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웹진]문학마실~...112호...
   2019년 10월

  1. 내일을 여는 창
  2. 소설
  3. 수필
  4. 권서각의 변방서사
  5. 이달의 작가
  6. 동인지를 엿보다
  7. 작품집에 스며들다
  8. 시와 거닐다
  9. 사진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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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 이병순 소설집 「끌」 imagefile
편집자
1574 2015-09-14
끌 이병순 소설집 일상의 균열을 통해 피어나는 삶의 질문들 소설 「끌」은 평생 가구를 만들며 성실하게 살아온 목수의 이야기다. 가구 만드는 일을 천직으로 여기고 그것을 보람으로 삼는 주인공(남편)에게 두 가지 시련이 닥친다. 하나는 가구 업계의 불황이고, 두 번째는 아내의 외도다. 호구지책으로 닥치는 대로 일을 하던 주인공은 친구의 주선으로 다시 나무와 연장을 만지며 자신을 가다듬는다. 끌로 생채기 난 가구를 다듬으면서 자신의 내면에 쌓인 분노와 원망도 함께 끌질해 나간다. 소설 「끌」에서는 주인공과 아내의 관계를 끌과 나무의 관계로 보여주며 아내의 외도로 상처받은 주인공의 내면을 시각적으로 느낄 수 있도록 표현한다. 서랍장 생채기를 화심으로 삼아 꽃을 갉작갉작 그린다. 가는 꽃문양이 새겨지는 자리마다 물비린내와 습한 흙냄새가 섞인 듯한 생나무 냄새가 난다. 나무 가루가 날린다. 끌 자루를 잡은 손에 느슨하게 힘을 풀어 포개진 꽃잎 안쪽 선을 다독이듯 민다. 자잘한 금을 꽃술로 삼아 가는 평끌 끝을 쓱싹쓱싹 그린다. 안쪽으로 오므린 꽃잎 부분을 지날 때 끌 자루에 힘을 살짝 뗀다. 내가 끌 자루에 매달린 것 같다. 몇 걸음 물러서서 서랍장을 본다. 생채기는 꽃으로 피어났다. _「끌」에서. 「슬리퍼」는 남편의 의처증에 시달리는 여자의 이야기다. 주인공인 여자는 출장 피아노 레슨 강사이고 그녀의 남편 K는 피아니스트이자 음대 교수다. 여자는 자신의 외도를 의심하며 옥죄고 다그치는 남편 K를 떠나 바닷가로 향한다. 평소 외반무지증이 심해 꽉 조이는 신발을 신지 못하는 그녀는 슬리퍼를 신고 백사장을 거닐며 늦여름의 바닷가의 풍경을 음미한다. 소설 말미, 집에서 입던 옷에 슬리퍼를 신고 남편의 피아노 협연을 보는 여자의 모습을 통해 ‘나’와 ‘자유’에 대한 생각을 떠올리게 한다. 작가는 ‘슬리퍼’라는 일상의 소재를 통해 자신을 진정으로 자유롭게 하는 것이 무엇인지 물음을 던진다. K는 무대 뒤에서 뚜벅뚜벅 걸어 나와 피아노 앞에 앉았다. 객석은 조용해졌다. K가 건반에 손을 올리자 여기저기서 들리는 헛기침 소리도 멎었다. 앙코르곡은 브람스의 소품 ‘왈츠’였다. ‘왈츠’라는 곡목과는 어울리지 않게 애잔한 선율이었다. 여자를 안고 업었으며 여자의 목을 조르던 저 손으로 K는 지금 왈츠를 치고 있다. 여자는 앞좌석 의자 밑 저 깊숙이 밀려나 있는 슬리퍼를 발로 당겨 신었다. _「슬리퍼」에서. 소통의 부재를 그려낸 현대인의 자화상 소설집 『끌』에서는 빚에 허덕이는 생활고, 반지하와 같은 허름한 주거환경, 더 나은 미래에 대한 불투명한 믿음 등이 등장인물들의 일상을 장악한다. 소설은 주인공들의 이러한 남루한 삶을 통해서 소통의 부재와 비윤리성을 드러낸다. 소설「인질」은 택시기사 동수가 손님이 두고 내린 스마트폰을 돌려주기 위한 과정 속에 생기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동수는 습득한 스마트폰을 인질로 삼아 사례비를 뜯어내려고 하지만 습득한 폰에는 가장 가까운 사람의 번호가 하나도 저장되어 있지 않다. 즐겨찾기에 저장된 사람들도 폰 주인에게 욕설을 내뱉을 뿐, 정작 폰 주인에게는 무관심하다. 핸드폰은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소통할 수 있게 하는 전자기기임에도 불구하고, 핸드폰의 주인공과 즐겨찾기에 저장된 사람들은 부재중이다. 독자는 현대 사회의 대표적 사물인 스마트폰(핸드폰)을 통해 현대인들의 소통이 부재한 각박한 삶을 읽어 내려갈 수 있다. 더불어 끝까지 핸드폰(인질)의 주인에게 전화가 오지 않는 결말을 통해 허상에 사로잡혀 필요 없이 부박하게 사는 우리네 모습을 엿볼 수 있다. “여기 택시로 오기엔 아주 멀어.” “허명이라는 사람의 집은 어딥니까?” “집? 그 아이의 집을 알았다면 내가 이러고 있지도 않지.” “아이, 어서 안 들어오고 뭘 해?” 언감생심 목소리 사이로 여자의 고태 어린 목소리가 끼어들었다. “지금 내가 아주 급한 볼일을 보는 중이거든, 그럼 이만.” 동수는 남아 있는 팥빵을 마저 욱여넣고 우적우적 씹는다. 지방까지 갖다 줬다고 사례비와 차비에 웃돈까지 바랐던 것이야 말로 언감생심이었다. _「인질」에서. 「창」의 주인공 나는 창을 전문으로 취급하는 대기업 하청업체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복학준비생이다. 창틀을 수리하는 A/S 과장을 따라 닥치는 대로 일을 하며 창을 통해 세상을 엿본다. ‘창’은 소통의 진원지라고 할 수 있지만, 사람들은 모두 창 안에 갇혀 있거나, 창밖으로 내몰려 있다. 소설은 소통의 대표적 이미지로 ‘창’을 보여주면서 그 속의 혹은 그 밖의 고독한 현대인들에 대해 이야기한다. 우리가 창을 통해 보고 싶어 하는 것, 소통하고 싶어 하는 것은 무엇인가? 작가는 소설 속에 녹아 있는 이러한 질문을 통해 현대 사회의 소통에 대해 꼬집는다. “앞이 트였다고 모두 전망인 것은 아니라고. 김 군도 아파트를 많이 다녀봐서 알겠지만 창 앞에 볼 게 뭐 있었어? 전망, 전망들 하지만 정작 전망 좋은 곳에 사는 사람들은 그것을 전망이라 하지 않지. 요새 사람들, 세계로 어디로 다니면서 좋은 것은 다 보고 사는데 뭘 더 보고 싶겠어. 사람들이 넓은 창을 원하는 것은 뭘 보겠다는 뜻이 아니라 누가 저들을 봐 주기를 바라는 거지.” _「창」에서. 문학과 예술에 대한 숙고 「부벽완월」과 「비문」은 일종의 예술가소설이다. (…) 예술의 목적, 예술과 정치(도덕)의 관계, 예술가의 사회적 역할 등 전통적인 미학의 문제와 무관하지 않다는 점에서 이들 두 단편은 예술가소설의 범주에 속한다. _황국명(문학평론가) 「부벽완월」은 고려 말 묘청의 난을 평정한 김부식이 부벽루에 올라 달을 보며 정지상을 회상하는 이야기다. 김부식이 정지상에게 질투를 품어 묘청의 난 때 그를 죽였다는 역사학자들의 주장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않았지만 소설은 김부식 입장에서 그 사실에 대한 변명의 기회를 준다. 「부벽완월」은 서경천도, 묘청의 난이라는 역사적 사실을 근거로 부식이 지상에게 품은 것은 질투가 아니라 동경과 흠모였다는 작가의 상상력을 더한 스토리텔링 기법으로 쓰였다. 모든 것을 다 가진 듯 보이는 김부식이 시 구절 하나를 취하기 위해 괴로워하는 장면에서 ‘문학이란 무엇인가’ 하는 물음과 문학에 대한 열망을 들여다볼 수 있다. 저 홀로 발아되어 꽃을 피운 가요처럼 지상의 시들도 모두 제 흥에 겨운 시들이었다. 지상의 시 어디에도 세상과 엮이고 싶은 마음은 서려 있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상은 세상의 한복판에 쓰러지고 말았다. _「부벽완월」에서. 「비문(飛蚊)」은 18세기 무렵 조선의 화공 최수리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수리는 타락한 양반 안유백의 하인으로 자신의 작품에 대해 엄숙한 태도를 드러내거나 예술적 행위에 대해 특권을 주장하지 않는다. 그러던 중 수리의 예술적 경험과 그 기록에 대한 개인적 사회적 압력에 직면하게 된다. 수리의 그림을 된장독 덮개로 쓰거나 불쏘시개로 사용하는 안유백의 억압이 그러하다. 잔인한 주인 안유백은 수리의 동료이자 도망 노비인 상두를 놓아주는 조건으로 초상화를 그리도록 요구한다. 그러나 붙들린 상두는 모진 매질 끝에 끝내 자결하고, 수리는 화폭 가득 검은 먹물만 칠해진 것을 초상화라고 제시하여 안유백의 격분을 산다. 조선시대 후기의 변화하는 시대상에 역행하는 안유백에게 저항하는 화공 최수리를 통해 예술가의 역할과 해야 하는 것에 대한 진지한 성찰이 엿보이는 작품이다. “나리 눈엔 이것이 검은 바탕으로만 보이십니까? 소인의 눈엔 쉬파리들이 빈틈없이 빽빽하게 꼬여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나리께서는 혹시 비문증이라고 들어보셨는지요? 눈 한쪽 망막에 검은 점이 있어 언제나 파리 한두 마리가 날아다니는 것처럼 보이는 병이지요. 나리는 모르셨겠지만 저는 오랫동안 비문증을 앓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제가 앓는 비문증은 이상하게도 푹푹 썩은 것만 보면 온통 파리가 바글바글 들끓는 것처럼 보입니다.” _「비문(飛蚊)」에서. 끌 | 이병순 소설집 이병순 지음 | 문학 | 국판 | 238쪽 | 13,000원 2015년 9월 11일 출간 | ISBN : 978-89-6545-315-4 03810 이병순 작가의 첫 번째 소설집. 2012년 <부산일보> 신춘문예 당선작인 표제작 「끌」을 비롯해 총 7편의 단편으로 채워져 있다. 작가는 슬리퍼, 창, 스마트폰 등 흔히 접할 수 있는 사물을 통해 일상에 나지막하게 깔려 있는 삶의 질문을 표면으로 끌어올린다. 화려하진 않지만 묵묵히 자신의 삶을 가다듬어 나가는 인물과 소설 곳곳에 자리한 일상의 흔적은 독자들에게 공감과 더불어 문학의 의미, 삶의 가치를 생각하게 한다. 더불어 역사적 인물인 김부식, 정지상을 주인공으로 한 「부벽완월」, 18세기 말 조선의 어느 화공 이야기를 다룬 「비문」에서는 문학과 예술에 관한 작가의 숙고와 성찰을 전하고 있어 주목할 만하다. 글쓴이 : 이병순 부산 출생. 2012년 부산일보 신춘문예에 단편 「끌」이 당선되어 소설가로 등단했다. 인질 놋그릇 끌 부벽완월 슬리퍼 창(窓) 닭발 비문(飛蚊) 해설: 불안한 균형, 일상과 비일상의 경계에서-황국명 작가의 말  
