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웹진]문학마실~...110호...
   2019년 08월

  1. 내일을 여는 창
  2. 소설
  3. 수필
  4. 권서각의 변방서사
  5. 이달의 작가
  6. 동인지를 엿보다
  7. 작품집에 스며들다
  8. 시와 거닐다
  9. 사진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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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호 제목 닉네임 조회 등록일
7 파 외1편/임영석 file
편집자
91 2019-07-31
파 ​ 천 번 만 번, 칼질로 네 푸른 의지가 꺾이었다면 어찌 독한 향이 남아 있겠느냐 외롭다는 것, 고독하다는 것 속을 깨끗이 비우지 않고서는 모르는 일이다 허공의 집 한 채 갖기 위해서 온몸을 비우고 비워 향기로 만들어 놓고 거꾸로 써 놓은 느낌표 하나, 별빛으로 완성할 것인지 태양으로 완성할 것인지 모르겠지만 뿌리째 뽑힌 파들은 그 느낌표 하나 완성하기 위하여 그대 눈물을 훔쳐낼 뿐이다 파 때문에 울었다고 말하지 마라 파는 그대 눈물로 느낌표 하나 완성하고 이 세상 삶 즐거웠다고 말할 것이다 참기름 냄새를 맡으며 -1987년을 기억하며 깨알처럼 많은 사람 그 고통을 압착하여 자유라는 참 맛을 얻었다 너도 나도 한몸이 되어 고소한 맛 하나 남겼다 임영석 1961년 충남 금산출생, 1985년 『현대시조』 봄호 2회 천료 등단, 시집으로 『고래 발자국』, 외5권 시조집으로 『꽃불』외 2권, 시론집으로 『미래를 개척하는 시인』, 시조선집 『고양이 걸음』 등이 있다. 제1회 시조세계문학상(2011년, 수상작 초승달을 보며) 제15회 천상병 귀천문학상 우수상(2017년, 수상작 받아쓰기),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강원문화재단(3회), 원주문화재단에서 각각 창작지원을 받았다  
6 책아, 너 거기 있어서 외 1 편/하재영 file
편집자
107 2019-07-31
책아, 너 거기 있어서 소리란 것을 만드는 곳에는 으레 움직임이 있다. 발에 채인 깡통이 데구루루 굴러가는 길바닥에 퍼지는 물결 같은 소리도 그렇고 강둑 퍼드득 나는 백로 날갯짓도 하늘에 구름을 둥둥 띄우며 소리를 만든다. 책아, 너 거기 있어 그래 보수동 책방 골목이라든지, 청계천변이라든지, 아니면 아직도 문 닫지 않고 헌책방을 지키는 충청도 작은 읍이라든지, 또는 먼먼 나라 관광지 좁은 골목 고서점에서 만나는 먼지 묻은 책이라든지, 그런 책들은 잔잔한 소리를 갖고 있다. 먼 여행 중 구입한 책을 여행에서 되돌아와 넘기는, 사랑하는, 첫사랑 사람의 손을 잡은 것처럼 손 끝 떨리는 그 순간 책 속 글자들은 진달래꽃처럼, 벚꽃처럼, 복숭아꽃처럼, 모감주꽃처럼, 능소화 꽃처럼, 호박꽃처럼, 볏꽃처럼, 웃음꽃처럼, 꽃으로, 꽃으로, 꽃으로 자꾸 피어나고 지고 피어나고 책아, 너 거기 있어 어제 즐거웠단다. 책아, 너 기기 있어 오늘 기쁘단다. 책아, 너 거기 있어 내일 행복하단다. 대숲 대숲 속으로 풍덩! 파도 같은 흔들림이 어울려 어울려 또 어울려 스크럼 짜고 움직이는 광장의 목소리로 때론 엄마가 들려주는 자장가로 공명할 수밖에 없는 공간 피리로, 단소로, 대금으로, 장난감으로 빗자루로, 바구니로 그리고 그것들이 아닌 몸 전체로 하늘 향해 봄, 여름, 가을, 겨울 푸른 손 모아 기도하는 하재영 1990년 《매일신문》 신춘문예 시 당선, 1992년 《계몽사아동문학상》 장편소년소설 당선, 동화집 『 할아버지의 비밀』, 시집 『별빛의 길을 닦는 나무들』, 『바다는 넓은 귀를 가졌다』 등  
