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웹진]문학마실~...108호...
   2019년 06월

  1. 내일을 여는 창
  2. 소설
  3. 수필
  4. 권서각의 변방서사
  5. 이달의 작가
  6. 동인지를 엿보다
  7. 작품집에 스며들다
  8. 시와 거닐다
  9. 사진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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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호 제목 닉네임 조회 등록일
7 유월 외1편/강미정 file
편집자
92 2019-06-01
유월 텃밭에는 타 죽을 것 같은 마음을 부려놓고 풋것이 심지를 올린다 풋것은 초록의 맹목을 보여주는 것일까 맹신자처럼 하늘을 향한 기도를 텃밭에 촘촘하게 못 박은 것일까 반은 볕에 녹고 반은 살아보려고 오체투지 하는 풋것의 머리에 물뿌리개로 성수 같은 물을 뿌리면 당신에게 못 박힌 마음이 가장 먼저 타고 마음을 퍼낸 울음소리로 가장 늦게 우는 당신도 나도 벙어리처럼 질문을 잠근 염천을 가졌다 소리도 없이 타들어가는 우렛소리를 울음 속에 메우고 반이나 녹아 없어진 마음을 다 태우고나서야 울음도 시시해져 우렛소리도 염천도 순한 짐승처럼 핏줄에 새겨진다 배웅 그날 저녁은 생가지 타는 연기가 가슴에서 일어 눈이 매웠다 당신이 마지막으로 보내온 이메일에는 악보가 불타고 있었다 바람 속으로 첼로선율이 뜨겁게 날아가고 있었다 당신의 마음이었다고 생각했지만 당신을 보내지 못한 내 마음임을 알았다 악보가 불타는 동안 미움이 남았으면 다 태워 달라는 주문 같기도 했다 인생은 불타는 악보처럼 연주해야 한다고 노래는 자유롭게 놓아주어야 한다고 불이 닿은 악보는 붉게 번지다가 검게 날렸다 노을 속으로 스몄다 소리를 놓아주며 바람이 되고 있는 악보 당신에 대한 사랑으로 불타고 있다고 내 마음을 보여주고 싶다고 가슴을 퍽퍽 치면서 말하던 당신은 내 마음의 어디에 스미는 걸까 매운 연기가 일어 눈이 오래 매운 것이 불타는 악보 때문만은 아니었다 경남 김해 출생 1994년 『시문학 』에 ‘어머님의 품’외 4편으로 우수작품상 등단 <빈터>동인, (사)한국작가회의 회원. 시집 『그 사이에 대해 생각할 때』『상처가 스민다는 것 』『타오르는 생 』 등  
6 단백질14-3-3 외1편/손창기 file
편집자
73 2019-06-01
단백질14-3-3 태반 속부터 나는 복제되어 있는 동물이다 달려오는 승용차를 향해 반인반수의 몸을 던지고 싶을 때가 있다 세포자살을 유도하는 유전자, 단백질 14-3-3을 통제할 수 없는 순간이 있다 여름 들판의 바람까지 복제되었다고 느꼈을 때, 늑대 스널프*는 야성까지 복제된 완벽한 방어기제, 아주 비릿한 향기. 