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웹진]문학마실~...109호...
   2019년 07월

  1. 내일을 여는 창
  2. 소설
  3. 수필
  4. 권서각의 변방서사
  5. 이달의 작가
  6. 동인지를 엿보다
  7. 작품집에 스며들다
  8. 시와 거닐다
  9. 사진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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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마지막 미션 외1편/김만수 file
편집자
74 2019-07-01
마지막 미션 - *카시니 하위헌스 죽음의 다이빙 7년을 날아가 검은 별과 마주한 후 기름 냄새 가득 찬 낡은 거죽을 안고 그는 죽었다 그의 장례식은 쓸쓸한 다이빙을 보는 것이다 화염을 두르고 몸 던지는 그를 오래 앉았던 나무의자와 돗보기 안경을 정신을 꿰어오던 빛의 화살을 오지랖에 싸안고 뛰어내리는 그를 본다 타이탄의 빛나는 눈물과 거수경례를 뒤로하고 그도 하나의 조각이 되어 깊은 은하로 내려앉는 것이다 사방이 시린 직벽 빛의 조각들 모아 집을 얽고 끝내 어두운 빛 부스러기로 흩어져 가는 그를 팬지 꽃문 닫히는 저녁 초록별 창밖 그늘이 설핏 지고 책상 왼쪽 잉크병이 잔잔히 흔들리는 저녁 팔방으로 날아가 점으로 흩어져버리는 쓸쓸한 다이빙 카시니 하위헌스 *토성 탐사선 *후에 낫으로 사탕수수를 치는 그녀가 부처다 노을 번지는 흐엉강 언덕을 끝내 지켜낸 우림 속 민족주의와 초원 비트 속의 형형한 눈빛들이 빠르게 건조되어가는 궁터에서 달콤한 수액 한 종지를 빤다 어린 시절 베트콩으로 읽었던 그들을 낡은 제국의 처마를 들추고 달아오른 해방의 빛살이 사그러 드는 저기 빛나는 자본의 푸른 수수밭을 본다 *베트남 중부에 있는 도시  
9 접었던 나를 펼쳐 놓으니 외 1편/오형근 file
편집자
123 2019-07-01
접었던 나를 펼쳐 놓으니 오래된, 눅눅한 책들을 햇볕에 말리듯이 나를 햇볕에 펼쳐 놓으니, 그렇게 몇 시간이고 서 있었는데 눈만 큰 벌레들이 몸속에서 기어나와 내 그림자를 갉아먹었다 그것을 본 나는 생각났다는 듯이 다시 급하게 몸을 접었다 마지막 물 아파트 베란다 좁다고, 신경쓰는 데를 줄이겠다고 저를 산에 심어 놓고서 주고 가신 마지막 물, 방금 다 마셨어요 식어가는 의식을 맑게 데웠어요 주인님의 발자국 소리로 자란 저는 젖떼기 할 나이가 훨씬 지났지만 지금부터는 바람 소리에 겁먹지 말고 햇볕에 졸지 않고, 추위에 지레 놀라 눈감을 생각을 하지 않도록 주인님, 온 힘을 쏟겠지만 쏟아야 하지만 무서워요! 오형근 1978년 《시문학》주최 전국대학문예 시 당선, 1988년《불교문학》· 2004년《불교문예》로 등단. 시집 『나무껍질 속은 따뜻하다』,『환한 빈자리』, 『소가 간다』등.  
