져서 당신에게 갈 수 없는 날을 내일이라 부르겠습니다 허공에 주소를 두고 내 마음에 기울기를 만든 당신 각이 사라지는 지점을, 번개로 살았으나 돌아오지 않는 당신을, 내일이라 부르겠습니다 여전히 새 것인 채로 모든 일어나지 않은 것들의 묘지, 낡고 오래되었으나 사라지 않는 욕망과 위기와 결여와 불행의 도피처 당신이라 부르겠습니다 <약력> 강미정 경남 김해 출생 1994년 『시문학 』에 ‘어머님의 품’외 4편으로 우수작품상 등단 <빈터>동인, (사)한국작가회의 회원. 시집 『그 사이에 대해 생각할 때』『상처가 스민다는 것 』『타오르는 생 』 등  
4 호박넝쿨을 바라보며 외1편/구재기 file
편집자
33 2019-09-02
호박넝쿨을 바라보며 울타리를 부여잡고, 안아주며 쉼 없이 벋어나고 있는 호박넝쿨 집 뒤 언덕위에 무리로 선 대나무는 안아주는 데 서로에게 너무 인색해 있지 않나 싶다 밤과 낮으로, 봄에서 겨울에 이르기까지 저 깊은 산골짜기 천인단애 위에서 손깍지 끼고서도 단 한 번도 두 손은 놓지 않다가 마침내 온 몸을 휘둘러 부둥켜 끌어안은 채 진한 향으로 온 산을 물들이고 있는 칡넝쿨이며 등넝쿨이며를 바라보며 우리는‘갈등葛藤’이라 역겹게 말하고 있지 아니한가 그 갈등을 풀어 머언 하늘을 향하여 아침을 외쳐 노래하는 노란 호박꽃 한 송이 세상은 찬란한 아침으로 깊어진다 시詩란? 쓸 모 없는 구절들만 모아 그 구절들로만 이루어진 백 편 천 편의 시보다 한 그루의 나무가 곧 시詩다 꼭 쓸모만큼 잎 돋우고 꽃 피우고 열매 맺고 가진 거 다 버리고는 깊은 동안거에 들어간 겨울나무가 곧 한 편의 시다 < 구재기 약력 > • 충남 서천 출생 • 1978년 [현대시학]으로 등단. • 시집『휘어진 가지』와 시선집『구름은 무게를 버리며 간다』등 다수 • 충남도문화상, 시예술상본상, 충남시협본상, 한남문인상, 석초문학상 등 수상. • 충남문인협회장 및 충남시인협회장 역임 • 현재 40여년의 교직에서 물러나 <산애재蒜艾齋>에서 야생화를 가꾸며 살고 있음  
3 목숨을 부러트리다 외1편/ 권 천 학 file
편집자
27 2019-09-02
목숨을 부러트리다 나, 당분간 집을 떠나야겠다 몸 안의 묵은 똥 찌꺼기들을 비워내기 위하여 더러움에 주둥이 박고 우글거리는 벌레들을 몰아내기 위하여 떠나려는 발목을 놓아주지 않는 화분들 오래 가꾸어온 것들이 가로 막는다 손때 묻은 것들이 자행하는 배신행위에 아직도 익숙지 못해 흔들린다 찢어지고 터진 상처마다 쓰라림을 우려내는 핏물 나를 떠나게 만들었던 그 새빨간 핏빛이 내 안의 정신병인자를 발작시킨다 화분을 뒤엎는다 미안하다 목숨이여! 죽어 마땅하다 친구의 주머니 속에 칼이 들어있고 다정한 눈웃음에 독약이 묻어있었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체투지로 견뎌내야만 했던 세상 속에서 정 혹은 미움이라는 그럴듯한 이름으로 끝내 집착을 부추기는 너, 떠나기 위해서는, 그리하여 다시 돌아와 새로워지기 위해서는 우리가 살아서 뜨겁게 다시 만나기 위해서는 목숨도 부러트려야 한다 용서하라 용서하라 용서하라 빈 도시의 가슴에 전화를 건다 전화를 건다 빈 집, 빈 방, 도시의 빈 가슴에 여보세요, 여보세요 ▶►▸▹▹▹◦◦◦ … … … 정좌한 어둠이 진저리를 친다 화들짝 놀라 깬 침묵이 수화기를 노려본다 거미의 파리한 손가락이 뻗어 나와 벽과 벽 사이 공허의 모르스 부호를 타전해온다 뚜뚜뚜⦁⦁⦁⦁뚜뚜⦁⦁⦁⦁⦁ 여보세요, 여보세요, 여보세요 여보세~ ~ ~ 뼈마디를 일으켜 세운 싸늘한 어둠이 몰고 온 찬바람 구석진 한 귀퉁이에 겨우 발붙이고 있는 체온을 딸깍 꺼버린다 가느다란 신경 줄 하나 수화기 옆에 오똑 웅크리고 앉아 오로지 듣고 있다, 침묵의 제 발자국 소리를 공허의 빈 들판에서 우롱, 우롱, 우롱‥ ‥ ‥ 소용돌이 치는 죽음 같은 절망, 절망 같은 죽음을 쓸고 오는 금속성의 바람소리를, 대리석처럼 반들거리는 정막의 물살 위에 부딪쳐 미끄러지는 벨소리 메아리 진다 빈 집, 빈 방, 빈 도시의 가슴에서 헛되이 ~ 헛되이 ~ 약력 *하버드대학교주최 번역대회 우승(시 [2H₂ +O₂ =2H₂O] 등 17편 번역:김하나).