5 씹외 1편/정동재 file
편집자
112 2019-07-31
씹 씹의 어원을 어학 사전에서 찾다가 十의 비속어라고 단정 짓네 십팔년 십새끼의 정체성이 다시 빚어지네 니미 씹이네 천문 이야기 낙서가 비하하니 음담패설이네 十의 체위를 논하면 풍차돌리기네 동물적 감각으로 홀 중앙 五가 十을 요리하네 오입을 5 入이라 단정 지을 수밖에 없었네 소우주를 대변해 바꿔 말해보네 뭐니 뭐니 해도 사내는 좆심이네 넣고 빼고 오입 중인 달빛 황홀하네 밀물과 썰물 요동치네 야기된 바다의 씹은 생명의 어머니 십오야(十五夜) 바다가 사리를 빚고 있네 산수유 산수유꽃이 피었습니다 창칼도 없이 방패도 없이 산수유꽃이 피었습니다 매서운 바람 부는데 산수유꽃 피었습니다 창칼 앞에 굳은 내 모습을 꺼내 보여줍니다 꽃 피운다는 것은 무엇입니까? 눈 덮인 산수유 쪼아 먹고 날아간 새에게 묻습니다 칼바람도 아닌 것이 폐부를 찌르며 파고듭니다 산수유꽃 피었습니다 약력/2012 년 《애지 》로 등단 , 시집 『하늘을 만들다 』  
4 앉은뱅이재봉틀 외1편/손창기 file
편집자
127 2019-07-31
앉은뱅이재봉틀 소리의 도미노, 감꽃이 떨어진다 나무가 감꽃 따서 던진 건 아닐 터 보이지 않는 손이 꽃을 밀어낸 것이다 가지 속에 들어있는 앉은뱅이재봉틀 어머니 한복 만들 때, 꼭 감꽃이 떨어졌다 친구는 감꽃 주우러 가자했지만 재봉틀 돌아갈 때 천을 꽉 잡아 당겨줘야 했는데 천을 당겨야 촘촘히 박음질이 되었는데 겨우내 한 목숨을 괴고 있던 꽃손이, 한 목숨을 허공에 뜨게 한 손잡이가 바람을 휘젖는다 드르르- 다르르- 꽃받침을 돌리는 것이다 소용돌이치며 떨어지는 감꽃에 마지막 인두질한 흔적이 아직 반질반질하다 깃털 하나가 깃털로 개미누에를 쓸어내린다 알에서 갓 깨어난 불안을 보듬는다 손끝과 알몸을 이어주는 깃털 하나, 보듬을 때 손가락 힘과 동작이 일정하다 손끝에 온기의 말을 걸기 때문이다 이리저리 뒹굴던 어린 옆구리에도 가장 오래된 숨결이 숨어 있을 것이다 새벽부터 동틀 때까지 개미누에가 마주했던 어둠이, 손끝 느낌이 깃가지에 가 닿은 그 어둠이 칠일 지나 애기잠을 잘 때까지 누에의 몸을 메운 것이다 잠자리를 같이 한 내 몸에도 뽕잎 뜯어먹는 소리 배어 있을 것이다 쓸어 모은 부드러움으로 네 번 잠자면 누렇게 실이 목까지 차오른다 섶으로 들어서자 우리 집이 커졌다 잠실蠶室 지붕이 날개를 펼친다 떨어지는 저 깃털 하나가 알을 부화시키고 날개 돋치게 할 것이다 약력> 손창기 - 경북 군위 출생. 2003년 『현대시학』으로 등단했으며, 시집 『달팽이 성자』가 있음. jangoyes@hanmail.net  
3 청산도 외1편/곽도경 file
편집자
95 2019-07-31