8 식물원 호텔 외1편/김길녀 file
편집자
110 2019-07-01
식물원 호텔 문지기 없는 로비로 들어가는 입구 손 때 묻은 통나무문 빗장 풀면 백 년을 떠돌던 유목민 어깨에 묻어온 싸라기눈과 햇살 높은 천장으로 천천히 흩어진다 매일 조금씩 키가 자라는 사다리가 놓인 방 흑백 사진들 제멋대로 마른 덩굴에 걸려 있는 누군가의 작업실 열린 창문에 기대선 나그네나무 지워 가는 얼굴과 이야기 잎사귀마다 스미어 멀리멀리 날아가고 있다 오랫동안 병마와 싸우며 남은 나날이 지루하여 어찌 살아야 할까,를 궁리하던 마흔 살 언저리의 사람이 호텔 정원에서 청포도를 따고 있는 손은 온통 연두색이다 홀로를 위한 최고의 장소로 가는 길 몇 날 며칠 걸어야만 닿을 수 있다 오로지, 망명자의 일기장 지루하지 않을 만큼의 묵직함 아프지 않을 만큼의 고통 기다려도 오지 않을 사람을 기다리는 마른 장마의 날들 그 시절은 침울해서 좋았다 적도의 바람은 한결같이 포근했다 꽃들은 열흘에 또 열흘 지칠 줄 모르고 피어서 지는 날이 없었다 침울하지 않아서 슬픈 날들이었다 *약력 1990년 《시와 비평》 등단 시집 『푸른 징조』 등 여행산문집 『시인이 만난 인도네시아』  
7 아버지의 발 외1편/최순섭 file
편집자
95 2019-07-01
아버지의 발 공사장에서 일하시는 아버지가 대낮에 절룩절룩 발을 들고 오셨다 군살 배긴 아버지의 발은 못에 찔려도 피가 나오지 않았다 덧나지 않게 피를 빼야 한다고 망치로 발바닥을 마구 두드렸다 온몸에 번지는 통증은 오장육부를 관통한 일용의 양식 못 구멍으로 아버지의 빈 수레가 흘러나왔다 아버지는 못 구멍을 호랑이기름 쓱 문질러 막고 공사장 쪽으로 걸어가셨다. 색깔론 봄인데 (…) 한 걱정하다 하얀 거울 앞에 무슨 색을 칠할까 주섬주섬 옷장을 뒤적이다 붉은 티를 입었다 확, 눈에 띄는 것이 불안해 아래는 파랑 청바지와 어울리는 붉은 티를 입은 한 청년이 봄 앞에 서 있다 언제나 지틀리면 벗어던지는 모자는 노랑 최순섭_대전광역시출생. 1978년『시밭』 동인으로 작품활동 시작. 시집으로『말똥,말똥』등이 있음. (현)환경신문 에코데일리 문화부장, 경기대, 동국대, 이화여대 평생교육원 출강, 한국가톨릭독서아카데미 상임위원.  
6 주남저수지, 가야(伽倻)인의 겨울 외1편/정선호 file
편집자
90 2019-07-01
주남저수지, 가야(伽倻)인의 겨울 저수지 주변에서 가야인들 오리와 새를 잡고 저수지 안에서는 얼음을 깨 물고기를 잡았다 눈이 많이 내렸지만 옷을 두껍게 입은 사내들이 마을과 가족 위해 눈 속을 헤치고 들판을 누볐다 많은 철새들은 추위를 피해 저수지에 왔지만 가야인들의 풍성한 음식 재료가 되었다 가야인들은 겨우내 토기며 베를 짜 옷을 만들고 한해의 농사와 가축을 기를 준비를 했다 야철지에서는 쇠를 만드느라 매우 바빴으며 하인들은 상전이 몸에 장식할 구슬을 만들었다 마을의 한 노인이 명을 다하고 죽어 사람들은 널무덤에 시체를 넣어 땅속에 묻었다 무덤에 수저와 토기며 붓을 넣어 망자가 죽어서도 저승에서 살아갈 수 있게 했다 죽은 가야 사람들은 이천년후에 모두 환생하여 주남저수지 방죽을 걸으며 철새들 보고 사진 찍었다 근처 마을 사람들 여전히 농사를 하거나 가축 기르고 공장에서 옷을 만들거나 돌을 녹여 쇠를 만들었다 어느 노신부의 성경봉독 -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학살희생자 추모예배에서 전지전능하신 하나님도 잘 아시지만 우리나라에는 일제에서 해방 후 정부에 의해 억울하게 죽은 이들이 많습니다 그들은 한국동란 전후로 좌익세력이나 보도연맹원, 통비분자란 이유로 수백만명이 산골짜기와 바다에서 무참히 죽임을 당했습니다 오늘은 억울하게 죽은 그들을 위해 하나님께 추모 예배를 드립니다 하나님도 잘 아시지만 사람은 누구나 생각과 표현할 자유가 있으나 정부는 그것을 인정하지 않고 몇몇 사람들의 공산주의 활동을 빌미로 많은 민간인을 재판도 없이 살해했지요 억울하게 죽은 사람들의 유족들은 연좌제에 걸려 나랏일을 하는 직업을 가질 수 없었고 죽은 사람들의 억울함을 나라와 타인에게 말할 수도 없는 고통의 세월을 보냈습니다 전지전능하신 하나님, 억울하게 죽어 하늘나라에 간 그들을 부디 잘 보살펴 주시고 편안이 살 수 도와주소서 또한 그들에게 자유롭게 생각하고 표현할 자유를 주옵소서 민간인들을 무참히 살해한 자들은 멀리 하시어 그들이 하늘나라에서나마 참회할 수 있도록 이끌어 주소서 죽은 사람들의 유족들에겐 이제라도 맘 놓고 죽은 자들을 추모하고 보상을 받을 수 있게 도와주소서 하나님도 잘 아시지만 우리나라에는 지금도 생각과 표현의 자유를 싫어해 당시 정부편을 들고 유족들의 추모와 보상을 방해하는 자들이 있습니다 부디 그들에게도 진정 참회하고 올바로 살 수 있도록 이끌어 주소서 그리하여 이땅에 참된 평화와 평등이 가득하기를 간절히 기도드립니다 *.약력 : 충남 서천 출생, 2001년 경남신문 신춘문예 시 당선, 시집『내 몸 속의 지구』『세온도를 그리다』『번함공원에서 점을 보다』가 있다.  
5 눈물겨운 투쟁담 외 1편/김진희 file
편집자
29 2019-07-01
눈물겨운 투쟁담 카운터 직원이 봉투를 연다 누렇게 뜬 사임당 얼굴이 촤르륵 지나간다 pc방에서 알바해서 모은 돈이다 아이는 비 맞은 참새처럼 가늘게 떨었다 나는 느낄 수 있었다 내가 낳았으므로, 어미였으므로. 남북 분단선도 지우려는 시대에 아이는 금 하나를 긋기 위해 제 돈 내고 벌벌 떨며 이곳에 왔다 더 페이스 성형외과 서면 롯데백화점 뒷골목 무슨 무슨 성형외과가 동네 마트처럼 즐비하다 백화점 뒤에 숨은 병원들 백화점 뒤에 숨은 얼굴들 적당히 눈매가 쳐진 내 또래 엄마들이 고만고만한 딸들의 손을 잡고 와서 수술부작용에 대한 기계적 설명을 듣는 곳 자식 고집은 이길 수 없지, 아무렴 그렇고말고. 한 시간 동안 고문 받는 것 같았어 오징어 굽는 냄새가 나고 눈물이 찔끔 났어 근데 울지 말래 아, 이 얼마나 눈물겨운 투쟁담인가 두엄출판사 대구 두엄출판사 ‘대구’라는 이름의 단단함 ‘두엄’이라는 말의 훈훈함, 진득함 기름난로 붉게 타오르는 사무실 밀양얼음골사과 햇빛과 별빛이 번갈아 드나들어 달디단 옹이를 간직한 열매 후라이팬에 볶은 땅콩, 호밀 오도독 오독 활자 씹는 소리 난무하는 방 칭얼대는 문장들 침침한 눈으로 어르고 달래고 적당히 솎아내고 오독, 그래도 삶은 금방 무성해지고 반질반질 나무 바닥, 서고 누운 책, 책들 그리고 시덥잖은 농담들, 찜찜함, 사소한 오해 오도독, 그 모든 것 적당히 버무려 두엄더미는 후끈 달아오르고 한 쪽에선 납작만두가 납작하게 식어가고 *부산 출생. 시집 『굿바이, 겨울』(2011), 『거미에 기대어』(2019) 출간. bullaeya@hanmail.net  