(2008) *코리아타임즈 주최 한국현대문학번역대회 시 부문 우승. 번역:김하나, 모크린스키(2010년) *경희해외동포문학상 대상 수상.(단편 [오이소박이](2010년) *일한환경시선집 [地球は美しい]에 시『帰郷』이 선정 수록됨(2010) *WIN(Writers International Network)Distinguished Poet Award(2015)수상. *『Multicultural Creative Writing Collection 2015』에 시 『2H₂+O₂=2H₂O』 와 『Middle Age (중년)』가 선정수록됨.(2015) *미국 『Peace Poems』의 World Peace Poets 40인에 선정됨(2015) *캐나다 (BC주)포트무디시의 이달의 문화예술인 선정됨(2016년) *저서:한글시집 12권/ 한영시집 2권/ 일어시집 1권/ 편저[속담명언사전]/외 다수.♣  
2 미지의 세계 외1편/박일아 file
편집자
28 2019-09-02
미지의 세계 처음 본 바다는 파도만 밀려왔지 바다 속을 수시로 TV에 보여주니 바다를 떠올리면 물아래 살아 숨쉬는 물고기, 해초, 산호 등 아름다운 정경이 보이고 때로는 쓰레기 쌓이고 백화현상으로 죽어가는 깊은 바다 속도 보이지만 한 치 사람 속은 평생 함께한 내 마음도 알 수 없다 인공지능 알파고가 인류대표 이세돌과 바둑대전에서 4승1패를 했다고 세계의 이목이 주목되고 있으니 사람의 마음을 알아보는 컴퓨터가 나올까 먼 미래에 인간이 로봇에게 지배당하는 날이 올까 목화밭 열매도 맛있고 꽃도 예쁘다고 시어머니께서 손에 쥐어준 목화 씨 화분에 심었더니 따사로운 햇살에 움이 터 분홍색 귀여운 꽃이 피고 지고 파란 열매 익어 탁, 벌어져 하얀 솜꽃이 환하게 웃자 새하얀 눈송이 덮인 들판 보이고 팝송 ‘목화밭’이 들리네 목화솜, 이불 한 장에 온가족 발 덮고 아랫목에 둘러앉아 정담을 나누던 시간들 흘렀다 편리하다고 인조 솜과 오리털, 양모, 인견에 밀리고 요즘은 목화송이 가지를 꽃꽂이 소재로도 이용하지  
1 열쇠의 경고 외1편/박은주 file
편집자
28 2019-09-02
열쇠의 경고 열쇠가 사라져 버렸다 열쇠 장수는 자물쇠 따는 값을 후려치지만 열쇠 간수를 못했으니 어쩌랴 철컥, 그 잠기는 소리 너머로 이쪽과 저쪽을 가로막는 건 어쩌면 그 무엇도 아닌 어머니가 열어보고 싶었을 아버지의 마음인지도 모른다 사람 살아가는 일이 때로는 멍울이 되어 저마다의 가슴에 자물쇠처럼 매달리는 것 열쇠 장수는 그걸 알고 값을 후려치는 것이다 세상의 온갖 자물쇠와 세상의 온갖 문에 대하여 못 여는 게 없다던 열쇠 장수가 돌아간 뒤 오래 걸어두어 잊고 있는 자물쇠가 내게도 있다는 걸 열쇠를 기다리며 녹슬어 가고 있다는 걸 알았다 자물쇠 하나가 매달릴 때마다 내 안에 꽃망울 하나씩 떨어져 버렸을지도 모르는데 자물쇠 하나가 매달릴 때마다 누군가의 가슴에 멍울 하나 매달았을지도 모르는데 비는 내리고 열쇠 장수는 가고 없다 누가 이름을 불러주면 이름을 부르는 그 목소리에는 한낮의 바람 같은 훈훈함이 있는 것 같고 오래 입은 스웨터의 편안함이 있는 것 같고 이름을 부르는 그 목소리에는 혼자가 아니라는 든든함이 있는 것 같고 돌아보면 언제나 기다리는 자리가 있는 것 같고 이름을 부르는 그 목소리에는 같이 걸어가는 길이 있는 것 같고 함께 나누어 온 이야기가 있는 것 같고 귀뚜라미가 가을을 노래하듯 누가 이름을 불러주는 그 목소리에는 들어도, 들어도 듣고 싶은 노래가 있는 것 같네 다정한 벗이 이름을 불러주듯 밥은 먹었느냐고 별일은 없느냐고 물어봐 주는 마음이 있는 것 같네 ............................................................................. 박은주 2007년 『아람문학』등단. 2012년 『사람의 문학』에 작품 발표 후 활동 시작 시집『귀하고 아득하고 깊은』이 있다. 한국작가회의. 대구경북작가회의 회원으로 활동 중. 이메일: qwea0626@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