77 오형근 시집 『소가 간다』 file
편집자
1388 2015-09-14
오형근 시집 『소가 간다』. 오형근 시신의 시편들에 등장하는 소는 실물의 형체가 아니라 마음이 그린 것이다. 연작시편에서의 화두라 할 수 있는 이 소는 곧 심우의 의미이니, 소를 몰아서 그 끝에 도달할 곳은 심원이라고 하겠다. 차례 시인의 말 제1부 소 1 소 2 소 3 소 4 소 5 소 6 소 7 소 8 소 9 소 10 소 11 소 12 소 13 소 14 소 15 소 16 소 17 소 18 소 19 소 20 소 21 소 22 소 23 소 24 소 25 소 26 소 27 소 28 소 29 소 30 소 31 소 32 소 33 소 34 소 35 소 36 소 37 소 38 소 39 소 40 소 41 소 42 소 43 소 44 소 45 소 46 제2부 無題 1 無題 2 無題 3 無題 4 無題 5 無題 6 無題 7 無題 8 無題 9 無題 10 작품 해설 소의 비유를 통한 자아 찾기.안현심  
76 정숙 시집 『청매화 그림자에 밟히다』 file
편집자
1078 2015-09-14
1991년 《시와시학》으로 등단하며 작품 활동을 펼쳐온 정숙의 시집『청매화 그림자에 밟히다』. 주로 대상(사물)을 여성으로 의인화해서 도발적일 정도로 에로틱하게, 때로는 엉큼하고 능청스럽게 떠올리면서 거기에 자신의 심상 풍경을 겹쳐 보여 준다. 여성으로서의 정한을 전면에 내세우면서 풍자와 해학, 경상도 사투리가 지니는 질박한 정서, 걸쭉한 입담을 곁들여 시 읽기의 즐거움을 색다르게 안겨 주기도 한다. 차례 1 인생 _______ 10 벽난로 _______ 11 연서戀書 _______ 12 화경花經 _______ 13 수묵화 한 점 _______ 14 청매화 그림자에 밟히다 _______ 16 봄, 설해목 _______ 18 사월의 눈 _______ 20 햇살 사랑법 _______ 21 징을 치다 _______ 22 여름비 _______ 24 늦가을 파장 _______ 26 흰색 덧칠 _______ 27 청바지 순정 _______ 29 하늘문 열쇠 _______ 30 2 줄장미 _______ 32 오월, 핏방울 _______ 33 찔레 _______ 34 다홍치마 _______ 35 외간에 중독되다 _______ 36 간통 _______ 37 화간 _______ 38 여근곡女根谷 젖다 _______ 40 온라인으로 부쳐준다고 _______ 41 포르노 _______ 42 연인 _______ 43 그림자를 위한 파르마콘 _______ 44 풍등 _______ 46 얼음을 연주하다 _______ 47 3 신新 남해금산 _______ 50 신新 수로부인뎐 _______ 51 소금밭에서 _______ 53 ‘육’에 갇히다 _______ 54 봄바람과 깔깔춤 _______ 56 한밤중 손님맞이 _______ 58 시인의 날개 _______ 59 노숙도서관 _______ 60 달, 늑대 깨우다 _______ 62 4 처용아내 치맛자락이 _______ 66 콩나물시루 _______ 67 고추기름, 눈뜨다 _______ 68 탈모통 _______ 69 푸른다리 아래서 _______ 70 신천 수달에게 _______ 71 행복 _______ 76 김광석 _______ 77 바보다듬이질 _______ 79 시할머니 보살 _______ 80 수선하다 _______ 81 연탄재를 차다 _______ 82 5 엄마 뱃사공 _______ 84 닻줄은 왜 흔들리는가 _______ 85 비무장지대 _______ 86 계정 숲 _______ 87 자인장에서 상어 만나다 _______ 88 지난겨울 _______ 90 암병동에서 창경궁을 엿보다 _______ 91 꽃구경 _______ 92 씹히다 _______ 93 번개탄, 이봉화뎐 _______ 94 하관 _______ 95 나부상의 눈빛 _______ 97 인연의 감옥 _______ 99 화사등선花蛇登仙 _______ 100 비가悲歌 _______ 102 정취암 단하정사丹霞精捨에서 _______ 103 풋울음 잡다 _______ 105 - 시 깊이 읽기 에로티시즘의 안과 바깥 / 이태수 시인 _______ 108  
75 고창근 장편소설 『신윤복, 욕망을 욕망하다』 file
편집자
1870 2015-07-23
사회 지배계층인 양반들의 허위의식을 파헤치고 여성의 욕망을 그린 조선 최초의 환쟁이 혜원 신윤복의 그림은 인간의 본능, 욕망(慾望)을 갈구하는 것이다. 예술작품이 아닌 외설 취급으로 탄압받아 그림 전시중지 및 책 판매금지, 구속, 실종된 현대화가 K의 이야기와 인간의 본질인 욕망을 그린 신윤복의 이야기가 함께 펼쳐진다. 혜원 신윤복은 K를 통해 현대사회의 욕망을 욕망한다. 혜원의 풍속화나 춘화는 조선조의 성리학적 세계관과 충돌한다. 혜원의 그림은 성리학적 관념의 세계를 그린 문인화와는 달리 인간의 본질적인 모습을 추구한다. 혜원은 관념의 세계가 아닌 당대 사람들의 삶의 모습 속에서 미학을 추구한다. 그의 예술행위는 천박하고 음란하다는 이유로 배척당한다.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주체는 체제를 수호하려는 기득권 세력이다. 양반이 지배하는 사회에서 양반의 벌거벗은 모습을 표현한다는 것은 체제에 대한 도전으로 인식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역학구도는 지금도 다르지 않다. 예술가에게 있어서 표현의 자유는 생명체의 생존의 조건인 공기와 같은 것이다. 이 시대의 석학 노암 촘스키는 나치의 홀로코스트를 증오하지만 나치를 옹호하는 글을 쓰다가 해직된 포리송 교수를 구제하기 위한 [표현의 자유를 옹호하는 탄원서]에 기꺼이 서명했다. 표현의 자유는 내용의 옳고 그름에 우선하기 때문이었다. 고창근 작가는 이러한 자신의 예술적 관점을 바탕으로 혜원의 그림 세계를 산책한다. 이 소설의 사용설명서를 쓰라면 이렇게 쓰겠다. 재미있고 유익하다. 단 기득권을 가진 권력자들이 보면 다칠 수 있다. - 권서각 / 시인,문학박사 목차 작가의 말 행방불명 정이 많은 아이 첫 사랑 그대의 몸뚱이 권위. 화원의 길 해체돤 몸뚱이 열망. N강 천주교박해 문체반정 폭력 전시회 검열 현감 김홍도 반발 귀양 탄압 라이프케스팅 파직 실종 저자소개 고창근 [저] 경북 상주 출생 소설 쓰고 그림 그리고 막걸리 마시며 살고 있음 소설집 [소도(蘇途)][아버지의 알리바이]][나는 날마다 칼을 품고 산다] 장편소설 [누드모델][존재의 이유] 서양화 개인전 2회 작가의 말 ⋯기득권을 가진 왕과 양반들에게 신윤복은 철저하게 버림받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신윤복의 그림은 도저히 조선시대와는 어울리는 않는 그림이었기 때문이다. 여인의 숨겨진 성(性)을 전면에 내세운 그림이 어떻게 조선시대를 떠받치고 있는 성리학과 어울릴 수 있는가. 성리학이 인간의 엄격한 절제를 요구하는 학문이라면 신윤복의 그림은 인간의 본능, 욕망(慾望)을 갈구하는 것이었다. 그러니 왕과 양반들에게 철저하게 외면과 탄압을 당할 수밖에 없었을 터였다. 거기다 양반들의 추태를 과감히 드러낸 그림이라니. 지배층인 양반들은 신윤복을 죽이도록 미워했을 것이다. ⋯문학예술은 근본적으로 시대와 불화한다. 특히 기득권층과 불화할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문학예술은 인간의 존엄성에 바탕을 두고 있다면 지배권력은 존엄성을 억압하기 때문이다. ⋯지금 이 시대에도 인간의 욕망은 억압당하고, 그런 작품은 사회질서를 해치는 것이라며 작가는 구속되고 전시회나 책 출간은 금지당하기도 한다. 표현의 자유가 없는 사회다. 신윤복이 살았던 사회와 다름이 없다. 그래서 현재의 관점에서 쓰려고 노력했다. 인간의 욕망을 욕망한 신윤복을 지금의 세상에 되살리고 싶었다. 욕망은 그 자체로 존엄성이기 때문이다  
74 고창근 소설집 『나는 날마다 칼을 품고 산다』 file
편집자
1340 2015-07-23
숨 막히는 자본주의 사회를 살아가는 중년들의 힘겨운 삶과 가슴속에 숨겨진 은밀한 욕망 (단편 12편 수록) 고창근의 소설은 중년의 진솔한 욕망을 마주대하게 한다. 반세기를 정신없이 살아온 이들이 자신을 찾아나서는 여정을 시작하는 것이라 할까. 억눌린 욕망을 발견하고 그것을 끄집어내는 과정은 몽환과 현실의 경계를 넘나든다. 광기에 가까운 집착이나 미망조차도 남김없이 까발린다. 욕망에 충실한 중년은 아름답다. 이러한 고발과 직시가 불편함만으로 그치지는 않는다. 자신을 찾는 여정은 결국 자기 자신의 본원으로 회귀하여 종착되고, 그것은 고향으로 돌아왔을 때 느끼는 푸근함으로 이어진다. 작가는 힘들고 지친 이들을 부드럽게 껴안으려 하고 있다. 그래서 고창근 작가의 소설집은 전도된 가치 속에서 자연스러운 욕망에 따르기보다는 제도나 관습에 얽매여 살도록 만드는 우리 사회에 던지는 경고이고, 인간의 본연을 찾아 떠나는 여행자를 위한 안내서이다. - 권오현 / 문학평론가 목차 작가의 말 응망 사물이 눈에 보이는 것보다 가까이 있음 길을 잃다 상상과 비밀 자위하는 남자 나는 날마다 칼을 품고 산다 통속의 뇌 아내가 운다 편견과 진실 벽 날마다 살인하는 여자 그림자를 밟다 저자소개 고창근 [저] 경북 상주 출생 소설 쓰고 그림 그리고 막걸리 마시며 살고 있음 소설집 [소도(蘇途)][아버지의 알리바이] 장편소설 [누드모델][존재의 이유][신윤복, 욕망을 욕망하다] 서양화 개인전 2회 작가의 말 소설집을 내기 위해 4년 동안 여기저기 발표한 단편소설들을 모아보니 12편이 되었다. 다시 읽어보니 4년 동안 내가 어떤 생각을 하며 살아왔는지 새삼 알게 되었다. 숨 막히는 자본주의 사회를 살아가는 중년남녀들의 힘겨운 삶과 가슴속에 숨겨진 은밀한 욕망이랄까. 자본주의 사회의 부속품이 되어 존재감을 잃고 살아가는 중년남녀들, 내 소설의 주인공이었던 그들과 나는 4년 동안 동고동락한 셈이었다. 어쩌면 나는 어디에 있고 어디로 가고 있는가, 이런 물음을 나에게 던지고 싶었는지 모른다.  