청산도 당리 언덕 붉은 길 그녀가 걸어간다 아리 아리랑 스리스리랑 덩실덩실 걸어간다 눈 바쳐 소리 얻었으니 뭐에 그리 분할꺼나 서러워 고운 그 길 나도 따라 걸어간다 사람이 살면 몇 백 년을 사나 개똥같은 세상에도 기어이 봄은 오고 송화야 유채 환한 그 날 우리 같이 눈을 뜨자 언덕 위 그 집까지 춤추며 올라보자 돌배나무 허리 꺾인 나무 한그루 서있네 아랫도리에 통 깁스하고 쌍지팡이 짚고 마지막 힘 다 짜내어 꽃송이 토해내네 쉰 고개 넘었어도 살림 서툰 딸 때문에 죽지도 못 한다고 푸념하는 울 엄마 소금포대 위에서 떨어져 허리 아픈 울 엄마 그 마당에 한 그루 돌배나무로 서서 참 환하시네 울컥울컥 배꽃이 피네 약력/ 계간 시선으로 등단 시집 / 풍금이 있는 풍경  
2 무하유지향 無何有之鄕* 외1편/심승혁 file
편집자
110 2019-07-31
무하유지향 無何有之鄕* 바삐 흘러가던 계절의 끝으로 서릿발 같은 겨울이 찾아와 이제는 조금 쉬라고 하얀 입김을 걸어 놓았습니다 화려했던 사는 일이 조금씩 퇴색되는 중에 이제는 조금 쉴까 하여 하얀 시선으로 공간을 가릅니다 촘촘히 엮은 거미줄에 지나던 계절이 매달리고 높푸른 하늘에 띄우던 숨의 회한이 하얗게 흔들리면 분주했던 걸음의 속도를 늦춰 잠시 허공의 안식을 문질러 봅니다 서리서리 차가운 복숭아나무 사이로 거미 한 마리, 어제 걸었던 흔적을 따라 따스한 삶 한 올씩 뽑아 다시 길을 내고 있습니다 *장자의 무하유지향 無何有之鄕 <어느 곳에도 없는 곳>이라는 의미이지만 우리들의 의식 저 건너편에 확실히 존재하는 안식처를 말한다. 도원경, 이상향, 유토피아와 같은 의미. 들어주는 일 소라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고 했다 짊어지고 온 시간이 울퉁불퉁 달라붙어 거친 바다쯤은 이겨낼 갑옷이 되었고 해변을 때리는 파도를 동그래 안고서야 소리조차 품게 되었다고 했다 소리를 잃어버린 바다가 흔들리는 등대의 불빛 밑으로 잠들면 끈끈하게 지나온 지친 발자국들이 모여 조용히 펼쳐놓는 작은 이야기의 밤, 아직 다 못 들은 소라의 생生이 느릿하게 다가와 말을 건네면 그저 귀를 열기만 하면 된다고 했다 고맙다고 했고 서로 그러했다 약력 2017. 1 격월간 문학광장 시 부문 등단 2018. 2 (봉놋방 시선집) 『씨앗, 꽃이 되어 바람이 되어』 공저 2018. 9 2018년 서울 지하철 승강장 안전문 시 공모전 선정 2019. 3 시와글벗문학회 동인지 제7집 『고요한 숲의 초대』 공저 2019. 6 『시마詩魔』 창간호 참여 2019. 7 월간 『우리詩』 7월호 참여  
1 가다가 서면 외1편/이창한 file
편집자
42 2019-07-31
가다가 서면 낡은 옷자락에 시퍼런 추위가 늦가을 한데 바람으로 매달려 불경 한구절로 읽히고 있다 도대체 버릴 것 없어 아무것이나 가득 채워진 육신의 그릇 무얼 더 담을 수 있단 말인가 뒤쪽으로 난 틈사이로 그나마 비워내고 있는 비망록 후려치는 죽비로 혼절하고 마는 세상사 아무렇게나 보아왔던 이럴 줄 알았다면 멀리 돌아서 갈 걸 달 덩어리로 내려 쏟아지는 아무도 없는 곳에서 있는 데로 다 벗고 있다 곡(哭) 뻐꾸기 울음 울때마다 껍질로 흩날리는 벌초하지 못한 묏등에 얹혀 퇴색한 소리로 부서진다 해질녘 그림자 밟혀 울며 돌아가는 눈물은 아무 색 묻어나지 않는 메아리 새야! 엄마하고 불러 보렴 대답 없는 마른 풀 더미 사이로 바람에 묻어나는 아린 엄마 젖내음 이라도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