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연(燻煙)


 

외증조할머니는 연산 대추골에서

동학군에 가담한 아들이 돌아오기를 기다리다 죽었다

 

사구라꽃이 극성으로 피던 대추골에서

징용으로 끌려간 아들을 기다리던 외종조할머니도 죽었다

 

상강 지나서 얼음이 멍가나무 대궁에 빨갛게 얼던 날

의용군에 끌려간 아들을 기다리던 외할머니는

 

컹컹컹 마른기침을 하며 윗방에서 곰방대에 성낭 불을 켰다

그런 밤이면 하얀 사기대접의 자리끼에는 살얼음이 얼었다

 

오장육부가 타고 있는 외할머니의 입에서는 연기가 났다

기다리다 지친 눈두덩이를 훈연하던 그 연기가 매웠던지

 

어머니는 끌려가지 말라고 나를 삼대독자로 만들었다

제사복이 확 터진 아내가 구시렁거린다

 

간 사람도, 기다리던 사람도 신생대의 먼지가 된 지금

외할머니의 손자도 할아버지가 되어 훈연되고 있는 중이다

 

 

✽ 서리가 오기 시작한다는 날

 

 


 

순대

 

순대 국밥을 먹는다

누군가의 어머니 아버지

누군가의 할머니 할아버지와 함께

점심때 시장에서 순대국밥을 먹는다

마음에 점 하나 툭 찍어놓는 점 심 때

순하지만 대차게 한 번 살아보라는

순대국밥을 먹는다

순대를 채우기 위해 평생 땅이나 후빈

돼지는 이승을 떠나고 나서

남의 살과 피로 순대를 채웠다

땅이나 바라보고 살은

늙은 아내를 데리고 오물오물

순대를 채우기 위해 순대 국밥을 먹는다

목숨 부지 한다는 것은 늘 허기가 심해서

남의 피와 살로 내 순대를 채우는 것이다

이승을 떠난 돼지가 보시한 순대로

늙은 아내와 나는 행복하지만, 잠시

윤회하는 시간 속에서 마주 보는 것이다

 

 

유준화

충남공주출생

2003년 불교문예

시집. 초저녁 빗소리 울안에 서성대는 밤

      네가 웃으면 나도 웃는다.

수상 : 충남시인협회. 충남문인협회 작품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