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다가 서면

 

                         

 

낡은 옷자락에 시퍼런 추위가

늦가을 한데 바람으로 매달려

불경 한구절로 읽히고 있다

 

도대체 버릴 것 없어

아무것이나 가득 채워진 육신의 그릇

무얼 더 담을 수 있단 말인가

뒤쪽으로 난 틈사이로

그나마 비워내고 있는 비망록

 

후려치는 죽비로 혼절하고 마는

세상사 아무렇게나 보아왔던

이럴 줄 알았다면 멀리 돌아서 갈 걸

달 덩어리로 내려 쏟아지는

아무도 없는 곳에서

있는 데로 다 벗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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뻐꾸기 울음 울때마다

껍질로 흩날리는

벌초하지 못한 묏등에 얹혀

퇴색한 소리로 부서진다

 

해질녘 그림자 밟혀

울며 돌아가는 눈물은

아무 색 묻어나지 않는 메아리

 

새야!

엄마하고 불러 보렴

대답 없는 마른 풀 더미 사이로

바람에 묻어나는

아린 엄마 젖내음 이라도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