73 최기종 시집 『학교에는 고래가 산다』 file
편집자
1485 2015-07-12
교사시인 최기종의 이번 시집은 “전교조 교사로 살아왔던 교단의 기록이다.” 사실 관계를 말하자면 이제 최기종 시인은 현직 교사가 아니다. 그렇지만 그러한 신분상의 변화는 이 시집을 설명하는 데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최기종 시인을 ‘교사시인’이라고 부를 수 있는 것은 그의 시가 오로지 일선 교사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교육에 대한 고뇌에서 시작되기 때문이다. 시인 자신도 〈시인의 말〉에서 밝혔듯이 아직도 변하지 않은 학교현장을 강하게 인식하면서 쓴 시를 모아 펴냈기 때문이다. 시인은 “이 시집이 이루지 못한 자의 풀씨였으면 한다. 힘써 이루려는 자의 노래였으면 한다”라고 밝혔다. 그 변하지 않은 현실은 끝내 ‘세월호’라는 비극을 우리에게 안겼다. 그래서 시인은 “부디 진실이라도 돌아오라고” 절규한다. 왜냐면 그래야 “다시는 이런 참사가 일어나지 않”기 때문이다. 그것이 시인에게는 아이들이 “고래”가 되는 길이다. 교단 생활의 고백과 성찰, 참회와 희망의 기록이자 아득한 절망을 넘어 사라진 신화처럼 들려오는 작은 희망의 노래! 이 시집은 최기종 시인이 첫 발령을 받은 완도군 고금도의 바닷가 학교생활부터 시작해서 최근에 벌어진 전교조 탄압, 그리고 지난 해 4월에 16일에 벌어진 세월호 참사에 대한 간절한 마음까지가 큰 서사의 물결을 이룬다. 다시 말해 그 기본 뼈대를 중심으로 교사 생활에 대한 갈등과 고뇌, 그리고 학생들과 동료 교사에 대한 사랑과 믿음이 그 속살을 이루고 있다. 물론 이 시집이 서사시적 스케일을 갖는다는 뜻은 아니다. 조창익 전교조 전남지부장의 말마따나 “교육의 거대담론이 시인과 아이들의 눈을 통해 촘촘하게 재해석되고 있다.” 시인의 눈에 포착된 학교의 현실은 “세상사가 관심 밖이다./꽃이 피고 지는 것도/사람이 죽고 다치는 것도/지구촌이 아파하고 갈등하는 것도/홍수가 일어나고 빙하가 녹는 것도/다 남의 일처럼 여겨진다.”(「하루해」) 어쩌면 교육이 어떤 울타리 안에 갇힘으로써 근원적인 위기를 맞았는지도 모른다. 교육이 사회의 울타리 안에 갇힐 때 학생들뿐만이 아니라 교사에게도 진부함이 찾아온다. 그래서 “가르치기 싫을 때가 있다./어깨를 넘어오는 아이들이 미워지고/거듭되는 일상이 지겨울 때가 있”으며(「기침 소리」) “아이들의 꿈에는/도무지 땀 흘리는 게 없다.”(「장래 희망」) 이렇게 울타리 안에 갇힌 교육은 교사나 학생들에게 전도된 가치를 심어준다. 이 전도된 가치의 전파야말로 현재 우리의 교육이 처한 가장 심각한 딜레마이다. 돌이켜 보면 이 전도된 가치를 재생산하는 사회가 세월호 참사를 일으켰는지도 모른다. 그것에 대한 최기종 시인의 인식은 명징하다. 그래서 가르쳐야 할 것을 가르치지 못한 지난날을 아프게 되짚는데 그것은 깊은 회한으로 드러난다. “아이들에게/가만히 있지 말라고/바닥에서 어서 탈출하라고/그렇게 가르쳐야 하는데/그렇게 알려줘야 하는데/아무래도/학교를 깰 수는 없었다./세상을 깰 수는 없었다.”(「차마 가르치지 못한 것-세월호 참사 30일」) 최기종 시인이 이번 시집에서 보여주는 것은 그러나 비극적 현실인식만은 아니다. 학교에서 일상적으로 맞는 학생들에 대한 긍정적이고 또 유머러스한 시들도 적지 않다. 특히 그는 그가 가르치는 학생들에게서 긍정적 세계를 간취하려는 자세를 포기하지 않으며 그것이 또 의지적인 것만은 아니다. 특히 표제작인 「학교에는 고래가 산다」가 그 대표적인 작품이다. 학교에서 고래는 사라졌을까? 고래를 찾는 아이들의 눈들이 외눈박이 집어등이 되어서 장생포구를 환하게 밝혔지만 어디에고 고래는 보이지 않는다. 고래는 다 어디로 갔을까? 어른들이 마구 포획해서 씨를 말렸다고도 하고 크릴새우를 따라서 남극으로 갔다고도 했으나 아이들은 고래를 기다렸다. 학교에서 고래는 사라졌을까? 고래를 기다리는 아이들의 눈들이 청어 떼가 되어서 저 멀리 수평선까지 넘나들었지만 고래는 돌아오지 않는다. 이제 아이들은 고래를 탈 수 없을까? 학교에는 고래가 산다는데 아이들의 난바다에는 물을 품는 고래가 있다는데 어디에고 고래는 보이지 않는다. 어디에고 그리운 남방은 보이지 않는다. 책상에 엎드린 아이들이 고래 소리를 타전한다. “고래”는 무엇을 가리키는 것일까? 그 속뜻은 “수평선”에 담겨져 있다고 할 수 있다. 그것은 울타리가 되어버린 학교 교육을 역설적으로 환유한다. “수평선”은 “아이들”의 삶을 수평선 안쪽으로 가둬두려는 교육 혹은 길들여진 길을 가길 바라는 우리의 교육 현실이 정한 일종의 마지노선이다. 그래서 “청어 떼가 되어서/저 멀리 수평선까지”만 허락하는 것이다. 거기에 반해 “고래”는 “수평선” 너머를 상징한다. 중요한 것은 “어디에고 고래는 보이지 않”지만 “아이들은 고래를 기다”리며 “책상에 엎드린 아이들이/고래 소리를 타전한다”는 사실이다. 이것은 암흑 같은 교육 현장에 희망을 내려놓지 않으려는 시인의 눈에게만 보이는 ‘진실’이다. 여기에 이 시집의 의미가 있다. 시인의 말 1982년 고금중학교(전남 완도)로 첫 발령을 받았다. 지도를 보니 남쪽 끝 섬이었다. 이불 보따리 하나 들고 먼 길 나섰다. 광주행 고속버스를 타고, 광주에서 강진까지 직행버스를 타고, 강진에서 마량까지 비포장도로를 달려서 마량 선착장에서 고금도까지 철부도선을 타고 가교리 선착장에서 마이크로버스를 타고 소재지에 도착하니 벌써 땅거미 지고 있었다. 교단생활 33년, 되돌아보니 첫 발령지로 가던 하루처럼 짧기만 하다. 내 역할은 여기까지였다. 지나온 학교들이 징검다리처럼 놓여있다. 함께 했던 선생님, 아이들이 주마등처럼 떠오른다. 이 시집은 전교조 교사로 살아왔던 교단의 기록이다. 입시위주의 교육을 타파하고 교육민주화를 염원했던 시대의 에너지였고 학교를 학교답게 하고자 했던 검붉은 지층이기도 하다. 사실 처음 교육운동 할 때만해도 힘써 싸우면 옥죄는 교육모순이 곧 사라질 줄 알았다. 우리 아이들이 즐겁고 행복한 학교에서 꿈꾸는 세상을 열어갈 줄 알았다. 하지만 아직도 학교 현장은 변하지 않았다. 아직도 학교는 불야성이고 아이들은 대학 가는 동아줄에만 매달려 있다. 이 시집이 이루지 못한 자의 풀씨였으면 한다. 힘써 이루려는 자의 노래였으면 한다. 꿈꾸는 선생님들에게, 깨어있는 학부모들에게, 별 같은 우리 아이들에게 그리고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단원고 아이들에게 이 시집을 바친다. 나무나루에서 최기종 시인의 말 제1부 은어 떼 바닷가 학교 학교에는 고래가 산다 안반데기 하늘말라리아 대한의 선생들은 춥다 만만한 선생 교실에서 1 교실에서 2 아이들을 하느님이라고 하네 교사라면 첫째로 농부와 교사 분필 철갑상어 1 철갑상어 2 제2부 기침 소리 사과도 노동한다 감성노동자 물에 빠진 아이들 예전의 선생들은 그래도 하루해 선생도 사람이다 교육노동자 19세기 교육 관료 종이비행기 이 땅의 헤엄 못 치는 선생이 되어 밥과 양심 명동 단식 다시 전교조 반공이라는 것 제3부 첫 발령지 장래 희망 공부해서 남 주자 빵꾸 공부가 참외라면 이런 농담 결점 일제고사 편애 성적표 칭찬 아닌 칭송 뽐뿌질 유리창 졸업식장에서 고구려를 배우는 시간 제4부 바람 부는 날 김진아 작은 소영이 양주라 한은경 강수자 정반화 채미선 김신순 정유연 시원이 최주현 최숙종 교사 국어샘 김명희 곰팽이 선생님 제5부 45분 깨기 싫은 꿈 차마 가르치지 못한 것 이불 한 채 보내노라 물망초 풍등 하나 아직 눈물을 거둘 때가 아니다 진실이라도 돌아오라 발문 이루지 못한 꿈, 아직 길은 끝나지 않았다  
72 조영옥 시집 『일만칠천 원』 file
편집자
1592 2015-07-12
그를 아는 후배교사들은 ‘큰누님’ 같다고들 말한다. 어머니 같은 넓고 깊은 품을 가진 사람, 예나 지금이나 부지런히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며 사진을 찍고 그림을 그리는 사람, 조영옥 시인이 10년의 세월을 건너 세 번째 시집, 『일만칠천 원』을 냈다. “상주란 마을에 와서 정착을 하고, 하고 싶었던 학교생활을 하고, 촌집을 사서 또 다른 휴식을 취하기도 하고… 두 딸이 결혼하고, 손주들이 태어나고… 바쁘게 열심히 살았어요.” 그렇게 “끊임없이 삶터를 떠나 또 다른 살려” 했으니 아마도 시가 파고들 시간이 없었을 터이다. 그래도 그 10년의 떠돎과 바쁜 삶 속에서도 늘 “밤하늘과 별과 바람과 함께, 그것도 사막에서” 토해 낸 울음들, 그런 삶의 흔적들을 이 시집에 담았다. “제 삶의 활력소는 떠돎이에요. 그런데 떠돌아서 시가 들어설 자리가 없었나 봐요. 문득 절실히 혼자를 느낄 때 시가 찾아왔어요.” 하지만 그는 마음 속 시의 자리가 너무 커서 오히려 시를 쓸 수 없었다고 한다. 그저 쓸려 떠나는 것들을 겨우 붙들어 한두 마디 했을 뿐이라고. 더구나 더 이상 시가 감동도 밥벌이도 되지 못하는 시대 탓에 시집을 낸다는 것은 엄두를 내지 못했다고 한다. 그럼에도 그는 또 한 권의 시집을 상재했다. 많은 시인들이 비워 내고 또 다시 채우기 위해 시집을 낸다고들 하지만, 그는 비움도 채움도 아니라, 그저 “나를 위한 노래”일 뿐이라고 말한다. 그를 아는 후배교사들은 ‘큰누님’ 같다고들 말한다. 어머니 같은 넓고 깊은 품을 가진 사람, 예나 지금이나 부지런히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며 사진을 찍고 그림을 그리는 사람, 조영옥 시인이 10년의 세월을 건너 세 번째 시집, 『일만칠천 원』을 냈다. “상주란 마을에 와서 정착을 하고, 하고 싶었던 학교생활을 하고, 촌집을 사서 또 다른 휴식을 취하기도 하고… 두 딸이 결혼하고, 손주들이 태어나고… 바쁘게 열심히 살았어요.” 그렇게 “끊임없이 삶터를 떠나 또 다른 살려” 했으니 아마도 시가 파고들 시간이 없었을 터이다. 그래도 그 10년의 떠돎과 바쁜 삶 속에서도 늘 “밤하늘과 별과 바람과 함께, 그것도 사막에서” 토해 낸 울음들, 그런 삶의 흔적들을 이 시집에 담았다. “제 삶의 활력소는 떠돎이에요. 그런데 떠돌아서 시가 들어설 자리가 없었나 봐요. 문득 절실히 혼자를 느낄 때 시가 찾아왔어요.” 하지만 그는 마음 속 시의 자리가 너무 커서 오히려 시를 쓸 수 없었다고 한다. 