빳빳한 창살 속에서 추억이 흐려진다면 자살본능은 흘려버린 추억을 담는 것, 잃어버린 길에서 선율을 찾아보는 것, 마지막 울음소리로 달에 숨구멍을 내는 것, 늑대는 달밤을 이빨에 끼우고 들판을 내질렀다 얼굴에 드리운 죽음은 뼈 없는 달밤에 가한 혁명, 암호의 해독기 도시의 복제 동물에게 퍼져있는 14-3-3 단백질, 너와 나의 몸속에 은밀하게 봉합된 맹독. *2005년 서울대 연구팀이 탄생시킨 세계 최초의 복제 늑대 발등 섬은 흰제비갈매기를 불러 모은다 물결이 빚은 발등이 섬의 몸이기 때문이다 가라앉지 않는 발등에 새가 앉는 꼴이랄까 피소니아 나무가 팔을 벌려 새들을 길들인다 날개를 달래야 하는 순간이 오기 때문이다 태평양을 날아온 지친 새들에게 일용할 열매와 둥지를 내어 줄 때 도꼬마리처럼 끈적한 씨앗들이 깃털에 묻는데, 가끔 새벽에 새의 발바닥이 나뭇가지에 붙어 있다 가지 위에는 햇살과 지난 여름, 죽음과 갈매기들 어미새는 몸까지 딱딱하게 굳어 입멸한다 새를 잡아먹는 나무! 날개는 다리를 달래고, 다리는 발등을 달래는 새 죽음에 애걸복걸하지 않는 새 저승 갈 때 귀때기 맞고도 꿈쩍하지 않는 새, 깃들인 침묵으로 바다는 발바닥을 숨긴 채 뼈를 없애는 중이다 새의 가슴뼈가 나무의 발등뼈에 스며듣다 여린 발등에서 곧추 올라 자신의 골격을 다지는 나무들, 그들의 골격은 점점 새의 뼈를 닮아 간다 끊임없이 죽음을 건네주면서 그들은 날개 달고 이 섬을 떠나고 싶었던 걸까 이제 새가 열매로 태어나 날고 있다 약력> 손창기 - 경북 군위 출생. 2003년 『현대시학』으로 등단했으며, 시집 『달팽이 성자』가 있음. jangoyes@hanmail.net  
5 슬픔 외 1편/채형복 file
편집자
82 2019-06-01
슬픔 -자연과학자 박 아무개 교수에게 생명을 창조하는 인간에게 신이 설 자리는 없다 다윈을 믿고 따르던 어느 발생학자의 호기로운 말을 기억한다 둘이서 서로의 말을 주고받으며 논쟁하는 날은 존재는 겉껍질을 벗고 말랑한 속살로 탈각하였고 관념은 번데기를 벗고 화려한 날개로 우화하였다 수백 개의 새로운 하늘이 만들어지고 그만큼의 낡고 오래된 땅이 허물어졌다 우리는 경계를 벗어난 전지전능한 창조주-신이었고 인류가 피땀 흘려 쌓아올린 정교한 지성의 바벨탑을 경배하는 학자였다 따뜻한 감성의 피가 흐르는 이성의 차가운 판단을 맹목적으로 믿고 따르는 우리는 행복한 순교자로 진리의 제단에 기꺼이 목숨을 바칠 각오가 되어 있었다 학문은 영혼의 배고픔을 채우지 못하는가 나의 나를 복제하여 무한수열로 줄 세우고 영원히 죽지 않는 불사의 삶을 꿈꾸던 그는 살아있는 모든 존재는 죽는다는 자명한 자연의 이치를 받아들이지 못하였다 나를 가두고 얽어매는 관념에 굴복하여 노예로 사느니 긴 창을 꼬나물고 앞으로 엎어져 죽을지라도 자유인으로 살리라 결기를 세우고 사는 나는 진화론을 부정하고 창조론에 허리 꺽은 그 자연과학자가 미워졌다 담판 - 손 아무개 교수에게 텅 빈 카페에서 혼자 술을 마시고 있다고 노래도 감미롭고 울기 좋다고 억지웃음으로 말하는 그의 목소리에서 갈바람에 서걱대며 억새 부딪는 소리가 났다 울지 마라, 말하지 못하고 우는 만큼 행복하여라, 궁색하게 위로하는 내게 그가 말한다 불의한 현실에서 물러서면 비겁하잖아요 그는 지금 덧칠된 대학 역사의 민낯을 벗기고 늙어 구부러진 정의의 허리를 펴는 중이다 먼지 낀 검은 현실을 붓에 찍어 교룡의 얼굴에 까만 눈동자를 그리는 중이다 양심과 지성의 명령에 따라 움직이면 머잖아 정의로운 사회가 오겠지요 불의한 현실에 온몸으로 맞서고 깨지면서도 그는 가치 있고 고귀한 걸음을 걷고 예수의 십자가를 등에 메고 힘겹게 골고다 언덕을 오르고 있다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해 강한 확신을 가진 사람에게는 신앙에 물든 순교자가 흘리는 진한 피 냄새가 난다 그렇다, 그는 강고한 현실의 제단에 기꺼이 자신의 몸을 희생물로 바칠 것이다 신은 그의 옆구리에 날카롭고 예리한 칼날을 꽂아 넣고는 외길 구석으로 세차게 몰아치겠지 약속은 약속 내게 한 약속을 지키라 너의 심장 가장 가까이에서 살덩이 일 파운드를 뭉텅 잘라 내게 바치라 그는 두려움이나 망설임 없이 신과 거룩한 담판을 벌이리라 좋습니다, 신이여! 