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구 팔십일

               

 동짓날

여든한 송이

꽃 달린 매화를 그려

들창 가에 걸어두고

하루 한 송이씩

붉은 꽃심 그려나가다

마지막 송이 채운 다음날

창문 들어 올리면

그림과 꼭 닮은 풍경이 펼쳐진다는

 

-, 고것이 참말이었구만!

 

구구 팔십일

치운 날 고이 껴안고

꽃잎 하나하나 눈에 넣어

가슴에 새기면서

그렇게 기다리는 것

꽃은




노옥련 할매의 이야기

 

  

월사금 못 내서

아들이 학교 가서 기합 받고

그것이 지금도 피눈물 나

돈 없는 것이 죄도 아닌디

지금이나 옛날이나

돈 없는 사람은 살기가 힘들어

 

삼복염천 젤로 뜨거운 날

담뱃잎 따서 엮고 말리기를

두어 달 허고나면

죄다들 눈이 쑥 들어갔제

 

근디 해필 춘 겨울에

그것을 전매청에서 매상을 혀

눈길 폭폭한디 민사무소까정

구루마에 실어서 밀고끌고 가믄

그래도 목돈이 생기니께

그땐 그것을 고상인지도 모르고 혔제

 

지금은 어떠냐고?

글씨, 머시라고 대답을 허까 잉?

암만혀도 그때가 그래도

사람 사는 맛은 있었제

암은.

 

 

* 월간 『전라도 닷컴』 20186.7월호에 실린, 실제 인물의 말을 거의 그대로 인용하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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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출

1955년생

2011 영주작가 등단

2018 시집 ‘부끄러운 밑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