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불.곡(川.佛.谷)
        - 문경 보현정사에서

 
물소리 귀기울여 듣는 상사화나

이번 세상은 툭 떨어진 푸른 밤송이도

한 번은 마주치고 가는 거

무수한 만남 속에 또 한 번 마주친 거

쉼없이 흐르는 저 물길에 부처 있다면

끝없이 내려서는 이 골에 부처 있다면

어디에나 어느 때나 있는 부처

우리도 가만히 만났다 가는 거





가을 공양(供養)




 누구에게라도
정성껏 지은 밥을 나누어 드립니다
가득한 이 床을 받으신다면
두 손바닥 공손히 맞대어
點頭하셔도 좋겠습니다

全身을 불타오르게 하던 나무
잎 하나 床에 앉습니다
床을 두고 서로 마주한 세상
어느새 햇살 방석을 깔고
도토리 한 알 곁에 앉았습니다

가장 작은 잎, 가장 여린 풀이라도
도르르르 말고 있던 손끝 열어
마지막 꽃 하나씩을 내미는 날
저마다의 꽃에 오늘은
이 마음 잎사귀 하나를 더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