그저 쓸려 떠나는 것들을 겨우 붙들어 한두 마디 했을 뿐이라고. 더구나 더 이상 시가 감동도 밥벌이도 되지 못하는 시대 탓에 시집을 낸다는 것은 엄두를 내지 못했다고 한다. 그럼에도 그는 또 한 권의 시집을 상재했다. 많은 시인들이 비워 내고 또 다시 채우기 위해 시집을 낸다고들 하지만, 그는 비움도 채움도 아니라, 그저 “나를 위한 노래”일 뿐이라고 말한다. (상략) 사라져 갈 모든 것들 아픈 생명 핍박 속에도 영원히 이어져 갈 자연을 노래하였다 그 노래가 나를 위로할 줄 알았다 그 노래가 나를 채워 채워서 비워질 것이라 알았다 그러나 비웠다고 생각함이 이미 비움 아님을 비움도 채움도 아닌 허공이 들려주었다 이제 나를 노래하면서 길을 가야겠다 나의 노래 속에서 별과 눈꽃을 만나야겠다 나무와 샘물을 만나야겠다 햇살이 걸림 없이 내려앉고 바람이 스쳐 지나가듯 비움도 채움도 없이 그저 사랑으로 나를 노래해야겠다. - 「나를 위한 노래」전문(본문 66쪽) 이 시집의 발문을 쓴 한경희(안동대학교 초빙교수)는 “시를 읽는 내내 시간에 묻은 흔적과 시간 안에서 만나고 부대끼던 사람들과의 상처와 사랑이 찐득거린다”고 했다. 앞서 박일환 시인이 “큰누님”이라고 언급한 대목과 상통한다. 한경희 교수가 ‘바람의 언어’라고 표현한 그의 시에서 그가 순간순간을 얼마나 간절하게 살아왔는지, 그리고 그 길에서 무엇을 깨달았는지를 확인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다. 그의 목소리는 “몽골까지 이어져 초원의 바람과 별을 불러내”고 있는데, 몽골 시편이라고 해도 좋을 만큼 그의 시에 몽골이 자주 등장하는 이유도 짐작하고 남음이 있다. 자신을 몽골 대륙으로 흘려보내고 불어 보내, “문명 밖으로 밀어냈다고 생각한 그곳으로부터 오히려 우리 삶이 밀려난 것을 깨달”은 시인이 “문명과 자본의 거추장스러움을 밀어내고 몸과 마음의 거리를 한껏 밀찾시킨 몽골 시편”들에 한번 빠져 보자. 그의 “노래”를 들어 보자. 추천사 내 삶의 키를 조금씩 밀어올리는, 깨달음과 비움의 시편들 조영옥 시인은 내게 큰누님 같은 분이다. 교육문예창작회에서 만나 함께 술을 마시고 함께 여행을 하고 함께 시를 이야기한 햇수가 꽤 되었다. 누님은 예나 지금이나 부지런하게 여기 저기를 돌아다닌다. 쉼 없이 길을 가면서 사진을 찍고 그림을 그리고 시를 쓴다. 그 기록의 일부가 이 시집에 고스란히 담겼다. 누님이 가는 길은 나를 만나는 동시에 내 안의 너를 만나러 가는 길이다. 저 먼 나라 몽골의 고비사막을 걸을 때도 자신을 돌아보며 여전히 비워 내지 못한 삶을 부끄러워한다. 그러면서 ‘나의 등불을 끄니/너의 모습 보이는구나’와 같은 구절을 통해 나를 비우는 일이 곧 너에게 가 닿는 길임을 깨닫는다. 그 깨달음의 시편들이 나를 비추는 거울이 되어 내 삶의 키를 조금씩 밀어올리고 있다. 참 고마운 일이다. ― 박일환(시인) 문명과 자본의 거추장스러움을 밀어내 몸과 마음의 거리를 밀착시킨 시편들 물은 낮은 곳으로 흘러가고 바람은 비어 있는 곳으로 불어간다. 스스로 그러한 것을 어떻게 하지 않는(無爲自然) 삶이 있다면 그러할 것이다. 내가 아는 조영옥 시인은 몸과 마음을 낮은 곳으로, 비어 있는 곳으로 움직이며 살아온 삶, 사람이다. 마음과 몸의 거리가 가까울수록 마음 가는 데 몸 부리고, 몸 부리는 데 마음이 살아난다. 그런 그에게도 약간의 거리가 있었던 모양이다. 그는 최근 몽골 대륙으로 자신을 자주 흘려보내고 불어 보낸다. 문명 밖으로 밀어냈다고 생각한 그곳으로부터 오히려 우리 삶이 밀려난 것을 깨달은 것이다. 문명과 자본의 거추장스러움을 밀어내고 몸과 마음의 거리를 한껏 밀착시킨 몽골 시편들이 짜릿하다. 몸과 마음의 거리를 지우는 시들 또한 낮고 비어 있어서 읽는 마음이 스며들기에도 불어들기에도 좋다. ― 안상학(시인) 시인의 말 세 번째 시를 정리하고 10년만이다.10년 동안 시를 많이 쓰지 못했다는 의미다. 나에게 10년은 어떤 시간이었나? 상주란 마을에 와서 정착을 하고, 하고 싶었던 학교생활을 하고, 촌집을 사서 또 다른 휴식을 취하기도 하였고, 그리고 지역사람들과 지역문제를 해결하려 단체를 만들고 일했다. 바빴다. 열심히 살았다. 그 사이에 두 딸이 결혼을 하고 손녀, 손자가 탄생하고 가족 사랑의 절정을 누렸다. 그러나 무엇보다 내 삶의 활력소는 ‘떠돎’이었다. 여럿이서, 단 둘이서, 혹은 혼자서 나는 끊임없이 삶터를 떠나 또 다른 삶을 살려 했다. 떠돌아서 충만함에 시가 들어설 자리가 없었고 문득 절실히 혼자를 느낄 때 시가 찾아왔다. 마음 속 시의 자리가 너무 커서 시를 쓸 수 없었고 쓸려 떠나는 것들을 겨우 붙들어 한두 마디 할 수 있었다. 그런 삶의 흔적들. 그런 10년에 좀 대견한 것은 미움 때문에 마음을 다치지 않으려 노력했다는 것이다. 밤하늘 별과 바람과 함께, 그것도 사막에서 나는 참 많이 울었기 때문이다.그 울음들이 키 낮은 꽃으로 피어 기쁘다. 차례 제1부 서해에서 나를 위한 노래 나무가 되어 귀향 와온바다 와온바다에 오면 자동이체 땅콩 캐는 날 이름 풀 할미꽃 두 송이 창 밖에 江 유년풍경 1 유년 풍경 2 불망 봄 믿기로 했다 빈 들 따라 걷다 제2부 출석부 강여울 나도 江이 되어 해바라기 상주 꽃집 용주씨 부끄러움 일만칠천 원 고백 선생님 가시는 그 나라에는 큰나무 딱 부러지며 톡톡 튀는 머리무덤 앞에서 제3부 고비에서 하톤 볼럭 가는 길 도룬고비에서 길을 잃다 별을 길어 돌 하나 주워 초원에서 1 초원에서 2 바람만이 아는 대답 약간의 참음에 대하여 홉스굴에서 테르킹 차강 노르 아래를 보며 걷다 딜기르 무릉강을 지나며 부끄러운 계산법 알타이산맥 끝자락에서 세이항고비에서 별을 보다 바람을 만나다 아이락 한잔 나는 평화 해설 | 바람의 언어, 텅 빈 충만·한경희  
71 정복태 소설집 『강물이 흘러가는 곳』. file
편집자
1114 2015-05-12
정복태의 소설집 『강물이 흘러가는 곳』. 《깊은 산 속 옹달샘》, 《강물이 흘러가는 곳》, 《언젠가 그런 시간이 온자》, 《환상의 덫》, 《부처당 고개》 등 다양한 단편 소설을 감상할 수 있다. 목차작가의 말 용암마애불기 깊은 산 속 옹달샘 부처당 고개 혜국사 역려 강물이 흘러가는 곳 나른한 오후 아름다운 시절 행어의 죽음 은화식물 언젠가 그런 시간이 온자 환상의 덫 발문 작가의 고뇌와 정체성 박찬선 발문 유년의 기억과 고향의 추억에 바치는 헌사 이채형  
70 이민숙 시집 『동그라미, 기어이 동그랗다』 imagefile
편집자
1486 2015-05-05
■ 책소개​ 이민숙 시인의 신작 시집 『동그라미, 기어이 동그랗다』가 애지시선에서 출간되었다. 전남 순천 출생인 그녀는 1998년 「사람의 깊이」 창간호에 ‘가족’외 5편을 발표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으며 2004년 첫 시집「나비 그리는 여자」를 상재한 이후 십여 년만에 선보이는 시집이다. 첫 시집과 두 번째 시집의 간극이 길었던 데는 어느 날 그녀에게 휘몰아쳐 온 회오리바람, 백척간두에 서서, 절망이란 극한 체험을 할 수밖에 없었던 삶의 괘적도 한몫한다. 그 극복의 과정이 이번 시집의 탄생배경이다. 그런 연유인지 이번 시집의 시들은 생명이란 우주의 카오스만큼이나 비밀스러운 어떤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지금 발 딛고 선 시공간이지만 결코 드러나지 않는 삶의 비밀들, 그것의 고갱이를 표현하고 있다. 현대인들이 놓치고 있는 미세한 아름다움, 너무 작아서 눈에 띄지 않는 것들, 사소해서 거대 물질 속에 매몰되어가는 것들, 그러나 끝내 우리네 사람을 사람답게 하는 것들. 그건 적어도 마천루보다는 위대하다는 걸 그려내고 있다. 시 <동그라미>는 생명의 가장 본질적인 것이면서, 결코 그 자체로는 나아갈 수 없다는 어떤 소중한 관계에 대한 깨달음을 그려내고 있고, <선암매>는 천연기념물인 선암사 매화나무가 경이롭게 육백 년을 살아가고 있다는 것, 그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사랑의 이유가 됨을, <또아리>는 어머니와 할머니의 상징물이 차지하는 유년의 절대적인 시간과 기억의 집적물에 대한 노래이다. <그 산에 시가 있다>를 통해서는 화자의 몸이 망가질 대로 망가졌을 때 그 고통의 한가운데를 뚫고 나가게 해 준 산, 산의 도처에서 시를 생각하고, 몸의 소생을 향한 새롭고도 강건한 사유를 엿볼 수 있다. <생의 비의(秘意)>는 이 시집을 관통하는 시정신의 대표작이다. 이러한 시편들을 두고 이민호 평론가는 “붙같이 뜨거워 마음을 상하지 않으며 밋밋한 시법에 지루해하지 않아도” 되고 “형식과 내용의 조화를 이루며 ‘풍골’의 아름다움을 보여준다”고 해설하고 있고, 김해자 시인은 “소멸을 통해 삶을 지피며 고요히 타오르는 아궁이여, 온전히 찍을 수도 볼 수도 없는 평민의 비밀스런 찰나여, 도도한 잡년들의 꽃피는 섬이여, 우리가 나오고 우리가 다시 돌아갈 텅 빈 동그라미여”라고 헌사하고 있다. 이민숙 시인에게 앞으로의 시창작의 방향에 대해서 들어보았다. “지금까지의 시편들이 좀 더 내면적이고 소소한 개인적인 것들이라면, 앞으로는 그 개인의 영역을 둘러싼 문화적이고 집합무의식적인 더 깊은 내면을 표현해보고 싶어요. 나이면서 나의 의식을 살짝 비켜있는 구조적인 것들에 대해 많이 생각해왔어요. 정면으로 그것들을 끌어당겨 시로 육화시켜볼 생각입니다. 문화적인, 민족적인, 그래서 우리에게 얽혀서 모든 일상의 서사를 끌어가고 있는 여러 소재들을 어떤 하나로 단순화시켜 그 안에 녹여보고 싶어요. 예를 들면, ‘김치’와 같은 소재에 깃들 내 정체의 복합적인 모습들입니다.” 지난한 체험과 극복의 과정을 지나왔으니 이후 그녀의 시세계는 원대무변하리라 기대해본다. ​■ 책속에서 토마토는 붉게 동그랗다 수박은 초록으로 동그랗다 나팔꽃 나팔 주둥이는 분홍으로 동그랗다 나팔꽃에 입 맞추는 네 입술은 고요히 동그랗다 구름이랑 보름달은 뭉게뭉게 동그랗다 쥐눈이콩은 새알보다 더 콩 만하게 동그랗다 강물을 살짝 떠올리는 물수제비는 날아갈듯 온몸으로 동그랗다 엄마의 정수리에서 대가족을 봉양했던 또아리는 철철이 누런 가난으로 동그랗다 남북으로 왔다 갔다 하는 탁구공은 콩닥콩닥 대책도 없이 동그랗다 바다 한가운데에 묻힌 아이들의 눈동자가 가만히 있어서 처절참담 동그랗다 스스로는 한 발자국도 내딛지 못하는 동그라미 보듬어서 서로, 기대어 살아야 할 동그라미 뾰족할 수 없어 기어이 동그랗다 ― 「동그라미」 전문 ■ 추천글 이민숙 시인이 체득한 시세계 혹은 그만의 아이콘은 뾰쪽한 모서리가 아닌 그 모서리를 둥글게 하는 ‘동그라미’에 있다는 것을 확인하면서 나 또한 즐거워한다. 산에 시를 놔두고 왔다는 <그 산에 시가 있다>, 몸의 언어와 리얼리즘을 발견한 <지리산에 갔다>, 옛시절 어머니들의 머리에 얹혀지곤 했던 짚으로 만든 <또아리>, 그리고 이번 시집에서 단연 수작으로 꼽을 수밖에 없는 <동그라미>가 앞으로 이민숙 시인이 애정을 다하여 밀어붙일 시세계가 아닐까 하고 마음을 주어본다. “뾰쪽할 수 없어 기어이 동그랗”겠다는 시적 선언이 눈물겹다. 서정성과 서사성을 두루 갖추기 시작하는 이민숙 시인의 ‘동그라미의 미학’에 봄편지를 대신하여 멀리 하얀 손수건을 흔들어준다. _김준태(시인) 이민숙의 시집  