오늘 나는 기꺼이 심장을 내놓을 것이니 정의로 포장된 칼과 저울을 준비하시오 머리카락 한 올의 오차도 없이 분노로 살아 펄떡이는 내 심장 가장 가까이에서 살덩이 일 파운드를 한 방울의 피도 흐르지 않게 잘라 가시오 그는 지고 싶어도 이길 것이고 신은 이기고 싶어도 질 것이니 검은 법복으로 가린 포샤의 날선 비웃음이 할렐루야 신의 영광을 길이 찬송하리라  
4 월식 외1편/이미령 file
편집자
86 2019-06-01
월식 어디쯤일까, 저 여자 가고 싶은 곳 눈동자 풀어질 대로 풀어진 여자 비틀비틀 흔들리며 태양원룸 계단을 올라도 술에 점령당한 뇌는 자주 기억 장애를 일으켜 집으로 들어가는 비밀번호를 뭉개버린다 무엇일까, 저 여자 지우고 싶은 것 심해어처럼 깊은 밤을 헤엄치는 여자 으흐흑 으흐흑 검은 울음 토해내 꽃 피운 시절 기억하느라 온몸 하얗게 바람이 든다 문은 있는데 집이 열리지 않는다 커피숍 이디야 구석진 자리에 앉아 시집 한 권 펼쳐놓고 이디야가 무슨 뜻일까 생각해 보네 눈치 빠른 인터넷은 커피 발상지 에티오피아 부족장 이름이라고 재빠르게 속삭여주네 따뜻한 아메리카노 한 잔 앞에 놓고 아프리카 대륙의 작은 나라 부족장 얼굴을 그려 보네 커피 빛 피부색과 쪼개놓은 살구 같은 입술 나뭇잎으로 아슬하게 남성을 가린 그가 내 앞에서 춤을 추네 꾸덕꾸덕한 맨발이 생쥐처럼 놀라 허공에 날아다니네 이윽고 그가 맞은편 자리에 앉아 정중히 커피를 권하네 뭉툭하고 거무튀튀한 손 커피의 궤적이 시집을 읽네 이미령/경북 상주 출생. 2014년 시집 『문』으로 등단. ryeong1233@hanmail.net  
3 바람의 특성 외1편/김설희 file
편집자
90 2019-06-01
바람의 특성 날개를 가진 것들은 바람이 가득 찬 것들이야 팽팽한 것들의 껍데기는 얄팍해 터지기 전 양을 줄이려면 날개를 저어야해 날갯짓은 부풀어 오른 몸이 어쩔 줄 몰라 하는 거야 바람이 날개 등을 타고 훠이훠이 길을 나서는데 길에는 아롱아롱 빛나는 것들이 많아 유흥시설처럼 꽃들이 열려있어 어딜 가도 오락 같은 시간이야 날개를 저을수록 탱글탱글한 바람이 수그러드는 것 같아도 사실은 새 바람이 자꾸자꾸 생성되고 있어 멀리 날아가려는 속성이 더 키를 세웠는지 하늘 높이 허공을 젖더니 느닷없이 풀들이 살아있는 땅 쪽으로 내려오는 거야 바람의 본능은 방향을 바꾸는 일이야 궁리 나침반을 만들까 하얀 티슈 한 장을 깔고 그 위에 꽃잎을 붙여 꽃을 만들까 백지가 꽃길이 될까 길이 길어질수록 뜯겨진 꽃잎이 많아질까 가지런히 꽃잎이 배열되고 흩어질까 붙이고 흩고 또 붙이고 꽃의 길이 삶의 무늬로 얼룩질까 해 지는 쪽으로 손뼉과 노래가 들썩일까 돌 위를 흐르는 물소리 아릿한 플롯의 울음이 흐를까 어둑어둑해지는 황혼 쪽으로 환하게 제목처럼 약력 2014년 리토피아로 등단 시집<산이 건너오다> 아라문학상 수상  
2 시집이 안 팔린다 외1편/권숙월 file
편집자
