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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주고 떠나는

마지막 가는 길은 부드럽다.

빈들로 사라지는 종소리의 여운이듯

해질녘 집 떠나는 사람의 뒷모습이듯

 

땡볕과 장마 속에서 초병처럼 서서 버틴

무서리 내린 찬 논바닥에 누워

덕장의 명태처럼

바람과 햇살에 몸 말리는 초분草墳

 

가벼운 육신 무더기로 꽁꽁 묶여서

수의 같은 흰 비닐에 싸여서

누룩 뜨듯 익혀 진한 맛을 들여

온 몸을 소처럼 고스란히 공양 올리는  

 

우걱우걱 되새김질하는 저물녘의 우리

움직이는 붉은 꽃으로 불어나는

은밀한 시간

 

함께 머물렀던 빈자리  

벼 그루터기 추워 보인다.

마른 눈물 자국 보인다.

 

 

  짚 2.

 

아버지 짚이 되셨네.  

햇살 밝은 가을날 벼 거둔 천수답에서

퇴비 깔고 보리씨앗 넣으시며

'참 좋다 참 좋다' 이르시고 짚이 되셨네.

마당 가득 처마보다 높게 차곡차곡 쌓인 낟가리  

볏짚으로 쌓은 황금의 성

그때는 정말 넉넉한 부자였네.

은은한 달빛 넣어 꼬아낸 새끼줄보다 질긴

삼신 줄을 엮어 오신 우리 아버지

포성이 오갔던 그해 여름 문경 새재 보국대 다녀오신 뒤

목마를 해서 건넜던 낙동강

아버지의 높은 어께에서 솟아났던

쇠죽솥의 구수한 짚 냄새

한가한 날 약주를 즐기셨던 아버지의 불그레한 얼굴이

근심을 태우셨던 아궁이의 불기운으로 상기된  

그 모습으로 나도 홍시가 되면

멍석에 누워 별 헤며 들었던 가마니 치는 소리 솟아나고

이엉 엮어 새로 덮은 집의 따뜻한 겨울밤에 닿는데

짚 거둬간 빈 들 썰렁하다 못해 차가움으로 오는

대설 지난 지금에야 조금 알 듯도 하네.

짚이 되신, 흙이 되신

아버지의 길지 않은 생애를   

 

 

약력

경북 상주 출생. 1976년『현대시학』으로 등단. 시집으로『돌담 쌓기』『상주』『우리도 사람입니다』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