69 권천학 시집 [유명한 무명시인] imagefile
편집자
2155 2015-04-01
어떤 시인도 유명해지기 위해 시를 쓰지 않는다. 시를 쓰다 보니 유명해졌을 뿐이다. 유명과 무명이 하나인 시 [유명한 무명시인] 위트와 유머로 감춘 피 토하는 절규 빛나는 시 100인선 열아홉 번째 권천학 시선집 [유명한 무명시인] [유명한 무명시인]은 피 토하는 절규를 위트와 유머로 쓴 시이다. 이 시를 읽으면 천상병 시인이 생각나고 조병화 시인이 생각난다. 시 세계가 그들을 닮았다는 얘기가 아니다. ‘유명’과 ‘무명’이라는 언어에 대한 개념이 어떠하든 그 언어 트릭이 슬프고 재미있고 진솔하다. 조병화 시인은 시가 주렁주렁해서 이름도 주렁주렁한 시인이고, 천상병 시인은 유명시인인데 시 작품에 대한 평가가 엇갈린다는 점에서는 무명이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앞서 말한 바, 진정한 시인이나 천상병 시인처럼 천상 시인일 수밖에 없는 시인은 유명과 무명에 집착하지 않을 것이다. 그냥 시를 썼을 뿐이다. 누가 무엇이라 하든. 위의 시 구절처럼 "더 어려운 그 일에 매달려 여전히/고집 부리듯, 변명하듯/세상의 변두리에서 쌉쌀하게 살며" 자신의 내면적 모습을 ‘단풍’처럼 드러냈을 뿐이다. 권천학 시인처럼 "아직도 덜 뜬 시의 눈을 뜨게 하려고/아직도 덜 뜬 나의 눈을 닦아내"려고 온몸으로 치열하게 썼을 뿐이다. 어떤 사람은 치명적인 일상의 삶을 등한시하기도 하겠지만, 그는 그렇지 않고 일상적 삶을 지혜롭게 영위하면서도 진솔한 시를 썼을 것이다. 어떤 시인도 유명해지기 위해 시를 쓰지는 않는다. 유명해지기 위해서는 다른 일을 했을 것이다. 시를 쓰다 보니 유명해졌을 뿐이다. 시 그 자체가 유명인 것이기 때문에 그런 마음을 갖지 않는다. 그런 점에서 나는 권천학 시인의 시 [유명한 무명시인]을 유명과 무명이 하나임을 역설하고 있는 시로 이해한다. 곡비哭婢가 되고 싶은 시인에게는 더욱 그러하다. - 유한근 / 문학평론가, 디지털서울문화예술대 교수 가끔, 부자는 돈이 많아서 유명하다. 그러나 유명하지 않다. 열 권의 시집을 내었지만, 나는 유명하지 않다. 그러나 나는 유명하다. 나는 유명有名한 무명시인無名詩人이다. (중략) 지금까지 시에게 까탈을 부리면서도 시와 동행하며 시인으로 살았다. 바다로 떠난 은빛 물고기들도 어느 물살엔가 살아있을 것이다. 이번의 시선집은 미흡하지만, 가끔 꿈에 나타나는 것들을 건져 올려가며 시와 함께 한 오십년을 정리하는 뒷풀이다. 다시 떠나기 위하여 두두리 춤으로 시작하는 뒷풀이 축전! 이 축전이 끝나면 나는 또 떠날 것이다. (/ '시인의 말' 중에서) 시인의 말 1부 두두리춤 홍어좆 도덕 불감증 살앓이 - 위선 신 놀부 타령 먹이사슬 널빤지와 기둥 사람이 그립다 살앓이 - 혼선 아니리 춘향가 살앓이 - 놈 살앓이 - 탈수되고 있다 그곳엔 있을까 슬픔 한 올 두두리춤 2부 사랑, 그 낡은 이름이 동침 깊고 깊은 밤 일몰의 바다에서 전설 피리 - 나로 하여금 피리 - 누구인가 삶의 원론 넘치지 않음은 공수골 용문사 은행나무 물의 나라 새벽 나의 사랑은 사랑, 그 낡은 이름이 봄 예감 3부 2H2 + O2 = 2H2O 나무로 지은 집 목수의 아내 삶의 중심으로 떠나는 여행 아버지의 바다 사철감기 장작패기 우리 중에 누구는 살앓이 - 후회 살앓이 - 통증 살앓이 - 편두통 팡이네 집 빈처 2H2 + O2 = 2H2O 4부 꽃의 자서전 그물 꽃을 위하여 중년 연등 이올리안 하프가 있는 창가에서 사랑은 꽃몸살 고산죽 목탁이 된 나무 첼로가 된 나무 겨울섬 갈망 그대는 내게 등나무 꽃 넝쿨 아래서 꽃의 자서전 5부 괴테의 과수원 안개 유명한 무명시인 떼 고독 바이러스 유리문 중년 단풍 황산의 나비 그리운 섬 홍도 멍텅구리 배 빈 섬 집 홍도 - 슬픈여 홍도 - 주전자바위 괴테의 과수원 6부 산호도시 오랜 이름 사랑에게 사는 맛 누구든 포로다 제재소 옆을 지나며 바퀴가 있는 거리 가을 기도 강우기降雨期 아침나비 이사 4월의 눈 야생화 산호도시 용왕님전상서 4월, 팽목항의 절규 권천학의 시세계 살앓이 혹은 마음 낮게 내려 놓기 | 유한근(문학평론가,디지털서울문화예술대 교수) 권천학 [저] 시 [지게], [지게꾼의 노을]로 [현대문학] 데뷔, 진단시 동인을 역임, 한국전자문학도서관 웹진 [불루노트] 발행(2001년~2006년) 후 2008년 캐나다 이주. 하버드대학교 주최 세계번역대회에서 시 [2H2 + O2 = 2H2O] 등 17편(번역:김하나)으로 수상(2008년), 코리아타임즈 주최 한국현대문학번역대회 시 부문(번역:김하나, 모크린스키) 우승(2010년), 단편 [오이소박이]로 경희해외동포문학상 대상 수상(2010년)했으며, 수필 [나와 무궁화]로 흑구문학상 제1회 특별상 수상(2014). 저서로는 백제테마연작시집 [청동거울속의 하늘], 나무테마연작시집 [나는 아직 사과씨 속에 있다], 바...  
68 최순섭 시집 『말똥, 말똥』. fi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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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84 2015-01-07
최순섭의 시집 『말똥, 말똥』. 소소한 일상의 단면을 시인 특유의 언어로 풀어냈다. 《벚꽃 장례식》, 《전단지 뿌리는 바람》, 《호치민 거리의 물결》, 《해장국 칸타타》, 《가을 찔레》 등 다양한 시를 수록하고 있다. [YES24 제공] 저자소개 목차시인의 말 제1부 드럼통 말똥 따발총 꿈길 바람꽃 호드기 벚꽃 장례식 참꽃 우표클럽 겨울 비구승 白紙 한 장 눈싸움 샹들리에 성묘하는 날 만달레이가는 길 접시꽃 제2부 갈겨니 부레옥잠 재린이 가을 세탁소 전단지 뿌리는 바람 분홍빛으로 오시네 햇살 부신 겨울 아침 햇살 뿌리며 걸어가는 소금쟁이 우리식당 들국화 밥상 첼로 오이도에는 아내의 풀밭 눈부신 저 손놀림 맛조개 오는 봄 명품 제3부 별밤 숙자 봄 소풍 책밥 민들레 한트 문양 시래기 수다쟁이 새털 풀빵 집 천하장사 어머니 호치민 거리의 물결 가을밤 공중부양 기찻길 사랑의 내통 노랑꽃 씀바귀 제4부 파 선착장 밥상 오늘 산 귀뚜라미가 사는 방 라면 꽃들은 해장국 칸타타 소금 바다 천태산 은행나무 개미 봉따우 물소리 민박 가을 찔레 빳따야 야시장 최순섭의 시세계  
67 이미령 시집 『문』 fi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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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93 2014-12-15
이미령 시인의 시편에는 이웃과 가족에 대한 사랑과 성실히 살아가려는 따뜻한 무욕의 심성이 가득하다. 말 못하는 수덕 씨에게 “글 가르”치고, 커피를 “두 손으로 바”쳐 드리는 마음이나 젊은 나이에 혼자되어 국밥장사로 딸 셋을 키워낸 할매를 보는 눈길이 다 그러하다. 이것은 어린 시절 가난을 경험했던 시인이 그 나름으로 체득한, 세계와 인간에 대한 이해와 연민의 시선일 것이다. 또 「내 눈 속으로 내리는 눈」에서 나무와 눈이 서로 교감하고 나무 또한 “수행 중”이라고 보는 것에서 시인의 삶의 자세가 느껴지기도 한다. 이미령 시인이 시의 집을 짓는 일로 손마디가 더 굵어지길 바란다. _조재학(시인) ■ 차례 제1부 수덕 씨·11/시장 순댓국밥집·12/네 죄를 네가 알렸다·14/파꽃·15/배불뚝이 안 사장·16/강물이 앓아누웠다·18/어떤 다짐·19/등꽃 1·20/멀리서 보기·22/자리·23/질러노래방·24/포장마차에서·25/쉼표·26/전율·28 제2부 오후 세 시·31/양은주전자·32/추곡 수매하는 날·34/우두커니·35/이사·36/새집증후군·37/집·38/봉숭아 꽃물·39/문·40/폭죽·41/연리목·42/가는 봄·43/봄, 섬에서·44/사월·45 제3부 간지럽다·49/감잎 돗자리·50/가을 강·51/버들여뀌·52/빈집·53/모정·54/풀어내다·55/감잎 편지·56/홍시·57/들마루·58/등꽃 2·59/노을·60/은행잎 연가·61 제4부 좌선·65/아버지에 대한 기억 중에서·66/자목련·67/빗방울 꽃·68/들꽃을 위하여·69/가을 현수막·70/꽃피는 소리·71/물봉선·72/내 눈 속으로 내리는 눈·73/병산서원 누각에 누워·74/눈사람 모녀·76/겨울나무·77/흔적·78 해설·79 시인의 말·103 ■ 시집 속의 시 한 편 인평동에 사는 수덕 씨는 둘째가면 서러워할 일등 농사꾼, 야들야들한 상추며 팔뚝만한 무, 감과 배 맛이 모두 일등품입니다 나를 보면 손짓 발짓 연신 분주하다가 눈 흘기며 손가락을 코끝에 슬며시 갖다 댑니다 따뜻한 커피 한잔 두 손으로 바치면 그제서야 7080 번호판 오토바이에서 박스꾸러미를 풀어놓습니다 잊지 않고 적어놓은 이미령♡ 시간 내어 글 가르쳐줬더니 사랑공세만 자꾸 퍼붓습니다 첫 마누라 도망가고 두 번째로 들인 다방여자 돈 털어 야반도주한 옛이야기를 웃음 섞인 수화로 풀어낼 줄 아는 그는 참 유쾌한 사람입니다 ―『수덕 씨』 전문 ■ 시인의 말 어설픈 몸짓으로 걸어온 생의 발자국을 흔적으로 남긴다 눈물겨운 보랏빛 세상에서 내가 누구인지 잘 들여다보지 못하고 지나온 시간들이 부끄럽고 부끄럽다 시 앞에서 좀 더 정직해져야겠다 2014년 늦가을 이미령 이미령 경북 상주에서 태어났다. 현재 상주문협, ‘느티나무시’동인으로 작품활동을 하고 있다.  