34 2019-06-01
시집이 안 팔린다 “시집 찾는 사람이 선생님밖에 없어요” 단골 서점 주인 말에 뒤통수가 가렵다 내가 주문한 시집은 한 권 더 들여놔 보지만 몇 달이고 등만 보이다 사라진다 서점에 들어서면 어김없이 발길 붙드는 시집 코너, 한쪽 구석으로 밀려난 지 오래이다 신문에 매일 같이 시가 소개되고 인터넷에 수없이 시를 띄우는데 왜일까 국수 한 그릇 값이면 시집이 한 권인데 왜 눈을 돌리지 않을까 열세 권 시집을 낸 시골 시인의 3쇄 4쇄는 전설이 되었다 시집을 팔리게 할 나의 궁리를 서점 주인이 누른다 “시보다 더 시 같은 산문, 시집보다 더 시집 같은 산문집은 많이 팔려요” 여권의 실세 아차, 달력에 동그라미라도 쳐 놓을 걸 그랬다 아침 먹다 “어머님, 생신 축하드려요” 며느리의 전화를 받은 아내 “남편보다 낫다”며 휴대폰을 소파에 휙 던진다 해마다 생일 축하를 그 앞 주 토요일에 하다 막내 출장으로 미루는 바람에 깜빡했다 무심한 남편으로 보여 야속했겠다 싶어 “저녁이나 같이 먹자” 얼버무렸다 점심 약속 자리에서 이 말을 하니 애처가 지인이 케이크를 사 주었다 “여권(女權)의 실세 체면 구겨서야 되겠느냐”며 축하 초를 아내의 나이보다 다섯 개 적게 넣어 놓았다 남이 사 준 것 눈치 챈 아내와 케이크를 먹었다 장모님도 처제도 자리를 같이했다 약력 김천시 감문면에서 태어나 1979년 『시문학』을 통해 문단에 나왔으며 한국문인협회 김천지부장, 한국문인협회 경상북도지회장, 한국문인협회 이사 등을 역임했으며 김천문화원과 백수문학관에서 시를 가르치고 있다. 시집 『하늘 입』 『가둔 말』 『민들레 방점』등 13권을 상재했으며 시문학상, 예총예술상, 경상북도문화상, 경북예술상, 김천시문화상 등을 수상했다.  
1 흐름 외 1편/박규해 file
편집자
27 2019-06-01
흐름 땅속에서 낮은 곳으로 흘러가는 물 흐름 지상에서 빗방울이 모여서 낮은 곳으로 흐름의 순리 따라서 살아가면 편하겠지 삼복(三伏)더위 강산이 푸르름은 시각을 시키고 있고 소낙비 그치고 무지개가 드리웠고 그늘에 앉은 사람들 더위 피해 노니네 한가하게 정자위엔 오고 가는 술잔들이 옛 이야기 정 나누니 세상 정 다 모였네 서로들 마음 편하니 노래 소리 절로난다 박 규 해 프로필 ㅇ 아호 : 취송(翠松) ㅇ 고향 : 경북 상주 ㅇ 현 거주지 인천 ㅇ 단국대학교 국어국문과 졸 ㅇ 함창중고등학교 근무 정년퇴임(2002년) ㅇ 62년도 김용호 시인님의 추천 됨(4.19 3주년 기념 시) ㅇ 사랑․ 소설계사 기자 근무 ㅇ 현대시조 “바램”으로 천료(97) ㅇ 97 ~새 시대시조(계간) 출품 외 9곳 문예지 출품 ㅇ 시조집 : 희망의 횃불. 찔레꽃이 피면. 풋풋한 삶을 살자. 삶의 자락에서 ㅇ 녹조근정 훈장 외 각종 표창장 15 ㅇ 수상 : 시와 수상문학 특별상(2010) ㅇ 현대시조 이달의 작가상(97년도) ㅇ 한울문학 이달의 작가상(2000년 5월호) ㅇ 동인지: 시인파라다이스 외 55권 외 ㅇ 현재 : 한국 문인 협회 경북 지회 회원. 현대시조 인단 회원. 한울문학 회원. 파라문예회원. 시와 수상문학. 국보문학 회원. 한비문학 회원. 시와 늪 문학 회원. 시와 글 사랑 회원. 지필문학 회원. 문학광장 회원. 스토리문학 회원. 한국미소 문학 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