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턱 방담放談

 

 

 

 서로의 심장에 총탄을 재던 그해 六月, 고향 갯가로 끌려나온 무수한 유령들이 광목천에 묶이어 역사 저 편으로 수장되었다는 어른들의 음계 낮은 목소리를 들으며

 문득 남도의 외로운 섬 하나가 떠올랐다

 

 그 총알이 왼쪽 눈에 깊은 슬픔으로 커져, 三月의 차가운 물 밖으로 떠올라 증인으로 서자 고향의 수많은 발자국들이 거리거리에 찍어놓은 분노를 활자로 읽으며

 그 섬마을의 하도리가 생각났다

 

 한 치의 틈도 내주지 않은 고향의 날선 목소리 속에, 태어나 단 한 번도 바뀌지 않은 사진 속의 인물을 용의자로 지목하자 낯선 국방색 표지들이 두더지처럼 十月의 마음을 도굴하는 장면을 눈으로 지켜보며

 그 하도리의 불턱이 자꾸 스쳐갔다

 

 골다공증을 앓는 아낙들의 숨비소리가 쌓아올린 부도,

 

 매일같이 저승의 문턱을 닳아 없앤 물질을 제쳐두고

 한지보다 더한 젖가슴을 아이에게 물리며

 한라에서 불어오는 四月의 냉기어린 들숨마저 화톳불로 이겨내는

 

 영원한 어머니의 자궁과도 같은,

 

  

 

부암역

 

 빛 발한 네온사인을 위하여

흥청대는 값싼 말투와 본능이

자본으로 덧씌워지는 원심을 향하여

지독히도 땅 밑을 환승하며, 아래로 아래로

파묻혀가는 것을 감내해야 한다

 

한 끼의 밥과 교환할 노동은 여전히 살아

끊임없는 무표정과 침묵으로 재생되고

덜컹거리는 레일 위의 불규칙한 일상으로

낯설게 불거져오는 서로의 얼굴을 비춰보며

고대의 커다란 무덤을 생각해 본다

 

개찰구 쪽으로 맞닿은 저 벽 너머로

엷은 향내와 둔탁한 곡소리가 수런거리고

눈높이로 가로지르는 주검이 누워

매번 스칠 때마다 이곳은, 순장될 듯한

전생의 기억으로 떠오른다

 

여전히 햇빛은 광합성을 하는 무리들에 유효하고

낙하하는 빗줄기에 몸을 정화할 기회는

기득의 울타리에 한정되지만

오늘도 살아남아야 할 당위當爲 앞에

생과 사의 거리는 너무도 짧기만 하다

 

  

 

 

김요아킴

 

1969년 경남 마산 출생. 2003년 계간 <시의나라>2010년 계간 <문학청춘> 신인상으로 등단.『왼손잡이 투수』『행복한 목욕탕』『그녀의 시모노세끼항』외 다수. 산문집『야구, 21개의 생을 말하다』서평집『푸른 책 푸른 꿈』. 한국작가회의와 부산작가회의 회원. 현재 부산 경원고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