66 김이숙 시집 [밥줄]. fi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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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31 2014-11-17
김이숙의 첫 번째 시집 [밥줄]. 김이숙 시인의 첫 시집 『밥줄』의 기본 공간은 닫힌 공간이다. 폐곡선의 공간이고 검은 공간이며 위험한 공간이다. 고통이 시작된 장소로 귀향하기 전에 시는 일상에 갇힌 나무를 발견한다. 다행히 나무는 뒤틀려있기보다는 견디는 자세를 유지하고 있다. [교보문고 제공] 저자소개저자 : 김이숙 저자 김이숙은 경북 상주에서 태어났다. 현재 ‘느티나무시’ 동인으로 작품활동을 하며 아이들 글쓰기 지도교사로 일하고 있다. [교보문고 제공] 목차제1부 행복슈퍼ㆍ11 할미꽃ㆍ12 비를 부르는 사내ㆍ14 부재 중 전화ㆍ15 맨드라미ㆍ16 집중호우ㆍ17 MAID IN CHINAㆍ18 무화과ㆍ20 벌침을 맞다ㆍ21 캄보디아 어느 마을에는ㆍ22 가늠할 수 없다ㆍ24 하필ㆍ26 나른한 오후ㆍ27 매발톱꽃ㆍ28 제2부 광산촌ㆍ31 캐빙막장ㆍ32 문디 가시나ㆍ34 밥줄ㆍ36 각인되다ㆍ37 거미ㆍ38 호사도요ㆍ40 저 할머니 길을 밀고 가신다ㆍ42 탱자나무에만 사는 벌레가 있다ㆍ43 약장수ㆍ44 귀향ㆍ46 하루 일당ㆍ47 분꽃ㆍ48 연(戀)ㆍ49 제3부 목련ㆍ53 붕어빵ㆍ54 밤낚시ㆍ55 벌집ㆍ56 백일홍ㆍ58 만항ㆍ59 회색 하늘ㆍ60 폭염ㆍ61 녹슨 골목ㆍ62 곶감ㆍ64 밤차ㆍ65 웅덩이ㆍ66 생손앓이ㆍ68 낮잠ㆍ69 풍도ㆍ70 제4부 자화상ㆍ73 턴르아 감는 여자ㆍ74 개명ㆍ76 새치ㆍ78 실연ㆍ79 꽃은 그리 핀다ㆍ80 발을 삐치다ㆍ82 밤, 벚꽃나무 아래ㆍ83 둥지ㆍ84 불시개화ㆍ86 봄ㆍ87 느티나무ㆍ88 길을 열다ㆍ90 해설ㆍ93 시인의 말ㆍ115 [교보문고 제공]  
65 김주애 시집 『납작한 풍경』 fi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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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81 2014-11-09
납작하게 엎드려 세상과 축을 이루고 합을 맞추는 시 김주애 시인의 첫 시집 『납작한 풍경』이 ‘시와에세이’에서 출간되었다. 김주애 시인은 경북 상주에서 태어나 현재 ‘느티나무시’ 동인으로 작품 활동을 하며 아이들 글쓰기 지도교사로 일하고 있다. 우리는 다들 세상을 본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정말 보고 있는 걸까? 엄밀히 말해 보통 사람들은 세상을 보지 않는다. 자신의 망막에 비치는 것들을 볼 뿐이다. 그것을 자신의 마음대로 해석할 뿐이다. 하지만 시인은 다르다. 항상 그의 마음은 그의 몸을 탈주한다. 하늘을 날며, 땅 위를 달리며, 물속을 헤엄치며, 세상 곳곳을 누빈다. 그의 눈은 항상 새로운 것들을 ‘발견’한다. 시인은 공터의 힘을 본다. 버려진 땅. 그래서 그는 가장 강한 힘의 소유자가 되었다. 아무것도 갖지 않았기에 모든 것을 가질 수 있는 존재. 어둠 속, 아파트 옆 공터가 소란스럽다//유물이 발견되었을 무렵만 해도/한 톨 먼지마저 쓸어내어 윤을 내던 땅/행여 돌무더기 부서질까 먼 길 둘러가게 만들더니/갇혀있던 시간을 들어내자/몇 년째 발길이 끊겼다//버려진 땅은/떨어지는 모든 걸 품어 늪이 된다/멋모르고 자라는 풀들은/언제나 허리가 꺾여있었다//또 봄은 와서/벙실벙실 부푸는 흙/기어이 부러진 허리를 후벼서/씨앗들 쏟아진다 ―「공터」 전문 노자는 말했다. 무위이무불위(無爲而無不爲), ‘하지 않음’은 못할 게 없다. “아파트 옆 공터”는 아파트의 미래라는 듯, 잠시 시간의 흔적을 보여주고는 다시 자신의 본모습으로 돌아갔다. 인간의 모든 유위(有爲)는 끝내 무위로 돌아갈 것이다. 우리의 미래를 알고 싶으면 공터에 잠시 서 있어 보면 될 것이다. ‘공터의 말씀’이 들려올 것이다. 시인은 잠수함의 토끼라고 한다. 사람들은 둔감해 오랫동안 물속에 있어도 산소가 부족하다는 걸 쉬이 깨닫지 못한다고 한다. 그래서 예전엔 잠수함에 토끼를 태워서 항해를 했단다. 토끼는 산소가 조금만 부족해도 숨을 헐떡인단다. 그것을 보고 사람들은 잠수함의 산소가 부족하다는 것을 알아챘다고 한다. 시인은 바로 이런 토끼의 역할을 한다. 사람들이 산소가 부족한지도 모르고 즐겁게 먹고 마시고 놀 때 시인은 숨을 헐떡인다. 그런데 이제 시인이 비명을 질러도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는다. 아, 얼마나 치명적인 시대인가! 시인은 흐린 날 철길 옆에 있는 집 한 채를 본다. “기적소리”가 없는 “철길 옆 집 한 채”는 얼마나 슬픈가! 철길 옆 비탈길 위/식어버린 연탄재 같고/갈 곳 없는 노인 같고/부모 잃은 아이 같고/말라비틀어진 풀포기 같고/ 빈 밥그릇 같은/집 한 채/기도 중이다/텅/텅/텅/빈 하늘/기적소리도 울리지 않는/철길 옆 집 한 채 ―「흐린 날」 전문 우리는 언제부터 기적소리를 듣지 않게 되었을까? 언제부터 기적소리 없이도 철길 옆을 태연히 지나가게 되었을까? ‘핵폭발 후의 한 장면’이 아닌가? 이 시대에 우리에게 절실히 필요한 건 ‘침묵’일 것이다. 언어라는 건 얼마나 무서운가! “언어는 존재의 집(하이데거)”이다. 삼라만상은 누군가 호명하여 탄생하였다. 누구나 한번 이름을 불리면 그 이름으로 살아가야 한다. 우리의 운명이란 누군가의 호명 아닌가! 그래서 우리는 자신의 운명을 진정으로 사랑하려면 침묵해야 한다. 누군가가 내게 붙인 이름은 진정한 나의 이름이 아니다. 삼일 동안 비운 방//남쪽 창 아래, 청개구리 한 마리//앞발 가지런히 모으고//하늘 향해 침묵 중//꼿꼿하게//눈물 한 방울도 없이//살뜰히 말라버린//온몸으로 던지는 한마디//텅 빈 방 개구리//말문이 막히다 ―「묵언수행」 전문 시인은 개구리의 ‘묵언수행’을 본다. 개구리의 이름을 버린 거룩한 한 존재를 본다. 우리도 저렇게 자신의 이름을 떨쳐버릴 수 있다면, 얼마나 눈부신 존재가 될 수 있을 것인가! 개구리는 한평생 자신이 개구리라고 생각해본 적이 없을 것이다. 그래서 저렇게 멋있게 입적할 수 있었다. 시인이야말로 니체가 말하는 초인일 것이다. 시인을 만난다는 건, 초인이 되어보는 일이다. 최후의 인간, ‘막장 인간’을 잠시 벗어나 보는 일이다. 그래서 자신도 초인을 예감해보는 일이다. 김주애 시집 『납작한 풍경』약평 김주애 시인의 시는 상주 토박이 냄새가 난다. 시의 행간마다 박제된 시어가 아니라 금방 살아 독자들 앞에 내려앉을 것만 같은 흙, 바람, 나무, 강이 맨얼굴로 스며있다. 눈만 뜨면 만나는 이웃과 궁색한 골목과 엉성한 가로등이 있다. 덩굴 콩이 담장을 덮고 있는 텃밭과 논두렁으로 구불구불 이어진 들판이 모두 시의 터전이다. 억지로 꾸미지도 않고, 그렇다고 애절함이나 궁상스러운 호소도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그의 시는 흙이다. 윤이 나도록 깎지 않은 팔분도 쌀이다. 땀 냄새와 함께 잘 끓고 있는 된장이다. 질박한 접시에 막 썰어 나온 한 포기 김치다. 그리고 지천으로 피고 지는 들꽃이다. 이제 그의 시에 즐거이 잠겨드는 일만 남았다. 김재수(시인) 제1부 세상에서 가장 큰 삼각형·11 폭염·12 고들빼기·13 그늘·14 럭셔리·16 안부를 묻다·18 모과나무·20 목공소 이야기·22 안개 잦은 지역·24 쓴맛·26 진달래장의사·27 잠을 밟고·28 나는 발바닥에 가시를 품고 산다·30 흐린 날·31 제2부 원을 그리다·35 의성 탑리 오층석탑·36 정월 대보름·37 개구멍·38 의자바위·40 늙은 호박·41 행렬·42 골목이 늙어간다·43 저물녘·44 공터·46 닭들이 모여서 잠을 잔다·47 묵언수행·48 버스정류소에서·50 탱자나무·51 제3부 넝쿨·55 납작한 풍경·56 꽃·58 백지, 괜히·60 오누이·61 겨울 홍시 하나·62 넘어지다·63 제삿날·64 냉이꽃·66 건조주의보·68 세 갈래길·70 시래깃국·71 빈집·72 제4부 꽃이 피었다·77 오래된 꿈·78 눈 깜빡하는 그 사이·79 사고 치다·80 초승달·82 모깃불 피워놓고·83 안개·84 논에 물을 대다·85 콩깍지 씌다·86 부리·88 6월·90 강버들·91 겨울 국화·92 봄비·93 해설·95 시인의 말·111  
64 정선호 시인의 시집 『세온도를 그리다』. file
편집자
1833 2014-11-05
* 책 소개 정선호 시인의 시집 『세온도를 그리다』. 2001년 『경남신문』 신춘문예에 시가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한 정선호 시인의 두 번째 시집입니다. 필리핀에서 이방인으로서 경험한 바를 통해 근원적인 면들을 성찰하고 있습니다. * 저자 소개 저자 정선호는 1968년 충남 서천에서 태어나 금오공대 생산 기계공학과와 창원대 대학원 국문학과를 졸업했다. 2001년 『경남신문』 신춘문예에 시가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집으로 『내 몸속의 지구』가 있다. * 목차 시인의 말 제1부 유행가를 다시 부르다 야자나무라는 짐승 봄의 재구성 바다 묘지 미술관에서의 명상 연꽃을 말하다 잠수함을 만들다 밀림, 공항과 바다가 있는 저녁 보덴저 호수에서 지명수배자 망고나무 아래에서 버스를 기다리다 순장의 풍습 내 마음의 태풍 혁명가의 가족사진 쓸쓸한 식사 제2부 세온도(歲溫圖)를 그리다 콜로세움에 지구를 집어넣다 겨울, 숲으로의 여행 Sleepness에서 놀다 봄이 떠나가신다 밀림 속을 달리다 새꽃 초봄 장미와의 전쟁 귀신들, 귀신들 겨울, 포은에게 창밖에 동백꽃 피다 안드로메다에서 전해온 통신 지리산 고사목 지대에서 봉황동에서 목선이 출토되다 제3부 모텔에서의 첫 경험 수빅영화관 앞에서 해반천을 따라 달렸다 전설의 고향 탭판공원에서 버섯 농장에 가다 가을, 호박꽃 수로왕비릉 앞에서 물을 긷다 봄의 대공연장 성탄절, 적도에 눈 내리면 겨울, 수빅만에서 주말농장이 사라졌다 조화(造花)를 말하다 다호리에서 밭을 일구다 죽음 또는 영상 제4부 섬진강가에서 길을 잃다 에펠탑에 오르다 그래도 빨래는 말라야 한다 노동시의 즐거움 화장실에서 채륜을 만났다 국밥집의 흑백사진 다시 고인돌공원에서 옛 전신전화국에 가다 사랑이 사라졌다 K시인에게 꽃과 함께 가을을 지내다 버스 정류장을 바라보다 능산리고분에서 축구 관람을 하다 수빅박물관에서 조선인을 만나다 요양이라는 말 해설 열대의 ‘바람’과 동행한 시 - 고명철 * 출판사 서평 정선호 시인의 새 시집 『세온도를 그리다』가 <푸른사상 시선 47>로 출간되었습니다. 2001년 『경남신문』 신춘문예에 시가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한 정선호 시인의 두 번째 시집입니다. 필리핀에서 이방인으로서 경험한 바를 통해 근원적인 면들을 성찰하고 있습니다. 시세계 정선호 시인의 이번 시집은 ‘바람’과 동행한다. 그 어디에도 구속되지 않고 절로 흘러가는 ‘바람’의 생래는 때로는 유연하게 때로는 모질게 때로는 포근하게 때로는 강퍅하게 모든 존재들과 동행한다. 정선호는 ‘바람’을 통해 세계를 감각하며 ‘바람’을 통해 세계를 인식한다. 말하자면, 정선호에게 ‘바람’은 세계이며, 세계는 ‘바람’이다. 여기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그의 ‘바람’은 한반도를 기점으로 하여 불어대는 그것이 아니라 지구의 “남반구 바다에서불어와/더 많은 땀을 내는 이국의 바닷길에서”(「밀림 속을 달리다」) 감각하는 그것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해 남태평양의 ‘바람’과 시인은 동행한다. 