4 그 섬에 가고 싶다 외1편/허남기 file
편집자
30 2019-07-01
그 섬에 가고 싶다 푸른 꿈의 날개짓이 가득한 곳 발목이 잡혀 뿌리를 내렸다 섬의 깊이를 발설한 꼭지점의 태동이 태초의 둘레길을 섬섬이 돌아 혼돈을 벗기어 물길을 열어 젖힌다 깊은 숙면에 들고 싶은 이맘때 가끔은 궁금증이 뇌리에 정박하여 연어로 살고 싶은 날들이 허다하다 정녕 섭리의 방향타가 되는것인가 가마우지 헛물켜는 곤두박질에 굽이쳐 내려온 강물들의 왕성한 다툼이 두물머리 점이지대에서 돌아나온 바닷길이 열리는 모습을 읽어 내린다 가끔은 잃어버린 편린을 거슬러 겨울바다에 발을 담근 별들의 초대로 섬의 외딴집에 문패를 다는 거룩한 밤 긴 하루를 정박시킨 '비진도'*의 깊은 곳 여기,오늘 따라 기도 시간이 무척 길어진다 *비진도:경남 통영에 위치한 섬 저녁노을 칠흑의 어둠을 이기고 까만 불씨로 가둬버린 노을의 춤사위는 햇볕에 취해 가슴 깊이 거나하게 젖어든다 서산 마루에 멈춘 해는 붉은 면면에 언질을 준 파란 하늘을 수평선 위로 게눈 감추 듯 흥건히 가슴을 적신다 처서가 빚어낸 낙조의 아름다운 댓가이다 서로의 아름다움을 격려하며 낮과 밤이 오버랩하는 동안 붉게 물든 찬란한 노을은 뒹굴뒹굴 앵두빛으로 온종일 빨갛게 열애중이다 허남기 프로필ㅡㅡㅡ 경북영천 출생/2014<문장21>등단 경북문협회원/영천문협편집국장 시에문학회회원/시객의 뜰 기회국장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이메일: hurdang62 @daummail.net  
3 4월이 5월에게 외1편/나병서 file
편집자
158 2019-07-01
4월이 5월에게 묻는다 나를 사랑하세요? 제주가여수가진도가광주가 4월이 5월에게 묻는다 “시몬요안누, 아가페스 메 플레온 투톤?” “시몬요안누, 아가페스 메?” “시몬요안누, 필레오 메?” 4월의 예수가 5월의 예수에게 묻는다 여보세요? 나를 사랑하세요? 너 조선에게 묻는다 나를 사랑하세요? 조선땅 깊숙히 스며든 하늘빛 피 들 이 솟아나와 하늘 바 라 며 묻는다 나를 사랑하세요? 날개깃털 리빙스턴데이지 자다깨다를반복한다 꿈속에서는고흐의색감이눈으로내리고있다 나는한쪽눈이보이지않았고 투명한허공위에서 그녀와함께눈으로내리고있다 내리막길을긴머리칼휘날리며뛰어오는 그녀 나는일을끝마쳤고돌아가는길에는 연기가피어오르고있다 지폐네장이불안하게접힌채 어딘가가야하는듯한 어지럽고뒤섞여버린 그런꿈속에는 일주일간의고된노동후에느끼는 그런저녁이살고있다 “당신은 사랑하는 것들이 있었나?” “나는 알고있지” “당신은 그 것들의 뒷모습을 모두 보았어” “지금도 사랑하는 것이 있다고?” “아니, 잠시 후 그 것의 뒷모습을 보게될거야” “조금은 억울하고 아마 외로울거야” 토요일저녁은두꺼운껍질이으스러지는 그런신음소리를내고있다 지금빛은검은색수트를입고그것들의뒷모습들은 사라진다 오늘잠시깃털가진뒷모습을보았지 나는사랑했던모든것의뒷모습을보았지만 날개깃털을가진뒷모습은처음이지 “얼마나 날고 싶었을까?” “날아가려고 하고있잖아?” “아니, 사랑했던 모든 것들의 뒷모습을 보았다니깐. 리빙스턴데이지!“ 멈추는시간의뒷모습을보면서 나는자는것을멈출것이고 다시는잠깨지도않을것이다 리빙스턴데이지의색감으로날아오르는 고흐의눈발도멈출것이고 나는여전히한쪽눈이보이지않은체 그녀없이도허공에서멈추는것이지 “사랑하는 것이 있었다고?” “지금 사랑하는 것이 있다고?” “뒷모습을 보게 될거야” “멈추게 되겠지” 날개달린뒷모습은모든것이 이곳이고향이아니라는 땅위에서는태어나지않았다는 언젠가는 내가보았던사랑했던모든것의뒷모습처럼 뒤돌아서날아간다는 그것을약속하고있는것이지 “사랑했었던 적이 있었다고?” “지금도 사랑하고 있다고?” 보게될거야 세상은아름다와야된다는 당신의거짓말을 그날개깃털가진뒷모습을. 나병서 시인/ 시집 지렁이* 똥* 붉은 죽* 별바라기*  