그야말로 태풍 전야다 남태평양 바다는 여름이면 많은 태풍을 만들어 중국과 일본으로, 한국에도 보내곤 하는데 태풍이 오기 전날은 활시위를 당긴 궁사처럼 모든 것이 팽팽한 긴장을 하고 무언가를 무너뜨릴 준비를 하고 있다 태풍 오기 전날엔 내 마음도 서서히 그동안 모아두었던 긴장감을 한 곳으로 모아 강한 바람과 비를 만들고 회오리를 만든 후 고국의 어머니와 가족, 채소와 가축에게 보냈다 내 마음의 태풍은 고국을 돌아 소멸되지 않고 우주를 향하게 되었는데 먼저 달에 도착했다 달에 도착한 태풍은 계수나무가 있는 마을을 한 바퀴 돌아 달에 처음으로 비를 내리게 하자 토끼들은 신이 나온 대지를 뛰어다녔다 대지엔 식물과 곡식이 자라나 굶주리며 살았던 토끼들에게 양식이 되었다 태풍은 소멸되지 않고 살아 화성에도 도착했으며 화성을 지나 목성, 토성, 천왕성, 해왕성에 갔다 내 마음의 태풍은 영원히 우주 속에서 살아 평화와 안녕의 메신저가 되어 모든 별을 향했다 ― 「내 마음의 태풍」 전문 남태평양 바다에서 생성되는 태풍은 두려움의 대상이다. 말 그대로 태풍 전야는 “모든 것이 팽팽한 긴장을 하고” 큰 피해 없이 지나쳐가길 바랄 뿐이다. 자칫 세계를 송두리째 앗아갈 수 있는 태풍을 반기는 이는 없다. 그런데 시인은 태풍에 대한 이 같은 통념을 전복시킨다. 태풍 전야에 시인은 고국의 그리운 것들을 향한 애타는 그리움과 욕망을 “한 곳으로 모아/강한 바람과 비를 만들고 회오리를 만든”다. 그렇게 아주 빠른 속도로 남반구를 통과하여 북반구에 있는 시인의 그리운 대상들을 휩싸는 태풍을 욕망한다. 더욱 흥미로운 것은 시인의 이러한 욕망이 지구에 국한되지 않고 우주를 향해 열려 있다는 점이다. 그리하여 소멸되지 않은 “내 마음의 태풍은” 태양계뿐만 아니라 태양계 밖의 “영원히 우주 속에서 살아/평화와 안녕의 메신저가 되어 모든 별을 향” 하고 있다. 이렇듯이 시인의 ‘바람’은 남태평양에서 생성하여 북반구를 지나 소멸되지 않은 채 태양계 곳곳을 흐르고 심지어 태양계 바깥 우주의 영원 속으로 ‘평화’의 전령사 역할을 맡고 있다. 어떻게 보면, ‘바람’은 시인에게 존재의 시작이며 존재의 궁극 그 자체일지 모른다. 이번 시집에서 ‘바람’에 관한 주요 심상은 매우중요하다. 야자나무를 닮아 거친 피부의 적도 사람들은 밋밋한 야자나무의 몸뚱이를 타고 올라가 뚝, 열매를 따서 야자나무로 지은 집으로 갔다 붉은 사랑의 흔적 찾아 음식을 만들고 해와 달의 슬픔과 바람의 흔적을 마셨다 ― 「야자나무라는 짐승」 부분 기장은 제 몸을 갉아 바람에게 주었다 바람도 그걸 받아 후손에게 넘겼으며 후손들은 그걸 먹고 세차게 불어댔다 경기장 안에선 바람들도 검투사와 맹수를 대신해 싸웠다 ― 「콜로세움에 지구를 집어넣다」 부분 추사(秋史)가 유배지 탐라에서 세한도(歲寒圖)를 그렸을 무렵, 난 필리핀 루손섬에서 세온도(歲溫圖)를 그렸다 세한도의 소나무 대신 열매가 주렁주렁 달린 망고나무와 파파야나무 그려 넣고 초가 대신 바파이쿠보를 그려 넣었다 그가 세찬 바람과 눈 내리는 탐라에서 독한 술을 마실 때, 나는 바닷가 카페에서 차가운 맥주를 마셨다 추사가 그림의 소나무처럼 변치 않는 기개를 바랐으나, 난 열매 맺어 가난한 나라의 사람에게 주는 나무들의 풍요로움을 간절히 원했다 ― 「세온도(歲溫圖)를 그리다」 부분 정선호 시인은 적도 사람들의 음식과 집의 주재료가 되는 야자나무로부터 “해와 달의 슬픔과 바람의 흔적”을 만난다. 야자나무의 생장과 적도 사람들의 생활은 서로 분리될 수 없다. 이 분리될 수 없는 양자의 관계를 매개해 주는 것이 바로 ‘바람’이다. 따라서 이 ‘바람’은 인간의 삶의 차원과 구분되는 기후 환경의 차원에서 유의미성을 갖는 게 아니라 적도사람들의 문화생태로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수행한다. 또한 ‘바람’은 로마의 검투사들과 함께 로마의 흥륭성쇄와 관련한 역사를, 그곳을 찾은 사람들에게 환기한다. 비록 텅 빈 콜로세움이지만 그때, 이곳을 가득 채웠던 삶과 죽음이 교차하는 욕망들 사이에서 솟구친 로마의 숱한 정치경제학적 욕망들이 지닌 역사의 흔적을 시인은 텅빈 콜로세움의 적막을 휘감아 흐르는 ‘바람’을 통해 인식한다. 그런가하면, 시인은 필리핀 루손섬에서 열대의 과실수와 열대의 전통 가옥을 그리며 “가난한 나라의 사람에게 주는 나무들의 풍요로움을 간절히” 원한다. 시인은 추사의 저 유명한 세한도를 패러디한 세온도를 그리는데, 세한도에서 불어대는 맵짜한 한풍(寒風)이 남반구 열대의 필리핀 섬에서 열풍(熱風)으로 전도된다. 여기서 흥미로운 대목은 세한도의 한풍(寒風)과 그것에 조응하는 소나무가 유가(儒家) 지식인의 윤리적 염결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면, 시인이 그린 세온도의 열풍(熱風)과 과실수들은 가난한 사람들의 행복을 염원하는 데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는 점이다. 그리하여 시인은 세온도를 그리며 열풍 속에서 과실수들이 풍성히 생장함으로써 적도 사람들의 행복과 풍요를 염원한다. 이렇듯이 우리는 이번 시집을 읽으면서 그동안 한국 시에서 좀처럼 만나기 힘든 열대지역에 기반한 심상을 구체적으로 실감할 수 있다. 지구화 시대를 맞이하여, 어떤 관념적 상상력이 아니라 시인의 낯선 곳의 생활경험 속에서 피어올린 심상이 한국 시의 경계를 심화 확장시키는 데 주목할 필요가 있다. 추천의 글 정선호 시인은 필리핀의 수빅만에서 살고 있다. 그의 이러한 체험은 이 시집의 시들에서 야자나무의 이미지, 파도의 이미지, 망고나무의 이미지, 남태평양 태풍의 이미지 등 이국적 상상력으로 구체화되고 있다. 이 시집의 시들에는 가야로 대표되는 고대 세계와 관련된 상상력도 펼쳐져 있다. 가야시대 소녀의 이미지, 목선의 이미지, 성산패총의 이미지, 수로왕의 이미지 등이 그 구체적인 예이다. 과거 세계를 향한 그의 상상력은 이 시집의 시들에 드러나 있는 여타의 이미지들을 통해서도 두루 확인된다. 전자를 수평적 상상력이라고 할 수 있다면 후자는 수직적 상상력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들 두 상상력을 토대로 지금 이 나라의 왜곡된 현실을 탐구하고 있는 시들도 충분히 주목이 된다. 하지만 실제로는 「연꽃을 말하다」「잠수함을 만들다」「새꽃」「섬진강가에서 길을 잃다」「화장실에서 채륜을 만났다」 등의 시에서 엿볼 수 있는 정선호 시인의 기발하고도 참신한 상상력에 동참하는 것이 이 시집의 시들을 읽는 정작의 즐거움인지도 모른다. - 이은봉(시인, 광주대 문창과 교수) 정선호 시의 현재는 필리핀이고 과거는 가야국이다. 그의 정신은 이 두 지점을 오가면서 흙이 수천 도의 열기로 도자기를 빚고 겨우내 푸른 보리를 키우듯이 자신의 시를 키웠다(「봄의 재구성」). 이국의 외로운 생활 속에서 실존적 존재를 찾으려는 그의 시심은 “연꽃에서 수년 전 사람의 영혼을 읽어내기도 하고”(「연꽃을 말하다」), “누군가 정해놓았을 내 운명을 수배”(「지명수배자」) 하기도 하는 예민한 촉수를 보여주고 있다. 시집에 실린 매우 아름답고 서정적인 여러 편의 시는, 이런 시를 빚어내는 정신적 고투의 정점에 “고국의 어머니와 가족, 채소와 가축”(「내 마음의 태풍」)에 대한 지극한 마음이 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이 지극한 시심이 박헌영의 가족사진과 같은 ‘역사’와 마주칠 때면 더욱 뜨거운 시의 불꽃으로 타오르고 있다. - 김용락(시인, 경운대 교양학부 교수) [교보문고 제공]  
63 황명자 시집 [자줏빛 얼굴 한 쪽] file
편집자
1360 2014-11-05
* 책 소개 황명자 시집 [자줏빛 얼굴 한 쪽]. 타자의 고통을 나의 것으로 끌어안고, 세속의 상처를 자연이라는 확대경으로 투시하여, 그 상처마저 희석시키려 하는 시인의 언어들을 만나볼 수 있다. * 저자 소개 경북 영양에서 태어났다. 1989년 월간 『문학정신』으로 등단. 시집으로 『귀단지』, 『절대고수』가 있다. * 목차 제1부 율하에 들다 율하에 들다 / 13 시비 / 14 모란, 모란역, 모란장 모텔 / 16 애인 / 18 노랑각시 / 20 흰동백 / 21 졸업 사진 / 22 산다는 것 / 23 봄밤 / 24 허니문 레스토랑 / 26 백탑白塔 / 28 전생에 난 매화가 아니었을까 / 30 사람꽃 / 32 사바나 / 34 제2부 허락 처음 / 39 낙관 / 40 물고기 떼 / 42 일족 / 44 허락 / 46 쉰 / 48 한물 / 50 본색 / 52 한생生 / 53 고분 고물상 / 54 몸이 서럽다 / 56 아는 언니 / 58 폐가 / 60 붉은 그늘 / 62 제3부 먼 풍경 곁 / 65 간이역에서 / 66 모과 / 68 술의 힘 / 70 숨은 여자 / 72 나팔꽃 / 74 요양일지 / 76 죽장모란 / 78 석구 씨 / 80 구름의 승차 / 82 처연한 시간 / 84 요요 / 85 적소 / 86 검은 속 / 88 빠알간 꽃물이 / 89 먼 풍경 / 90 흘레붙다 / 92 제4부 향기 봄날 아지랑이 같은 / 95 완경 / 96 달래강 연서 / 98 유배지에서 / 100 봄 타다 / 102 속 / 103 대상포진 / 105 애첩기 / 106 두곡산방 / 108 동박새 이야기 / 110 과거지사 / 112 바다우물 / 113 객귀 / 114 자화상 / 116 향기 / 118 ▣ 해설 ▣ 서정의 그늘┃김지선 / 119 * 출판사 서평 황명자의 세 번째 시집 『자줏빛 얼굴 한 쪽』은 끝을 향해 가는 삶을 위무하는 서정의 본령에 충실한 시집이다. 시집 속의 시들은 우리가 만나고, 이별하고, 삶의 아픔을 느끼는 사이 어쩔 수 없이 남는 감정의 잔여물을 대상에 투사하여 감정을 희석시키고, 삶의 상흔들을 어루만진다. 타자의 고통을 나의 것으로 끌어안고, 세속의 상처를 자연이라는 확대경으로 투시하여, 그 상처마저 희석시키려 한다. 이런 연민의 시선을 따라가다 보면 마침내 그의 시가 불완전함 속에서 완전함을 보고, 세속의 고통 속에서 불성을 이루는 불교적 세계관에 도달하게 되는 것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김지선(평론가) [교보문고 제공]  
62 권순자 시집『순례자』 imagefile
편집자
2079 2014-11-05
❚신간 소개 / 보도 자료 / 출판사 서평❚ 시산맥사에서 권순자 시인의 신작 시집  
61 김옥경 시집『벽에 걸린 여자』| image
편집자
1477 2014-11-05
 
60 박관서 시집 『기차 아래 사랑법』 image
편집자
1401 2014-11-05
* 책 소개 박관서 시집 『기차 아래 사랑법』. 전체 4부로 구성되어 ‘막차를 보내며’, ‘가을 봉숭아’, ‘기차 아래 사랑법’, ‘깊은 배후가 있다’, ‘저 하늘은’, ‘순천만 갈대밭에서’, ‘사랑의 이유’, ‘복개천에서’ 등을 주제로 한 시편이 수록되어 있다. * 저자 소개 박관서는 전북 정읍에서 태어나 호남선 목포역 등에서 30년째 철도원 생활을 하고 있다. 1996년 『삶, 사회 그리고 문학』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한 뒤 시집『철도원 일기』와 시노래 음반『간이역 소식』을 간행하였다. 제7회 윤상원문학상을 수상했다. 한국작가회의 목포지부장을 역임했으며 현재 광주전남작가회의 부회장, 리얼리스트100 동인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 목차 제1부 선로변에서 기차를 기다리며 간이역 소식 기차 에밀레 겨울 완행열차 10월에 막차를 보내며 무안역 가을 봉숭아 송별식 손금 20년 개찰구 봉숭아 겨울밤 야간행 제2부 싱건지 겨울 편지 몸의 족보 빨간 면장갑 야근 기차 아래 사랑법 꽃처럼 이쁜 야근 아침밥 6번선 시 깊은 배후가 있다 푸른 야근 순회 추석 달빛 퇴근 연가 태풍 제3부 밤기차 문 달의 생성 촛불 태일/수만 형 생각 봄날, 내 마음은 가을의 전언 노짱과 함께 시학(詩學) 저 하늘은 순천만 갈대밭에서 신호기 남주형을 만나 교행 간이역 제4부 콩을 털다가 사랑의 이유 어머니 벌초 봄소식 미조로 갔다 그녀, 나비로 날다 마술 낙화 복개천에서 적멸 어머니의 추석 겨울 선로변 겨울 아내 새벽 편지 해설 정념의 철도 - 이명원 * 출판사 서평 박관서 시인의 시집 『기차 아래 사랑법』이 《푸른사상 시선 43》으로 출간되었습니다. 첫시집 『철도원 일기』(2000년 간행) 발간 후 14년 만에 펴내는 이번 시집을 통해, 자신이 30년째 몸담고 있는 남녘의 선로변에서 이름 없이 명멸하는 존재들을 호명하고 있습니다. 밤낮을 가리지 않고 제 길을 오고가는 기차와 신호기 그리고 철도원과 역주변의 사물들을 불러들여, 그네들이 흘리는 땀과 눈물과 기쁨들을 사랑의 형식으로 드러냅니다. 삶이 부박해지고 땀에 대한 문학적 응시가 사라진 이 시대에 한 생애의 기간에 걸쳐 몸으로 써내려간 시편들이 저물녘에 번져가는 에밀레종의 무늬처럼 아득합니다. (시 세계) 박관서의 시가 철도를 둘러싸고 있는 강한 금속성의 세계 속에서의 노동과 일상을 정념화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반대로 그 시세계가 독자들을 향해 따뜻하게 개방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물활론(物活論)적 약동감으로 충만해 있는 것은, 이런 감정이입과 공감적 연대감이 세계 속에서 체화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곳에서 ‘잊을 수 없는 사람들’과 ‘잊어서는 안 되는 사람들’뿐만 아니라, 결코 잊을 수 없는 철도를 둘러싼 기억과 정념들이 은은하게 뿜어져 나오기 때문에, 그의 시를 전반적으로 통독하고 나서 느끼게 되는 전체적인 인상은 어떤 부드러운 살과 몸을 부비고 있는 듯한 감각의 마찰력이 도드라진다는 것이다. ‘부드러운 강철의 세계’라는 말은 물론 모순이지만, 박관서의 시 속에서는 살과 살이 서로를 주무르고 뒤섞이는 일이 인간과 기계 사이에서 쉬지 앉고 반복되고 지속되고 변주되고 있다. 그렇게 ‘세계의 육체화’라고 표현해도 좋을 정도로, 그의 정념은 가 닿는 대상 모두를 부드럽고 풍부한 육체의 탄성으로 출렁거리게 만든다. 시를 쓰는 친구 녀석은 싱건지가, 송이눈 내리는 겨울밤 벌거벗은 여자의 희뭉한 살빛 같다고 했지만 아서라, 옴쓰라미 뜬눈으로 버틴 야근을 마치고 퇴근한 아침 쏟아지는 햇살을 커튼으로 가리고 허리께 올라타 노곤노곤한 어깨와 등허리 애써 주무르는 아내의 손목을 타고 스며드는 스리슬슬 두루뭉실 달착지근 수수무리 허랑무봉인 요 맛, 싱싱한 건지의 맛 몽유도원인지 아수라 지옥인지 여름인지 겨울인지를 따지지 않고 제 육신을 놀려 한세상을 익혀내는 알타리무 말간 몸에서 우러난 그 맛이더라 싱건지의 맛. - 「싱건지」 전문 이 풍부한 육체의 찰진 탄성의 감각은 위에서 시화하고 있는 “싱건지”로부터 “선로”와 “기차” “신호기”를 거쳐 타인과 세계 모두에 이어진다. 그것을 세계에 대한 시인의 낙천성이라고 본다고 해서 틀린 지적은 아니겠지만, 그보다는 물과 소금과 제 몸을 뒤섞으면서 곰삭아가는 “싱건지”와 같은 시간의 온축(蘊蓄) 속에서 체화된 그의 경험적 인식의 개방성 때문에 그런 것 같다. 그래서일까? 고통에 대해서 말할 때조차, 그의 시선은 비통함으로 내려앉지 않고 “복수하듯이” 잔을 부딪치며 “거”해진다. 으슬으슬 몸이 춥다고 그의 아내가 문을 닫아주라 한다. 그가 섬에서 사온 삼치와 숭어회를 소주를 곁들여 맛있게들 먹는 자리에서 내 이번 달 월급 40만 원 받아왔지만 동지들 함께하니 괜찮지 괜찮아, 하지만 일근을 마치고 섬에서 오도가도 못해 집 생각 아이들 생각이 밀물 칠 때면 소주병 나발을 불며 바닷가에서 거지반 미쳐간다는 한통 노조원인 그의 은근슬쩍 젖어가는 눈시울을 걷어내며 어이, 몬테크리스토 백작. 거 관두고 술잔이나 받소. 자- 어이 받으란 마시. 말간 소주잔 주고받으며 큰 복수하듯이 사내들 서넛이 거한 술판에 젖어갈 때 이제 한 마흔이나 되었을까, 선창가 김공장을 다니는 그의 아내는 자꾸만 춥다며 문을 닫아주라 한다. -「문」 전문 위의 시에서 “자꾸만 춥다”는 “그의 아내”의 내면적 황량함은 아마도 노조활동으로, 형편없는 근무조건과 회사의 탄압 때문에 변변한 수입도 올릴 수 없는 처량한 “한통 노조원”의 마음과 그리 다르지 않을 것이다. 이 시를 읽으면서, 나는 그 풍경을 둘러싸고 있는 발설되지 않은 노동자의 내면적이면서 동시에 경제적인 절망의 밀도에 대해 생각해보았다. 그러면서도, 나는 이것이 숱한 역사의 비극과 고통 속에서도 민중들이 살아왔던 비극적 낙천주의에 대한 한 구체적인 시적 표현이라고 생각해보았다. 어떠한 미래에 대한 전망 없이 비틀거리며 “복수하듯이” 잔을 부딪친다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당신들은 고립되어 있지 않다, 우리와 연결되어 있다는 이 일상에서의 ‘연대감’이야말로, 소외된 노동과 자본의 압력 속에서 인간이 자신의 본래성을 지키고 회복하는 부정할 수 없는 핵심적 근거였던 것이다. 박관서의 시에 재현되거나 묘사되고 있는 사람들은 목소리 큰 신념형이나 영웅형의 인물들이 아니다. “작업복”을 입으면 모두가 엇비슷해져서, 도무지가 철도원이라는 말을 제외하고는 그들의 내면적 정념과 개성을 식별할 수 없는 노동자들이 대부분이다. “김-모, 박-모” 하는 식으로 시인에게 호명되곤 하는, 그런 풀뿌리 민중들의 삶에 대한 정열과 노동과정에서 조우하게 되는 정념이 그의 시에는 과장되지 않게, 그러나 마치 잘 반죽된 효모처럼 부드럽게 발효되어 있다. 그는 이 시집의 제목을 “기차 아래 사랑법”이라고 명명하고 있다. 그는 기관사도 아니고 승객도 아니다. 그는 그들의 뒤에서, 혹은 “아래”에서 땀을 흘리며, 더 나은 세계를 향해 출발하는 기차를 배웅하고 증언하고 또 목격하는 ‘잊을 수 없는 사람들’의 일원이다. 박관서를 통해서 비로소 저 차가운 금속성의 기차는 새로이 뜨거운 육체와 정념을 얻었다. 박관서의 시 속에서 기차는 과거처럼 직선적으로 앞을 향해 전진하는 역사의 은유 또는 추상이 아니다. 그의 시에서 기차는 선로와 신호기와 역사와 노동자와 승객들이 끝없이 교접하고 소통하는 ‘관계’의 총체이다. 이 관계에 천착하는 시적 태도 때문에 박관서의 시는 ‘정념의 철도’ 또는 ‘철도의 정념’이라는 것에 대해 독자들로 하여금 진지한 감각과 사색의 대상이 되도록 만들었다. 그가 기차와 땀 흘리면서 사랑한 것의 결과로 출간한 이 시집을 읽다 보면, 독자들 역시 선로 변의 작은 잡초일지라도 실제로는 들끓는 정념 때문에, 바람에 이리저리 고개를 젓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시집 해설 부분, 이명원(문학평론가,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 (추천의 말) 박관서 시인이 전호기를 들고 수신호를 보내는 간이역은 우리의 기대와는 다른 곳이다. 그래서 우리는 실망할지 모른다. 커피나 초콜릿 대신 기름통을 들고 기차 밑에 들어가 박박 기어야만 그 면모가 드러나는 예상치 못했던 간이역으로의 초대이니 말이다. 그러나 그 실망이 박관서 시인의 시편들이 꿈꾸는 장소로 들어가는 개찰구라면 어쩔 것인가. 우리가 예상하는 장소와는 다른 곳으로의 안내, 무릇 여행의 백미는 이런 것이 아닐까. 지금의 문학 지도 위에 바로 여기가 우리가 가볼 곳이라는 기름 묻은 목장갑으로 가리키는 간이역의 제시에는, 현실에서는 도착하기가 쉽지 않고 그렇다고 낭만을 매개로 도착해봐야 보이지 않는 특이한 장소의 실재성을 확보하고 있다. 그 점은 단순한 경험적 공간의 확장이 아니라 새로운 차원으로서의 시적 세계의 창출이라고 할 수 있을 터인데, 이것이 한국 현대시사에서 질투심을 일으킬 만한 박관서 시인만의 고유한 문학적 성취가 아니고 무엇이란 말인가. - 조기조(시인) 박관서의 시는 흡사 몇 날 며칠을 걸려 달이고 달여 만든 맑고 검은 한약을 연상시킨다. 그의 시편들은 어느 것이나 가장 구체적인 일상의 ‘체험’, 그것도 시인 자신의 독특한 체험이 진득하게 녹아 있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그의 시들은, 지난 1970~80년대 시의 ‘노동’의 테제가 21세기의 밤중과 새벽과 대낮에도 여전히 생생한 리얼리티로 두 눈 번뜩이며 살아 있음을 새삼 환기시켜내는 힘을 발휘한다. - 변지연(문학평론가) 시집에 담긴 시편들의 도처에서 확인되듯이 기차 혹은 열차는 단순한 무쇠덩어리가 아니라 시인 박관서에게는 대(對) 사회적 모든 행위와 모습들을 상징하는 분신이며 그것을 드러내는 자화상이다. 그리고 그의 몸이요 정신이며, 그가 달려갈 미래를 위한 패러다임의 압축적 상징물이다. 아무튼 그의 직업인 ‘철도원’ 생활은 그의 시적 체험과 미학의 거의 모든 부분을 지배한다. 아니 지배하는 게 아니라 시인인 그로 하여금 보다 더 아름다운 삶의 세계, 보다 더 광활한 인간세계로 나아가게끔 만들어주는 그런 야무진 역동성으로 작용한다. - 김준태(시인) [교보문고 제공]  
59 고창근 장편소설 『존재의 이유』 image
편집자
1240 2014-11-05
제목 존재의 이유/저자 고창근/출판사 문학마실/출판년월일 2014년 9월 20일/15,000원/320쪽/148*220/ISBN 979-11-951187-3-1 (03810) 경북 상주 출생 소설집 『소도(蘇塗)』『아버지의 알리바이』장편소설『누드모델』 오월문학상 <웹진 문학마실> 편집인 차 례 작가의 말 서(序) 첫째 날- 읍성 점령/정리해고/새 세상/증언 둘째 날- 보복/회유/징치/가장 셋째 날- 살반계/소망/소녀/또 다른 현실 넷째 날- 민보군/친구/예천 농민군/농사/어머니/주먹패 다섯째 날- 소문/변화/밀약/산 자 여섯째 날- 이름/순임/혼례/동료애 일곱째 날- 살육 결(結) 이 소설은 시종 핏빛으로 가득하다. 스물네 명의 목숨을 앗아간 ss자동차 노동자탄압 문제와 120년 전 상주읍성을 점령하였으나 엿새만에 일본군에 괴멸된 동학농민군의 이야기를 두 축으로 현재와 과거를 교차시키고 있는 이 소설은, 억압과 착취에 항거하는 민중들의 분노와 그 처연한 슬픔을 차마 마주보기 힘들 정도로 생생하게 표현하고 있다. 소설 속 “새 세상을 만든다는데 밥해 주러 왔다”는 한 어머니의 절규는 또 광주민주화운동의 비극까지 자연스레 연상시킨다. 이처럼 피 냄새로 가득한 이 불편한 소설은 그러나 말미에 뜻밖의 감동적인 판타지를 보여 줌으로써 한 창작물이 ‘희망’에 어떻게 기여할 수 있는가를 뭉클하게 확인시킨다. 더불어 투쟁 언저리의 다양한 고달픔을 집요하리만치 샅샅이 들춰낸 작가의 끈기가 대단하다. - 임영태 (소설가) 120년 전, 내가 살던 고향에서 밥을 달라고 싸웠다가 100여 명이 죽은 사건이 일어났다. 바로 상주동학농민혁명이다. 각종 세금에다 수탈 등 양반들과 지주들의 횡포에 맞서 농민들은 밥을 위해 읍성을 점령했다. 그러니까 당시 농민들의 읍성 점령은 먹고 살기 위한, 생존권의 문제였다. ⋯몇 년 전 어느 재벌 회사는 구조조정이라는 명목으로 노동자 수천 명을 해고했다. 노동자들은 “해고는 살인이다”라며 파업을 했고 20여 명의 노동자들이 죽음을 당했다. 생존권 투쟁인 노조의 싸움은 비참했고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 작가의 말 中에서