2 책을 죽이는 여자 외 1편/김주애 file
편집자
32 2019-07-01
책을 죽이는 여자 책을 죽이지 않고 어떻게 보느냐며 빳빳하게 각이 잡힌 책장을 꺾어 단번에 때려눕히는 여자 이래야 책을 볼 맛이 난다고 침을 묻혀 책장을 펼치자 펄럭이던 글자들이 가지런히 눕는다 풀물 든 손은 러시아 자작나무 숲을 거니는 안나 카레리나를 불러내어 저녁밥을 짓고 고랑마다 깨알 같은 씨를 오차도 없이 심는 솜씨에 주눅 든 글자들은 요리를 거든다 침을 콕콕 찍어가며 간을 보는 페이지마다 나타샤의 나풀거리는 드레스 자락에 간물이 배어들고 하루일로 고단한 다리를 잘근잘근 주물러 준다 하루 종일 구부린 허리를 펴듯이 그렇게 그녀의 손에 죽은 삼백 쪽 책은 각이 잡힌 채 머리맡에 죽어있다 몸부림의 흔적처럼 숨구멍처럼 부풀어서. 복종의 자세로 서 있는 너에게 너는 항상 나를 보고 있었다 문을 열면 마주치는 그 곳에 서서 속속들이 나를 들여다보고는 죽음을 선택했다 질질끌거나 매달리는 방법이 아니라 단방에 끝내버리는 통째로 잎을 떨군 너의 앞에서 희미하게 웃었던가 너의 이름이 기억나지 않아 내 이름을 불러보았다 살아있음을 확인하는 일처럼 너는 가고 남은 나는 죽음을 생각한다 놓쳐 버린 말이 무엇이었을까 김주애 경북 상주 출생. 2014년 시집 『납작한 풍경』으로 등단.  
1 눈길 외1편/김수화 file
편집자
33 2019-07-01
눈길 눈길로만 키운 것들엔 닿을 수 없는 애절함이 스며있다. 북쪽으로 난 서재 창 너머 발길은커녕 눈길조차 외면당한 후미진 곳 나리꽃 몇 송이 몇 년째 저 혼자 세월을 이고 있다. 나는 하루에도 몇 번 그저 묵연히 바라만 볼 뿐 지독한 가뭄에도 물 한 모금 건네지 못했지만 때 되면 어김없이 찾아와 창을 두드린다. 출렁이는 빌딩숲 꼬박꼬박 내는 월세에 저당 잡혀 연애도 결혼도 자식도 꿈도 희망도 포기해야하는 5포 세대의 막막한 산길 같은 청춘이 시름시름, 산그늘마냥 깊어가도 그저 물끄러미 바라만 봐야하는 물노을에 깃든 마음길이다. 시간의 그림자 물새는 파문을 열어 노을빛 퍼 나르고 연잎에 맺힌 사리 마지막 빛 사라지면 어둠이 나비 앉듯이 소리 없이 내린다. 가슴속 스민 어둠이 가을의 끝 날과 같아 세월이 그려놓은 삶의 무늬 따르노라면 어릴 적 눈감고 걷던 그 골목에 서 있다 한생을 풀어놓는 소나기 내리는 밤 그리운 이 볼 수 없어도 꽃밭 일구는 마음으로 어둠도 지우지 못할 그림자로 남는다. 김수화 약력 2003년 자유문학 시 부문 신인상 수상 등단, 한국문인협회 회원, 경북여성문학회 회장(전), 백수문학제 운영위원, 경상북도문인협회 편집위원장, 김천문인협회 사무국장 , 논술 토론 강사. 제3회 경북여성문학상 수상. 2018 김천예술인 공로상 수상, 시집 ‘햇살에 갇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